[신간] GDP 사용설명서...번영과 몰락의 성적표
[신간] GDP 사용설명서...번영과 몰락의 성적표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8.05.04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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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다이앤 코일 Diane Coyle은 하버드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현재 옥스퍼드대학교의 스미스 기업?환경 대학원에서 방문 연구 교수로 있다가 현재는 맨체스터대학교 공공정책학과 교수로 있다. 1985년, 1986년에 영국 재무부 자문을 지냈으며, BBC 트러스트의 일원으로도 활동했다. 현재는 ‘계몽의 경제학 Enlightenment Economics ’이라는 단체를 이끌며 기업과 국제단체들에 신기술과 세계화에 대한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저서로는 『만족을 아는 경제학The Economics of Enough』과 『마음을 울리는 과학The Soulful Science』 등이 있으며, 경제학이 시름하는 여러 문제들을 일반 독자들에게 쉽고 균형 있게 소개하려 노력하고 있다.
 

2013년 그리스의 전 통계청장 안드레아스 게오르기우는 ‘국익을 배반’했다는 이유로 기소당했다. 그는 2017년 8월 유죄 판결을 받았다.  1976년 영국은 경제 상황이 어려워져 IMF 구제 금융을 받았다. 그 결과 정권이 바뀌어 보수당의 대처가 집권했다.  2010년 11월 전까지는 가나는 세계은행 기준으로 ‘저소득’ 국가로 분류되었으나, 11월 6일 이후 GDP가 60퍼센트나 상승해 ‘중하위권 소득’ 국가가 되었다.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이 사건들의 공통점이 무엇일까? 모두 그 중심에 GDP가 있다는 것이다. 

GDP는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단어다. 우리는 그것이 경제성과를 표시해주는 숫자라는 것을 잘 알고 있고, 그래서 고민 없이 흘려 넘긴다. 그러나 앞의 사건들이 보여주듯이 GDP는 단순히 숫자가 아니다. 우리의 일상과 정치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GDP가 어떻게 바뀌느냐에 따라서 집권 여당의 지지율이 오르내리기도 하고, 원조나 지원의 크기와 조건이 달라지기도 한다. 

GDP는 왜 이토록 중요해졌을까? 그것은 세계의 여러 경제적 사건들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을까? GDP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GDP가 이렇게 강한 영향력을 발휘해도 되는 것일까? 잘 생각해보면 GDP가 세계 경제와 국내 정치에 미치는 영향력에 비해 우리는 그것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GDP에 대한 비판들이 종종 나오고 있는 요즘이지만 왜 그런 비판들이 나오는지,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잘 알지 못한다. 영국 재무부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경제학자 다이앤 코일은 이런 상황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우리가 각종 뉴스를 이해하는데 필요한 GDP에 대한 정보들을 알차게 모았다. 

GDP, 전쟁 속에서 태어나다 

우리는 왜 경제성과를 측정하게 되었을까? 왜 경제성과를 하필 GDP로 측정하게 되었을까? 답은 전쟁이다. 

국민소득을 체계적으로 측정하려는 최초의 시도는 1665년 윌리엄 페티의 작업으로 알려져 있다. 페티는 잉글랜드와 웨일스의 소득, 지출, 인구, 토지를 비롯한 여타의 자산이 얼마나 되는지 추정하고자 했다. 목적은 전쟁이었다. 그가 통계를 통해 영국이 토지를 확장하고 인구를 늘리지 않더라도 이웃 강국인 네덜란드나 프랑스와 싸울 능력이 충분함을 보이고자 했다. 이후 페티의 시도를 이어받은 노력들은 계속되었고, 영국은 주변국들보다 먼저 국가의 산출량과 세수를 계산할 능력을 보유하게 되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자료들은 주어진 자원을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기반이 되어 영국이 강대국으로 성장하는데 힘을 보탰다(20~21쪽). 

그러나 이것이 GDP의 기원은 아니다. 한 나라의 경제성과를 측정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논란거리를 낳았다. 그 대표적인 예가 애덤 스미스다. 애덤 스미스는 1776년 내놓은 『국부론』에서 ‘생산적’ 노동과 ‘비생산적’ 노동을 구분했다. 그는 서비스를 비생산적 노동으로 보고, 국민경제에 비용으로 작용한다고 이해했다. 서비스 제공자는 그를 고용하는 사람에게 비용일 뿐이고 아무것도 새로 창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본문 22~23쪽). 이렇듯 무엇을 국민소득에 포함시킬 것이냐를 두고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되었고, 논의되었다. 

GDP의 탄생을 촉발한 것은 대공황과 제2차 세계대전이었다. 대공황이 닥치자 영국과 미국 정부는 전대미문의 경기침체를 극복하는데 도움이 될 통계를 필요로 했다. 콜린 클라크는 국가경제자문위원회(영국), 사이먼 쿠즈네츠는 전국경제조사국(미국)의 도움을 받아 이 작업에 착수했고,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그렇게 만들어진 자료를 사용해 경제 회복 프로그램을 제안하고 설득할 수 있었다. 정부 투자를 GDP에 넣을 것인지를 둘러싸고 쿠즈네츠와 상무부 사이의 논쟁이 있기는 했지만, 최종적으로 경제성장을 측정하는 목적은 재정정책 운용을 위함이라는 쪽으로 중지가 모아졌다(26~31쪽). 이는 ‘경제’에 민간뿐 아니라 정부의 활동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뜻이었으며, 그렇게 해서 GDP가 탄생했다. 뒤이어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마셜 원조가 시행되면서 자원의 사용처와 효과를 측정하기 위해 국민계정체계(SNA)가 정립되었다. GDP가 국제 표준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33~34쪽). 

GDP는 왜 문제적인가? 

GDP를 어떻게 계산해야 하는지 그 자세한 사항은 전문가들만 알면 되겠지만, GDP 계산에서 어떤 어려움과 문제들이 있는지는 일반 시민들도 알고 있어야 한다. 그 계산 과정 안에 GDP가 정치적인 논쟁거리가 되는 핵심적인 이유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의 전 통계청장인 안드레아스 게오르기우는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을 실제보다 부풀려서 발표하여 ‘그리스의 국익을 해쳤다’는 명목으로 기소 당했다(5쪽). 가나가 한 순간에 저소득 국가에서 중하위권 소득 국가가 된 것은 GDP를 계산하는 방법이 달라졌기 때문이었다(51~52쪽). 두 사건의 중심에는 GDP를 어떻게 계산하느냐가 있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이 책의 저자는 GDP를 어떻게 계산하는지, 그 계산 과정 중 우리가 주목해봐야 하는 부분이 어디인지 친절하게 짚어준다(40~62쪽). 

문제가 되는 대표적인 개념은 물가지수이다. 한 나라의 소비, 투자, 정부 지출, 수입, 수출을 모두 더해서 나온 숫자는 명목 GDP이다. 이 명목 GDP는 상품의 가격이 오르기만 해도 경제가 성장했다고 표시하게 되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명목 GDP를 조정하여 실질 GDP를 도출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 물가지수이다. 물가지수는 각 품목별로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율에 따라 가중치를 매기고, 그 가중치를 각 품목의 가격 상승률에 곱한 뒤 합산해서 만들어진다(50쪽). 문제는 기술 변화가 빠른 오늘날에는 이 가중치의 변동이 수시로 일어나며 그렇기 때문에 그 계산이 매우 복잡하고 어렵다는 것, 그리고 물가지수를 산출하기 위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이 대단히 힘들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느 한 해에 GDP가 갑자기 증가하거나 줄어들기도 하고 훗날에 GDP가 조정되기도 한다. 가나의 GDP가 갑작스럽게 상승한 것은 오랫동안 통용되던 가중치를 새로운 가중치로 교체했기 때문이었다. 

무엇을 GDP 안에 포함시킬 것이냐는 문제도 있다. 1987년의 어느 날 이탈리아의 GDP가 하룻밤 사이에 20퍼센트가량 늘어나는 일이 발생했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했을까? 그 비밀은 이른바 ‘비공식경제’의 추정치를 GDP 계산에 포함시켰다는 것이었다. 비공식경제란 공식 회계 장부에 기록되지 않는 경제활동들을 가리킨다. 여기에는 불법적인 생산과 거래 활동도 포함되고, 규제를 피하기 위한 경제 활동도 포함된다. 무엇보다 ‘자가 생산’과 같이 가정 내에서 이루어지는 생산과 노동도 들어간다(159~162쪽). 이런 비공식경제도 몇 가지 자료를 이용하여 그 크기를 추정해서 GDP에 포함시킬 것인가? 이는 대답하기가 쉽지 않기에 여전히 논쟁적인 문제이다. 

계산이 조금 달라지는 것이 뭐가 그리 큰 문제일까? 그리스의 사례를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리스도 2006년 이탈리아를 따라 GDP에 갑자기 비공식경제를 포함시켰는데, 이는 유럽 내에서 큰 문제가 되었다. GDP가 늘어남에 따라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달라지고 그리스의 채무 상환 능력이 재평가되기 때문이었다(7쪽). 그리스 경제가 얼마나 안정적인지, 얼마나 더 채무를 감당할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이 GDP를 어떻게 계산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영국의 경우 1976년 IMF 구제 금융을 받아야 했던 결정적인 이유가 GDP에 대비했을 때 국가 채무가 너무 많다는 진단 탓이었다. 그런데 훗날 추가된 데이터와 수정된 가중치를 이용해 GDP를 갱신해봤더니 1976년 위기 당시 경제 상황이 구제 금융을 받아야 할 만큼 나빴던 것은 아니라는 결론이 나왔다(56~57쪽). 당시 IMF 구제 금융을 극복하느라 노동당이 인기를 잃고 대처가 정권을 장악했으니 GDP 계산 방식에 따라 나라의 운명이 달라질 수도 있는 셈이다. 

GDP에 대한 비판들 

GDP가 이렇게 정치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논쟁적인 지점이 많기 때문에 다양한 비판을 받아왔다. 사실 이미 GDP가 탄생하던 초기부터 문제제기는 있었다. GDP 개발의 선구자 중 하나였던 사이먼 쿠즈네츠는 국민소득을 측정하는 지표는 ‘후생’을 측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정부의 투자, 광고비, 금융 및 투기 거래 등을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생각을 이어받아 경제후생지표와 같은 대안적인 지표들이 개발되었고 인간의 ‘역량 개발’이 중요하다는 취지하에 ‘인간발전지수’도 개발되었다(172~175쪽). 1960년대에는 환경 운동이 크게 주목받으면서 GDP가 환경의 파괴로 말미암아 자원이 고갈되고 삶의 질이 낮아지는 것을 포괄하지 못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았다. 환경론자들의 우려에는 일정부분 과장이 있었지만 그 문제의식은 여전히 남아서 ‘지속가능성’을 측정하는 지수들의 개발로 이어졌다(105~108쪽). 

이런 문제들은 대체로 GDP가 경제성장의 효과를 과대평가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그러나 반대로 GDP는 혁신을 측정하기에는 아직 부족하기 때문에 경제성장의 효과를 과소평가하기도 한다. 이를테면 조명을 측정하는 단위인 루멘당 가격은 19세기 이후로 급속하게 떨어졌다. 양초에서 등유 램프를 거쳐 LED 전구로 발달해왔으니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GDP는 양초의 숫자, 전등의 숫자로 밖에 경제를 측정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런 기술 혁신이 인류에게 제공한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소비자가 누리는 혜택을 반영하는 ‘헤도닉 가격’을 사용하게 되었지만 여전히 한계는 많다(129~132쪽). 

현재 통용되는 GDP 계산법에서 이 책의 저자가 가장 문제 삼는 것은 금융 서비스의 측정 방식이다. 금융 서비스업에서는 서비스의 대가로 직접 보수를 받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드물어서 통상적인 방식으로 측정을 하면 금융업의 부가가치가 아주 작거나 심지어 마이너스로 나오기 쉽다. 그래서 개발된 것이 ‘금융 중개 서비스 간접 측정(FISIM)’이었다. 이 복잡한 계산법의 핵심은 은행이 감수하는 위험을 바탕으로 서비스 산출액을 측정하는 것이다. 이는 원리상으로는 의미가 있는 측정 방법이지만 한 가지 큰 문제가 있다. 위험을 많이 감수할수록 금융 서비스 산업의 성장률이 높게 올라간다.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 가져올 위험성은 반영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금융 서비스 산업의 산출이 과대평가되면 금융이 경제성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오해하여 나라 전체의 정책 방향이 과도하게 금융 중심으로 재편되기 쉽다(151~153쪽). 미국에서 실제로 그 일이 일어났고, 2008년 금융 위기가 터졌다. 

미래에는 무엇을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 

GDP는 이렇듯 한 국가나 세계의 경제가 어떤 상황에 있는지를 잘못 이해하게 만들어 경제의 오작동을 불러오거나 잘못된 경제정책을 수립하게 만들 수 있다. 그렇기에 이 책의 저자인 다이앤 코일은 GDP에 대한 여러 비판들이 모두 일리가 있다고 인정한다. GDP의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개발된 여러 지표들 역시 그 나름의 강점이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저자는 여전히 GDP에는 무시할 수 없는 강점이 있음을 강조한다. 

GDP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창조되는 자유와 인간 역량을 측정하는 중요한 척도로서, 불완전하게나마 혁신과 인간의 가능성을 나타내 준다. 그리고 갈수록 서비스와 무형 상품이 중요해지는 경제에서 우리의 창조력과 서로에 대한 돌봄을 측정하는 중요한 척도다(본문 12쪽). 

그는 GDP를 아직 대체할 만한 경제지표가 마땅히 없다고 말한다. 경제성장은 행복하고 안정된 삶의 중요한 요소이고, GDP는 경제성장을 측정하는 가장 좋은 척도다. GDP를 통해 우리는 한 나라나 전 세계가 어떤 방식으로 성장해왔는지 파악할 수 있고, 과거의 자료를 통해 경제 문제들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생각할 수 있다(본문 203쪽). 더욱이 GDP와는 다른 경제지표를 개발하고 그에 따라 새로운 자료를 수집하는 것의 어려움도 있다. GDP도 추상적인 개념이고 측정이 무척이나 복잡하지만, 적어도 가격으로 표현되거나 그에 준하는 방식으로 추정할 수 있는 객관적인 현상들을 다룬다. ‘후생’, ‘행복’은 소비자 개개인의 만족이 중시된다는 점에서 측정이 훨씬 더 까다롭다(204쪽). 

저자는 한 가지만 우리가 분명하게 기억하면 된다고 말한다. GDP는 ‘후생’을 측정하는 척도가 아니라 ‘산출량’을 측정하는 척도다. 그러니 다른 측면에서는 당연히 부족한 경제지표일 수밖에 없다. 저자는 우리에게 GDP의 한계를 명확하게 알고서 사용할 것을 요청한다. 그는 지금까지 개발된 다양한 대안적 지표들과 함께 우리 경제를 평가한다면 여전히 GDP는 안개 속을 걸어가는 인류에게 빛이 될 수 있다고 낙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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