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로남불 경연대회장 같은 대한민국
내로남불 경연대회장 같은 대한민국
  • 조희문 미래한국 편집장
  • 승인 2018.05.04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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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바다’라는 영화(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달리 부를 용어를 찾지 못하겠다)는 세월호 침몰의 ‘진실’을 입증하겠다며 이런 저런 주장을 펼쳐 놓는다. 요약하면 세월호 사건은 선사와 선원들의 무리하거나 미숙한 운항으로 생긴 사고가 아니라 누군가의 음모에 의해 고의적 침몰이라는 것이다.

그 주장을 입증하는 근거로 ▲배에 부착되어 자동으로 신호를 발신하며 자기 위치를 인식하도록 하는 AIS(Auto Identification System) 장치 기록에 의심 가는 부분이 있으며, 누군가 조작한 것이다. ▲ 세월호는 선원들이 고의로 닻을 내려 침몰시킨 것이다. ▲그 배후에는 국정원의 개입이 있다는 식이다.

오로지 증거로만 객관적 입증을 하겠다는 처음의 주장과는 달리 추정과 가설이 곳곳에 등장한다. 자동인식기록이 부정확하다고 하면서도 그 이유에 대해서는 입증하지 못한다. ‘누군가 고의적으로 원본기록을 감추고, 일정 부분을 허위로 조작했다는 주장만 할 뿐이다.

선원들이 특정 해상에서 고의로 닻을 내려서 배를 침몰하도록 했다는 주장은 누가 닻을 내렸는지, 내린 닻이 바위나 바닥에 긁혔다면 닻의 갈고리 부분이 왜 멀쩡한지, 닻줄은 끊어지지도 않은 채, 배 주위를 긁은 흔적도 보이지 않는지, 세월호가 인양되었을 때 닻은 멀쩡하게 제자리에 있었는데 그렇다면 배가 닻을 내려 침몰하도록 만든 뒤 그 위급한 상황에서 누가 닻을 감아 올렸으며, 그럴 만한 시간이나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는다.

단지 한쪽이 다른 쪽보다 녹이 더 많이 보인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합리적 의심의 대상이 된다는 수준이다. 국정원이 침몰사건의 배후이자 각종 자료 조작의 지휘부였다는(또는 였을 거라는) 추정도 아무런 근거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사고로 침몰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음모와 지휘에 따라 이뤄진 고의 침몰로 몰고 가려니 국정원이라면 능히 그럴 수 있지 않겠느냐는 병풍 만들기처럼 보인다. 관련 자료를 찾지 못했는지 애니메이션과 CG 영상으로 해당 부분을 메우고 있다.

아마도 이 영화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기 전에 개봉했거나, 지금도 우파 정부가 계속하고 있다면 훨씬 더 공격적인 느낌이 들었을 것이다. 권력을 향한 근거 없는 비판이나 국정원에 대한 공격적 지탄이 더 신랄하게 다가왔을 것이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정권이 바뀌었고, 국정원은 지켜야 할 내부 비밀까지 탈탈 털리고 있다. 세월호 관련 비밀이 있다면 어디에 어떻게 숨기고 있다는 것인가. 이 영화를 보면서 한가지 놀랍고 부러워 보이기까지 한 부분은 좌파 선동가들의 집요한 끈질김이다.

거짓말도 자꾸 하면 진실로 보이도록 만들 수 있다는 전술을 실천하려는 것이겠지만, 이른바 우파진영에서는 그 같은 치열함과 끈기를 찾아보기 어렵고 논란이 될 만한 성과를 만들어내는 경우는 지극히 드물다.

좌파 인물들이 그동안 외쳤던 정의, 평등, 양심, 공정, 자유, 진실 같은 말들이 상대를 공격하는 데 동원되었을 뿐 자신들의 행태는 갈수록 점입가경이라는 것을 최근 일련의 사건들에서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내로남불의 연속이다.

그래도 지지자들은 여전히 그들이 좋아 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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