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英·佛이 나선 시리아 사태, 문제 핵심은 ‘중동 패권’
美·英·佛이 나선 시리아 사태, 문제 핵심은 ‘중동 패권’
  • 전경웅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8.05.04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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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4일 미국이 프랑스, 영국과 함께 시리아 공습에 나섰다. 이유는 1주일 전 시리아 수도 다마스커스 인근 동구타 지역과 도우마 지역에 대한 화학무기 사용이었다. 알 아사드 정권이 “반군을 축출한다”며 민간인 거주 지역에 염소 가스와 사린 가스 공격을 퍼부어 수십여 명이 사망한 사건에 대한 응징 차원이라는 것이 미 국방부의 설명이었다.

미국·프랑스·영국의 공습에만 국한하면 시리아 알 아사드 정권의 화학무기 공격에 대한 응징이지만, 사실 시리아 사태는 국제적 문제다. 여기에 관련이 있는 세력들이 중동 패권을 다투는 나라와 유럽 패권을 다투는 나라, 세계 패권을 다투는 나라가 모두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13일(현지시간) 美·佛·英의 시리아 공습

지난 14일(미 동부 현지시간 13일 오후 9시) 미 국방부는 “프랑스, 영국과 함께 시리아에 대한 공격을 단행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미 해군의 이지스 구축함에서 발사한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미 공군의 B-1B 전략 폭격기에서 발사한 신형 순항미사일, 프랑스 공군 라팔 전투기에서 발사한 스칼프 순항미사일, 영국 공군 토네이도 GR4 전폭기가 발사한 스톰 섀도 순항미사일 100여 발 이상이 시리아 다마스커스와 북서쪽 거점도시 홈스 일대를 타격했다.

미 국방부와 프랑스 정부, 영 국방부 등은 공격한 목표가 시리아 알 아사드 정권의 화학무기 개발·생산·보관시설이었으며, 러시아 군에 대한 공격은 없었으며, 연합군 또한 피해가 없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시리아 공격 직전 “자국 국민에게 화학무기 공격을 가한 알 아사드 정권을 응징하는 차원에서 오늘 정밀 타격을 실시했다”면서 “자국민을 화학무기로 학살한 것은 사악하고 야비한 행동이며, 알 아사드 정권은 괴물 같은 범죄를 저질렀다”고 맹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알 아사드 정권이 유엔 헌장을 위반하고 국제사회에 중대한 피해를 입히는 것을 막기 위해 미국과 프랑스, 영국은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리아 정부는 “적의 순항미사일 20여 기를 요격했으며 우리도 큰 피해가 없었다”고 선전매체를 통해 주장했다.

러시아 정부는 시리아에 파병한 자국 군대의 피해는 확인하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독일 나치 시절의 히틀러와 같은 행패를 부렸다”고 맹비난했다. 시리아 사태의 시작 ‘재스민 혁명’과 내전 시리아에 병력을 파병 중인 이란과 북한은 연합군 공격에 별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지난 2016년 7월 이틀간에 걸친 러시아군의 시리아 공습으로 5명의 아이들과 7명의 여성들을 비롯한 최소 28명의 시리아 민간인이 사망했다고 영국의 시리아 인권관측소가 밝혔다. 시리아 반군지역에 대한 공습에 나선 러시아군 공군 전투기들
지난 2016년 7월 이틀간에 걸친 러시아군의 시리아 공습으로 5명의 아이들과 7명의 여성들을 비롯한 최소 28명의 시리아 민간인이 사망했다고 영국의 시리아 인권관측소가 밝혔다. 시리아 반군지역에 대한 공습에 나선 러시아군 공군 전투기들

대신 관련 상황의 발전을 예의주시하는 동태를 보였다. 알 아사드 정권처럼 독재 체제를 수십 년 째 유지 중이며 자국민의 인권을 유린하는 이란·북한 두 나라에게 이번 공격은 남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시리아 사태는 한국 사회에서 보는 것과 달리 중동 지역 전체를 전쟁으로 몰아갈 수 있는 휘발성이 높은 문제다. 시리아 사태의 시작은 2011년 3월 15일 알 아사드 정권 퇴진 운동으로 시작된 시리아 내전이다. 최초에는 세습 독재와 종신 집권에 반대하는 시리아 국민들이 알 아사드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는 정도였다.

그러나 대를 이어 북한·이란과 수교관계를 이어오며 이들 국가의 신정일치 독재체제를 배운 알 아사드 대통령은 국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신 일부 이슬람 근본주의자 정치범을 석방하고, 종신 대통령제를 연임제로 바꾸는 등의 개헌을 단행했지만, 사실상 민주적 선거가 불가능한 시리아에서 연임제는 의미가 없었다.

국민들이 계속 반발하자 알 아사드 정권은 이를 무력 진압했고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했다. 그러나 알 아사드 대통령은 물러서지 않았다. 알 아사드 정권은 북한과 비슷한 ‘아류 사회주의’를 표방하며, 이란처럼 시아파가 권력을 쥐고 있다. 이는 수니파가 절대 다수인 중동 지역에서 갈등을 고조시키는 요소가 된다.

재스민 혁명 이후 중동 곳곳에서 권력을 차지한 수니파 근본주의 세력, 특히 무슬림 형제단은 시리아 알 아사드 정권을 그냥 두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이후 이들이 알 아사드 정권에 반대하는 민병대를 지원하면서 반정부 시위는 내전으로 비화한다. 반(反) 알 아사드 정권 민병대는 초기에는 알 아사드 정권 퇴진과 자유민주주의 체제 및 법치주의 도입, 주변국과의 정상관계 수립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그 안에는 수니파 근본주의 세력 가운데서도 가장 극단적인 ‘알 누스라 전선’과 같은 테러조직이 숨어들었다. 이들은 알 카에다와 손을 잡고서 세력을 불려 나갔다. 시리아 내전은 반군 안에서도 수니파 근본주의자와 세속주의자로 나뉘면서 삼파전 양상을 띠었다.

알 아사드 정권이 2013년 8월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화학무기 공격을 한 뒤 미국을 필두로 한 서방 국가들은 세속주의 반군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시리아 북부에 거주하던 쿠르드족 민병대 일부 병력과 함께 ‘자유시리아군(FSA, 이후 SDF)’을 구성해 알 아사드 정권과 ‘알 누스라 전선’에 맞선다.

내전이 계속되던 중인 2014년 9월 이라크 일대에서 세력을 넓힌 테러조직 IS가 시리아까지 쳐들어 왔다. 알 카에다와 사이가 좋지 않았던 IS는 ‘알 누스라 전선’ 같은 수니파 근본주의자들도 적으로 돌렸다. 시리아 내전은 이때부터 FSA와 알 누스라 전선, ISIS, 알 아사드 정권의 4파전으로 변했다.

FSA, 알 누스라 전선, IS를 동시에 상대해야 했던 알 아사드 정권은 동맹국의 지원이 없었던 탓에 궁지에 몰렸다. 그 사이 IS는 시리아에서 급속히 세를 확장했다. FSA와 알 누스라 전선의 세력도 쪼그라들었다. 위기감을 느낀 알 누스라 전선은 FSA 계열 반군인 ‘시리아 혁명전선’과 수니파 근본주의 세력을 흡수해 ‘자이쉬 알-파테(정복의 군대)’를 창설한다.

알 누스라 전선은 테러 중심의 전술도 이때부터 군대식으로 바꿨다. FSA와 알 누스라 전선이 합병한 조직은 이드리브를 중심으로 알 아사드 정권에 맹공을 가하는 한편 IS 세력을 막아내 그 세력을 넓혀갔다. 알 아사드 정권은 결국 2015년 여름 러시아 정부에 도움을 요청한다. 러시아 정부는 곧 참전을 선언하고 병력을 시리아에 보내기 시작했다.

미국·프랑스·영국·FSA vs 시리아·러시아·이란·헤즈볼라·북한

러시아가 참전하고, 곧 이어 이란이 공화국 혁명수비대를 파병하면서 시리아 내전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변화는 2015년 9월부터 시작됐다. 러시아는 대규모 항공 전력과 기갑 전력, 특수부대 병력들을, 이란은 지상군 정예부대를 시리아로 보냈다. 그 결과 반군과 테러조직에게도 꼼짝 못하던 알 아사드 정권은 전열을 가다듬고 반격을 시작했다.

이후 몇 달 동안 알 아사드 정부군과 러시아군, 이란군은 반군 세력을 몰아내는 듯했고 러시아는 병력을 철수시켰으나 2016년 4월 ‘자이쉬 알-파테’의 대규모 공격으로 시리아 정부군과 이란 군이 대패하자 다시 참전하기로 결정했다. 2016년 11월 러시아군이 해군 함재기와 탄도미사일로 반군 세력을 초토화한 뒤에야 알 아사드 정부군은 전세를 만회했다.

이란군 또한 이때부터 체면치레를 할 수 있었다. 반군 세력이 크게 줄어들고 2017년부터는 테러조직 IS 또한 거의 전멸되다시피 하면서 시리아 내전에 참가한 세력들의 실체가 제대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알 아사드 정권의 편에는 러시아와 외에도 레바논에 거점을 둔 헤즈볼라, 북한이 서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북한은 러시아, 이란에 이어 병력을 보내 외화벌이를 하고 있다는 증언이 계속 나왔고, 비밀 지하기지에서 화학무기 생산을 지원하고 있다는 첩보까지 나와 충격을 줬다. 원래부터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었던 레바논 헤즈볼라의 시리아 내전 참가 자체는 그리 놀랄 일이 아니었지만 이들이 시리아에서 입수한 탄도미사일로 이스라엘을 공격하려 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중동 지역의 긴장을 고조시켰다.

한편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걸프협력회의(GCC) 국가들은 알 누스라 전선을 모태로 한 자이쉬 알-파테 등 이슬람 근본주의 반군들을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터키는 에르도안 대통령과 그 지지 세력의 뜻에 따라 쿠르드 민병대와 손을 잡은 ‘자유시리아군(SDF)’, 그리고 알 아사드 정권과 러시아군을 공격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서방 진영은 오바마 정부 때인 2016년 말까지는 시리아 사태에 적극 개입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 자유시리아군과 쿠르드 민병대에게 병력은 지원해주지 않고 교육과 무기만 제공했다. 테러조직 IS가 시리아까지 쳐들어온 뒤에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 특수부대가 비공식적으로 투입되기도 했지만 IS가 패퇴하고 러시아군이 대규모 병력을 시리아에 투입한 뒤로는 다시 교육과 무기만 제공하던 때로 되돌아갔다.

서방 진영의 소극적인 태도는 이후 러시아가 이란과 함께 시리아를 세력 확장의 거점으로 삼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2017년 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뒤 시리아 사태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2000여 명에 달하는 미군 병력의 철수를 희망했다. 2003년 3월 이라크 침공 이후 15년 째 수 조 달러를 들이붓고도 미국에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같은 해 3월 알 아사드 정권이 자국민을 향해 화학무기 공격을 자행한 뒤에는 전혀 다른 태도를 보였다. “자국민을 향해 대량살상무기를 사용하는 알 아사드 정권에게는 응징이 필요하다”며 4월에 토마호크 미사일 58발로 시리아 공군기지를 공격한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이란군도 사망했지만 이란은 아무 소리도 하지 못했다.

러시아 정부는 분노를 표하며 강력히 항의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대답은 “그래서 싸울 거냐”는 것이었다. 러시아조차도 한 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트럼프 정부의 시리아 압박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미 정보기관과 국제기구 전문가들을 통해 북한이 시리아에 화학무기 제조 및 생산에 필요한 기술과 설비를 제공했다고 전 세계에 공표한 것이다. 2016년 1월부터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로 세계를 위협하던 북한 김정은 정권은 또 다른 반인류 범죄 혐의를 받게 됐다.

트럼프의 등장과 화학무기 사용의 대가

트럼프 정부는 알 아사드 정권을 향해 계속 강력한 경고를 내놨다. 특히 화학무기를 사용할 경우에는 또 응징을 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러시아는 이에 반발했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트럼프 정부는 또한 이란을 향해서 “2015년 7월의 핵합의는 엉망”이라며 개정을 요구했다. 기존의 이란 핵합의가 핵무기 개발 시설 동결에 그쳤다는 점이 문제이므로 2018년 5월까지 핵무기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폐기와 함께 운반수단(탄도미사일) 또한 폐기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란과 러시아는 강하게 반발했지만 트럼프 정부는 완고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2018년 4월 알 아사드 정권이 다시 자국민에게 화학무기를 사용하자 트럼프 정부는 다시 미사일 공격을 가한 것이다. 공격 이전에 러시아 정부가 “시리아 공격은 침략 행위”라며 “만약 러시아 인이 다친다면 반격을 할 것이며, 핵전쟁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지만 트럼프 정부는 아랑곳 않고 공격을 실시했다.

미국의 주도로 프랑스, 영국이 함께 시리아를 공격한 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2017년의 공격이 아사드 정권에게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한 것 같은데 이번에는 우리와 동맹들이 더욱 강력한 타격을 실시했다”며 “미국과 동맹국은 알 아사드 정권과 그의 살인마 군대가 더 이상 화학무기를 사용하는 악행을 저지를 수 없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밝혔다.

한편 ‘핵전쟁’을 운운하던 러시아는 시리아 공격을 맹비난하면서도 어떻게 대응하지를 못하고 있다. 연합군 공격이 러시아 주둔지를 모두 피한 정밀 타격이었고, 공격 대상 또한 민간인들이 거주하는 곳과는 떨어진 지역이어서 인도적 차원에서의 명분도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직 러시아 스파이 부녀에 대한 화학무기 공격도 러시아의 발목을 잡았다.

지난 3월 4일(현지시간) 영국에 거주하던 전직 러시아 군 총참모부 정보국(GRU) 스파이 세르게이 스크리팔 부녀가 신경가스 ‘노비촉’에 중독돼 숨질 뻔한 사건이 그것이다.

러시아 정부는 스크리팔 부녀에 대한 신경가스 공격이 “영국의 조작이며 음모”라고 주장했지만 영국을 필두로 한 서방 국가들은 화학무기금지기구(OPCW) 전문가에게 사건 조사를 맡겼고 그 결과 구 소련에서 생산한 신경가스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러시아가 반박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자국 내에서의 화학무기 사용이라는 굴욕을 당한 영국 정부가 시리아 공격에 적극 가담하게 된 것도 “화학무기 사용이라는 국제법 위반에는 응징뿐”이라는 메시지를 러시아에 던지기 위한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트럼프 정부는 시리아 공격을 통해 알 아사드 정권뿐만 아니라 이들을 돕는 이란과 북한, 러시아에도 중요한 메시지를 보냈다.

“미국 정부 정책에 전략적 인내니 뭐니 하는 양보는 더 이상 없다”는 것이다. 또한 이란이나 북한이 대량살상무기를 개발·사용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상상하라는 메시지도 담겼다.

트럼프 정부는 또한 시리아 사태로 다른 변화도 이끌어 냈다. 이란과 시리아, 북한이라는 ‘악의 동맹’이 중동의 평화와 안정을 파괴하려는 시도를 지역 국가들 스스로 막아야 한다는 점을 깨닫게 만든 것이다.

이는 최근 ‘모하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이란과 시아파의 중동 패권 장악을 막기 위해서라면 이스라엘과도 손을 잡을 수 있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거듭 밝힌 것에서도 드러난다.

시리아 사태는 이처럼 ‘또 하나의 한반도 갈등’과 같은 모습을 보인 중요한 국제적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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