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오래된 집 무너지는 거리...주택 과잉사회 도시의 미래
[신간] 오래된 집 무너지는 거리...주택 과잉사회 도시의 미래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8.05.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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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노자와 치에는 도요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도시공학 박사로 오사카대학교 공학 대학원에서 환경공학 전공 석사 과정(도시환경디자인학) 수료 후, 건설회사에 취직하여 개발 계획 업무 등에 종사했다. 이후, 도쿄대학교 공학 대학원에서 도시공학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도쿄대학교 첨단과학기술연구센터의 첨단도시건설연구 특임조교, 동 대학원 도시공학과 강사를 역임했고, 현재 도요대학교 이공학부 건축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도시계획과 주택정책이 주택 공급과잉에 미치는 영향, 주택 및 도시 기능의 입지 유도 방법, 인구감소사회에서의 토지이용계획 및 개발 허가제도 등을 주제로 시민들이 마음 편히 생활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들기 위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일본에 도시계획은 필요합니까?』 『도시계획과 도시건설을 알 수 있는 책』 『주민이 주체가 되는 도시계획과 건설에 도움이 되는 방법』 등이 있다.

도시계획을 다룬 도서로는 유례없는 대중적 관심을 받으며 아마존재팬 종합 50위 내에 랭크되고 17개월 연속 분야 베스트셀러를 기록하고 있는 『오래된 집 무너지는 거리』가 국내에 출간되었다. 2060년 일본 인구는 약 8,700만 명으로 인구감소가 시작된 2010년 인구 1억 2,806만 명의 약 70%로 예측된다. 인구가 감소하니 빈집이 증가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을까? 하지만 현실은 훨씬 더 복잡하다. 일본의 총 세대수는 약 5,245만 세대이며, 총 주택 수는 6,063만 채로 주택이 16% 더 많다(2013). 그런데도 인구 1천 명당 주택 착공 건수는 2014년 기준 영국의 2.8배, 미국의 2.3배, 프랑스의 1.3배로, 유럽·미국과 비교해 월등히 많다. 반면 주택의 수명이 영국은 약 77년, 미국은 약 55년인데, 일본은 30년 정도로 극히 짧다. 유례없는 인구감소 국가 일본은 유례없는 주택과잉 국가가 되었다. 지금도 도쿄 연안에는 초고층 아파트가 줄지어 들어서고 전국 각지의 교외와 농지가 택지로 개발되고 있어 인구 감소세보다 훨씬 더 가파르게 빈집이 증가하고 있다. 

도시공학 박사이자 도요대학교 건축학과 교수인 저자 노자와 치에는 이 문제는 일본이 인구감소 시대에도 고도성장기의 도시계획과 주택정책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인구 증가와 도시의 확산을 통해 경제가 성장하던 고도성장기의 패러다임에서 정부와 업계 모두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사람과 돈이 모이는 도시를 꿈꾸는 지방자치단체들은 도시계획 규제를 완화하고 신규주택 단지와 신도시를 개발해 ‘경제 살리기’를 꿈꾼다. 그러나 인구감소 사회에서 이런 노력은 구도심을 몰락시키는 동시에 이웃 지자체와 인구 쟁탈전을 벌이는 양상으로 변질되었다. 인구감소 시대에도 이런 비효율을 감내할 수 있을까? 주민들이 관심을 갖지 않으면 도시계획은 업계와 정계의 단기적 이해관계에 휘둘리기 쉽다. 

우리나라는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을 수 있을까? 우리는 저출산·고령화 속도가 일본보다 훨씬 빠르며, 주택건설업과 부동산 경기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제구조, 유달리 짧은 주택 수명, 전국 각지에서 벌어지는 외곽 신도시 개발도 그대로 일본을 닮았다. 

저자가 특히 염려하는 부분은 건설한 지 30년이 넘는 노후 분양 아파트(일본의 ‘맨션’)가 매년 13만 채씩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한 동의 건물에 수십 명, 수백 명의 소유자가 있으므로 개보수가 필요하거나 더 나아가 리모델링, 재건축 시점이 되었을 때 수많은 소유자들이 합의를 도출하고 비용을 각출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재건축을 할 때 건축비를 상쇄하려면 용적률을 대폭 상향하여 추가로 건설된 주택을 팔아야 하나 정부가 용적률 규제를 풀어준다고 해도 현재와 같은 주택과잉 상황에서는 누구나 선호하는 입지가 아니라면 추가된 세대수를 시장에서 소화하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기존 주택의 재건축률은 지난 수년간 10%에 그쳤다. 이 추세대로라면 대부분의 노후주택은 재건축되지 않고 빈집이 된다. 재건축 시점에 이르기 전에도 총 가구수가 많은 대규모 아파트일수록 관리비를 체납하는 가구 비율이 높고, 500가구가 넘는 경우 체납 주택이 총 가구 중 10%가 넘는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되었다. 

저자는 그중에서도 도쿄 올림픽 특수를 노리고 부동산 투자가 집중되고 있는 초고층 아파트에 주목한다. 초고층 아파트는 고층 건물에 타격이 큰 장주기 지진에 취약하고 화재가 발생했을 때 소방 활동이 어려우며 유사시에 노약자는 계단으로 대피하지 못해 건물에 갇히기 쉽다. 평소에도 유지관리 비용도 많이 들며 정전이라도 되면 주민들이 엄청난 불편을 겪게 된다. 수백 명의 다양한 소유자들은 일반 분양 아파트에 비해 건물관리에 대해 의견이 일치하기가 더욱 어려우며 건물의 수명이 다했을 때 재건축은 거의 불가능하나 그렇다고 건물을 철거하는 합의에 이르기도 매우 어렵다. 

일본에서는 고도성장기 주로 건설한 초등학교, 주민센터(일본의 ‘공민관’), 도로, 다리, 상하수도 시설 등 공공 인프라를 대대적으로 갱신해야 하는 시점을 맞이했다. 노인 인구 급증으로 사회보장 예산은 급증한 반면 생산연령인구 감소로 세수가 감소하여 기존 인프라를 갱신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그런데 인구 과밀화를 부르는 초고층 아파트 건설 붐이 일고 원래 주택이 없었던 교외와 농지에 무분별하게 거주지가 확산하면서, 새롭게 개발한 지역에 인프라를 구축하고 쓰레기 수거, 방범 활동 등의 공공 서비스를 추가해야 하는 부담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2025년 일본의 베이비부머 세대인 단카이 세대가 75세 이상의 후기고령자가 되면서 사망률이 높아지고 빈집도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노무라종합연구소에 따르면, 빈집을 철거하거나 다른 용도로 전용하지 않으면 2013년 약 820만 채였던 빈집이 2023년에는 약 1,400만 채가 되어 빈집 비율이 21.0%에 이르고, 2033년에는 약 2,150만 채가 되어 빈집 비율이 30.2%에 다다를 것으로 예측된다. 즉, 2033년 후에는 3채 중 1채가 빈집인 셈이다. 

상속인이 상속받은 주택에 거주하지 못하더라도 잘 관리하거나 철거한다면 빈집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팔리지도 않고 세입자도 들어오지 않아 관리비와 세금, 수리비만 잡아먹는 빚동산이 되어 버린 주택을 아예 상속받지 않으려는 상속포기가 급증하고 있다. 상속포기 신청 건수는 지난 20년 동안 3배 넘게 증가해 2014년에는 18만 건을 넘었다. 그러나 상속포기를 신청하더라도 원칙적으로는 새로운 관리자가 선임되기 전까지 주택에 대한 관리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한편 빈집 수의 52.4%가 임대형이다. 새로 건설되는 임대주택의 수는 1년에 약 35만 가구에 이르며 감소할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고령화로 농사를 포기한 토지 소유자나 은퇴자들은 임대사업을 하고 싶어 한다. 수요와 상관없이 임대아파트가 급증하는 이유로는 전대차 시스템을 들 수 있다. 건물 관리 회사(서브리스 회사)가 소유자에게서 건물을 일괄 차용해 입주자에게 전대하는데, 임대료를 보장받고 임차인을 관리하는 부담에서도 벗어나는 등 장점이 크다. 그런데 전대차 시스템에서는 임대아파트 건설을 서브리스 회사 또는 관련 건설 회사에서 수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대부분의 경우 서브리스 회사는 임대아파트 건설만으로 대부분의 이익을 얻게 되어 있다. 이렇듯 임대아파트를 짓고 분양해서 수익을 거둔 후 공실이 생기거나 관리에 문제에 생기면 소유자에게 교묘하게 문제를 떠넘기는 서브리스 회사의 영업 방식은 임대형 빈집 증가의 주된 요인이 되고 있다. 

빈집이 이렇게 급증하는데도 고도성장기처럼 신규주택이 쏟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빈집을 재활용하고 재건축하는 데에는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들어가는 반면 물량이 적어 건설업계에는 이득이 별로 없다. 주택건설업계 입장에서는 용적률 규제를 완화해 초고층 아파트를 짓고, 교외와 농지의 토지 규제를 완화해 저렴한 땅에 주택 단지를 건설하는 것이 이익이다. 이러한 업계의 이해관계가 인구를 늘리려는 지자체와 토지 소유자의 이해관계와 결합하여 주택과잉 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 규제 완화를 원하는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만 높은 가운데, 말없이 세금만 내는 시민들은 자산 가치 하락과 주거환경 악화를 감내하고 있다. 

도쿄 연안에 줄지어 들어서는 초고층 아파트들은 조망권을 내세워 비싸게 분양하지만, 새로 들어서는 아파트가 기존 아파트의 조망을 가리는 조망권 싸움 양상이 전개되며 거실에서 내다본 조망이 다른 초고층 아파트뿐인 지경에 이르렀다. 좁은 지역에 인구가 밀집하면서 주민들은 초등학교 과밀학급 문제와 교통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상하수도 시설이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농지에도 주택 단지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주택업체는 분양하고 나면 그뿐, 입주민들과 주변 농가, 공장과의 갈등은 오롯이 주민들의 몫으로 남는다. 

반면에 수십 년 전에 조성한 신도시 주택들은 주택 상태와 주거환경이 양호해도 수천만 원에도 팔리지 않는다. 교통이 편리한 역 주변에는 도시가 처음 개발될 때 들어선 노후주택들이 빈집이 되고 있다. 그 한편에서는 대중교통 이용이 불가능한 지역에 세대당 3~4대를 주차할 수 있는 부지를 확보하며 대규모 주택단지를 개발하고 있다. 저자는 주택건설업계와 지자체가 규제가 느슨한 저렴한 토지를 찾아 마치 화전 농업(숲에 불을 지르고 무계획적으로 개간을 반복하는 영리 목적의 농법)식 개발을 추구하고 있으며 이러한 ‘화전식 도시계획’이 주택과잉과 빈집 급증의 원인임을 지적한다. 

일본 정부에서는 2013년 ‘인프라 장기 수명화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지속 가능한 국가를 만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따라 각 지자체에서는 철도역을 거점으로 공공시설을 집약하고 활용도를 높이거나 초등학교에 주민센터를 병설하여 마을의 중심으로 삼는 한편 재해 발생 시 대피소로 활용하려고 추진하고 있다. 공공 인프라를 유지할 최소한의 거점을 정해 막대한 인프라 관련 비용을 감축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정책과 정면으로 모순되는 거주지 확산이 지속되고 있다. 고독사나 치매 피해를 우려하여 세입자로 환영받지 못하는 노인들이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노인복지주택’을 건설하면 정부에서 세제 혜택은 물론 보조금을 지급받는다. 저렴한 토지를 선호하는 사업자들이 편의점 하나 없는 불편한 입지에 노인복지주택을 건설하기도 한다. 일본 정부가 외국에 비해 지나치게 짧은 주택 수명을 늘리고자 도입한 ‘장기우량주택’ 역시 저렴한 토지를 찾아 침수가 예상되는 저지대나 대중교통에서 멀리 떨어진 외진 곳에 건설해도 입지에 상관없이 세제 혜택과 융자 혜택을 받는다. 

도로, 초등학교, 공원, 상하수도 시설 등의 거주지 기반이 충분히 갖추어지지 않은 지역에 신규주택이 계속 들어서면 지자체에서는 각종 인프라를 새로 조성하고 정비해야 한다. 공공시설이나 도로, 다리 등의 유지관리, 방재 대책, 쓰레기 수거 등을 실시해야 하는 영역이 증가하고 새로 거주지로 편입된 지역의 유지관리를 위한 거액의 세금이 ‘영구적으로’ 필요해진다. 반면, 거주지가 확산되어 인구 밀도가 낮아지면 슈퍼마켓과 주유소가 통폐합되거나 폐업해서 주민들의 생활은 매우 불편해진다. JR동일본선은 전체 70개 노선 중 18개 노선만 흑자이고, 52개 노선이 적자다. 적자 노선만 있는 지방도시에서는 노선 유지를 위해 지자체가 세금으로 지원하는 경우가 많지만, 언제까지 지원할 재정 여건이 될지 가늠하기 어려워 결국 노선 폐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일본에서는 최소한의 생활 인프라를 지켜낼 거점을 중심으로 도시를 축소하는 ‘콤팩트시티’ 정책을 채택했지만, 한편으론 각종 규제완화로 거주지가 무분별하게 확산하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저자는 정부의 도시계획에 입지 유도 정책이 결여되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그래서 노인복지주택이나 장기우량주택 지원사업처럼 정부 정책에 따른 개발 사업에서도 입지를 전혀 고려하지 않으며, 심지어 지진이 잦은 나라지만 활단층 위에 집을 지어도 막을 수 없는 실정이라고 한다. 

주택 입지의 중요성을 인식한 일본 정부는 드디어 2014년 ‘입지 적정화 계획 제도’를 발표하고 주택, 병원과 복지시설, 상업시설 등이 한데 모여 고령자가 자동차에 의지하지 않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이런 시설에 접근할 수 있는 마을 만들기를 목표로, ‘콤팩트시티 × 네트워크’ 형성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도시 기능 유도 지역’과 ‘거주 유도 지역’을 지정해 주요 시설과 주택의 입지를 유도하기로 한 것이다. 거주 유도 지역이 아니라고 해서 주민이 거주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거주 유도 지역을 공공 인프라의 거점으로 삼아 관리해 나간다면, 그 외의 지역 주민들도 가까운 거주 유도 지역을 최후의 보루로 삼아 생활수준 하락을 막을 수 있게 된다. 

이처럼 정부가 입지 유도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나 여전히 많은 지자체들은 입지 적정화 계획 제도를 채택하고 동시에 개발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모순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음을 저자는 우려한다. 지자체 정치인과 공무원들은 인기 없는 정책을 펴기 어렵다. 이런 현실을 감안할 때 시민들이 도시계획과 주택정책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없다. 시민들이 말 없는 다수로 남지 않고 주택의 자산 가치와 미래의 세금 부담을 고려해 한 명, 한 명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저자는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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