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왜 인문학적 감각인가....인공지능 시대, 세상은 오히려 단단한 인문학적 내공을 요구한다
[신간] 왜 인문학적 감각인가....인공지능 시대, 세상은 오히려 단단한 인문학적 내공을 요구한다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8.05.09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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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조지 앤더스는 스탠포드 대학 졸업 후 《월스트리트 저널》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으며 《패스트 컴퍼니Fast Company》의 수석 편집자를 역임했다. 《블룸버그 뷰Bloomberg View》의 전속기자로도 활동했으며 1997년에는 국내 보도 부분에서 퓰리처상을 공동수상했다. 

집필한 책으로는 『Merchants of Debt』, 『The Rare Find』, 『Health Against Wealth』 등이 있으며, 휴렛팩커드의 전 CEO인 칼리 피오리나의 평전인 『Perfect Enough』는 《뉴욕 타임스》 선정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다. 현재는《포브스Forbes》의 객원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왜 최첨단 하이테크 시대에 오히려 인문학적 감각을 요구하는가 

이 책의 출발점은 저자가 2015년에 《포브스(Forbes)》의 커버스토리로 쓴 “쓸모없는 인문학 공부가 테크놀로지 분야로 진출하는 가장 핫한 티켓이 되다”라는 기사에서 시작되었다. 기사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는데, 그의 기사는 <인문학에 대한 새로운 선언>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갔다. 이 책은 실제 비즈니스 현장과 우리 삶에서 인문학의 가치가 새롭게 재조명되고 있는 현상을 살펴보면서, 왜 유례없을 정도로 신기술의 각축장이 되고 있는 <최첨단 하이테크 시대인 21세기에 역설적으로 세상은 인문학적 감각을 필요로 하는지> 그 이유를 추적한다. 테크놀로지의 영향이 커질수록 요즘은 직무에서도 인간적 감성, 인문학적 감각이 요구되고 있다. 저자는 인문학적 감각을 <인간의 가진 가장 가치 있는 재능>이라고 평가하면서 그와 같은 역량을 지닌 사람이 어떤 강점을 지니고 있는지도 함께 분석한다. 

테크놀로지는 어떤 일자리들은 몰아내지만 20년 전에는 존재조차 하지 않았던 새로운 기회들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기술 주도 혁명의 단단한 중심부에서 이미 있는 것과 앞으로 있게 될 것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 비기술적 일자리들(nontechnical jobs)도 대규모로 창출되고 있다. 이들은 이른바 서로 다른 세계를 잇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이브리드 일자리라고도 불리는 이 직무는 <일부> 전문 기술지식과 <상당한> 비기술적 통찰력이 혼재된 자리다. 미국에서는 해마다 이 부문에서 적어도 24만 개의 일자리들이 생겨나고 있다.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한 제품들의 경우, 프로그래머 팀이 기존에 나와 있는 코드를 활용하면 수주일 정도면 만들어낼 수 있다. 정작 어려운 부분은 그것을 흥미로운 아이디어로 받아들일지 아니면 무시할지, 그 생각을 알 길 없는 잠재적 사용자들과 접촉하는 일이다. 사람들이 그 제품을 사용해서 자신의 삶이 얼마나 나아질지 상상하게 만드는 일, 그런 마법을 부릴 줄 아는 사람들은 기술지식보다 비기술적 통찰력이 훨씬 더 필요한 하이브리드 업무에 종사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실제 수많은 기업체들이 인문학적 소양과 감각을 지닌 사람들을 채용하는 현황과 그런 사람들을 고용하는 이유, 또 그들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도 함께 살펴보고 있다. 

조사 결과, 가장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스타트업 설립자 중 3분의 1이 인문학을 공부>했으며, 조지 소로스를 비롯해 <돈을 다루는 사람들 가운데 의외로 많은 수가 인문학을 공부>했으며 그 중에서도 특히 철학 전공자가 많으며, 전 세계 27개국에 진출해 있는 세계적인 투자회사 모닝스타(Morningstar)는 <채용의 경계선을 허물어> 비판적 사고력을 겸비한 인문학 전공자들을 채용한 덕분에 성장했으며 회사 이름 또한 소로의 『월든(Walden)』 속 문구에서 따왔다. IBM의 경우 블록체인 팀에 컴퓨터 공학도들, 금융 전문가들 외에 사회학 전공자를 뽑았으며, 페이스북의 <엄지척> 디자인을 창시한 사람은 작곡을 전공했다. 

기술 광신도 집단 같은 <페이스북>도 초기 생각을 바꿔 엔지니어 위주에서 탈피하고 있다 

또 세계적인 경영컨설팅 기업인 맥킨지에는 인류학 전공자만 270명이 일하고 있으며, 미국의 양대 뮤추얼 펀드 회사 중 한 곳인 피델리티자산운용(Fidelity)의 경우 CEO가 예술사를 전공했을 뿐 아니라 직원 중 <영문학 전공자는 1,138명이다. 이와 비교해 재무 전공은 1,186명, 경제학 전공은 1,145명>이다. 또 경영 및 회계 컨설팅 업체인 딜로이트는 입사시험에 예술 과목을 추가했으며, <이베이, 드롭박스, 스냅챗, 그리고 트위터에 초기 투자한 것으로 유명>한 벤처 캐피털리스트 매트 콜러는 예일 대학교에서 음악을 공부했고, 피터 펜턴은 스탠포드 대학교에서 철학을 공부했다. 또한 페이스북은 초창기 생각을 뒤집어 광고, 마케팅, 사업개발 부서에 수천 명에 달하는 인원을 채용하고 있다. 그들은 페이스북의 상징과도 같은 후드티 걸친 엔지니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즉 기술 광신도 집단과도 같은 페이스북도 <소프트웨어 코딩 기술이 포용하지 못하는 가치 있는 재능>을 보유한 사람들을 필요로 한다. 

테드닷컴에 들어가 보면 2017년 초반만 해도 300만 뷰의 문턱을 넘은 사례는 단 3건에 불과했다. 하지만 현재 보이는 폭발적인 기록은 지난 20년간 올라온 그 어떤 동영상보다 테드 강연이 더 인기를 끌고 있다는 증거다. 그런데 이 리스트의 맨 꼭대기에 올라와 있는 것은 영문학과 드라마를 전공한 켄 로빈슨이 <창의성>을 주제로 한 강연이다. 그 뒤는 사회심리학자인 에이미 커디의 바디 랭귀지 강연이, 그리고 인류학 전공인 사이먼 시넥의 <위대한 지도자들이 행동을 이끌어내는 법>이 그 뒤를 잇는다. 이를 보면 사람들이 기술관련 지식과는 별개로 인문학적 소양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왜 기업들은 그것도 21세기에 인문학적 감각을 갖춘 사람들을 원하는가 

<비즈니스의 성공은 인문학의 중심 요소들에 달려 있다>는 믿음을 공유하는 기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들은 기술주의자들이 하지 못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을 필요로 한다. 인문학은 비즈니스나 공학처럼 일상적인 규범을 비추는 거울이 아니다. 인문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은 <사실과 공식들로 두뇌를 채우기보다는> 분명한 해답이 없는 현상들을 추적한다. 그래서 어느 것이 진짜이고 어느 것이 가짜인지, 어떤 것이 설득력을 갖고 있고 어떤 것이 소용없는지, 어떤 것이 이롭고 어떤 것이 해로운지를 판단할 수 있을 만한 <상황 분석능력>을 기르게 된다. 이들은 또한 인간에 대한 호기심, 창의적 사고, 공감하는 능력을 갖춘다. 따라서 인간을 이해하고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 기업들은 이런 사람을 현재 원한다.  꾸준히 은밀하게 연마한 탄탄한 인문학적 내공은 인공지능 시대에 그 진가를 발휘할 수 있다. 저자는 인문학적 감각이 발휘할 수 있는 능력으로 다음의 것들을 꼽는다. 

인문학적 감각은, 
ㆍ 인간의 본성을 꿰뚫어볼 줄 알게 하고, 
ㆍ 모호한 상황에서도 경계를 넘나들며 숨겨진 이면을 밝혀낼 줄 알게 하고, 
ㆍ 데이터와 숫자에 숨겨진 의미를 해석할 줄 알게 하며, 
ㆍ 사실과 공식이 아닌 통찰력과 상상력으로 두뇌를 채우게 하고, 
ㆍ 방정식으로도 풀어내지 못하는 것을 해결할 수 있게 하며, 
ㆍ 상황을 파악하고 분석할 줄 알게 하고, 
ㆍ 정보가 빈약하고 모순투성이여도 여기서 견고한 추론을 이끌어낼 줄 알게 하고, 
ㆍ 데이터에서 얻은 통찰을 세상과 나눌 줄 알게 하고, 
ㆍ 한 발 물러서서 맥락을 직시할 줄 알게 하고, 
ㆍ 복잡한 데이터 전체를 하나의 결정으로 통합할 줄 알게 하고, 
ㆍ 기계가 읽어내지 못하는 모호하고 흐릿한 정보로부터 현명한 판단을 이끌어낼 줄 알게 하고 
ㆍ 알고리즘은 감히 엄두도 못 내는 사람의 마음에 다가갈 줄 알게 한다. 

신기술의 각축장에서는 첨단 공학기술이 무엇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인지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성공과 실패는 <좀 더 큰 그림(bigger picture)>을 볼 수 있느냐의 여부에 달려 있다. 쉽사리 종잡기 어려운 행보를 보이는 테크놀로지 시대에 실용적인 공부는 다음 달에 하게 될 일을 준비시킨다. 하지만 인문학은 우리에게 <영원>을 준비시킨다. <가장 비실용적>이라는 꼬리표를 달아야 했던 인문학적 감각은 비밀의 묘약 같은 것이 아니다. 그것은 누구나 연마할 수 있는 역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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