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선언'의 함정과 향후 시나리오
'판문점선언'의 함정과 향후 시나리오
  • 김광동 미래한국 편집위원, 나라정책연구원장
  • 승인 2018.05.09 16:5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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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은 427남과 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 목표를 확인했다고 선언했다. 영문으로는 “South and North Korea confirmed the common goal of realizing, through complete denuclearization, a nuclear-free Korean Peninsula”였다. 어디에도 북한 핵폐기를 표현해내지 못했다.

1992년 남북이 합의한 허구적 한반도 비핵화선언의 반복이자 재탕이자 명백하게 한국도 참여한 6자회담 결과인 9.19합의(2005)보다 후퇴한 것이다. 북한이 1984년 핵비확산조약(NPT) 가입하며 약속한 이래 32년간 반복된 한반도 비핵화(denuclearization)란 위장 전략에 가담했거나 다시 한번 속는 순간이었다.

김정은의 조부 김일성은 핵개발을 추진하면서도 국제사회의 제재를 피할 목적으로 핵비확산조약에 위장 가입하며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겠다는 문서에 서명했었다. 김일성은 노태우 정부를 대상으로 한반도 비핵화선언(1992)에 합의하는 방식으로, 정작 자신들은 핵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도 한국에 배치되었던 전술핵무기는 모두 철수하게 만들었다.

당시 한반도 비핵화 선언은 핵무기는 물론이고 평화적 에너지 사용과 관련된 핵물질의 농축시설과 저장까지 포기할 것이라며 한국과 국제사회를 농락(籠絡)했었다. 북한은 핵포기와 비핵화 약속을 반복하면서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査察)은 계속 거부해왔다.

북한 핵개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력이 가중되자, 김일성은 주한미군 철수를 추진했던 지미 카터 전 미 대통령을 초청해 대동강에 배를 함께 타며 핵 포기 약속을 클린턴 대통령에 전해달라는 계략(計略)으로 미국 정부의 대북 압박을 무산시켰다. 그리고 다시 한번 한반도를 비핵화하겠다는 미북 기본합의문(갈루치-강석주, 1994)에 사인하는 것으로 종결지었다.

김일성을 이은 김정일은 더 확고하게 비핵화를 약속했었다. 2005년 중국이 주도한 6자회담을 통해 발표된 9.19합의에서 김정일은 모든 핵무기와 핵프로그램을 포기(abandoning all nuclear weapons and existing nuclear programs)하고 NPT에 복귀해 IAEA 사찰을 받겠다는 합의서에 서명했었다.

당시 노무현 정부와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드디어 한반도에 핵없는 평화의 시대가 열렸다고 감격했고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은 역사적 업적이 되었다고 격찬했다. 그러나 그런 흥분이 지나간 후에는 어떤 결과도 없었다. 2006년 다시 마련된 2.13 합의는 또 다시 핵무기를 폐기(abandoning)한다는 9.19합의 이행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물론 그 이후에도 김정일과 김정은은 12년에 걸차 6차에 걸친 핵실험과 ICBM 개발에 박차를 가하며 핵무력 완성에 모든 역량을 투입해왔다. 결과적으로 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실패가 반복되었는데 문재인 정부도 실패의 길을 또 다시 반복했고, 후퇴시켰다.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27일 열렸던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의 3차 남북정상회담 사진 31장을 29일 공개했다. / 연합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27일 열렸던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의 3차 남북정상회담 사진 31장을 29일 공개했다. / 연합

문재인-김정은의 4.27 판문점 선언은 한반도 비핵화선언(1992)이나 24년 전의 미북 기본합의(1994), 혹은 13년 전인 미.중을 포함한 6개국이 공동 서명한 9.19합의(2005)보다 후퇴한 것이다. 더구나 명백하게 중국과 북한이 주도하는 쌍중단(雙中斷)과 쌍궤병행(雙軌竝行) 노선에 가담한 것이었다.

무엇보다 판문점 선언에는 한국이 해야 할 철도와 도로 연결과 같은 각종 대북협력 조치와 NLL 평화수역 마련 및 종전선언을 통한 정전협정 폐기 같은 무장해제 조치만 나열되었을 뿐, 북한이 취해야 할 명확한 조치는 일체 명기되지 않은 상태에서 남과 북은 핵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것이 전부다.

그런 의지 표명은 수십 번 있었던 것이고 내용적으로도 명확한 북핵 폐기란 표현은 없이, 또다시 한반도 비핵지대화(nuclear-free Korean Peninsula)란 기존의 중국과 북한의 노선을 그대로 담았을 뿐이다. 명확하게 북한이 해야 할 조치인 핵의 포기 내지 폐기(abandoning or dismantling)라는 13년 전의 9.19합의내용조차 담지 못했다.

판문점 선언은 핵폐기를 위해 누가(Who), 언제(When)까지, 어떻게(How) 하겠다는 것인지가 담겨 있지 않고, 오히려 피해자이자 핵개발 당사자도 아닌 한국이 앞으로 해야 할 조치들만 잔뜩 나열한 합의문이었다.

특히 문재인-김정은 판문점 선언은 북한이 NPT에 가입(1985)하며 만든 한반도 비핵지대화(nuclear free zone) 전략에서 단 한 발짝도 진전된 것이 없다. 중국과 북한의 입장에서 한반도를 비핵지대화한다는 것은 한국을 포함한 한반도 전역에서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의 군대가 존재하지 않게 한다는 것이었다.

구체적 표현으로는 핵보유 국가인 미군이 한반도에서 철수하고 궁극적으로 한미동맹을 폐기하는 것을 의미해왔다. 그렇기에 중국과 북한은 끝까지 북핵 폐기란 표현을 거부해왔고, ‘한반도 비핵화혹은 비핵지대화란 표현만을 사용해왔다.

북한이 말하는 체제안정 보장과 미국의 대북 적대(敵對)정책 폐기란 곧 미국의 위협에서 북한 전체주의가 자유로운 상태가 되는 것이며, 궁극적으로 주한미군의 군사훈련 중단과 한반도 철수로 완성된다는 중국과 북한의 기존 전략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한반도에서 한미 군사훈련이 중단되고, 미국 군대가 없는 상태가 된다는 것은 중국 주도의 패권 헤게모니가 한반도와 동아시아 전역을 지배하는 상황이 되는 것을 말한다. 그렇기에 북한 핵전략은 중.북의 공동전략이면서도 본질적으론 중국이 주도(directing)하는 것이다.

권력체제 유지에 사활을 걸어온 북한의 3대 세습체제가 중국이 원하는 것을 맡아 대리하는 행동 대장이자 중국 변방을 지키는 셰퍼드가 되어 벌이는 전략의 일환이다. 김일성-김정일-김정은 전체주의 독재체제가 73년간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북한 주민 2500만을 희생시켜가며 중국이 원하는 동아시아에서의 미국 견제와 미군 철수전략을 충실히 따르며 앞장서서 해왔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4.27 판문점 선언은 중국과 북한의 32년간 계속된 핵전략에 놀아난 것이고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유엔의 북한 핵문제 해결만을 어렵게 만든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이를 알고도 했다면 이적문서(利敵文書)에 해당하고, 모르고 했다면 그것은 북한전략에 동조하며 완벽하게 속은 것이다.

그것은 지난 328일 및 58일 두 차례에 걸친 시진핑-김정은 중북회담에서는 단 한 차례도 북핵폐기(CVID)가 언급되지 않으면서 또 다시 단계적 동시조치(progressive and synchronous)’만을 합의하고 있는 것으로도 알 수 있다. 남북한 간 판문점 선언에서 표현된 단계적 방식의 군축(disarmament in a phased manner)”이란 향후 협상 방법론과도 정확하게 일치한다.

.북 정상회담은 물론 왕이 중국 국무위원과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지난 45일 쌍궤병행적 단계별 비핵화에 합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김정은이 모두 쌍중단(雙中斷)과 쌍궤병행(雙軌竝行)으로 단계적 비핵화와 단계별로 한미 군사훈련 중단 및 주한미군 축소 및 철수와 연계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

만약 판문점 회담이 북핵폐기에 조금이라도 의미가 있는 것이라면, 그것은 김정은이 1945년 이래 지난 73년간 계속된 기본노선을 파기하는 것에 해당한다. 에너지와 무역, 안전보장 및 국제사회로부터의 보호를 포함해 그야말로 73년간 생명줄이던 중국과 러시아를 완벽하게 속이며 한국 및 미국과 거래하겠다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김정은이 과연 중국과 러시아를 속이는 것인지, 아니면 중국과 협의해가며 문재인 정부를 속이는 것인지는 더 이상 지켜볼 필요도 없다. 단언컨대 문재인 정부가 속았거나, 암묵적으로 동조하며 속아준 것이다.

이런 상황을 고려한다면, 앞으로 전개될 전망도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북한 김정은은 트럼프 정부의 압박에도 비핵화를 약속하며 시간을 끌고 지루한 협상을 반복할 것이다. 협상의 성격상으로는 한 술 더 떠서 핵보유국(nuclear power)의 위치에서 판문점 선언대로 군축(軍縮, disarmament)협상으로 전환해 나갈 것이다.

북한은 핵보유는 기정 사실화 하면서도 핵무기를 언제든지 폐기할 수도 있으나, 그 핵폐기는 미국이 한반도에서 군사훈련을 중지하고 궁극적으로는 한반도에서 철수하는 일정과 연동시켜가며 단계적으로 하겠다는 전략을 구사할 것이다. 그런 상태가 바로 평화협정(peace treaty)’ 체제이고 북한의 안전이 보장된 상태라는 것이다.

32년 계속된 그 기본전략은 북한체제를 떠받치고 있는 중국 및 러시아의 기본전략이기에 북한이 마음대로 바꿀 수도 없다. 중국의 기본전략에 반하는 방향으로 간다면 김정은의 권력체제부터 보장되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와 김정은 간의 회담이 개최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고 가능성도 낮다. ‘노벨상운운하는 것에서 보듯 트럼프 대통령이 들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했던 부시 정부도 북한의 냉각탑 폭파 쇼(2008)를 함께 보며 실패했었다는 것을 생각해볼 때, 트럼프도 실패하지 않을 것이란 보장은 없다.

그러나 대북정책과 관련해 전임 정부를 강력 비판하며 결코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공언했기에 또 다른 실패에 따른 트럼프의 리스크가 매우 큰 것도 사실이다김정은으로서도 약속 불이행에 따른 미국의 가중된 압박 강화 및 제한적 군사 조치에 직면하게 될 리스크가 마찬가지로 매우 큰 것도 사실이다.

그 모든 과정과 협상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플레이어(player)로 나선 핵게임(Nuclear Game)을 통해 중국과 북한이 거두고자 하는 최대의 전략이란 바로 한국 사회 전체를 반미체제로 전환하는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사드 배치 반대를 통해서도 그런 반미체제 확대 전략을 최대한 구사하고자 했다.

그들은 판문점 선언으로 남.북 주도로 한반도 평화 국면이 조성되고 있었는데 그런 해결 과정을 미국이 파탄(破綻)내고 다시 긴장과 전쟁 국면으로 바꿨다는 비난을 조성하며 모든 책임을 미국에게 돌리며 한미동맹을 이간질하는 데 최대한의 목표를 둘 것이다.

특히 북한에 대한 향후의 압박과 군사조치 검토가 한국 경제와 안정에 막대한 피해와 파국을 초래하게 될 것이며, 광화문에 동원된 100만 군중이 일제히 전쟁반대를 외치며 군사조치 반대시위로 한국 사회가 반미체제로 전환되는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며 관리해가야 한다.

비록 그것은 우리에게 최악의 시나리오이지만 중국과 북한이 가장 선호하는 전략이자, 그들이 염원해온 목표를 일거에 쟁취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문재인 정부도 그런 상황으로 전개되는 것을 굳이 피하고자 할 것 같지도 않다.

현재 문재인 정부와 김정은 간의 상호협력과 한국 언론 및 지성계의 전체주의에 대한 동조미화(同調美化) 현상을 보면 가능성이 없지도 않다. 향후 몇 달간은 32년간 계속된 전체주의 북한 및 중국의 거짓 평화위장 비핵화전략에 맞서 우리 모두의 각고의 노력과 슬기로운 대처가 요구되는 엄중히 시기이다.

* 한국하이에크소사이어티에 기고한 글을 일부 수정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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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연 2018-05-10 15:36:29
가짜평화라도 좋으니까 니들은 차라리 일본에나 가서 아베신조 사타구니나 빨고살어~!!!!!

박혜연 2018-05-10 15:34:55
어차피 김정은 도널드 트럼프앞에서는 꼬리내리게 되어있으니까 가만히좀있어라~!!!!! 미래한국 틀딱들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