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법 개정 관련 언론노조 여론조사에 담긴 '꼼수'
방송법 개정 관련 언론노조 여론조사에 담긴 '꼼수'
  •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8.05.09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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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71.7%가 공영방송 이사를 정당 대신 국민이 추천해야 한다고 생각” 언론노조 주장은 어떻게 해서 나오게 됐나?

방송법을 포함한 안건을 놓고 국회 정상화를 위한 여야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는 가운데 민주노총 산하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 위원장 김환균)은 지난 5일 여야 방송법 협상 중단을 촉구하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시민사회와 언론 노동자들은 방송법이 국회 정상화를 위한 타협안이 될 수 없음을 계속 강조했다"며 "여야가 오늘 방송법을 협상안으로 삼은 것은 귀를 막고 밀실 개정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언론노조는 앞서 국민의 71.7%가 공영방송 이사를 정당 대신 국민이 추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에서 응답자 14.8%만이 국회에서 논의 중인 방송법 개정안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언론노조는 이를 근거로 "여야는 설문조사에서 공영방송 이사의 국민 추천 방식을 선택한 사람들이 그 이유로 정치권으로부터의 독립을 들었다는 점에 귀 기울여야 한다"며 "공영방송 정상화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려는 야합은 강력한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언론노조가 공개한 여론조사의 설문 내용은 공정한 조사라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방송법 개정안이 발의된 취지와 핵심 쟁점 사항 등 방송법 논란을 둘러싼 해묵은 갈등과 언론노조의 꼼수를 시민들이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워서다.

언론노조가 의뢰한 방송법 개정안 관련 여론조사는 ‘방송법 개정안’ 저지가 목적

언론노조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의뢰해 5월 2일 하루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1천명을 대상으로 유무선 전화면접(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을 통해 실시한 방송법 개정안 논의와 관련한 여론조사에서 조사기관의 기본설명은 아래와 같다.

“KBS, MBC, EBS 공영방송 이사회는 관례에 따라 국회에서 여당이 다수의 이사를 추천하고, 야당이 소수 이사를 추천하여 구성해 왔습니다. 현재 국회에서는 방송법으로 이를 보장하고,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당 몫의 이사 추천 비율을 늘리는 개정안을 논의 중입니다. 언론종사자들과 시민사회는 정치권 개입을 배제하기 위해 ‘국민추천방식’으로 바꾸는 안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조사기관은 ‘최근 국회의 방송법 개정논의에 대한 질문입니다’라며 위와 같은 기본설명을 전달한 뒤, 아래와 같은 설문 문항을 제시했다.

Q1. 이와 관련 선생님께서는 방송법이 어떤 방식으로 개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① 관례였던 정당 추천방식을 유지하되, 야당이 추천하는 이사의 수를 늘리는 방식으로 바꾸어야 한다.

② 관례였던 정당 추천방식을 폐지하고, 국민이 공영방송 이사를 추천하는 방식으로 바꾸어야 한다.

⑨ 모름/무응답

Q2-1. (1항 선택자 추가 질문) 선생님께서 1을 선택하신 이유는 무엇입니까?

① 기존 정당 추천 방식을 통해 구성된 이사회가 공영방송을 잘 운영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② 국회가 국민을 대표해 공영방송 이사 추천권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③ '국민 추천 방식'으로 바꾸는 것이 구체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④ 기타

⑨ 모름/무응답

Q2-2. (2항 선택자 추가 질문) 선생님께서 2를 선택하신 이유는 무엇입니까?

① 기존 정당 추천 방식을 통해 구성된 이사회가 공영방송의 공정성을 훼손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② 국민이 직접 공영방송 이사를 추천해야 방송이 정치권으로 독립할 수 있기 때문에

③ 국회가 국민의 뜻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므로

④ 기타

⑨ 모름/무응답

이와 같은 설문 방식은 문제가 있다. KBS, MBC 등 공영방송은 역대 정권마다 방송장악 논란을 거듭해왔다. 때문에 일반 국민 입장에서는 방송법 개정안에 담긴 내용이 실제로 어떤 효과를 낼 것인지 보다는 “언론종사자들과 시민사회는 정치권 개입을 배제하기 위해 ‘국민추천방식’으로 바꾸는 안을 제안하고 있습니다”는 기본설명에 무조건적인 찬성의견을 보일 수밖에 없게 된다.

따라서 설문 Q1에서 ‘관례였던 정당 추천방식을 폐지하고, 국민이 공영방송 이사를 추천하는 방식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②항을 자연스럽게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언론노조 측의 설문자체가 거의 반사적으로 ②항의 답변을 유도하는 식으로 설계된 셈.

“방송법 개정안에 정당 개입 배제하면 방송 불공정성 더 악화” 아이러니

언론노조가 "공영방송 이사의 정당 추천 폐지해야"한다는 의견이 무려 71.7%에 달한다며 여야의 방송법 협상 중단을 요구하며 여론플레이에 나선 근거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언론노조 홈페이지 캡처
언론노조 홈페이지 캡처

공영방송 장악 논란 속에서, 정치권 간섭을 배제하고 국민이 직접 공영방송 이사를 선택한다는 대의명분은 누구도 쉽게 반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실제로 국민추천 방식의 이사선출이 방송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을까?

추혜선 정의당 의원이 지난 해 국민추천 이사선출 방식 등을 골자로 한 방송법 개정안을 지난 해 11월 대표 발의한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추 의원은 민주노총 산하 전국언론노동조합과 연대 활동을 전개해 온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 출신으로, 공영방송의 이사를 일반 국민 200명으로 구성된 이사추천국민위원회를 통해 선정함으로써 방송에 대한 정치적 영향을 최소화한다는 내용의 새 방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와 관련해 언론감시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여야가 협상 테이블에 올렸던 방송법 개정안은 지금의 여당, 더불어민주당이 야당 시절 보수정권의 방송장악을 막는다며 자신들이 내놓은 개정안”이라며 “민주당 2중대 소리를 듣는 정의당의 추혜선 의원이 내놓은 개정안은, 방송에 대한 야당의 개입을 아예 원천봉쇄하기 위한 것으로, 이사추천국민위원회란 들러리를 통해 오히려 언론노조의 방송장악을 강화해주는 법안”이라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언론노조와 문재인 정권, 좌파세력은 사실상 한 몸으로 움직여왔기 때문에 국민이란 대의명분으로 포장한 방송법상 야당의 개입을 배제시키면, 오히려 공영방송의 불공정성, 좌편향성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언론노조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의뢰한 방송법 등 법률 개정 관련 여론조사-1
언론노조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의뢰한 방송법 등 법률 개정 관련 여론조사-1
언론노조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의뢰한 방송법 등 법률 개정 관련 여론조사-2
언론노조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의뢰한 방송법 등 법률 개정 관련 여론조사-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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