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브랜드 디자인
[신간] 브랜드 디자인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8.05.11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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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캐서린 슬레이드브루킹은 디자이너이자 교육자다. 현재 영국 크리에이티브아츠대학교(UCA)에서 그래픽 커뮤니케이션 과정의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 책은 그 학교의 학생들을 위한 강의를 토대로 쓰여졌다. 

로이즈은행, BBC, 글락소스미스클라인, ICI, 선데이타임스, 랜덤하우스, 세계자연기금(WWF) 같은 기업들을 위한 디자인과 브랜딩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교육자가 되기 전에는 일러스트레이터로 커리어를 시작했고 유수의 국제 전시회에 출품했다. [일러스트레이션 기법 백과사전], [아티스트&일러스트레이터 매거진] 등 여러 지면에서 작가와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1장 ‘브랜드의 본질’에서는 먼저 브랜드의 개념이나 역사와 같은 가장 일반적인 접근으로 발을 내딛는다. 브랜드는 본디 ‘낙인’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서부 시대의 목장주는 달군 인두로 자신의 소떼에 자기 것이라는 표식을 남겼다. 

그러니 브랜드란 ‘이것은 나의 소유물이다’라는 주장에 다름 아니었던 것이다. 이러한 전통적인 브랜딩의 설명을 마친 뒤 현재진행형의 브랜딩으로 얘기를 옮겨간다. 현대의 모든 브랜드들은 소비자와의 강력한 정서적 유대 관계를 맺고 싶어 한다. 

이른바 ‘정든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싶어 하며, 그 상태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브랜드는 이제 ‘제품’과 ‘광고’에 그치는 무언가가 아니며, 그 둘을 초월한 존재가 됐다. 미래의 브랜딩이 갖춰야 할 성질을 직접성, 융통성, 휴대성, 상호작용성, 소유가능성으로 정리한다. 

2장 ‘브랜드 해부학’에서는 소비자가 브랜드를 인식하는 데 있어 가장 유력한 가시적 요소들ㅡ로고, 슬로건, BI 등ㅡ와 비가시적인 요소들ㅡ브랜드 철학, 브랜드 약속, 가치, 스토리ㅡ를 함께 다룬다. 브랜드를 이루는 성분을 크게 두 가지로 해부한 셈이다. 

가시적 요소들은 도해와 함께 차근차근 설명해 나간다. 가령 우리의 뇌리에 깊게 남아 있는 유명한 슬로건들을 몇 가지 유형으로 분류한다. 나이키의 저 유명한 슬로건 'JUST DO IT'은 행동을 촉구하는 명령형 슬로건이다. 

한편 폭스바겐의 'THINK SMALL'이라는 문구는 아이러니한 뉘앙스를 가진 도발형의 슬로건이다. 위 문구들은 그 자체로 독특한 보이스톤을 가지고 있으며 그 문구가 쓰인 화면의 시각적 보이스톤과 훌륭히 연동되므로 좋은 예시가 된다. 


비가시적 요소들 또한 다양한 브랜드를 예로 들어 그 중요성을 설명한다. 성공적 브랜드 스토리가 동일한 두 개의 물건 사이의 가치를 판연히 구분한 사례가 있다. 2006년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롭 워커가 수행한 검증이 그것이다. 

“두 사람은 벼룩시장과 골동품상을 돌면서 낡은 나무망치, 플라스틱 바나나 따위 쓸모없는 물건들을 이것 저것 잔뜩 사들였다. 물건 하나당 평균 가격은 1.28달러였다. 그런 다음 100명의 재능 있는 작가들에게 부탁해 각각의 물건에 대한 짧은 이야기를 지어냈고, 이를 제품 설명으로 붙여 물건들을 온라인 경매 사이트 이베이에 올렸다. 그랬더니 물건들의 평균 낙찰가가 실구매가에서 2,700% 이상 증가했다. 33센트에 사온 나무망치는 무려 70달러에 팔렸고, 25센트짜리 플라스틱 바나나는 76달러를 벌어들였다.”(71쪽) 

이 실험이 주는 교훈은 명백하다. 철학, 약속, 스토리들이 얼마나 완성도 있게 갖추어져 있는지, 그것이 상품과 얼마나 잘 연결되는지가 브랜딩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사실이다. 

3장 '브랜드 전략'에서는 모든 브랜드들이 언제나 염두에 두고 있는 차별화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독자적 판매 제안'은 소비자가 거부하지 못할 독특한 판매 제안을 통해 대체 불가능한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는 과정이다. 그것은 제품 자체가 가진 차별성일 수도 있고 제품을 둘러싼 외형의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네이밍, 브랜드 정서, 타이포그래피, 스타일, 컬러 등이다.

제품의 이름부터 패키지의 세세한 디테일들은 그 제품이 어떤 소비자군을 향하는지, 어떤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는지, 궁극적으로 어떤 정서를 소비자에게 제공하려는지를 드러내고 있다. 그러므로 어떤 요소든지 충분히 숙고된 이후에 전략적으로 설계되고 배치되어야 한다. 

기본 단계를 거친 뒤 4장부터는 진짜 디자이너들의 일, '디자인 프로세스'를 다룬다. 디자인에 왜 프로세스가 필요한지, 번개처럼 스쳐가는 영감을 기다리는 일이 왜 프로 디자이너들에게는 유효하지 않은지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브리프를 접하자마자 최종 결과물이 머리에 딱 떠오를 때가 있다. 실제로 이런 일이 심심찮게 일어난다. 그럴 때 우리가 할 일은 머릿속에 떠오른 이미지를 후다닥 스케치해서 약간의 컴퓨터 렌더링을 가하는 것뿐이다. 정말 그럴까? 그러면 일이 끝나는 걸까? 이런 식의 본능적, 직관적 접근법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이렇게 나온 결과물은 자동반사적 반응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우리가 평소 마음에 묻어두었던 한정된 수의 심상 중 하나가 튀어나온 것에 불과하다. 둘째, 현실 세계의 심의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디자이너는 고객사(또는 상사 또는 교수)에게 자신의 아이디어가 브리프를 충족하고 일정과 예산에 합당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이 때문에 디자인 업계는 직관에 의존하는 대신 디자인 프로세스라는 일종의 표준화 공정을 개발했다. 이 프로세스는 디자이너가 합리적 일정 내에 최대한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결과를 내도록 지원하는 틀과 밑천이 된다.“ 

거창하게 말해 이 책이 세상에 나온 이유가 여기에 있다. 브랜드 디자인에 왜 프로세스가 필요한지를 언명하고 각 단계를 도식화하는 것이다. 도식화가 곧 효율과 직결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디자인 프로세스는 다음과 같은 효과를 준다.

시장 현황과 업계 동향 리서치에 깊이를 더하고, 예산 관리와 같은 프로젝트 운영 능력을 유지하게 하고, 방향성 있는 디자인 결정을 내리게 하며, 단계별 시간 안배를 통해 결과물의 성공 가능성을 높인다. 책은 디자인 프로세스를 13단계로 정리하고 있다. 

1단계인 분석에서부터 마지막 13단계인 최종 아트워크 전달까지다. 각 단계에서 디자이너가 수행해야 할 내용은 분명하다. 책에서는 각 과업의 목적을 분명히 밝힌 뒤 목적에 더 수월하게 도달하기 위한 요령을 제시한다. 

브레인 스토밍, 섬네일 스케치, 컨셉 분석, 고객사 프레젠테이션 같은 실무에서 적용할 수 있는 요령들이다. 또한 그 과정에서 고객사가 어떻게 관여하는지와 같은 현실적인 이야기들도 풍부하게 들어가 있다. 

5장 ‘리서치’와 6장 ‘분석’에서는 디자인 프로세스 중에서도 매우 주요하여 설계적으로 접근해야하는 단계들에 대해 자세히 짚어준다. 위 과정에서 얼마나 충실했느냐에 따라 최종 아트워크의 완성도가 크게 좌우될 수 있기 때문이다. 

7장 ‘컨셉 개발’은 디자이너 각각의 재량에 따라 말 그대로 크리에이티브를 발휘해야 하는 시점이다. 이런저런 굵직한 프로젝트들을 맡아온 실무자로서 저자가 개인의 노하우를 십분 풀어놓는다. 창조적인 결과물을 창출해내기 위한 팁과 조언이 빛을 발한다. 


영감의 시각화를 위해 ‘무드 보드’와 ‘영감 보드’를 제작하는 법, 거기에 쓸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들, 자기만의 아이디어 트리거를 마련하는 법, 매 단계에서 참고하는 레퍼런스의 출처를 명확히 밝혀두는 법(나중에 프로젝트에 들어갔을 때 검색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방법이다) 등을 알려준다. 

8장 '최종 디자인 완성과 출시'에서는 디자인 최종안을 고객사에 제공하는 과정을 다룬다. 최종 솔루션이 고객사를 항상 만족시킬 수는 없다. 이전의 단계로 되돌아갈 수도 있고, 심지어 디자인 프로세스의 첫 단계로 돌아가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그렇기에 최종적으로 선보일 때 전문적이고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소한 요소들이 예상 밖의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예측하지 못한 지적이나 돌발 상황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그럴 때 실무자가 빠지기 쉬운 함정에 대해서도 놓치지 않고 다루고 있다. 

“디자인을 방어하고 사수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라. 미학 논쟁에 빠지는 것을 피하라. 본래의 전략으로 돌아가 타당성과 소구력을 강조하라.”(305쪽) 

모든 프로세스를 마친 이후에 남은 후속 과제를 저자는 이렇게 정리한다. 브랜드 디자인의 전략, 트렌드, 주안점을 비롯하여 앞으로 시장이 변모해간다면 그것은 오직 소비자의 변화에 따르리라는 선견이다. 그래서 디자이너들 또한 소비자들의 움직임에 주의를 기울이며 브랜딩의 실마리를 찾아내야 한다는 메시지를 준다. 

“‘연결 사회’의 소비자는 과거의 소비자에 비해 정보력이 높고, 기민하고, 쉽게 믿지 않고, 브랜드의 입장에서 봤을 때 더 변덕스럽다. 같은 값에 더 나은 서비스와 가치를 얻을 수 있다면 미련 없이 이 브랜드에서 저 브랜드로 갈아탄다. 제자리를 지키려면 브랜드는 끝없이 리서치하고, 모니터링하고,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들어야 한다. 브랜드는 궁극적으로 기업이 아니라 사람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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