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내려놨다”는 네이버의 조삼모사
“다 내려놨다”는 네이버의 조삼모사
  • 박한명 언론인·미디어비평가
  • 승인 2018.05.11 0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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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는 네이버 뉴스 개편안에 실망
박한명 언론인·미디어비평가
박한명 언론인·미디어비평가

네이버가 “다 내려놨다”며 내놓은 네이버 뉴스 개편안에 파격적이라는 평가를 붙이는 것은 조삼모사 일화를 떠올리게 한다. 아침에 3개 저녁에 4개의 먹이를 받고 화를 내던 원숭이들이 아침에 4개 저녁에 3개로 순서를 바꾸자 좋아하더라는 이야기와 몇 가지 순서와 방법을 바꾸고 다 바꾼 척 하는 네이버 행태가 무엇이 다른지 전혀 모르겠다. 결론부터 말하면 네이버 개편안 내용은 본질에서 달라진 게 아무것도 없다. 왜 그런가. ‘언론 위의 언론’ 네이버의 막강한 언론 권력이 그대로 유지되고, 모든 것을 네이버 가두리 양식장안에서 해결하도록 하는 방식이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모바일 앱 첫 화면에서 뉴스를 제외하고 검색 중심으로 바꾸겠다지만 앱 첫 화면을 옆으로 밀면 나오는 두 번째 화면에 언론사 기사를 노출하는 뉴스판을 배치한다고 한다. 손가락 한 번 터치로 옛 화면과 거의 그대로인데 뭐가 달라진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선택한 사용자에게만’이란 단서가 붙지만, 댓글 경쟁, 댓글 공작을 부추기는 실시간급상승 검색어 창도 그대로 유지된다.

도대체 무슨 알고리즘으로 배열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개인별 AiRS 추천 뉴스도 뉴스피드판이란 이름으로 계속 운영한다. 구글식 아웃링크 전면도입 요구에는 언론사 간 견해차가 있다며 개별협의로 추진한다고 꼼수를 썼다. 네이버로부터 전재료를 받거나 네이버가 뉴스판, 뉴스피드판을 인링크로 계속 편집하는 이상 네이버 눈치를 보고 광고효과를 노리는 언론사들이 자발적으로 아웃링크를 선택하기란 쉽지 않다. 네이버 측에 의하면 사전에 언론에 아웃링크 찬성 여부를 묻는 메일을 보내 확인하니 찬성하는 매체가 단 한 곳뿐이었다고 한다. 마치 언론사에 선택권을 준 것처럼 포장하지만 실제로는 언론사에 대한 장악력을 더 굳건하게 만드는 꼼수 아닌가. 또 하나, 뉴스판에 올라가는 언론과 기사들은 무슨 기준을 따른다는 건가. 뉴스를 뒤로 넘기고 선택적 아웃링크로 돌리는 것이 네이버의 언론권력 포기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건 네이버 스스로도 고백하고 있다.

국민 우롱하는 조삼모사 정책

뉴스를 메인에서 빼면 언론의 의제설정능력, 언론 가치가 떨어지지 않겠냐고 질문을 받자 네이버 한성숙 대표가 “언론사의 의제설정능력은 제가 논의할 부분 밖이지만 보도되는 내용들이 (반영된 것이) 두 번째 판에 배치하는 것이어서, 크게 이슈는 안 되지 않을까라고 조심스레 예측해본다.”고 했다. 뉴스를 첫 화면에 배치하나 뒤에 배치하나 별 영향이 없다는 것이다. 댓글 여부와 정렬 방식을 선택할 권한을 언론사에 주겠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네이버가 네이버 안에서 뉴스를 운영하는 인링크 방식을 고집하면 그 안에서도 언론사들의 댓글경쟁이 붙을 수밖에 없다. 댓글 운영으로 네이버가 먹던 욕을 언론사에게로 돌리는 꼴 밖에 안 되는 것 아닌가. 아주 교묘한 잔머리에 불과하다. 네이버의 뉴스 개편안에 의하면 드루킹 게이트에서 문제가 된 매크로 사용과 여론조작 문제도 여전히 남는다. 네이버는 감시를 강화하고 이상 징후가 발견되면 선관위와 경찰에 신고하겠다는데 웃기는 발표 아닌가. 오랜 세월 여러 차례 문제가 되고 의혹이 제기됐는데, 그렇다면 네이버는 그동안 구경만 하고 있었단 말인가.

네이버 뉴스 개편안은 파격적인 게 아니고 국민을 우롱하는 조삼모사 정책이다. 지방선거가 코앞인데 그나마도 후반기에 하겠단다. 뭘 하자는 것인지 모르겠다. 네이버가 “다 내려놓았다”고 말할 수 있으려면 얄팍한 눈속임이 아니라 진짜 언론 권력을 내려놓아야 한다. 네이버가 언론사를 심사하고 선정해 네이버 송출계약을 맺는 것 자체를 내려놓아야 다 내려놓았다고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언론사들을 줄 세워 뉴스제휴평가위원회를 통해 자신들이 ‘언론 인정’ 사후 인증 심사를 하는 옥상옥의 위치를 버려야 다 내려놓았다고 할 수 있지 않은가. 네이버가 자신들이 만든 규칙에 따라 언론권력을 휘두르는 동안 다수의 우익매체들은 번번이 거부당하면서 네이버 진입도 못하고 있다. 반면 네이버는 민노총 산하 언론노조가 있거나 영향을 받는 매체들로 판을 치고 있다. 그러면서 언론지형의 좌편향성은 점점 더 심화되고 있다.

한국당 중장기 미디어대책 마련하라

이미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언론사로 인정받은 매체들이 왜 네이버로부터 사후 인증을 받아야 하나. 구글이 네이버처럼 언론사와 기사를 자의적, 선택적으로 선정해 송출하고 있나. 네이버가 무슨 자격으로 언론사 여부를 판별하겠다는 것인지 이런 시스템부터가 문제다. 네이버가 정치 편향이나 불공정, 조작 시비를 벗으려면 옥상옥 노릇 하는 언론 권력을 포기해야 한다. 그걸 못하겠다면 뉴스판 등 인링크 방식을 완전히 폐지해 포기해야 다 내려놓았다는 네이버 진정성을 조금쯤은 믿어줄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자유한국당에게도 한 가지 조언하고 싶다. 한국당이 수많은 좌편향 언론들이 바글거리는 가두리 양식장 네이버로부터 동네북이 된 것은 당에게도 책임이 있다. 무슨 사건 하나 터질 때마다 특위를 구성하는 방식으로 미봉책만 좋아하다가는 네이버의 영원한 밥 신세를 면하지 못한다.

필자가 오래 전부터 지적해왔듯 한국당은 미디어와 관련해 중장기적 대책을 마련하고 기초부터 시작해야 한다. 당의 불필요한 군더더기를 덜어내고 상설기구를 만들어 미디어정책을 총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동안 만들었던 수많은 특위와 위원회가 아무 성과가 없었다는 건 현재의 결과가 가장 잘 말해주고 있지 않은가. 언제까지 1회용으로 쓰고 버리고 하면서 미디어 까막눈 신세로 가겠다는 건가. 한국당이 일찍부터 미디어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착실히 준비했다면 문재인 정권 방송장악 사태도 그처럼 무방비 상태로 허무하게 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일이 벌어진 뒤 허겁지겁 대다 허공에 삽질하고 끝나는 희극 같은 비극은 더 이상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드루킹 게이트 특검, 아니 네이버 특검이 돼야 할 이번 사태에서 한국당은 진짜 교훈을 얻어야 한다.

박한명 언론인·미디어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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