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몽(夢), ‘팍스 시니카’(Pax Sinica)는 오는가
중국몽(夢), ‘팍스 시니카’(Pax Sinica)는 오는가
  • 김운회 동양대 교수
  • 승인 2018.05.14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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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 중국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폐막식에서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중화민족이 굴기하고 부강해진 위대한 도약을 맞은 것은 중국 인민의 분투의 결과”라면서 중화민족의 부흥인 ‘중국몽(中國夢)’을 강조했다.

이것은 경제와 군사 패권의 강화를 의미한다. 시 주석은 2012년 11월 18차 당 대회에서도 중국몽을 언급한 바 있다. 중국몽은 중국이 G2가 아닌 유일한 초강대국이 되는 것을 말한다.

바로 ‘팍스시니카(중국 주도의 세계질서)’다. 팍스시니카는 중국의 오랜 꿈이자 중화주의의 원형이기도 하다. 아편전쟁(1842) 이후 긴 세월 동안 중국은 구겨진 자존심을 회복하지 못했다.

이제 중국은 적어도 중세까지는 문물로 유럽을 압도했던 중화의 영광을 재현하려고 몸부림칠 것이다. 세계 경제에 대한 통계가 제대로 없어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대부분 연구자들은 적어도 아편전쟁 전까지 중국인은 미국인보다 더 풍족했다고 보고 있다.

데이비드 그레이버 교수(2011)는 “역사상 대부분 동안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삶의 수준을 자랑해 왔다. 영국조차도 중국의 수준을 진정으로 넘어선 것은 산업혁명도 한참 지난 뒤인 1820년대 들어서였다”고 정리했다.

그러나 서세동점(西勢東漸)의 시기에 중국은 철저히 몰락해갔다. 아담 스미스도 이런 중국을 경멸했다. 아담 스미스는 <국부론>((1776)에서 “부국(富國)이 성장을 멈춘 상태는 ‘정체 상태’이며, … 이 상태에서는 부패한 권력 계층이 사리사욕을 위해 법률 체계와 행정 시스템을 부당하게 이용한다”고 한다. 중국을 지목한 말이다.

에릭 밀란츠 교수(2012)는 명청시대 중국이 “무역상에게 어떠한 지원이나 보호도 제공하지 않았고 그럴 정치적 의사도 없었다. 중국의 관료들은 타락한 관료주의적 정신으로 세금을 지나치게 많이 거두는 국가기관을 양산하는 데 열중했다”고 지적한다.

1820년까지 세계 소득의 절반을 차지하던 중국과 인도가 1950년에는 1/10까지 하락했다.

떠오른 중국

그 동안 중국은 ‘글로벌 중화경제권’을 구축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2010년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10개국과 FTA를 맺어 19억 인구를 가진 세계 최대 자유무역지대를 구축했다. 2010년 일본 ‘내각부 5월 보고서’는 미국과 중국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24.9%와 8.3%에서 2030년에는 미국 17.0%, 중국 23.9%로 크게 역전될 것으로 전망했다.(동아일보 2010. 10. 4)

‘세계은행 통계’(2012)에 따르면 2011년 세계 GDP 규모는 약 70조 달러에 달하는데 미국 15.1조 달러, 중국 7.3조 달러, 일본 5.9조 달러, 독일 3.6조 달러였다. 최근 헤리티지연구소(2018) 분석에 따르면 현재 중국은 약 2000억 달러의 대미 흑자를 냈고 외환보유액 역시 3조 4000억 달러로 세계 1위, GDP 규모는 5조 8000억 세계 2위가 되었다.

2018년 4월 보아오포럼 개막식에서 시진핑 주석은 “중국은 세계 1위의 공업대국, 무역대국, 외환대국이 됐다”고 하면서 “최근 수년 간 중국이 세계 경제 성장에 기여한 비율은 30%를 넘어선다”고 했다.

또 제1회 디지털 중국 건설 서밋(數字中國建設峰會)에서 시 주석은 “19차 당대회는 전면적 샤오캉(小康: 중산층) 사회 건설 승리 결정, 전면적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 건설의 새로운 여정의 시작,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는 웅장한 청사진을 그렸다”고 강조했다(인민망 2018. 4. 24).

그동안 중국 공산당은 창당 100주년인 2020년 ‘전면적 샤오캉 사회’를 거쳐 건국 100주년경인 2050년까지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를 건설하겠다고 천명해 왔다.

전면적 샤오캉 사회(소득 1만 달러 정도의 중등 국가)는 이미 달성되었다는 의미다.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소득 4만∼5만 달러의 선진국)’가 되면 팍스시니카가 올 것이라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그러면 팍스시니카의 본질은 무엇일까?

팍스시니카의 실체, 중화주의

중화주의는 중국 고유의 ‘천하사상’에서 시작된다. 중국이 세계의 중심으로 그 주변에 대한 지배를 합리화하는 하나의 방편이다.

이것은 고대의 그리스나 페르시아의 천하사상과도 매우 흡사하다. 헤로도토스(Herodotos)의 <역사>에 따르면, 페르시아의 경우 자국을 기준으로 거리에 따라 중요도를 달리했다고 한다.

즉 자국민이 세상에서 가장 우수하며 가장 멀리 떨어진 민족이 가장 열등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헤로도토스는 “페르시아만큼 외국의 풍습을 잘 따르는 민족은 없다.

메디아의 의상을 착용하고 전쟁에 나갈 때는 우수한 이집트 갑옷을 입으며 또한 향락을 배웠을 때는 쉽게 탐닉했는데 그리스인의 계간(鷄姦)이 좋은 예다”라고 했다.

중국의 천하사상을 가장 쉽게 알려면, <예기>(禮記)와 <여씨춘추>(呂氏春秋)를 보면 된다. <예기>에 “하늘에 두 개의 해가 없고, 땅에도 두 임금이 없다”라고 해서 중국에 천자가 있으면, 다른 나라는 제후국이 될 수밖에 없다.

또 <여씨춘추>에는 “천하가 어지러워지면, 편안한 나라가 있을 수 없고, … 작은 것이 편안해지려면, 큰 것에 의지해야 한다”라고 한다. 천하사상은 후에 화이사상(華夷思想), 중화주의(中華主義) 등으로 정교·치밀해진다. 중화사상은 한나라 때 성립되었고 주자의 신유학(성리학)으로 심화되었다.

성리학에 따르면 천명(天命)을 받은 중국의 황제를 중심으로 중화가 형성되고, 그 주변국은 중화와의 군신관계를 형성함으로써 천하의 질서가 안정화된다. 결국 중화사상은 중화 민족주의로 중국의 세계 통치를 위한 정치 이데올로기라 할 수 있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성리학에 기반한 중화주의에는 중국인 특유의‘불패사상’이 내재한다는 것이다. 중국인은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다. 중국인은 염제(炎帝)와 황제(黃帝)의 후예이며 하늘이 선택한 민족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승기패론(理勝氣敗論)을 믿는다. 즉 이민족이 들어와 기승을 부리고 이긴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궁극적으로 중국인의 본질을 의미하는 이(理)가 승리해 이들을 제압하게 된다는 논리다.

이 같은 정신주의에 반해 중국인은 또 철저히 현세주의에 집착한다. 남북조 시대의 은사인 노포(魯褒)는 “돈은 귀신을 시켜 맷돌을 돌릴 수도 있다(有錢可使鬼推磨)”고 했다(<錢神論>). 그래서 중국인들은 돈을 중시하고 세계 어디를 가나 돈 벌기에 여념이 없다. 그 실체가 화교(華僑)다.

중국 경제패권의 대표주자, 화교(華僑)

세계적 이슈 메이커인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조부, 리콴유(李光耀) 전 싱가포르 총리, 탁신 전 태국 총리, 아로요 전 필리핀 대통령의 남편 등 동남아의 거목들의 공통점은 바로 화교다.

아로요도 화교 혼혈이라는 주장도 있다. 일반적으로 해외로 진출했지만 중국 국적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은 화교(華僑), 현지에 귀화한 사람은 화인(華人)으로 부른다. 쑨원(孫文)은 “화교는 혁명의 어머니(華僑革命之母)”라고 했다.

화교 해외 상공인들을 화상(華商)으로 부르는데 1991년부터 2년마다 세계화상대회(世界華商大會)를 열면서 세계적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다. 이덕훈의 연구(1997)에 따르면 1990년대 이미 중화경제권은 세계 교역의 10%, 화교자본은 1993년에 이미 미국, 일본, 독일 등 세계 3대 경제대국의 합계와 같은 2400억 달러 수준에 달했다고 한다.

중국 최근 연도 분기별 GDP 성장률 추이
중국 최근 연도 분기별 GDP 성장률 추이

‘화교화인 연구보고서’(2016년)에 따르면 전 세계에 분포한 화교는 6000여만 명이며 동남아 화교가 전체의 73.5%를 차지한다. 화상 500대 기업 중 3분의1이 동남아에 있고 이 지역 주식시장의 70%를 차지한다.

중국은 화교의 지원으로 G2로 부상할 수 있었다. ‘인민망’ 보도에 따르면 1979년부터 2005년 말까지 중국의 누적 외자 유치액은 6224억 달러인데, 화교자본이 전체의 67%를 차지했다.(아주경제 2017. 3. 30) 인도네시아 부자 1~3위, 200대 기업의 70%도 화교계이며, 말레이시아 10대 갑부 중 9명도 화교다.

태국도 25대 재벌 중 23개가 화교계 소유이며 금융업은 80%를 화교가 장악하고 있고, 의회의 3분의2 의원이 중국계로 채워져 있다. 필리핀 제조업의 3분의 1을 화교가 장악하고 있다(한경 2014. 12. 18). 그렇다면 중국 본토와 해외 화교가 구축하는 ‘글로벌 중화경제권’을 통해 중국은 과연 팍스시니카를 구축할 수 있을까?

먼저 패권국들의 특징을 봐야 한다. 패권안정론(Hegemonic Stability Theory)을 주장하는 학자들은 하나의 국민국가가 세계적인 지배적 대국(패권국)일 때 국제 시스템이 안정된다고 말한다. 킨들버거(C. Kindleberger, 1973)는 세계공황(1929)을 초래한 간전기(間戰期)의 경제 혼란은 세계적 리더 국가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팍스로마나(Pax Romana)에서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까지

길핀(R. Gilpin)은 패권국은 우월한 경제적 효율성을 가지고 있어서 자유무역으로부터 가장 큰 이익을 얻을 수 있고 압도적 군사력으로 다른 나라들의 개방을 강제로 유도할 수 있다고 한다.

팍스로마나, 팍스브리타니카, 팍스 아메리카나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월러스틴(Wallerstein)의 지적처럼 세계 경제의 성장과 침체와 더불어 패권국의 성쇠가 반복되는 것이기 때문에 영원한 패권국은 없다.

길핀은 ‘패권전쟁론’을 제시했다. 즉 새롭게 부상하는 나라는 체제 변화에 따른 기대이익이 기대비용보다 크면 기존의 패권국에 대항해 체제 변화를 시도한다는 것이다.

이 나라는 체제 변화의 한계비용이 한계이익까지 다다를 때까지 정치적 영토적 확장을 통해 체제 변화를 시도하게 된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해 힘의 재분배를 반영하는 새로운 균형이 성립된다. 그렇다면 팍스시니카는 어떻게 될까?

팍스시니카, 과연 가능할까?

그 동안 세계적으로 팍스시니카에 대한 많은 논쟁이 있었다. 크게 보면 팍스시니카(중국 굴기론)와 중국 붕괴론(중국위기론)으로 대별된다. 중국 굴기론은 도모히데(村井友秀, 1990),  로스 먼로(1992), 리처드 번스타인(1997), 마틴 자크(2009) 등에 의해 깊이 논의되었는데 ‘중국 위협론’으로부터 ‘중국지배론’으로 나아가고 있다.

친중국의 입장에서 청차오쩌(程超澤)나 판웨이(潘維) 등은  ‘중국 특수모델론’을 제시하면서 “중국이 30년 뒤엔 미국을 능가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중국붕괴론은 중국위기론과 맥락을 같이 하는데 천안문 사태(1989)를 전후로 확산되었다.

고든 창(중국계 미국 변호사), 조 스터드웰(차이나 이코노믹 쿼털리), 프랜시스 후쿠야마, 조지 프리드먼 등이 제기한 것으로 중국 지도층의 무능과 부패, 정치·경제의 제도적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있다. 또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5000∼1만 달러 사이가 되면 정치 민주화의 욕구가 커져 사회가 매우 불안해질 것이라는 것이다.

중국 내부에서는 서유럽식 자유주의적 공동체, 미국식 자유주의적 공동체, 스웨덴식 복지국가인 민주사회주의, 계획경제에로의 회귀 등의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이 팍스시니카에 집착하고 있는 반증으로 중국의 미국에 대한 강경한 비난을 들 수 있다.

중국과학원은 ‘국가건강보고’(2013. 1)에서 “미국은 전 세계 패권적 이익을 싹쓸이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최대 피해국이 중국이다”라고 강변한다.

중국과학원은 미국이 2011년 패권을 통해 얻은 이익이 7조 4000억 달러에 이르며, 전 세계 패권적 이익의 96.8%를 점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로 인한 최대 피해국이 중국으로 그 손실액은 3조 7000억 달러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원하는 대로 달러를 찍어 내고 해외 자산을 사들이는데 이 달러가 다시금 미국 국공채 투자로 미국으로 회귀한다. 결과적으로 미국은 별반 노동도 없이 이득을 누리는 반면 중국은 제조를 열심히 하지만 막상 노동자들이 손에 쥐는 것은 별로 없다는 것이다.(이철환, 2013)

그러나 현재로서 팍스시니카를 제기하는 자체도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라비 바트라는 과거의 제국(패권국)들은 ①물리력 ②식민지들로부터 저임의 노동력의 착취 ③식민지를 통한 자국민의 생활 수준 향상 ④ 제국의 언어, 제도, 문화의 확산 등의 네 가지 공통된 특징을 갖고 있었다고 지적한다(R.Batra, 2009). 여기에 ⑤정치경제적 리더십 ⑥ 미래 기술부문의 압도적인 우위 등도 필요하다.

현재 중국은 위의 6개 항목 가운데 하나도 충족하지 못한다. 이제 겨우 1척의 중고 항모를 가진 중국의 물리력은 미국과 대적하기가 불가능함은 물론 배타적·고대적인 중국어는 국제통상어가 되기 어렵고 중국의 경제적 성공은 저임금을 기반으로 한다. 중국의 1인당 GDP는 8300달러인데 세계 70위권으로 아프리카 가봉 수준이다.

또 시대를 역행하는 시진핑의 1인 독주체제는 리더 국가가 되기는 불가능하다. 적어도 ‘정치적 공정성(Political Correctness)’을 적당히라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또 8900만 명에 달하는 특권 계급인 공산당원도 심각한 방해 요인이다. 현재 약 2000억 달러의 대미 흑자는 미국의 ‘올가미’일 수도 있어 역으로 무역전쟁의 구실이 되기에 충분하다.

무역전쟁은 중국이 결코 이길 수 없다. IT 관련 신기술을 미국, 일본 등이 독점한 상태에서 관세 폭탄은 물론, 지적 재산권의 핵폭탄을 맞을 각오를 해야 한다. 오히려 미국의 대중국 기미정책이 돋보이는 시점이기도 하다.

중국이 패권국을 꿈꿀수록, 미국은 고삐를 더 강하게 조일 것이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대중 무역제재를 강화해 연간 3000억 달러에 달하는 미국의 지적재산권에 대한 중국의 절도에 대해 경고하자 중국은 즉각 미국에 2500억 달러에 달하는 수입 교역을 발표해 무마하려 했다.

그러나 이제 시작이다. 미국도 그냥 두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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