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금호타이어 인수에 삼성 반도체 기술까지 노린다
中, 금호타이어 인수에 삼성 반도체 기술까지 노린다
  • 전경웅 미래한국 객원기자
  • 승인 2018.05.14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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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일 금호타이어 노조는 찬반 투표를 거쳐 “회사 매각에 찬성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1년 넘게 채권단이 경영하면서 법정관리 직전까지 갔던 금호타이어는 이렇게 중국 타이어 업체 ‘더블스타’의 손에 넘어가게 됐다.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4월 2일 더블스타와 M&A 양해 각서를 체결했다.

금호타이어가 더블스타의 손에 넘어가기 전 국내에서는 반대가 심했다. 특히 자동차 관련 업계에서는 2005년 1월 ‘상하이기차의 쌍용차 인수’라는 악몽을 떠올리며 “세계 수위권인 타이어 관련 기술이 중국의 손에 넘어갈 것”이라면서 격렬히 반대했다.

‘더블스타’와 ‘상하이기차’의 공통점과 차이점

금호타이어는 부채가 2조 원을 넘기는 하지만 2016년 말 기준 매출 2조 9472억 원, 영업이익 1200억 원에 달하는 대기업이다. 세계 타이어 업체 가운데 14위, 국내에서는 한국타이어에 이어 2위인 기업이다.

금호타이어는 보유 중인 특허가 글로벌 특허 50여 개를 포함 870개 이상이며 국내에서 유일한 항공기 타이어 제조업체, 방위산업용 타이어 제조업체이기도 하다. 한국 공군의 F-16 전투기, T-50 고등훈련기도 금호타이어가 생산한 제품을 사용한다.

2013년에는 전기차 전용 타이어를 개발했고 2014년에는 구멍이 나면 스스로 매우는 ‘실런트 타이어’와 차량 주행 중 공명음을 줄이는 타이어 기술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금호타이어는 2007년 국내 최초로 F1 경주용 차량용 타이어 시제품을 개발해 냈다.

F3 경주용 타이어의 경우 2002년부터 2016년까지 15년 동안 공식 타이어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처럼 기술력이 우수한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려는 더블스타는 공산당 소유 기업이다. 회사 창립은 1921년이지만 2002년 화칭그룹을 인수한 뒤에서야 타이어 시장에 뛰어들었다.

2017년 말 기준 자산은 1조 원, 연 매출은 3000억 원 남짓으로 자산은 금호타이어의 5분의 1에 불과하다.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회사 매각 금액을 9000억 원대로 보고 있다. 시가총액 6000억 원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보탠 금액이다.

그런데 채권단 핵심인 산업은행은 더블스타에 2000억 원을 대출해주기로 했다고 한다. 더블스타는 “자신 15조 원대인 중국 기업과 함께 금호타이어를 인수, 과거 쌍용차와 같은 일은 없도록 하겠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과거 중국 공산당 소유의 상하이기차가 쌍용차를 인수할 당시 경영 정상화와 투자를 위해 1조 2000억 원을 투입하겠다고 약속해놓고도 이를 지키지 않고, 인수 대금까지도 국내 은행에게서 절반 이상을 대출받았다는 사실이 나중에 드러나 물의를 빚기도 했다.

상하이기차는 쌍용차를 인수한 뒤 당시 개발 중이던 SUV 설계도 및 관련 기술을 빼돌려 자국 내에서 만들어 냈다. 쌍용차는 SUV 전문 업체여서 4륜구동장치나 섀시의 강성 강화기술 등에 특장점이 있었다. 이런 기술 가운데 다수가 중국으로 흘러 들어갔다.

상하이기차는 이후로도 “기술개발을 위한 자금을 투입하겠다”고 언론 플레이를 했지만 결국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2009년 상하이기차는 쌍용차 사태를 불러 일으킨 뒤 철수했다. 더블스타의 경우 타이어 기술을 자체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2002년부터 다른 타이어 회사를 인수 합병해 시장에 뛰어 들었다.

사실 중국의 타이어 기술은 한국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낙후돼 있다고 한다. ‘타이어는 고무로 대충 만들면 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대의 타이어는 차량의 접지력을 높이고 주행 소음과 분진을 줄이면서 동시에 연비까지 높이는 설계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소재 또한 단순히 고무가 아니라 카본 블랙이나 실리카를 첨가한 고분자 화합물에다 철선, 산화아연, 항오존제 등을 첨가한다. 타이어 무늬 또한 소비자들의 요구를 충족하고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비대칭성 스레드를 주로 적용하고 있다.

비포장 도로용 타이어의 경우에는 공기압이 낮아도 접지력을 잃거나 타이어 내부가 터지는 일이 없도록 내구성을 한층 높이기도 한다. 비행기 타이어의 경우 이착륙 때의 속도가 300km/h를 넘나드는 때문에 자동차와는 다른 소재와 배합 비율을 사용한다.

자동차 타이어에 구멍이 나면 옆길에 세워 수리하면 되지만 비행기 타이어에 구멍이 나면 대형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에 만드는 것이 쉽지 않다. 군용 차량에 사용하는 타이어 또한 다른 기준으로 만들어진다. 그런데 중국에는 비행기 타이어나 군사용 타이어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이 없다고 한다.

전라북도 광주시 광산구에 위치한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입구/ YTN 영상
전라북도 광주시 광산구에 위치한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입구/ YTN 영상

과거 상하이기차가 쌍용차를 인수하기 전까지 중국에 제대로 된 4륜구동 기술과 섀시 강성을 강화하는 기술이 없었던 일을 떠올리게 한다.

더블스타의 금호타이어 연구원 영입, 그리고 삼성전자

국내에서 금호타이어를 더블스타에 팔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처럼 기술만 빼가는 중국 국영기업들의 ‘먹튀’ 문제 때문이다.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과 중국 측은 “그렇게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지만 믿을 수 없는 정황은 곳곳에서 나타난다. 2017년 5월에 일어난 한 사건도 한국 언론들의 관심을 끌었다.

2017년 4월 말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 텐진 공장에서 근무하던 중국인 연구원 2명을 스카우트했다. 이 연구원들은 모두 연차 10년 이상으로 신차용 타이어 양산과 시제품 개발을 담당하는 핵심 연구원이었다고 한다. 당시 한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금호그룹에서는 “더블스타 측이 상표권, 방위산업 관련 문제로 금호타이어 인수가 어렵다고 판단해 핵심기술 연구원들을 빼내 간 것이 아니냐”고 우려했다고 한다.

일부는 “더블스타 측이 실제로는 금호타이어 인수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거나 “기술 유출의 신호탄일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금호그룹 측의 우려는 충분히 합리적이다. 지금까지 중국 자본이 인수한 외국계 기업 가운데 충분한 자본 투자와 함께 브랜드의 독자성을 인정하고 상생 경영을 펼친 것으로는 스웨덴 볼보와 중국 지리 자동차 밖에 없다.

지리 자동차는 볼보의 성공을 토대로 벤츠의 모기업인 ‘다임러 크라이슬러’의 최대 주주가 되기도 했다. 중국 국영기업들이 해외 기업들을 인수하는 척하며 기술만 빼간다는 의심은 다른 통계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2016년 5월 한 재외공관이 조사한 데 따르면 중국 기업들은 유럽, 특히 독일의 강소기업들을 집중적으로 인수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한다.

독일 강소기업의 특징은 우수한 소재 및 설계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중국이 경제 발전 전략을 실행하면서 부딪친 벽 ‘기술 격차’를 넘어 보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국영 기업을 내세워 해외 기업들을 인수해 가며 뒤처진 기술을 습득하던 중국 정부가 최근 가장 눈독을 들이는 분야는 바로 반도체, 구체적으로 말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이 가진 반도체 기술이다.

대부분의 국민들에게는 2018년 초부터 시작된 고용노동부와 삼성전자 간의 갈등만 보이지만 그 속에는 몇 년 전부터 시작된 좌파 진영의 공세, 그리고 중국 정부의 ‘한국 극복’ 의지가 상당 부분 작용했다는 게 반도체 업계 안팎과 관련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중국 정부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집권한 뒤부터 산업 및 경제 발전 전략을 ‘양적 팽창’에서 ‘질적 상승’으로 옮긴다는 계획을 계속 밝혀왔다.

이 가운데서도 중국이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엄청난 외화에도 불구하고 연간 수백억 달러 이상의 적자를 보는 분야, 특히 반도체 분야에서의 굴기가 매우 중요한 것으로 여겨졌다. 2018년 3월 관세청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 반도체 수출액은 997억 1000만 달러였는데 수출국 비중을 보면 중국 39.5%, 홍콩 27.2%로 중국 경제권이 3분의 2를 차지했다.

관세청은 “중국은 2005년부터 한국 반도체 수입국 1위를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중국 기업들이 전 세계 저가 스마트폰, 태블릿 PC, 노트북 시장을 석권하고 있지만 그 실속은 한국 반도체 업체들이 챙기고 있으며, 중국 기업들이 수출을 많이 하면 할수록 그에 비례해 한국 반도체 업체들에게 이익이 된다는 뜻이었다.

결국 중국 정부는 2014년 ‘국가 반도체 산업 발전 강령’을 만들어 공표하고, ‘국가 반도체 산업발전 펀드’를 조성했다. 중국 정부는 이 펀드를 통해 연간 150억 달러 이상을 반도체 산업 발전에 투입했다고 한다. 자금을 실제로 사용한 곳은 해외 반도체 기술인력 스카우트, 반도체 관련 설비업체 인수, 중국 내 반도체 공장 시설 투자 등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세계 반도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한국과 미국 업체들의 지원을 얻지 못하면 ‘반도체 굴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미국 업체들이야 중국 정부가 어떻게 해볼 수 없지만 한국 업체들은 한 번 꺾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중국 정부의 생각만큼 호락호락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2017년 3월 헌법재판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 결정되고 곧 이어진 대통령 선거에서 중국에 우호적인 문재인 후보가 당선된 것은 중국 정부에게는 커다란 호재가 됐다.

노동부가 공개하려던 삼성전자 자료 “6개 핵심기술 담겼다”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정부 전 분야에서 적폐청산 작업이 시작됐다. 여기에는 행정부뿐만 아니라 사법부, 국가안보기관, 언론도 모두 포함됐다. 특히 사법부의 경우 과거에 있었던 법원 판결을 뒤집으며 적폐청산에 가담하는 것처럼 보이는 행태도 있었다.

적폐청산과는 거리가 있다지만 2018년 2월 1일 대전고등법원이 내린 삼성전자 판결도 관련 업계에는 상당히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졌다. 당시 대전고법은 대전지방노동청 천안지청에게 “삼성전자 온양공장의 2007년부터 2014년에 해당하는 작업환경측정 결과 보고서를 공개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해당 공장에서 근무했던 한 근로자가 백혈병으로 숨진 뒤 유족이 제기한 정보공개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2014년 1심 판결을 4년 만에 뒤집은 것이었다. 일반 사람들은 ‘삼성전자 온양공장 작업환경측정 결과 보고서’에 무슨 대단한 기밀이 담겨 있겠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실은 이 보고서에는 삼성전자가 어디에도 공개하고 싶지 않은 내용들이 포함돼 있다고 한다.

삼성전자가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생산 시설의 경우 그 공정 과정과 배합 및 첨가 물질, 소재, 생산 라인의 배치 등에 따라 효율성이 극단적으로 달라진다는 것이 반도체 산업 관계자와 전문가들이 지적이었다. 대전고법의 판결에 따라 온양공장의 내부 정보에 대한 공개만 있었다면 문제가 적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직후부터 삼성 반도체 공장이 있는 지역의 고용노동부 지청에는 “삼성 반도체 공장의 작업환경측정 보고서를 공개해 달라”는 정보공개 청구가 잇따라 접수됐다. 3월 18일에는 삼성 디스플레이 탕정 공장, 3월 19일에는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삼성전자 구미 공장, 3월 20일에는 반도체를 생산하는 삼성전자 평택 공장, 기흥·화성 공장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가 접수됐다.

이에 놀란 삼성전자 측은 정보공개 청구를 기각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냈다. 삼성전자 측은 “온양 공장에 그치지 않고 세계 최첨단 반도체 생산시설이 있는 평택·기흥·화성 공장의 정보까지 공개하면 매우 민감한 정보들이 고스란히 해외 경쟁업체에 흘러 들어갈 것”이라는 우려를 언론들에게 전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4월 5일 삼성전자 측의 주장을 반박하며 정보공개 청구를 받아들이겠다는 뜻을 밝혔다. 여기에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반도체 업계와 전문가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언론들과 일반 국민들도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그리고 지난 4월 16일과 17일 산업통상자원부가 산업기술보호위원회를 열었다.

지난 2014년 5월 9일 중국 산시성 시안시에서 진행된 삼성 메모리 반도체 공장 준공식 / 삼성 뉴스룸
지난 2014년 5월 9일 중국 산시성 시안시에서 진행된 삼성 메모리 반도체 공장 준공식 / 삼성 뉴스룸

위원회는 회의 결과 삼성전자 공장의 보고서에 6개의 핵심기술이 포함돼 있다고 결론 내렸다고 한다. 위원회는 “반도체 공장 생산라인 정보를 공개하면 중국이 한국 반도체 기술을 추월하는 것은 시간 문제”라며 “공개 불가”라는 유권 해석을 내렸다. 이후에야 삼성전자 공장정보 공개에 관한 갈등은 소강 상태를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대전고법의 항소심 판결이 나오기 석 달 전인 2017년 12월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삼성전자 관계자를 불러 기업 제재 직전 단계인 ‘예비담화’를 가졌다.

이 일과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정보 공개 사이에는 정말 아무런 연관성이 없는 걸까. 삼성전자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공장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될 때 중국 반도체 기업들은 정부를 등에 업고 한국 반도체 산업의 핵심 인력들에게 “연봉과 별개로 100억 원까지 주겠다”면서 스카우트 제의를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일부 중국 기업은 반도체 관련 전문가나 업체 핵심 인력에게 “일주일만 교육하러 와줘도 수십 억을 주겠다”는 제안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내미는 현찰에 유혹되지 말아야

한국 정부와 언론, 학자들 가운데는 중국을 ‘이웃 나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중국은 이웃이 아니라 ‘주변의 약탈세력’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북한 핵문제, 배타적 경제수역(EEZ) 기선 갈등, 방공식별구역(ADIZ) 갈등 및 침범, 사드 배치 및 한미연합훈련과 같은 정치적 문제뿐만이 아니라 경제, 문화 등에서도 한국을 자기네 속주 정도로 업신여기면서 필요한 것은 대가 없이 모두 빼앗거나 무단 사용하려 한다는 비난이 그것이다.

이런 중국이 내미는 막대한 현찰에 정신이 팔려 우리 스스로 중요한 산업 핵심 기술과 같은 것을 공개하거나 넘길 경우 한국을 업신여기는 중국의 태도가 더 기고만장해질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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