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닥터 커피...커피 한 잔에 담긴 과학과 이야기
[신간] 닥터 커피...커피 한 잔에 담긴 과학과 이야기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8.05.17 05: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자 이진성은 코니셔클럽커피 대표. 25년째 커피를 볶고 있으며, 명함에 ‘커피 볶는 이’라고 적을 만큼 골수 커피쟁이다. 한양대학교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했고, 커피를 볶기 시작한 이래 커피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해 중앙대 의약식품대학원에서 석사를, 동 대학 식품공학과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여주대학교에서 커피 이론을 강의했으며, 커피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한국커피산업발전위원회에서 학술위원을 맡고 있다. 석사 논문으로 ‘배전두의 볶음 정도와 추출 방법이 커피 품질에 미치는 영향’, 박사 논문으로 ‘과추출에 의한 커피의 이취 성분 분석’을 발표했다.


9세기 에티오피아 목동 ‘칼디’의 커피나무 발견을 비롯해 커피의 기원에 관한 학설은 분분하지만, 커피의 역사가 적어도 수백 년에서 1200년 이상에 달한다는 것은 사실이다. 이렇게 긴 시간 동안 인류는 커피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커피는 오랜 역사 속에서 이를 독점하려는 이들과 빼앗으려는 이들, 누리려는 이들과 금지하려는 이들의 보이지 않는 전쟁을 낳았다. 한때 부의 상징이었다가 평등의 상징이 되기도 하는 등 역동적인 역사의 궤를 함께해왔다. 검고 쓰고 향기로운 이 음료는 무슨 매력이 있어서 이렇게 사람들의 마음을 빼앗았을까? 

이런 의문에 대한 해답을 과거에서부터 현재에 걸쳐, 커피의 문화와 과학 속에서 찾으려 한 것이 이 책이다.《닥터 커피》는 우연한 기회에 커피의 매력에 빠져 25년간 커피를 직접 볶아왔으며, 커피로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 이진성이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 커피에 관한 지식을 더 많이 얻고자 하는 이들을 위해 쓴 책이다. 실제로 커피를 추출해서 마시는 실용적인 방법에 집중한 기존의 책들과 차별화된 과학적 접근법으로 커피에 관해 서술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조금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읽고 나면 커피의 맛과 향이 더 깊고 명확하게 다가올 것이다. 

특히 커피의 기원부터 현재에 걸쳐 미래까지 아우른다는 점도 독특하다. 과학자들은 무엇이 사람들을 커피에 빠지게 만드는지 알아내기 위해 커피의 향을 분석하고 있다. 가스크로마토그래피를 이용해 커피의 분쇄물과 이를 사용해 추출한 커피로부터 커피의 좋은 향과 나쁜 향을 내는 성분을 각각 분석했다. 계속되는 실험으로 쌓인 데이터를 추적해서 실제로 커피 안에 좋은 향을 만들어내는 성분들이 얼마나 존재하는지를 정확히 알아내게 되었을 때, 이 성분들을 합성해 인공 커피를 만들어낼 수도 있게 될 것이다. 이것이 커피의 미래다. 

이 책은 추출된 커피의 맛과 향을 이루는 과학적 성분들을 중심으로 생두의 가공부터 로스팅(배전), 분쇄, 추출을 다룬다. 기존 책이 다루는 내용들을 ‘과학’으로 가공해 새로운 관점에서 소개하는 것이다. 커피에는 다양한 성분들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커피의 맛과 향을 좌우하는 각종 유기산과 커피 오일, 수용성 고형분, 그리고 추출의 시간 차로 커피 속에 들어가는, 커피의 텁텁한 맛과 나쁜 향을 내는 과이어콜(페놀화합물)이다. 이 네 가지 성분을 이루는 화학물질들이 생두에 얼마나 포함되어 있고 이것이 로스팅을 통해 어떤 성분으로 변하며, 각종 추출기구를 통해 어떻게 추출되는지 설명하는 것이 이 책의 중심 내용이다. 

과학으로 무장한 기본적인 정보 외에도 실전에 도움이 될 실용적인 조언들을 제공하는 점 역시 기존의 책들과 차별화된다. 예를 들면 그라인더가 없을 때 대신 쓸 수 있는 믹서를 집에서 찾아내는 법이라든가, 집에서 프라이팬으로 로스팅할 때 실버스킨 재에 특히 주의해야 하며, 주방에서 하기보다 옥상이나 베란다, 야외에서 해보라는 조언 등이 그렇다. 
커피의 가격 부분에서는 원두의 소매가격이 형성되는 공식과 함께, 커피가 전 세계적으로 거래되는 구조를 소개하며, 파나마 게이샤 커피로 대표되는, 최근 급격한 이슈가 된 COE(Cup of Excellence) 커피에 관해서도 언급한다. 

《닥터 커피》의 핵심은 커피의 맛과 향에 관한 과학적 분석이지만, 그 밖에도 읽어볼 만한 부분이 있다. 바로 ‘커핑’과 ‘건강’이다. ‘커핑’은 커피의 맛을 감별하는 것을 말한다. 와인을 테이스팅하듯, 다양한 국가에서 생산되는 수많은 종류의 커피도 커핑을 통해 그 맛과 향의 특징을 구분하려는 노력이 있다. 이것이 커핑으로, 좋은 커피를 찾는 법, 커피를 좋아하는 개인에게는 자기 취향에 맞는 커피를 찾는 방법이 되어준다. 전문적인 커핑의 방법과 함께 ‘프레이그런스’ ‘바디’ ‘클린컵’ ‘오프플레이버’ 등 커핑에 사용되는 용어들을 소개하고 있어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이 향후 인터넷이나 잡지 등에서 커피에 관한 글을 더 쉽게 읽고 찾아볼 수 있도록 했다. 또 일상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커핑법도 알려주어 단순히 커피의 맛을 음미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커피를 더 과학적으로 찾을 방법도 제공한다. 

그리고 커피에 관해 우리가 궁금해 하는 것 중 하나이며, 하루가 멀다 하고 이슈가 되는 ‘건강’에 관한 정보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담았다. 오랫동안 커피를 공부하며 국내외 커피 관련 논문을 모두 섭렵한 저자가 2000년대 이후 최신 논문(콜레스테롤 관련 내용만 1991~1996년 연구 결과)들을 중심으로 커피와 각종 건강에 관한 내용을 정리했다. 커피는 수면 장애를 유발하고 폐경기의 여성의 골 손실을 가속화하는 등의 건강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지만, 설탕과 크림을 첨가하지 않은 커피는 대체적으로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오히려 심혈관 질환, 뇌졸중, 각종 암 질환에서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의 발병률이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낮다는 연구 결과를 볼 수 있다. 커피의 유익함은 공식적으로 인정되기까지 했다. 2016년 1월 7일 미국 보건복지부와 농무부가 공동으로 개정한 2015~2020년 8차 개정판 〈미국인을 위한 식생활 지침〉 권장 식단에서는 건강을 위해 커피를 마시는 것이 좋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 책은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주는 커피의 맛과 향에 과한 과학적 접근과 함께 더 맛있는 커피를 마시기 위한 각종 조언을 담고 있다. 어떤 원리로 커피의 맛과 향이 나는지 알면 더 맛있는 커피를 마실 수 있으며, 우리 몸에 어떤 작용을 하는지 알고 마신다면 건강에 이로운 커피 습관을 들일 수 있을 것이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