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기존에 예정됐던 한미군사훈련과 태영호 전 공사를 이유로 남북고위급 회담을 일방적으로 무기한 연기한 가운데 KBS가 이를 ‘미국 탓’으로 돌리는 보도를 해 논란이 일고 있다.
KBS공영노조(성창경 위원장)은 17일 성명을 내어 “<KBS뉴스9>의 관련 뉴스는 이 상황을 대부분 미국의 잘못이나 탓으로 돌리고 있다”며 비판에 나섰다.
공영노조는 “북한이 반발하고 회담을 연기하는 것을 미국 탓으로 돌리는 대신, 북한의 변덕과 속임수, 또 진정한 비핵화 의지 등에 대해 보도하는 내용은 그 어디에도 없다”며 “마치 북한의 회담연기의 책임은 모두 미국에 있으니 미국이 태도를 바꿔 회담을 망치지 말라는 식으로 들린다”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사측은 북한 입장을 대변하지 말고 북한의 핵무기 폐기를 검증할 수 있도록, 보다 냉정하고 객관적인 보도를 할 것을 촉구한다. 지금과 같은 식의 보도라면, 만약에 미국과 북한의 회담이 결렬되거나 파행으로 끝난다면 모두 그 책임을 미국으로 돌릴 것 같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라며 “북한 보도에 있어서 시청자들에게 더 이상 지나친 환상과 기대, 우호적인 프레임만을 강조하지 말고 냉정하고 정확한 보도를 할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밝혔다.
- 이하 전문 -
북한의 회담 연기가 미국 때문이라니
북한이 일방적으로 미국을 비난하면서 5월 16일로 예정된 남북고위급 회담을 무기 연기한다고 밝혔다.
그 이유는 한국과 미국의 군사훈련, 태영호 전 북한 공사가 국회에서 김정은에 대해 비난 발언을 한 것 때문이라고 한다.
당초부터 이런 상황은 예견된 것인지도 모른다. 북한이 순순히 회담에 응하고 핵무기를 완전히 제거하리라고 믿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KBS뉴스9>의 관련 뉴스는 이 상황을 대부분 미국의 잘못이나 탓으로 돌리고 있다.
5월 16일, 어제 <KBS뉴스 9>은 “미국이 핵심의제인 비핵화는 물론이고 생화학 무기에, 중단거리 미사일, 일본인 납치와 북한이 민감해하는 인권문제까지 들고 나오자 불만을 표시했다는 것입니다” 라며 원인이 미국에 있다는 듯이 보도했다.
또 “여기에 존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이...북한 핵무기를 오크리지로 가져가 폐기하겠다는 구상도 밝히자 북한으로서는 강한 경고의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보입니다”라고 보도했다.
게다가 “미국은 북한의 요구조건인 적대시 포기정책, 체제 안전보장에 대해선 단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이런 보도내용은 모두 미국의 무리한 대북정책 때문에 북한이 반발하여 회담을 연기했다는 것으로 읽히기 십상이다.
더 나아가, <KBS뉴스9>은 특히 통일부 관계자 말을 인용해 “‘김영철 통전부장이 남한, 중국, 미국까지 모두 조율하고 있어서 너무 바쁜 것 같다’ 며 속도조절 가능성을 언급 했습니다”라며 김영철이 바빠서 회담을 연기했다는 식의 추측성 보도까지 했다.
북한이 반발하고 회담을 연기하는 것을 미국 탓으로 돌리는 대신, 북한의 변덕과 속임수, 또 진정한 비핵화 의지 등에 대해 보도하는 내용은 그 어디에도 없다.
마치 북한의 회담연기의 책임은 모두 미국에 있으니 미국이 태도를 바꿔 회담을 망치지 말라는 식으로 들린다.
남북과 미·북이 왜 회담을 하는가. 바로 북한의 핵무기 위협 때문이 아닌가.
북한이 핵무기 폐기 약속을 이제껏 9번이나 해놓고도 지키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북한의 또 다른 속임수 가능성, 위장 평화공세, 생화학 무기 같은 다른 무기로의 위협가능성 등 모든 위협적인 요소들을 제거하는 것이 정답이다.
그런데도 마치 회담 자체가 평화이고 핵 폐기인 것처럼 보도하는 것은 사안을 호도하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북한의 이런 문제점을 부각하거나 검증하려는 노력은 없이 오로지 북한의 입장만을 대변한다면, 이게 과연 한국의 공영방송이 라고 할 수 있나.
사측은 북한 입장을 대변하지 말고 북한의 핵무기 폐기를 검증할 수 있도록, 보다 냉정하고 객관적인 보도를 할 것을 촉구한다.
지금과 같은 식의 보도라면, 만약에 미국과 북한의 회담이 결렬되거나 파행으로 끝난다면 모두 그 책임을 미국으로 돌릴 것 같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북한 보도에 있어서 시청자들에게 더 이상 지나친 환상과 기대, 우호적인 프레임만을 강조하지 말고 냉정하고 정확한 보도를 할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2018년 5월 17일 KBS공영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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