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걸그룹의 조상들... 대중이 욕망하는 것들에 관한 흥미로운 보고서
[신간] 걸그룹의 조상들... 대중이 욕망하는 것들에 관한 흥미로운 보고서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8.05.21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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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최규성은 강릉 출생. 1986년부터 2006년까지 한국일보에서 기자로 일했다. 현재는 한국대중가요연구소 대표로 대중가요 전반의 기록들을 정리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저서로는 《대중가요 LP 가이드북》 《골든 인디 컬렉션》 《Korean Indie Musician Photographs》가 있다.

문화유산에 경중은 없지만 이 책에 모여진 자료들은 유독 소중한 것이다. 가수를 ‘딴따라’라고 경시했던 풍토에서 음반마저 버려졌으니, 포스터나 책자 등의 운명은 어떠했겠나. 지은이는 그런 세월의 시선을 견디며 먼 거리나 금액을 마다치 않고 수고를 들여 자료들을 모았다. 《걸그룹의 조상들》은 그렇게 발품을 팔아 모든 자료들을 하나하나 들춰내 정리하고 확인해가며 완성한 책이다. 말 그대로 피와 땀이 섞인 노동의 산물인 것이다. 작가의 노고는 그런 물적 토대 위에 우뚝 서 있다. 책을 완성한 저자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여전히 아직 얻지 못해 채우지 못한 빈칸들이 보인다.”라고 말한다. 

2010년대에 이르러 바야 흘러 걸그룹의 전성기가 되었다. 매체들은 제각기 걸그룹의 원조를 나열하면서 핑클, SES를 떠올렸다. 저자는 이미 명멸했던 과거의 걸그룹들이 엄연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기억하면서 우리나라에 있는 걸그룹을 하나하나 추적해나간다. 그러면서 1935년 이미 활동했던 저고리시스터를 불러온다. 여기서 ‘시스터’는 걸그룹이라 의심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이다. 이후 활동했던 김시스터즈, 이시스터즈, 펄시스터즈 등이 모두 ‘시스터’라는 이름을 내세운 걸그룹이었기 때문이다. 이 중에는 친 자매로 구성한 팀도 있었지만 생면부지의 남이 모여 ‘시스터’라는 이름으로 활동한 경우도 있다. 저자는 그런 키워드를 찾아 앨범을 수집하고 자료를 모아 엄격히 걸그룹의 지위를 부여했다. 

《걸그룹의 조상들》은 입수한 수 만 여장의 사진과 실물 자료를 토대로 사실 관계를 확인하여 그 중 희소성이 높은 자료들만을 엄선해서 책에 실었다. 김시스터즈, 이시스터즈, 펄시스터즈 등 전설의 걸그룹을 제외하고도 얼마 전 세상을 떠난 블루리본의 명정강, 걸그룹들의 의상을 책임졌던 노라노, 김시스터즈의 뒤를 이어 미국에 진출했던 김치캣, 서구적 미모의 마운틴시스터즈에 이르기까지 이름만 들었던, 혹은 이름조차 듣지 못했던 수많은 걸그룹의 화려한 면면을 모두 만날 수 있다. 또 LP컬렉터들을 위해 최대한 음반 자료를 모아 정리했다. 이 한 권으로 2000년 대 이전의 걸그룹을 마스터 할 수 있다. 

수많은 걸그룹은 성을 대상으로 삼는다는 비판을 오랫동안 직면했다. 해방 전후 ‘기생’들의 가무를 기반으로 음악을 했던 실제 예들도 보인다. 동양의 여성이라는 신비감 때문에 해외에서도 큰 환영을 받았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겉으로는 애써 외면하였고, 은밀하게 애정을 쏟는 주간지의 주제어이기도 했다. 어쩌면 걸그룹의 역사는 그런 편견과의 싸움이었다. 불평등과 대립각을 세우고 투쟁하는 면모도 걸그룹을 바라 볼 때 반드시 감안해야할 부분이다. 노골적인 투쟁은 아니었지만 그들은 자연스럽게 싸워왔다.

이 책은 여러모로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지난 시대 걸그룹의 화려한 모습을 볼 수 있는 즐거움과 수많은 모순과 편견의 시대에 여성이라는 이름으로 겪어야했던 삶의 부침 등도 가감 없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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