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의 반성과 희망
보수의 반성과 희망
  • 김범수 미래한국 발행인
  • 승인 2018.05.23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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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의 실패를 자책하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온다. 정권교체는 커녕 앞으로 수십년간 보수는 회생할 수 없고 궤멸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현재 당면한 엄중한 국가와 보수의 위기는 대한민국을 제대로 보수(保守)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했다. 대한민국 보수의 첫 번째 사명은 자유민주주의 헌법을 수호하는 것인데 우리는 자유의 소중함을 잊었다. 평화 놀음에 수없이 속았던 과거의 기억을 망각했고 자유를 포식한 나머지 배가 불러 뒤뚱거리다 넘어지게 생겼다.

반공을 소리 높여 외쳤지만 우리 안의 사회주의 정책들에 둔감했고 북한 독재체제의 실체와 북한 주민들의 인권 문제에 눈감았다. 다 죽어가던 북한의 공산체제를 연명시키고 강화시켜 자유통일을 이룩할 기회를 날려버리더니 이젠 시대착오적인 김씨왕조와 운명공동체가 되자는 어젠다에 온 국민이 무기력하게 끌려가고 있다.

혹시 우리가 누려온 자유와 번영이 우리에겐 너무 버거운 것은 아니었을까. 세계 10위권의 경제적 자유적 수준이 우리의 정신적 수준이나 민도와 괴리가 너무 큰 것은 아닐까. 그래서 모두가 하향 ‘정상화’ 되고 있는 건 아닐까.

무엇보다 정치가 실종된 작금의 상황은 보수의 미래에 어떤 기획도 허용하고 있지 않다. 우선 탄핵에 대한 보수의 입장이 통일적 합의를 보지 못하고 있다. 태극기부대는 여전히 왜 대통령을 끌어내렸느냐고 하고 일반 국민은 왜 박근혜가 최순실에 놀아났느냐고 한다.

탄핵을 옳고 그름의 규범적 문제로 다뤄야 하는지 아니면 주권자 심판의 당위의 문제로 받아들여야 하는지 보수는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 문제가 보수진영 전체에 커다란 단층(fault line)으로 작용하고 있고 그 단층의 좁고 긴 심연은 아직 그 끝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김범수 미래한국 발행인
김범수 미래한국 발행인

한편 보수의 위기를 이용해 ‘보수 장사’를 하는 무리도 있다. 이들은 나라를 걱정해 거리로 나선 태극기부대에 뜨겁고 달콤한 ‘애국’을 판다. 이를테면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일부 보수단일화기구들은 오직 자신을 통해 자신이 규정한 방법으로 후보단일화가 이뤄져야 하며 아니면 인정할 수 없다고 윽박지른다. 후보들은 여기에 놀아나고 어떤 후보는 또 이들을 이용한다. 

보수 제도권 정치와 시민사회의 분열, 그리고 갈등의 밑에는 보수주의적 가치에 대한 치열한 추구나 역사성에 대한 인식 없이 안일하게 살아온 보수의 사상적, 지적 게으름도 한몫한다. 보수는 있어도 보수주의자가 없는 한국의 기형적 구조는 자유주의자들과 애국 보수간에 상호 불신과 적대심만을 키워 왔다.

자유란 무엇이고 민주란 무엇이던가. 그리고 왜 자유라는 나무는 피를 먹고 자라는 것인가. 우리는 이런 문제들에 대해 가치 있는 삶을 살기 위한 답을 추구하기 보다는 정파와 인물들을 맹종해 오지는 않았던가. 그래서 정치와 이념은 권력을 쟁취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고 지도자들은 정치철학과 소신이 부재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이제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북한의 독재자 김정은과 한국의 주사파 운동권은 시대를 거꾸로 돌리기 위해 목숨을 걸고 마지막 혼신을 발하고(發惡) 있다. 보수가 다시 일어나 대한민국의 튼튼한 받침목이 되고 승리를 견인하려면 먼저 무기력한 보수진영에 통렬한 반성과 돌이킴(悔改)이 있어야 한다.

치열한 비판과 토론이 일어나야 하며 찬란한 자유의 정신과 드높은 기상을 회복해야 한다. 낡고 시대에 맞지 않는 옷은 과감히 벗어 던져야 하고 새로운 보수의 옷을 찾아 입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자유 대한민국과 역사적 승리에 대한 믿음과 소망과 사랑을 지닌 시민들과 준비된 지도자가 등장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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