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관용 전 국회의장 “치열한 비판과 논쟁을 시작해야”
[인터뷰] 박관용 전 국회의장 “치열한 비판과 논쟁을 시작해야”
  • 미래한국
  • 승인 2018.05.23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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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정리 /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사진 / 백요셉 미래한국 기자

탄핵사태 이후 이어진 보수의 부진은 정치의 실종과 상관 있을까?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그렇다”고 말한다. 박 전 국회의장은 정치꾼은 많아도 정치가와 지도자가 보이지 않는 원인을 정치 부재에서 찾는다.

6·25전쟁 이후 큰 부침 없었던 역사에서도 정치적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보수의 약점을 찾는다. <미래한국>은 박 전 의장과 만나 구심점을 찾지 못하고 세포분열만 거듭하는 보수정치의 위기와 원인 등에 대해 들었다.

- 4·27 남북 정상회담 전후로 국제 정세가 급변하면서 동시에 국내 사정도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국회의장을 지내시고 또 국가의 원로로서 보수의 반성이란 측면에서 말씀을 듣고자 합니다. 보수가 정치적 위기를 맞은 이유는 무엇이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개선해 나가야 할지 정치를 오래 하셨고 또 현재도 옆에서 지켜보시는 입장에서 어떤 소감을 갖고 계신지요?

보수의 반성은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봅니다. 흔히 보수와 진보에 대해 이론적 정의는 쉽게 내리겠지만 막상 무엇이 보수이고 진보인지 물으면 구체적인 생각이 없습니다. 보수 세력이라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인식이 없는 것이지요. 반면 진보는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습니다. 보수는 세상사 보는 눈이 안이합니다. 그래서 말은 개혁한다, 혁신한다 하지만 실제 행동으로 못하는 겁니다.

역사적 배경을 보세요. 일제에서 해방되고 6·25전쟁을 겪은 이후로 편안하게 살아왔기 때문에 보수는 현실에 안주해오면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역사적 인식 없이 안이하게 살아왔던 것이지요. 그러니 내가 보수인지 아닌지,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지에 대한 자각도 각성의 노력도 없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예요.

그렇게 편안하게 살아오다 보니 매사 세상일을 안일하게 생각합니다. 새롭게 변신할 이유를 못 느낀단 말이지요. 요새 와서, 말하자면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보수의 궤멸이라는 이야기가 나온 뒤에야, 생존을 위해서라도 자각이 필요한 시점에 와 있는 것입니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21세기국가발전연구원 이사장
박관용 전 국회의장·21세기국가발전연구원 이사장

이론적 보수가 아니라, 현실을 해결하는 보수가 되어야

- 보수의 개념부터 혼란스러운 것 같습니다.

보수와 진보의 개념은 각 나라마다 정치적 상황과 역사 과정에서 해석하는 게 조금 달라요. 저는 대학교 4학년 때 4·19를 맞이했고 뛰어나와 싸웠어요. 구정권을 무너뜨리고 민주화를 성공시켰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제가 진보인지 보수인지 전혀 개념이 없었습니다. 우리 정치가 독재에서 비독재로 오는 과정, 겨우 후진성에서 벗어나는 과정이었을 뿐이지 구체적인 이념에 대한 개념이나 자각이 없었던 것이지요.

그런 이념에 대해선 제 선배들로부터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었고, 우리 세대도 그런 생각이 없었습니다. 진보와 보수의 개념을 따지기 시작한 것은 정치가 조금 발전하기 시작하면서부터라고 봅니다.

- 소위 진보성향인 김대중, 노무현 정권 이후 보수정권으로 교체가 되었는데요,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실 수 있겠습니까.

대한민국 정치를 그렇게 분류하기는 어렵습니다. 대한민국 대통령제는 대통령 한 사람의 성격과 스타일, 그 사람의 개인적 비전에 따라 이어져 왔을 뿐, 보수정책이라는 어떤 이념과 정책개념의 카테고리에서 이뤄져 온 것은 아닙니다. 그런 정치적 이념이 내면화 돼 있지 않아요. 저는 지금도 제 스스로 보수인지 진보인지 헷갈립니다.

이승만 독재를 무너뜨리고 정권을 잡은 사람들도 자신들이 보수인지 진보인지 몰랐습니다. 최근에 와서 진보와 보수 개념이 회자되고 알게 된 것이지, “당신이 왜 보수냐” 하고 물으면 본인들도 설명하기 힘들 거예요. 아직도 그런 상황에 있습니다.

진보와 보수에 대해 학술적으로 이야기가 나오니까 조금씩 개념을 터득해가는 과정일 뿐이지요. 소위 독재세력, 반민주세력과 싸워서 민주주의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은 당연히 진보적 개념으로 봐야 해요. 그런 의미에서 보면 김영삼 대통령은 과거보다 훨씬 민주화된 정책을 펼쳤기 때문에 보수 세력이지만 집권 이후 상당히 진보적으로 해왔다고 생각합니다.

김대중 정권은 자신들이 비교적 진보적 성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진보적 컬러를 안착시키려고 노력했던 건 사실이에요. 그런데 노무현 정권 시절로 넘어오면서 소위 친북성향을 나타내기 시작하면서 개념에 혼란이 온 것이지요. 우리나라에서의 이념이란 건 기본적으로 반공 철학이 바탕에 깔려 있습니다. 반공은 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게 아니라 반공이 아닌 것은 적대 세력인 것이지요.

그러나 현재 야당 국회의원들은 과연 스스로 보수이기 때문에 이런 정책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지 저는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언론과 학교 교육의 역할이 좀 더 필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언론도 조금 친북화 된, 좌경화 된 세력을 진보라 하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는 세력은 보수라고 칭하는 그런 정도의 개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 한 나라의 정치 수준은 국민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말씀으로 이해됩니다.

정치인의 수준은 국민 수준이니까요. 국회가 엉망인 것은 그런 사람을 뽑은 국민의 수준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회를 움직이고 이끌어 가고 희망을 주는 긍정적이고 선도적인 역할을 하는 정치인들이 얼마나 있느냐, 없지 않습니까.

- 어떻게 해야 정치 발전이 이뤄질 수 있을까요.

역사 발전이란 게 하루아침에 되지 않습니다. 정치인들은 그 시대 분위기에 맞춰 삽니다. 그러면 나아질 게 없지요. 매스미디어의 영향과 역할도 크고요. 또 정치지도자는 젊은 사람이 해야 됩니다. 정치지도자를 선택할 때는 철학적 차원에서 자기 소신이 생길 때 선택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 우리 정치지도자들은 지도노선, 투쟁방법이 없습니다. 다만 권력을 잡기 위한 편법으로서만 정치를 이용할 뿐이지요.

여, 야 모두 잘못 가고 있어

- 최근 남북관계가 급변하고 있습니다. 또 북핵 사태를 계기로 큰 변화의 조짐이 있는 미북관계를 보시면서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문재인 대통령이 아주 색다른 일을 하고 또 잘못하고 있습니다. 남북관계 문제는 국민에게 이해를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국민에게 거짓말을 하고 엉뚱한 짓을 한단 말이에요. 남북대화만 해도 그렇습니다. 국민에게 ‘우리가 지금 북한과 전쟁할 수도 없고, 여러 문제를 해결하고 분단의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자주 만나 대화하고, 체제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 이렇게 설명해야 하는데, 그건 안 하고 엉뚱한 약속만 잔뜩 해놓았습니다.

헌법 개정 문제도 연방제로 가기 위한 뻔한 수가 보이는데 설명하지 않으니까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대통령이 국민을 속여서는 안 됩니다. 솔직하게 이야기해야 합니다. ‘내가 지향하는 건 통일입니다. 통일은 어렵습니다. 때문에 연방제라도 해서 점진적으로 가야 되지 않겠습니까’라고 말이지요. 그런 다음 국민에게 동의를 구해야 합니다. 그런데 국민 다수가 동의하기 어려운 분위기이다 보니 속여 보겠다는 것인데 그렇게 해선 안 됩니다.

지금은 대학 안 나온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운 사회가 됐는데, 대통령이 그런 식으로 하니 배신감을 안 느낄 수 있겠습니까? 도대체 대통령이 북한과 무슨 약속을 했는지 모르겠다는 겁니다. 더 큰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어요. 또 자유민주주의에서 왜 자유를 빼려고 하느냐는 문제도 그래요. 북한 인민민주주의와 체제가 다르기 때문에 혹시 유사하게 만들려고 그러는 것 아니냐, 어느 국민도 그 정도 눈치는 알아챈단 말이지요.

그래서 저는 문 대통령이 어느 대통령보다도 많은 생각을 하면서 하는 행동은 우습다고 봐요. 국민을 얕보고 있는 겁니다. 저는 문 대통령이 그 정도는 알 수 있는 사람이라고 보는데 문제는 참모들이에요. 참모들이 끌고 가는 방식은 국민과 거리를 벌리고 저항세력을 만드는 방식입니다.

우리가 민족적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데 있어서 때로는 어려운 일도 있을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국민 뜻을 잘 모아야 하는데, 남북회담이나 헌법 개정이나 무슨 일들을 벌이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문 대통령이 정치를 잘못하고 있고 큰 실수를 하고 있다고 봅니다. 정치가 혼자만의 포부로 하는 게 아니잖아요. 그렇게 해서 5천만 국민을 어떻게 끌고 갑니까.

- 반면 지금 야당, 즉 한국당의 경우는 지지 세력과 일반 시민들의 생각에서 괴리가 좀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 탄핵 부분에서 지지자들은 아직 많은 수가 탄핵은 잘못됐고, 탄핵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하는데, 일반 국민들은 어쨌든 새로운 대통령 선거를 통해 승인을 한 셈이기 때문에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있는데요, 이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그 문제는 참 혼란스럽게 돼 버렸습니다. 왜냐하면 보수세력에서도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문제에서 ‘이건 좀 아니지 않느냐’ 그러면서도 또 어쩔 수 없이 같이 가야 할 보수로서 ‘그렇다고 무리하게 대통령을 끌어내릴 수 있느냐’고 합니다. 이 두 가지 측면이 오버랩이 돼서 혼란스러운 겁니다. 태극기부대는 ‘왜 대통령을 끌어내렸느냐’ 하지만 일반 국민은 ‘박근혜는 왜 최순실에 놀아났느냐’고 하니까요. 이 문제는 보수와 진보를 구분할 수 없도록 혼란스럽게 만듭니다. ‘당신은 보수인데 왜 박근혜를 욕하느냐’ 이런 문제가 있는 것이지요.

제가 봐도 국민들은 진보냐 보수냐 개념에서 그 문제로 아주 혼미한 상태에 들어가 있어요. 자유한국당이 주춤한 이유도 거기에 있다고 봅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문제에 이렇게도 저렇게도 입장을 분명하게 할 수가 없어요. 제가 현재 국회의원이라고 해도 헷갈리겠다 싶어요. 뭔가 딱 구분이 지어져야 하는데 그게 안 되는 겁니다.

이 와중에 진보세력은 자신들에게 좋은 기회라고 여기고 보수를 궤멸시켜 20년 장기집권하자고 하고 있고요. 그래서 탄핵 문제도 어떻든 정리를 해야 하는데, 정치지도자가 해야지요. 국민 앞에 호소하고 방향을 제시해서 끌고 가야 하는데 지금은 그럴 만한 정치지도자가 없는 겁니다. 과거 정치에선 특히 야당정치는 김영삼, 김대중과 같은 걸출한 지도자가 있어 민주화를 이룩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인물이 없으니 못하고 있는 겁니다.

실종된 정치, 지도자의 부재

- 홍준표 대표가 투지가 있어 여당과 잘 싸울 것으로 봤는데, 기대만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저도 기대를 많이 했습니다. 언제 한번 만나 이야기를 했어요. ‘당신이 지금 야당 당수인데,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차마 본인에게 욕은 못하겠고 제가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국민의 눈에 들어오지 않는 지도자’라고 말했습니다. 야당이라면 야성이 있어야지 왜 그러느냐 충고했는데, 제 말을 듣고 가서 대국민 시국강연회를 만듭디다. 야당이 제대로 투쟁하지 않기 때문에 이 정부가 더 교만하고 독재로 간다고, 홍준표는 뭘 하느냐 세게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상황이, 제가 직접 현실 정치를 하고 있어도 답답하겠구나 싶긴 합니다.

- 답답한 정국을 뚫을 해결책은 없을까요.

시간이 흘러가고 또 다른 사건이 일어나야 합니다. 대한민국 정치는 사건이 나면 국민이 바뀌어요. 그렇게 갈 수밖에 없어요.

-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이 탄핵된 사건인데 단지 시간이 흐르면 잊혀질 수 있는 문제인지, 말씀하신 대로 뭔가 정국을 뒤집을 만한 사건이 일어나야 하는지 답답합니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 탄핵으로 야당이 곤란을 많이 겪었습니다. 저도 굉장히 고생을 해서, 선거에 많이 실패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도 그때 교훈을 삼아서 당이 똘똘 뭉쳐야 하는데, 김무성 의원을 비롯해 60여 명이 이탈했습니다. 스스로 죽는 짓을 한 것이지요. 그렇다고 그 사람들만 비판할 수 있느냐면 그것도 아니에요. 박 전 대통령은 자기 당 당수와 만나지 않았습니다. 당 대표가 대통령을 한번 만나보고 싶어도 안 불러줘요.

박 전 대통령은 남자는 배반하는 사람, 거짓말 하는 사람, 자기 자랑만 하는 사람, 청탁만 하는 사람이라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었습니다. 아버지인 박정희 대통령이 김재규에 살해당한 것도 그렇고, 또 주위에서 이야기를 들어보면 박 전 대통령한테 거짓말하고 자기 자랑만 한 사람도 많았고, 배경에 그런 드라마들이 있습니다.

청와대 밖으로 나온 뒤로 1년이 지나서 아버지 추모제를 지낸다고 준비하는데, 퍼스트레이디 경호실장이었던 전두환 전 대통령이 추모제도 못 지내게 했잖아요. 박 전 대통령에게 남자란 놈들은 전부 배신하는 인물로 그것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것이지요. 언젠가 일본 아사히신문에 ‘박근혜의 가슴에 트라우마가 있다’는 기사가 났는데 제가 이야기한 거예요.

박근혜 전 대통령 문제는 기본적으로 대통령이 돼선 안 될 사람을 대통령으로 만들었다는 것이 원인입니다. 대통령이 되기까지에는 당이 어려운 시기에 박 전 대통령이 노력했다는 이유 하나 때문이었는데, 쉬운 말로 하면 정치가 꼬이고 꼬여 이렇게 와버린 겁니다.

- 결국은 정치지도자의 문제이군요.

현재 대한민국 정치에 지도자다운 지도자가 없어요. 저는 이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야당은 앞으로 그런 지도자를 어떻게 배출할 것인가가 문제인데, 정치권에 사람들이 안 들어오는 건지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리더가 없습니다. 여야를 막론하고 없다는 이야기예요. 그래도 옛날에는 박정희가 있었고 김영삼, 김대중 등 인물들이 많이 있었는데 이상하게 우리는 현재 정치지도자 부재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정치가는 혼란기를 겪어야 솟아오릅니다. 지금까지 혼란기가 없이 편안하게 와서 그런 것 같아요. 정치가가 탄생하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하는데 그게 없었던 것이지요.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이 일을 저지르잖아요. 문 대통령에 맞서 대항하는 분위기 속에서 지도자가 나올 수 있다고 봐요. 야당은 겁이 나서 안 나서는 건지 어떤 건지 모르겠어요. 이런 분위기 속에서 하도 안 되겠다 싶어 제가 나서 비상국민회의를 만들었더니 정치인들이 거꾸로 내게 어떻게 해야 하냐고 자꾸 묻습디다.

홍준표 대표는 아직 제대로 나서지 않는 걸 보면 싸울 때가 아니라고 보는 건지, 아니면 약점이 있어서 그런 건지 모르겠습니다. 홍 대표는 검사 시절부터 봐 온 사람으로 아주 배짱 있고 대단한 사람인데 썩 만족스럽지 않아요. 지금 시기에 최소한 기자회견이라도 열어 문 대통령이 가는 방향이 어떻게 잘못됐다고 국민에게 제시해줘야, 그걸 듣고 맞다 틀리다 국민이 의사 표시를 확실히 해서 뭉칠 수 있을 텐데 그런 것도 하지 않고 있어요. 정치가가 없는 정치가 그냥 흘러가고 있는 겁니다.

시민과 야당, 대한민국 지키기에 나서야

- 바다에도 태풍이 불어야 변화가 오는데 보수는 너무 평화로운 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오히려 위기라는 뜻으로 들립니다. 화제를 바꿔 질문 드리고 싶은데요, 의장님은 통치체제를 대통령제에서 분권형을 주장하신 걸로 아는데 맞는지요?

네, 과거 우리 정치가 너무 1인 중심의 독선적인 체제이기 때문에 분권형으로 가야 한다고 많이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생각이 좀 바뀌었어요. 지금 대한민국 국민의 정서와 문화적 토대를 보면 내각책임제를 할 경우 더 망가지겠다 싶어요. 지역색까지 더해 우리 국민 자체 내의 갈등과 대립이 너무 심합니다.

이런 상태에서 내각책임제나 분권형 대통령제로 간다면 과연 제대로 갈 수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지금은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자신 있게 주장할 형편이 못 됩니다. 제 스스로 혼란스럽기 때문입니다.

- 좋은 말씀 잘 들었습니다. 이제 마무리를 해야 할 것 같은데요, 의장님이 보시기에 보수가 다시 정권을 되찾기까지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요?

현재 현안이라면 남북문제와 헌법개정 문제, 역사교과서 문제가 핫이슈란 말이에요. 이 이슈를 가지고 여야가 각기 자기 주장으로 토론으로 붙어야 합니다. 그런데 그게 없잖아요. 야당은 그걸 시작해야 합니다. 어디로 가는 게 옳은지 국민만 헷갈리는 형국이에요. 현안에 두 세력이 맞서서 대결해야 국민이 볼 때 누구 말이 맞다 동의하고 투표할 곳이 생기는데, 그게 없으니 국민이 가야 할 진로를 모르지요. 정치 부재의 상태, 정치 실종의 상태입니다.

문재인 정권이 과연 어떤 이념과 지향점을 가지고 가는가 하는 우려와 의문이 있습니다. 부족하나마 제가 나서서 싸워야 일반 국민들의 생각도 정리되고 정치권에서 수용할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이것으로 정치권이 새로운 판을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빅텐트가 돼야 하는데 보통 부담이 아닙니다. 이 활동이 잘 되면 정치 혁신의 하나의 계기는 마련되지 않을까 싶어요.

- 마지막으로 보수우파, 국민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국민은 정치인들에 대해 신뢰가 없습니다. 물론 그들이 신뢰할 수 없는 짓을 했기 때문이지요. 그런 가운데서도 이런 정책, 이런 정당을 선택하면 좋겠다는 게 필요합니다. 정치는 논쟁이고 토론이에요.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모여 하나로 만드는 게 정치인데 이게 없으니 국민도 선택하지 못하는 겁니다.

국민에 대한 당부라기보다 정치인들이 자기 포지션을 가지고 국민과 대화를 하는 게 필요합니다. 그래야 자기들 편이 생기지요. 언론도 정치인들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지적하고 비판하고 질문을 해줘야 합니다. 그러면 정치인들이 자각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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