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상의 창직칼럼 - 외우고 잊어버리기는 이제 그만
정은상의 창직칼럼 - 외우고 잊어버리기는 이제 그만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8.05.29 06: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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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외우고 잊어버리기 달인들이다. 조선시대까지 있었던 과거 시험에서도 달달 외우고 기억해서 잘 옮겨 적으면 그만이었다. 근대에 와서도 지금에 이르기까지 교과서와 참고서를 잘 외우고 시험지에 잘 적으면 점수가 높아지고 무난하게 진학을 하거나 취업을 하게 된다. 그런데 암기력은 후천적으로 노력해서 에외적으로 좋아지기도 하지만 대체로 부모로부터 이어받은 유전자에 의해 많이 좌우된다. 그래서 머리가 좋다는 것은 기억력이 좋다는 의미로 받아 들인다. 가끔 돌연변이도 있긴 하지만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난 자식들이 공부를 잘하는 자녀가 여럿인 경우가 많다. 어떤 부모를 만난다는 것은 자신의 선택과는 무관하다. 다시 말하면 기억력이 좋지 않은 것은 자신의 잘못이 아니다. 공부 잘하면 무슨 일이든 잘한다는 말은 사실 거짓말이다.
 

맥아더스쿨 교장 정은상
맥아더스쿨 교장 정은상

세상이 변했다. 더 이상 기억력이 좋아야만 하는 시대를 지났다. 오히려 창의성이 더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기억력이 좋으면 저절로 창의성이 생겨 날까? 그렇지 않다. 기억력이 좋으면 과거 쌓았던 지식과 경험이 되레 발목을 잡아 새로운 시도를 하기 어렵다. 무언가 시작하기도 전에 결과가 이미 눈에 보이는 듯 하기 때문에 안 되는 이유만 잔뜩 늘어놓으며 변화를 시도하지 않는다. 어릴적부터 시험을 치르면 결과가 좋기 때문에 머리만 믿고 노력을 하지 않는다. 이렇게 자라면서 한번도 시험에 떨어져 보지 않으면 회복탄력성이 생겨나지 않아 무슨 일을 하다가 벽에 부딛치면 낙심하고 자괴감이 쉽게 든다. 한번 두번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 자신감과 자존감도 잃게 된다.

물론 나이가 어릴 때 대체로 기억력이 좋기 때문에 세상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을 외우면 도움이 된다. 하지만 학교 교육에서 계속해서 외우기를 강요하며 사지선다형, 오지선다형, 단답식 시험을 계속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이치를 깨닫고 이해하려고 하기 보다 당장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달달달달 외우게 된다. 지금 시행 중인 중학교 1학년 자유학기제는 학교장 재량에 따라 결정하는데 아직 전국 중학교 중에 50%에 미치지 못한단다. 자유학기제는 중1 뿐 아니라 중고등학교에 전면적으로 속히 시행해야 한다고 필자는 강력하게 주장한다. 시험을 치르되 방식을 바꿔 의견을 묻는 열린 질문으로 해야 한다. 학생들이 자신의 생각을 가감없이 피력할 수 있도록 꾸준하게 지도해야 한다.

변화의 조짐이 보이긴 하지만 아직도 멀었다. 4차 산업혁명이 코앞에 와 있는데 우리의 교육 커리큘럼은 여전히 7080시대에 머물러 있다. 교사들이 학생들을 지도하기 어렵다고 하는데 이런 교육 내용과 무관하지 않다. 좋은 학교에 진학하고 원하는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 공부를 해야한다고 강요할수록 변화무쌍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지혜롭게 살아가기와는 점점 멀어진다. 이제는 자신이 무엇을 아는지 또는 모르는지를 깨닫고 스스로 원하는 것을 찾아서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이런 능력을 학생들이 갖추려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성인도 마찬가지다. 아직 늦지 않았지만 더 이상 늦추지는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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