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정상화위원회가 벌이고 있는 해괴한 일들
MBC 정상화위원회가 벌이고 있는 해괴한 일들
  •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8.05.29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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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엣가시’ 경력기자 해고프로젝트를 위해 망신주기 뒷조사
6년 전 안철수 논문표절 의혹보도 트집 잡아 과감한 해고까지 감행

MBC가 지난 2012년 최장기 파업 사태 이후 입사한 경력기자들을 대상으로 전 직장 경력에 대해 조사를 하고 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 이를 두고 MBC 안팎에서는 “최승호 체제의 해고프로젝트가 본격 가동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 직장 경력사항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꼬투리를 잡아 해고시키겠다는 의도가 아니냐는 것이다.

박상후 MBC 전 부국장은 5월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입사한 지 몇 년이나 지난 경력기자들을 상대로 입사경위를 조사했다는 이야기는 소문으로만 돌았는데 사실로 드러났다”며 MBC 측이 한 경력기자의 전 직장에 보낸 문건을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문건에는 “1. 귀 사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2. 당사 재직 중인 직원의 이전 경력사항에 대한 진위 여부를 확인하고자 경력조회를 의뢰하오니, 회신하여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3. 귀 사 양식에 의한 회신도 무방하나, 근무부서/근무기간/담당업무는 필히 확인 부탁드리며, FAX 또는 우편, 이메일 등으로 2018년 3월 31일까지 송부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적혀 있다.

박 전 부국장은 “이 문건은 MBC가 모 TV 채널에 보낸 공문으로, 이 언론사는 MBC에 회신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한다”며 “이 같은 공문은 다수의 매체에 발송된 것으로 알려졌다. MBC 내 비언론노조 소속 직원들은 이 소식을 접하고 최승호 체제의 ‘해고 프로젝트’가 가동된 것은 아닌지 공포에 떨고 있다”고 전했다.

MBC 측은 당초 이 공문을 경력직 기자들이 일했던 각 언론사에 보냈다고 한다. 그러나 일부 언론사가 이 같은 MBC 행태에 상당히 불쾌해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MBC의 한 관계자는 “몇몇 언론사들이 불쾌해하며 회신해달라는 MBC 요청을 무시했다”고 했다. 각 언론사는 자사 출신 기자의 경력 증명을 불신하는 것으로 비춰져 MBC의 행태가 썩 유쾌하지 않았던 셈이다.

MBC 공문 받은 언론사들 “황당하고 무례하다” 불쾌한 반응
 

이와 관련해 김세의 기자도 자신의 SNS를 통해 “한 언론사가 MBC로부터 받은 공문을 직접 찍은 사진이라고 한다”며 박 전 부국장이 공개한 것과 같은 문건을 공개했다. 그는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에 동조하지 않은 경력기자들의 이전 언론사들이 받은 공문으로 발신자는 ‘MBC 사장 최승호’였고 수신자는 해당 언론사 인사담당이었다고 한다”면서 “MBC의 공문을 본 해당 언론사 간부는 ‘황당하고 무례한 행위’라며 분노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김 기자는 “이미 5년 이상 MBC에서 근무한 직원에 대해 해당 언론사 출신 기자의 경력을 확인한다니, 이런 식으로 망신주기식 뒷조사를 하는 MBC”라며 “최승호 사장의 MBC는 마치 강원랜드에서 198명의 직원을 ‘채용 취소’했던 것처럼 이미 취재 업무에서 배제된 80여 명의 기자들을 ‘해고’할 방법을 이런 식으로 찾으려 하나?”라고 의구심을 나타냈다.

MBC 측은 언론사들의 부정적 반응에 부딪히자, 직접 공문을 보내는 대신 일부 경력기자들에게 직접 경력증명서를 받아 제출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MBC의 또 다른 관계자는 기자의 이와 관련된 질문에 “사측이 경력 조회 누락을 이유로 전 직장 인사부로부터 근무 부서 등의 기록이 담긴 경력 조회서를 받아오라고 경력기자들에 시켰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감사국에서 경력직 기자들 대상으로 입사 경위 감사를 벌이고 있는데, 마치 강원랜드 채용 비리와 같은 비리가 있지 않겠느냐는 의심을 하는 것 같다”며 “사측이 만약 경력조회가 필요하다면 직접 전 직장에 연락해 필요한 정보를 파악하면 되는데, 자신들의 행위에 뭔가 문제가 있으니까 직접 못하고 경력기자들에 일을 시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추가 경력조회 문서를 떼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닐 테지만, 합당하게 입사한 경력기자들을 마치 어떤 결격사유가 있어 조사하는 것 같은 인상을 준다”며 “전 직장에 그런 요청을 하는 것 자체가 경력기자들 최소한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MBC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홍보부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에서 “그 사람이 진짜 그 회사에 다녔는지, 제출한 경력이 맞는지 당연히 진위를 확인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면서, 이전에도 기자들을 대상으로 이번과 같은 경력 조사를 한 적이 있느냐고 묻자 “당연하죠. 경력기자들 뿐 아니라 신입도 마찬가지인데, 서류를 내라고 하잖나. 졸업증명서 등을 내라고 하는데 경력증명서가 따로 없는 경우도 많고, (회사가) 따로 제출을 하라고는 하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저희가 당연히 확인하는 것”이라며 이번 과정은 통상적 절차일 뿐이라고 말했다.

MBC 사측의 이 같은 답변에 직원들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 관계자는 입사 시 경력증명서를 따로 받지 않는다는 게 사실이냐는 질문에 “경력증명서도 안 내고 어떻게 사원을 뽑나”라는 반응을 나타냈다.

“해고 않겠다”던 최승호 사장, 6년 전 의혹보도를 이유로 기자 해고

MBC 경력기자들에 대한 조사가 이전 보수정부 시절 입사한 경력기자들에 대한 ‘해고 프로젝트’로 의심받는 가운데 최승호 사장의 과거 발언도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MBC 사장에 선임되기 직전 가진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자신은 직원을 해고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MBC 관리감독 기관인 방송문화진흥회의 사장 선임 최종 인터뷰 이틀 전인 지난해 12월 5일자 딴지일보 기사에 따르면, 최 사장은 MBC 인적 청산을 얘기한 가운데 경력기자들에 관한 질문을 받자 다음과 같이 발언한다.


인 : 문제가 없는 경우도 있을 가능성이 있거든요. 채용 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다면, 보도에 관해서는 어떤 조치를 하실 생각인가요?

최 : 문제 있는 보도를 많이, 반복적으로 했던 친구들이 있거든요? 그런 친구들은 책임을 물어야 되고, 교육을 좀 시킬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저널리즘에 대한 교육. 그동안 나쁜 선배들 밑에서 있었기 때문에 좋은 선배들한테 제대로 교육받게 하고, 그다음에는 기회를 공평하게 줘서 능력대로 해야죠.

인 : 그래도 능력이 안 되면, 짤리는 건가요?

최 : 짤리는 거는, 짜르는 거는… 내가 짤려 보니까 짜르면 안 되겠더라고요.(웃음)

MBC의 경력기자 조사 행태가 ‘해고 프로젝트’를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해고하지 않겠다”던 최승호 사장의 이른바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행태는 거센 비난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MBC 정상화위원회가 ‘적폐청산’이란 명분으로 주도하는 갖가지 행태들은 이미 MBC 안팎에서 거센 비판에 직면해 있다. 특히 지난 201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안철수 당시 후보의 논문표절 의혹을 보도했던 현원섭 기자를 5월 11일 사규 및 취업규칙 위반으로 해고 처분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정상화위원회 측은 해당 보도에 대해 “사실상 조작”됐다며 이 보도의 문제점으로 △제보에 대한 검증 부재 △사실 확인의 오류 △공정성 외면 △취재원 보호 오용 △검증 방식 오류 등의 사유로 MBC 방송강령 및 방송제작 가이드라인 위반 등을 지적했다.

2012년 10월 당시 새누리당을 출입하고 있었던 현 기자는 추석 연휴 마지막 날 “[단독] 안철수, 의학박사 논문도 표절 의혹” 리포트를 시작으로 세 차례에 걸쳐 안철수 후보 박사학위 논문이 표절됐다는 의혹 보도를 했었다.

표절인지 아닌지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의혹을 보도했다는 이유만으로 해고 처분을 내린 것도 최승호 사장의 해고 프로젝트와 무관치 않다는 시선이 있다. 또한 과거 광우병 허위보도의 주역인 최 사장이 의혹보도가 사실이 아니라는 이유로 직원을 해고한 것도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보도 책임자 중 한 명인 김장겸 전 MBC 사장은 이 같은 소식을 접한 뒤 5월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MBC가 6년 전 안철수 논문표절의혹을 보도한 기자를 해고했다고 한다”며 “과거 광우병이나 김대업 병풍 보도 담당자가 해고되거나 사과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꼬집었다.

MBC 측의 해고 논리대로라면 의혹보도가 사실이 아닐 경우 앞으로 MBC 기자들은 해고를 각오해야만 한다. 다만 非언론노조원에 한해서다. 또한 광우병 보도와 같인 보수우파 진영 공격용 허위보도는 반대로 보호받을지 모른다. ‘내로남불’ 정신으로 무장한 채 언론자유와 독립을 파괴하는 최승호 사장 체제의 MBC 폭주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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