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길] 태영호의 증언이 우리에게 말하는 것
[미래길] 태영호의 증언이 우리에게 말하는 것
  • 김범수 미래한국 편집인
  • 승인 2018.06.07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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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문제를 둘러싸고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외교 전쟁이 펼쳐지고 있는 상황. 지난달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공사의 국회 강연을 듣고 그의 저서 <3층 서기실의 암호>를 접했을 때 ‘이거다!’ 무릎을 쳤다. 안보이던 시계(視界)가 밝아지고 어쩌면 우리 사회가 집단최면 상태에서 벗어날 정세전환의 촉발점이 될 수 있겠다 싶었다. 다음날 북한은 성명을 통해 태영호의 국회 강연을 비난하며 남북고위급회담을 전격 취소했고 며칠 후 트럼프 미 대통령은 예정된 미북회담을 번복했다. 

태영호는 김정은의 핵폐기 가능성에 대한 논란을 일단락 시킨다. 북한은 불가역적인 핵폐기(CVID)를 절대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인데 그 이유는 수많은 정치범수용소나 김씨일가 전용 특수지역 등 북한 전지역에 대한 CVID 강제사찰을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만약 북한이 전면적 특별사찰을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주먹 크기의 플루토늄 핵물질과 핵탄두를 1만 개에 달하는 지하시설에 숨겨놓으면 찾을 방법이 없기 때문에 김정은은 ‘핵폐기’ 이후에도 핵보유를 대내외에 기정사실화 할 것이라고 태영호는 말한다.   


실제 북한은 2013년 3월 핵경제 병진노선을 당의 정책으로 공식 결정함으로써 핵보유를 헌법과 당정책에 명문화해 법으로 제도화했다. 북한은 남한 인민이 더 이상 아우르고 갈 대상이 아니라 핵무기를 통해 제거해야만 북한의 영원한 생존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으며 이에 핵 그 자체가 북한의 통일전략이 된다. 

태영호는 자신도 젊은 김정은이 선대의 핵개발 노선을 포기하고 북한을 개혁개방으로 이끄는 것이 아닌가 착각을 한 적이 있다고 고백한다. 그만큼 김정은의 통치술은 집요하고 능수능란하다. 오랫동안 궁금했던 점이 바로 김정은의 옆에서 누가 돕고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태영호는 그것이 바로 ‘3층 서기실’이라며 평양의 심장부를 겨냥한다. 북한은 김씨 가문과 여러 하부 조직 사이의 종적 체계만 존재하는 사회다. 횡적 체계는 거의 없으며 모든 정보는 3층 서기실을 통해 취합돼 김정은에게 보고된다. 3층 서기실은 체제유지를 위해 불철주야 최적화된 정책을 만들어내게 되는데 김정은은 그의 말 한마디로 최측근도 총살시키는 절대 권력을 과시하고 있지만 권력 유지를 위해 3호실의 결정에서 한치도 벗어날 수 없게 된다.   

태영호는 수많은 에피소드를 통해 평양의 실체를 드러낸다. 북한에서 높이 평가하던 ‘김대중 선생’을 6·15를 통해 이용하는 장면, 유엔의 대북인권 제기에 대한 대응, 리용호 강석주 최선희 김창선 김영남 김여정 등 현직 실세에 대한 인물평, 누구도 예외일 수 없는 주요 인사들의 숙청 전모, 9·19 공동성명 도출 과정, 영국을 이용한 대미외교 전략, 북한이 주장하는 한반도 비핵화의 의미, ‘비키니 보다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고위급 방북 인사들을 접대하는 기쁨조 여성들의 모습 등이 소개된다. 

태영호는 통일을 ‘노예해방혁명’이라고 규정한다. 의사표시의 자유, 이동의 자유, 생산수단 보유의 권리, 그리고 자신의 탈북망명의 이유가 된 자식과 함께할 수 있는 자유조차 없는 북한 사회는 현대판 노예사회인 것이다. 태영호는 그러한 통일을 위해 용기를 냈고 결단했다.    

김정은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자유와 인권, 시장의 힘, 세상의 진실, 그리고 자신이 차지하고 있는 신의 자리 종교 등이다. 북한에 핵과 수령절대주의라는 비대칭 무기가 있다면 우리에겐 자유민주주의라는 무기가 있다. 우리는 한반도에 자유와 인권을 확산해야 하며 이것이 모든 대북대화와 통일의 목적이며 원칙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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