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주한규 서울대 원자력센터 소장 “탈원전 정책 고수하면 현재 원자로 안전 운용에 치명적”
[인터뷰] 주한규 서울대 원자력센터 소장 “탈원전 정책 고수하면 현재 원자로 안전 운용에 치명적”
  •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18.06.08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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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에너지 수급정책에 경고등이 켜졌다. 전기료 상승 부담도 부담이지만, 무엇보다 현재 가동 중인 원자로의 안전이 탈원전정책으로 인해 오히려 위험 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미래한국>은 주한규 서울대 원자력센터 소장(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과 질의 응답의 정확성을 위해 이메일 인터뷰로 탈원전의 문제를 짚어봤다. (편집자注)
 

주한규  서울대 원자력센터 소장
주한규 서울대 원자력센터 소장

- 최근 탈원전 이후, 전력 수급에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진단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원전 가동을 줄여도 문제가 없다고 했는데 어떻게 된 배경입니까?

탈원전 정책 추진 이후 정부는 원전 안전 강화라는 명분으로 정비기간이 1년 이상 비정상적으로 길어지는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동시에 다수 원전에 대해 장기간 수리를 해왔습니다. 그 결과 작년 원전의 평균 가동률은 71%로서 정상적인 경우의 가동률인 85%에 훨씬 못 미쳤습니다. 특히 12기의 원전이 정지되어 있던 지난 1, 2월에는 원전 가동률이 50%대로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원전 가동률의 심각한 저하가 지난 겨울 동안 총 10회나 될 만큼 예외적으로 빈번했던 전력 수요 감축 지시의 원인이 되었던 게 분명합니다. 이러한 문제를 경험한 정부는 하계 전력 수요 급증에 대비해 최근 3개월간 10기의 원전을 재가동(5월에만 5기 재가동)시켰습니다. 그런데 예방정비기간이 도래한 4기는 새로 정지 상태로 들어갔기 때문에 현재 원전 가동률은 70%선으로 아직도 미흡한 상태이기는 하지만 7월 말까지 원전가동률을 더 상승시킬 여지는 있습니다. 실제 가동률 상승폭은 정부의 원전 가동률 제고 의지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 산업용 전기료가 인상되고 있습니다. 한전은 최근 대규모 적자를 연속 기록하고 있습니다. 탈원전과 관계가 있는 것일까요. 또 소비자 전기료도 오르게 될까요?

작년과 올초 급격히 저하된 원전 가동률로 인해 원전 대신 비싼 석탄과 LNG 발전 전기를 구입해야 했던 한전은 최근 두 분기 동안 약 2500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정부가 원전의 위험성을 부각시켜 계속 탈원전을 추진하고자 한다면 원전 가동률은 계속 낮은 상태에 머무를 수 밖에 없고 이는 한전의 적자 누적 요인이 됩니다.

그런데 한전 적자를 방관할 수만은 없는 정부는 최근 심야 경부하 산업용 전기 요금 인상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이미 근래 5년간 32%나 올라 OECD 국가내 13위 수준까지 올라간 산업용 전기요금이 15위 이상으로 올라가게 되어 제조업 수출경쟁력이 약화될 것이 분명합니다. 그렇더라도 정부는 국민의 반발을 의식해 주거용 전기료는 올리지 않을 것입니다.

탈원전 지속되면 한국 원자력 해외에서 외면 당할 것

- 우리 정부는 탈원전을 정책으로 하면서도 원전 수출을 독려합니다. 해외 원자력 시장이 커지고 있다는데 과연 우리에게 경쟁력이 있겠습니까? 만일 해외 바이어들이 한국의 탈원전과 수출전략을 본다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되겠습니까?

원전이 위험하기 때문에 자국에서는 원전을 더 이상 건설하지 않겠다는 나라에서 원전을 수입할 나라는 사실상 없을 것입니다. 탈원전과 원전수출은 도덕적으로도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양립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 사우디, 체코가 우리 원전 도입에 관심이 있는 이유는 아마도 탈원전 정책이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대통령이 UAE 바라카 원전 완공식에서 우리나라 원전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언급하고 사우디 에너지 장관 방한 시 우리나라는 40년 동안 원전을 안전하게 운영해 왔다고 찬사를 보낸 사실 등이 수입국에서 우리나라 탈원전 정책의 변화를 전망하는 이유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정부가 국내 신규 원전 건설 취소와 계속운전 불허 입장을 계속 분명하게 표출해 탈원전이 정말로 기정사실화 된다면 영국을 비롯한 세 나라도 우리나라 원전 도입을 포기할 것입니다.

탈원전으로 전문가·부품사 몰락, 원전 유지 위험성 증대

- 탈원전 정책 이후 원전 부품회사들과 엔지니어들이 해외로 탈출구를 찾고 있다는 뉴스가 있습니다. 원자로 수명이 꽤 긴데 부품회사와 기술이 흩어지면 관리에 문제는 없는지요?

원전산업은 특성상 다품목, 소량, 고품질 생산을 해야 되므로 중소기업 종사자가 원전산업 전체 종사자의 90%을 차지합니다. 중소기업은 탈원전에 따라 신규 주문 물량이 없게 되면 2~3년을 버티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수십억 이상 들여 개발한 고급 기술을 중국 등의 업체에 이전하거나 아예 업종을 전환해 살길을 모색하게 됩니다.

탈원전 정책 때문에 자기 회사에서 미래 비전을 보지 못하는 젊은 직원들의 이직은 이미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원전은 40년 내지 60년 동안 운영을 해야 되기 때문에 원전 중소기업의 붕괴로 기자재 조달이 원활하지 못하거나 해외 도입 등의 이유로 비용이 크게 상승하게 되면 원전의 안전 운영에 문제가 초래될 것입니다.

- 탈원전 이후, 최근 태양광 열풍이 붑니다. 이 현상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최근 야산을 훼손해서라도 태양광 발전시설을 조기 건설해 짭짤한 투자 수익을 얻고자 하는 건설 열풍이 확산되면서 후보 부지의 땅값이 두 세 배까지 올랐다고 합니다. 나무를 베어내고 야산에 짓는 발전시설은 경관도 해치거니와 홍수나 태풍시 위험요소로 작용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향후 우후죽순으로 늘어날 태양광 발전 시설로 인해 보조금이 축소될 우려도 있습니다. 그러면 대규모 투자비를 회수 못한 투자자들의 막대한 손해가 사회 문제 혹은 국가 재정부담이 될 소지가 큽니다.

- 일각에서는 탈원전했더라도 문제가 생기면 다시 원전을 돌리면 되지 않느냐고 합니다. 일본도 그랬다면 뭐가 문제냐는 것입니다. 정말 문제가 없을까요?

우리나라에서는 총 수출액의 약 1/3에 해당하는 금액을 에너지 수입에 씁니다. 그 금액이 연 180조 원에 해당하는데 탈원전을 하게 되면 LNG 수입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어 무역흑자가 10조 이상 감소하게 됩니다.

미세먼지와 이산화탄소도 더 발생하게 되어 우리의 대기환경을 악화시키고 파리 기후변화협약에 약속한 온실가스 감축 이행 의무를 지키기 힘들어 집니다. 또 탈원전을 추진하는 독일, 벨기에, 대만 등과 다르게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건설산업을 보유하고 있어 원전수출을 통해 수십조 원의 외화를 벌어 들일 수 있는데 탈원전이 이행되면 원전건설 산업이 붕괴되어 외화 획득 기회의 상실과 아울러 국내 원전 운영 비용 상승이 초래될 것입니다.

또 4차 산업의 발전으로 장차 증가될 전력 수요를 제대로 감당하지 못해 전력 수급 불안정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될 것입니다. 이같이 탈원전은 경제적, 환경적, 사회적 측면에서 많은 문제를 야기할 것입니다.

- 탈원전의 문제점과 바람직한 방향에 대해 조언하신다면?

탈원전 정책은 응당 폐기되어야 마땅합니다. 그러려면 원전 안전성과 효익에 대한 국민 인식 개선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원자력계가 막연한 공포에 의한 회피보다 과학과 사실을 직시해 원자력을 수용하려고 하는 적지 않은 국민들의 협조를 얻어 원자력에 대한 오해 불식과 긍정적 인식 확산에 더 노력해서 탈탈원전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 개선이 원활히 진행되지 못해 국민 대다수가 원전에 대해 안심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최소한 탈원전 정책을 부분 수정해 신규 원전 건설만이라도 일부 재개해 원전 산업 생태계를 보전하고, 원전 수출 성사를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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