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민주주의 포퓰리즘에 편승한 헌법개정안
대중 민주주의 포퓰리즘에 편승한 헌법개정안
  • 김이석 시장경제제도연구소 소장
  • 승인 2018.06.12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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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질서경제학회 포럼]

헌법은 역사적으로도 또 내용적으로도 기본적으로 정부의 행동을 제약하는 성격을 띤다. 헌법은 정부를 구성할 사람을 어떻게 뽑고 이들이 어떤 권한을 가지는지 규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민의 개인의 인격과 재산권과 같은 침해할 수 없는 기본권을 확립하고 있는 게 보통이다. 그래서 헌법은 법(률) 가운데 최고의 권위를 부여받고 국회가 제정한 각종법률의 내용이 과연 법다운 법인지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잣대로 대접을 받는다.

이런 헌법은 경제원리를 적용해서 서로 모순되는 것은 없는지, 또 경제 발전과 번영을 가져올 것인지 아니면 경제적 쇠퇴를 초래할 것인지 잘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는 모든 사회문제는 경제문제라는 미제스의 이야기를 감안하면 명확해진다. 어떤 사회문제, 예컨대 임금이 낮은 계층의 복지를 높이려는 사회적 논의가 있을 때 이를 특정 방식으로 예컨대 최저임금제나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해결하는 정책이 제안되었을 때, 과연 그런지 우리는 최소한 합리적으로 따져볼 수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 개헌안은 5월 14일 정족수 미달로 투표가 불성립되었다
대통령 개헌안은 5월 14일 정족수 미달로 투표가 불성립되었다

그런 점에서 좌승희 전 경기연구원 원장의 기조강연 “헌법과 경제질서”는 헌법이 합리적 차별화 장치로서의 시장을 평등주의로 수정하려고 할 때 몰고 올 문제를 매우 도발적으로 제시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아무튼 경제원리로 볼 때도 개인의 재산권이 잘 확립되어 있어야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거래가 가능해진다.

그런 거래의 결과 각종 상품과 권리에 가격이 형성된다. (상품의 가격이란 것도 그 상품을 사용할 권리에 대한 가격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렇게 가격이 형성되면 이 가격이 오르고 내림에 따라 수요와 공급이 조절됨으로써 경제가 가격의 신호등 기능이 없는 경우에 비해 훨씬 더 잘 작동할 수 있다.

사회주의 경제 계산 논쟁에서 주장되고 실제 현실에서 확인되었듯이 생산수단의 사유를 금지한 사회주의 계획경제가 작동할 수 없었던 것도 결국 생산수단의 거래가 불가능해져서 그 가격이 형성될 수 없었고 그 결과 생산수단을 어디에 어떻게 사용해야 할 것인지를 합리적으로 계산할 근거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제학자들은 대부분 정부의 가장 중요한 임무가 개인의 재산권과 이와 교환을 약속하는 계약의 이행을 담보해주는 역할이라고 주저 없이 말한다.

경제 계산 논쟁을 이해하고 있는 경제학자들은 이런 정부의 기능을 넘어서는 정부의 역할, 예를 들어 가격에 대한 간섭이나 여타 역할 확대와 이에 동반되는 정부재정의 비대화를 반대하는 것이다. (정부재정의 비대화는 사실 직접 생산을 담당하는 세금납부자에 비해 정부와 관련된 세금소비자들이 더 많아진다는 의미도 담고 있으며, 이런 사회는 생산하려는 동기가 부족해져서 쇠락의 길로 향할 것이다.)

큰 정부 지향하는 개헌은 국가사회주의로 갈 것

이번 개정안은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큰 정부를 지향하고 있으므로 향후 정부의 막대한 재정 부담이 예상되고 이는 높은 세금으로 귀결될 것이다. 보통 더 많은 재정 부담이 필요해지면, 표를 의식한 정치권은 기업가적 정신이 상대적으로 더 높은 부유한 이들을 적대하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고 그들에 대한 집중적인 조세를 입법한다. 아니면 각종 기금에 손을 대거나 국채를 발행하고 중앙은행으로부터 빌려오는 방식을 택하는데 이는 당장의 문제를 미래의 더 큰 문제를 낳은 방식으로 푸는 셈일 뿐이어서 그 나라 경제의 쇠락을 재촉할 것이다.

물론 현실의 헌법은 이런 이상적인 헌법에서 거리가 멀 수 있고 오히려 정부가 ‘자의적으로’ 경제에 간섭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도 한다. 이런 헌법의 결함으로 인해 오히려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거나 악화할 수 있는데, 이를 ‘헌법의 실패’라고 부르기도 한다.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헌법개정안에 대한 평가는 결국 이런 개정안이 이상적 헌법에서 더 멀어짐으로써 헌법 실패를 더 확실하게 만드는 것인지에 모아진다. 현행헌법도 아직 더 큰 자유화 혹은 더 확실한 개인 재산권의 보장이 필요하다는 신도철 교수의 평가에 동의한다.

사실 현행 헌법으로도 국회에서 ‘만들어지는’ 법률이 대부분 정당화될 수 있어서 자유화가 요구되고 있는데 이번에 제시된 헌법개정안은 발제문에서 밝히고 있듯이 여기에 한 술 더 뜨고 있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이번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토지공개념의 도입으로 개인의 재산권은 더 약해질 것이고, 또 노동시장에서 정부가 행할 각종 규제와 간섭의 범위가 더 커지고 손쉬워질 것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 토지거래시장은 크게 제약을 받게 되고 가격도 정부의 자의적인 개입에 따라 등락을 하게 되고, 노동시장은 더 작동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그 결과 기업들의 투자가 크게 위축될 것이다. 기업들은 정규직으로 인력을 고용하기를 더 꺼릴 것이고 노동시장에 신규 진입하는 경제적 약자들만 더 고통을 받을 것이다.

이번 개정안에 들어 있는 ‘동일가치 노동, 동일임금’이라고 하는 원칙도 무엇을 두고 동일가치 노동이라고 하는지 알 수 없다. 배 교수의 지적처럼 이것이 투입되는 노동의 양에 따라 가치가 주어지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라면 경제학이 새롭게 배운 교훈, 즉 시장가치는 투입된 비용이 아니라 그 사용자가 부여하는 가치에 따른다는 원리를 정면으로 위배하고 있다.  경제 원리를 위배한 이런 이상한 원칙은 결국 많은 경제적 문제를 불러올 것임은 물론이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번 헌법개정안은 그 내용상 헌법이 민주주의의 문제를 줄이는 역할을 하기는 커녕 오히려 민주주의에 편승함으로써 문제를 더 일으키게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내용상의 문제뿐만 아니라 절차적으로도 바람직했다고 할 수 없다. 헌법이 이렇게 중요하기 때문에 올바른 방향으로 개정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고 또 함부로 개정을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런데 왜 현 정부는 헌법의 개정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여러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부딪치는 법안을 다룰 때보다 더 쉽게 처리하려고 하는지, 또 야당이 반대하고 있어 통과도 어려운데 이렇게 밀어붙이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일부에서 나오는 이야기처럼 이번 정부의 헌법개정안이 지방자치나 균형 발전 등을 넣어서 지방선거에서 유리해지기 위해서였다면 정치조작적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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