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核 해결 없이 평화체제 논의 위험
北核 해결 없이 평화체제 논의 위험
  • 미래한국
  • 승인 2006.0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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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부회장(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
▲ 이정훈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

北, 核포기 의사 없이 美에 先‘행동’ 요구 盧정부, 北核 저지보다는 ‘平和체제’에 큰 관심 2005년 북한 핵문제는 2월 북한의 ‘핵보유’ 선언으로 시작되어 결국 ‘9·19 공동성명’으로 막을 내린 후 불안한 모습으로 병술년을 맞게 되었다.

핵폐기 이행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무시된 채 북한은 공동성명의 합의내용과는 무관한 미국의 북한 기업 자산동결과 북한산 위조달러 규제에만 집착하는 한편, 미국은 북한을 ‘범죄정권’으로 규명하며 6자회담을 위해 북한의 불법행위를 묵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단호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과연 2006년이 북핵문제 타결과 한미동맹 복원의 원년이 될지, 아니면 북핵문제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국내정치 틀 속에 묻혀 오히려 한국의 정체성이 위협받고 한미동맹이 와해되는 해가 될지는 미지수다.

이해찬 국무총리는 “남북관계가 해방 이후 지금처럼 안정된 적이 없다”고 평가한 바 있다. 북핵문제의 지속, 6자회담의 표류, 위조달러, 인권문제 등 북한의 다양한 불법행위를 고려할 때 의아한 평가가 아닐 수 없다. 북한은 이미 핵문제 논의 자체를 유보시키며 ‘선 경수로제공’, ‘후 핵폐기’를 주장하고 있다.

북한이 제시한 핵문제의 해결책은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포기, 핵위협 제거, 보상성 경제지원, 평화체제구축 등 미국의 ‘행동’에 있다고 주장한다. 환언해서 말하자면 북한은 미국이 먼저 대북정책을 선회하기 전에는 핵무기를 포기할 의사가 없다는 것이다.

6자회담의 지연 자체도 문제이지만 더 큰 문제는 핵문제 논의가 장기화되면서 북한의 ‘평화공세’가 본격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북한이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평화카드는 세 가지다. 첫째가 평화적 핵 이용이고, 둘째가 정전협정을 대체할 평화협정이고, 셋째가 ‘남북연합’을 목표로 한 평화체제이다.

‘민족공조’와 ‘평화통일’ 구호에 약한 우리 국민은 평화체제 구축에 대한 기대감 확산으로 실질적인 군사위협에 대한 경계가 풀리며 안보불감증이라는 위험한 심리상태로 빠질 우려가 있다.

북한은 바로 이 틈을 타 6자회담을 무력화시키고 핵폐기를 포함한 모든 현안을 평화체제 구축 후의 문제로 돌릴 확률이 높다. 더 나아가 북한은 한미동맹 재조정의 내용과 시기도 평화체제 구축 궤도 안에서 다뤄질 것을 원한다.

예컨대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용산 주한미군 기지 이전,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등의 주요 현안들이 자주를 위시한 평화체제 구축에 맞게 처리되기를 바라고 있다. ‘연합’이든 ‘연방’이든 북한식 ‘평화통일’이 핵 갈등을 자연히 해결해 줄 것이라는 것이 북한의 주장이다. 물론 핵폐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북한이 현재 취하고 있는 자신감 넘치는 자세 뒤에는 한국의 지나친 ‘북한 감싸기’ 입장이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주한 미국대사가 북한을 ‘범죄정권’이라고 지칭한 데 대해 ‘상대방을 자극하는 발언’이라고 유감표명을 하고, ‘북한산 위폐 확실 발언’에 ‘경솔하고 신중치 못한 행동’이라는 한국측의 항의성 발언은 곧 북한의 부당한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일찍이 핵 생산과 활동에 대한 연기를 골자로 한 ‘핵폐기 5단계 일정표’를 “성과”라고 한국측 주무 장관이 평가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한다. 결과는 북핵문제의 악화와 장기화다. 지금 특히 우려되는 것은 노무현정부가 ‘북핵불용’ 보다는 남북 평화체제 구축쪽에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북핵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고 한미동맹관계가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남북연합’ 등의 평화체제 구축에 대한 논의를 시도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북핵문제 해결, 평화체제 구축, 한미동맹 재조정이라는 과제에는 분명히 우선순위가 있어야 한다.

그 순위는 물론 1) 북핵문제 해결, 2) 한미동맹 재조정, 그리고 3) 평화체제 구축이어야 한다. 핵위협을 마다하지 않고 인권을 탄압하는 김정일 정권의 의도와 본질에 대한 국민의 평가가 무시된 채 그 정권과의 연대를 논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범죄정권과의 평화체제 구축이 북핵폐기와 북한주민 인권을 어떻게 보장하겠다는 건지 의문이다. 또한 ‘평화체제’ 구축 후 핵폐기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안은 누가, 언제, 어떻게 마련하겠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과연 노무현정부는 ‘북핵불용’이라는 원칙을 포기하지 않았나 의심된다.

왜냐하면 핵폐기에 대한 진정한 의지 부족과 북핵불용에 대한 합의 부재가 결국 6자회담을 무력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핵폐기에 대한 의도가 애당초 없었는지도 모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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