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진단] 연방제는 왜 위헌인가?
[전문가진단] 연방제는 왜 위헌인가?
  • 제성호 미래한국 편집위원·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승인 2018.06.20 16:49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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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6월 15일 채택된 6·15 남북공동선언 제2항에는 통일방안에 관한 내용이 명시되어 있다.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을 위한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 하였다”는 규정이 그것이다. 이 선언은 통일지향의 메시지 혹은 그러한 정책 천명을 담은 정치지도자들 간의 ‘신사협정(gentlemen’s agreement)’에 준하는 것으로 남북한을 법적으로 구속하는 합의서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15 공동선언이 채택된 이후 우려할 만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6·15 공동선언 제2항에 따라 남북한이 사실상 ‘낮은 단계 연방’ 구성에 합의했다고 주장하는 것이라든가 이 선언에 기하여 마치 남북한 당국이 남측 연합제와 북측 ‘낮은 단계 연방제’ 간에 접점을 찾는 방식의 통일을 추진해야 하는 것처럼 주장하는 것이 그런 예라고 할 수 있다. 심지어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북한에서 거론하는 ‘련방련합제’와 유사한 ‘연합연방제’ 통일이라는 용어마저 사용하고 있다.

6·15 공동선언은 최초의 남북정상회담의 결과물이었다는 점에서 역사성과 상징성을 가진 중요한 정치선언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제2항을 포함하여 이 선언은 법적 구속력을 갖지 않는 것은 물론, 결단코 대한민국 헌법에 우선할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대한민국 헌법체제 하에서 과연 연방국가 창설이 가능한 것인지, 또 북한과 연방제 통일을 추진하는 것이 허용되는지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이 절실하다. 이는 우리 사회에서 올바른 통일 논의의 전개와 바람직한 통일 공감대 형성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다.

대한민국의 단일성을 파괴하는 행위는 탄핵소추의 대상

헌법 제1조 제1항, 국가형태에 관한 불문헌법(관습헌법)과 헌법 제8장의 지방자치제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자 ‘단일국가’이다. 또 헌법 제3조 영토조항에 따르면, 대한민국 헌법은 ‘완성헌법’의 성격을 갖는다. 즉 대한민국은 ‘사실상 분단’되어 있지만 ‘법적 비(非)분단’을 전제로 남북한은 ‘하나의 (완성)국가로서 존속’하고 있고 헌법은 전 한반도에 적용된다는 것이다. 달리 표현하면 현행 헌법은 통일과정은 물론 통일 후 통일한국에서도 적용되도록 예정돼 있는 헌법인 것이다. 따라서 통일은 ‘법률상 비분단’과 ‘사실상의 분단‘ 사이의 괴리를 메꾸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한편 대한민국 대통령과 정부는 헌법 제66조 제2항에 따라 국가의 독립(주권), 국가 계속성 및 헌법 수호의 의무를 진다. 또한 헌법 제4조에 따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을 추진할 의무가 있다. 결국 대한민국 정부는 마땅히 단일국가로서의 국가 정체성을 유지하고 대한민국이 완성국가라는 입장을 견지하는 가운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을 추구해야 한다. 이는 현행헌법이 개정되지 않는 한, 반드시 준수해야 하는 헌법규범이다.

따라서 대한민국의 어느 정부가 법률이나 남북합의서 등 하위규범에 의해 명백히 불문헌법(관습헌법)의 지위를 갖는 대한민국의 단일국가성을 무시·파괴하고 연방제 통일을 추진할 경우, 이는 그 자체로 반헌법적 행위가 된다. 그러한 위헌적 행위를 시도하는 자는 물론 탄핵소추의 대상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북한식 연방제 통일론에 영합·동조하여 국가통일을 추진하는 것은 대한민국이 국가주권을 포기하고 남북한을 뛰어넘는 상위의 단일주권을 새로이 창설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대한민국이 스스로 자신의 국가성, 주권성 및 정통성을 포기할 때 가능한 조치로 대한민국의 독립, 국가 계속성 및 헌법 수호 의무를 명시한 헌법 제66조 제2항의 중대한 위반을 구성한다.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부의 ‘유일합법정부성’을 부정하는 동시에, 합법정부를 반국가단체와 동격인 지위로 전락시키는 것, 곧 북한과 같은 ‘지역자치정부’임을 자임하는 것은 헌법 제3조 영토조항에 반하는 것일 뿐더러 국헌을 문란케 하는 행위가 된다.

나아가 주체사상(유일사상)과 ‘우리식 사회주의’를 인정·존중하는 토대 위에서, 북한의 ‘주권자 개념(사회주의헌법 제4조의 인민주권론)’을 수용하는 방식으로, 또 북한의 1당 독재체제와 사유재산권의 부정 및 생산수단의 국·공유화(국가소유 및 협동단체소유의 일반화)를 전제로 연방제 통일을 추구하는 것은 총체적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에 배치된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북한식 연방제 통일에 호응하는 것은 헌법 제1조 제1항의 민주공화국 조항, 제1조 제2항의 주권자 조항, 제4조의 자유민주통일조항, 제8조 제1항의 복수정당제 보장 조항 및 동조 제4항의 민주적 기본질서(위헌정당의 해산 기준) 조항, 제19조의 사상 및 양심의 자유 조항, 제23조의 재산권 보장 조항을 위반·침해함은 물론, 우리 헌법이 채택하고 있는 ‘방어적 민주주의’와 헌법보장제도의 정신에도 저촉된다. 이 같은 헌법적 당위와 규범체계에 비춰 북한과 연방제 통일을 시도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북한지역의 자유민주적 자치권을 위한 연방국가 전환은 통일후 논의해야

6·15 공동선언 제2항에 명시된 ‘낮은 단계의 연방제’ 역시 북한식 연방제의 일종으로 높은 단계의 연방제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연방제를 추진하는 것은 대한민국 헌법에 배치되는 위헌적인 정책이 된다. 그러므로 ‘낮은 단계’라는 말에 현혹되어선 안 된다. 일각에서는 ‘낮은 단계’ 연방제를 연합제와 동일 내지 유사한 것이라고 풀이하지만 이는 잘못된 것이다. ‘낮은 단계’ 연방제의 경우 남북한의 두 정부를 초월하는 상위의 중앙정부(북한의 표현을 빌리면 ‘민족통일기구’)를 상정하는 전제 위에서 중앙정부와 지역정부 간의 권력 배분이 시작되기 때문에 연합제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라고 하겠다.

혹자는 “장래 북한과 통일함에 있어서 한반도 통일국가의 지역적 인구 규모를 고려하고 통일의 충격을 완화하여 북한지역의 자치권을 함양하기 위해서 헌법 개정에 의하여 연방국가로의 전환을 고려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이 같은 견해는 통일 전에는 유효하지 않다고 본다.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일사분란하게 통일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현행 단일국가체제가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또한 통일한국에서 빠른 시일 내에 다방면의 남북체제통합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원심력이 작동하는 연방제보다는 단일국가 형태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즉 현행헌법의 단일국가 형태를 유지하는 가운데 북한의 인권 개선 및 민주화, 개혁·개방 등 체제변화를 유도함으로써 자유민주통일을 이룩하는 것이 맞다. 다만 통일한국에서는 북한지역 통치를 위한 특별기구 설치, 북한지역에 대한 정책적 배려는 필요할 것이다.

결국 통일한국에서 최소한 10년 간 혹은 한 세대 동안은 단일국가체제를 유지하다가 통일한국의 전체 국민 사이에 연방국가체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폭넓게 형성될 경우, 그때 가서 헌법 개정에 의하여 연방제를 실시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위와 같은 논리(연방제 전환론)에 의지하여 통일 전에 미리부터 헌법 개정을 통한 연방국가로의 국가형태 변경 시도는 필요하지도 않고 가능하지도 않다고 생각된다.

다른 한편 소위 중국-홍콩의 관계와 비슷한 과도적인 일국양제(一國兩制) 통일론도 우리 헌법상 인정되지 않는다. 일국양제 통일은 우리 헌법질서와 상용(相容)할 수 없는 주체사상, ‘우리식 사회주의’ 1당 독재체제를 인정·수용하는 가운데 이 같은 체제·사상·체제와의 연합·병존을 상정하는 까닭이다. 사실 이 방식은 진정한 의미의 통일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요컨대, 단일국가통일, 자유민주통일 추구가 헌법적 당위이자 명령이다. 대한민국 정부와 국회는 이 점을 명심하고, 헌법 정신에 맞게 대한민국의 주권성, 독립성, 정통성을 유지하는 가운데, 단일국가통일, 자유민주통일을 추구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북한에 대하여 핵무장 및 대량살상무기 개발 포기, 선군정치 노선의 폐기, 체제 개혁 및 대외 개방, 인권 개선 및 민주화를 촉구하고 그 실현을 위하여 부단히 노력하여야 한다. 이것이 현 시기 김정은의 북한과 상대함에 있어서 우리 정부와 국민 모두에게 요구되는 응당한 행동규범이자 정책노선이라고 할 것이다.

※ 이 글은 제성호 교수가 2016년 법학논문집 제40집 제2호에 발표한 논문  <대한민국 헌법 하에서 북한식 연방제 통일의 위헌성>과  배정호·제성호 편, <연방제 통일과 평화협정>(형설출판사, 2016)의 제2장(북한식 연방제 통일의 위헌성)을 필자의 동의를 얻어 요약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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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연 2018-06-22 10:04:17
그나마 다행인건 과거에 비해 정치편향적인 기사보다는 문화예술 경제 산업에 관련된 기사들을 많이기재한다는거~!!!!

박혜연 2018-06-20 20:35:19
미래한국이라고 부르지말고 미래틀딱국이라고 칭했으면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