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연방제 통일안, 알아야 대처한다
[논단] 연방제 통일안, 알아야 대처한다
  • 송종환 경남대 석좌교수·미래한국 6기 편집위원
  • 승인 2018.06.20 17: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4월 27일 발표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은 정부 홍보와 TV 방송의 긍정 일변도의 보도로 우리 국민들 사이에서 장밋빛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 국민들은 북한 주민에 대한 보편적 인권 침해는 물론 고모부와 친형을 살해하고 작년 말까지 핵과 미사일로 쓸어버리겠다고 공언을 해온 당사자의 정체를 잊고 있다.

싱가포르 6·12 미·북 정상회담 이후 발표된 합의문이 “어이없다”는 혹평을 받고 있는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숱하게 외치던 “CVID (완전, 검증 가능,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대신 ‘한미훈련 중단,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6월 12일 김정은과의 회담을 마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북미 정상회담에서 성공적인 결실을 맺어 한반도와 세계의 평화를 위해 큰 토대를 놓았다고 평가했다”고 말했다.

북한 노동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한미 군사훈련을 중단하고 비핵화 방식도 북한의 요구대로 단계별 동시 행동원칙에 동의하였다고 발표했다.

북한 핵폐기는 커녕 한미동맹의 위기 초래까지 우려되는 비판적 평가가 쏟아진 직후에 있은 6·13 지방선거에서 압승하여 지방권력까지 움켜쥔 문재인 대통령이 과거 대통령 선거 후보 시절에 제기한 ‘낮은 단계 연방제 통일’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주한미군 철수가 불가피해질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2년 대통령 선거 때 ‘낮은 단계 연방제’를 반드시 이루겠다고 발언했으며 2017년 대통령 선거 때는 JTBC 대선 토론에서 “낮은 단계 연방제를 동의하는가?”라는 질문에 “남측이 주장했던 남북연합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답변했다.

이러한 발언과 답변에는 김일성의 연방제 주장,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단계 통일론, 2000년6·15 선언과 레닌이 주장한 연방제 주장에까지 연결된다.

레닌의 연방제-김일성의 낮은 단계 연방제-김대중의 3단계 통일과 6·15 선언

레닌은 코민테른 제2차 대회의 토의에 붙이기 위하여 1920년 6월 5일 작성한 ‘민족 및 식민지 문제에 대한 테제’에서 소련의 경험에 비춰 “연방제가 완전한 통일로 나아가는 과도적 형태라는 점을 인식하고, 군사, 경제력 동맹 등을 염두에 두면서 점점 긴밀한 연방제 결합을 지향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김일성이 1960년 연방제를 처음 제의한 후 내외의 정세 변화에 따라 연방제 내용과 강조 사항을 변화시켰으나, 남북한 합의로 2체제가 연방국가를 구성하는 완성형 연방제인 ‘고려민주연방공화국(Democratic Confederal Republic of Korea)’안을 1980년에 제의했다.

이어서 김일성은 1991년 신년사에서 연방제에 대한 “민족적 합의를 보다 쉽게 이루기 위하여 잠정적으로 연방공화국의 지역적 자치정부에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하며 장차로는 중앙정부의 기능을 더욱 더 높여나가는 방향에서 연방제 통일을 점차적으로 완성하는 문제도 협의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김일성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는 레닌의 과도적 형태로서의 연방제에서 출발해 1민족, 1국가, 2체제, 2지역자치정부를 원칙으로 하되, 지역자치정부들이 ‘높은 단계의 연방제’의 중앙정부가 갖는 정치, 군사, 외교권을 갖고 그 위에 민족공동의 이익에 맞게 남북관계를 통일적으로 조정하는 민족통일기구를 둔다는 것이다.

북측의 ‘낮은 단계 연방제 통일’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단계 통일(남북연합→남북연방→중앙집권제 또는 미국·독일 식 연방제로의 완전통일)의 제1단계 남북연합(1민족, 2국가, 2체제, 2지역자치정부, 1연합)에 연결되었다. 즉,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은 2000년 6·15 선언 제 2항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을 위한 남측의 연합제 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 연방제 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 하였다”로 명문화하였다.

‘낮은 단계 연방제’를 받을 수 없는 이유

6·15 선언의 제2항, ‘낮은 단계 연방제’ 통일 조항은 2007년 10월 4일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과 2018년 4월 27일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에 별도 항목으로 구체화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두 선언이 6·15 선언에 기초를 두고 있으므로 남북의 현 지도자들은 연방제 통일 구현의 때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형식상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국가연합제와 북한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는 공통성을 갖고 있다.

첫째, 완전통일을 이루기 전까지 사실상 2국가, 2체제, 2지역자치정부를 인정한다.

둘째, 연합제와 ‘낮은 단계의 연방제’는 통일의 완성 형태가 아니라 과도기적 형태이다.

셋째, 연합제와 ‘낮은 단계의 연방제’에 있어서는 지역자치정부에 외교권과 국방권을 맡긴다.

넷째, 그 동안 남한은 당국 간 대화를 통한 통일 협상을 주장한 반면 북한은 정치협상회의, 대민족회의(大民族會議) 등 통일전선기구를 통한 협상을 주장하였으나, 2000년 정상회담에서는 남북 지역정부가 동등한 자격으로 중앙정부에 참여하는 것을 합의하였다. 그러나 ‘남조선해방론’에서 고안된 북한 연방제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 하의 김 대통령의 연방제 간에는 어느 쪽도 자기 안을 포기할 수 없는 근본적 입장 차이가 있어 처음부터 제2항은 합의될 수도 없고 또 합의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합의하였으므로 이행 가능성이 없었다.

대다수 한국 국민들은 아래 이유로 소련 연방의 공산화를 위하여 1920년 대 초 레닌이 제시한 과도적 형태의 연방제를 추종한 북한의 ‘낮은 단계 연방제’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첫째, 한국의 헌법은 자유민주주의와 사적 소유에 기초하는 자본주의를 구현하는 단일국가를 지향하므로 공산당 일당독재의 인민민주주의 체제와의 연방 구성을 합의하는 것은 위헌 행위이다.

둘째, 신뢰구축 과정 없이, 민족동질성이 전혀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상회담과 정치적 결단으로 국가권력을 안배해 통합했던 남북예멘이 4년 만에 내전에 돌입한 것처럼 사회, 경제, 문화 분야에서의 민족통합 없이 국가연합과 낮은 단계 연방제 같은 통일방안을 먼저 실시하는 것은 내전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셋째, 지금까지 연방제를 실시해 성공한 나라인 미국, 영국, 독일, 캐나다, 스위스 등 사례를 보면, 연방을 구성하는 각 주(州)의 정부들은 모두 동일한 정치 이데올로기와 하나의 경제 제도이며 서로 공존과 공영을 추구하고 있으므로 북한에 자유민주주의 정부가 들어서지 않는 한 연방제는 구성될 수가 없다.

그러나 20~30년간 남북한이 국가연합 형태로 지내면 연방제로 갈 수 있다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주장에 이어 문재인 정부가 4·27 판문점 선언과 6·13 지방선거에 대한 국민의 지지 동향에 도취할 가능성이 있다.

폐기된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에 있었던 지방분권 지향이 북한과의 연방제 통일 사전 단계라는 야당의 주장도 간과되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이 말해온 대로 ‘낮은 단계 연방제’를 추진하면 공산화 연방제 통일이 이뤄져 종국에는 과거 소비에트 연방이 붕괴되었을 때처럼 민족에 큰 해악을 끼칠 위험이 있다.

확인되지는 않지만,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최근 북한에서 노동당 간부들을 대상으로 ‘김정은 식 통일전략’을 교육 중이라고 3월 5일 보도했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평양 소식통은 “최근 노동당 간부 강연회를 통해 한반도 통일은 연방제 통일 방식이 될 것이라고 선전하고 있다”며 “고려연방제는 과거의 통일방안이고 김정은 식 새로운 통일방안은 중국과 홍콩 같은 일국양제 방식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동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남한과 중국-홍콩식 통일을 할 때 북한이 중국 입장이 되고 남한이 홍콩이 되어 한 나라 두 체제의 통일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김정일은 생전에 이런 중국의 발전 모습을 계속 지켜봤다. 김정은에게 후계자 수업을 할 때도 중국과 같은 개혁·개방을 하지 않으면서도 남한의 경제적 역량을 빼앗을 수 있는 전략을 모색하라고 지시했을 가능성이 높다.

김정은의 새 통일방안으로서의 일국양제 통일방식 교육은 지난 4월 20일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2013년 3월 전원회의가 제시한 경제-핵 병진노선을 폐기하고 ‘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할 데 대한 새로운 전략노선’ 발표의 사전포석으로 보여 주목된다.

진정한 평화를 이루려면

국민들은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부를 거치면서 남북의 평화통일이 가까워졌다고 느끼고 있다. 어떠한 제도가 되든지 통일만 되면 좋다는 맹목적 통일지상주의자들도 있다. 4·27 판문점 선언 이후 당장이라도 통일이 되거나 남북한 경제협력을 하게 되어 큰돈을 만질 수 있을 것이라는 국민들도 늘어나고 있다.

많은 국민들이 정권 교체를 통해서 ‘낮은 단계의 연방제’를 반드시 이루겠다, 남측의 국가연합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주장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잊고 있거나 개의치 않고 있다.

지방선거가 대북정책을 심판하는 것은 아니지만, 국민들은 북한 핵폐기의 구체적 대상, 검증, 사찰 방법, 시한 등 이행 조치에 대한 아무런 내용이 없이 한미 군사훈련 중단을 안겨준 6·12 미·북 정상회담 합의에 대하여도 전혀 거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인천, 경기, 강원 등 접경지역의 전패는 2012년 대통령선거와 2014년 지방선거 때에 비춰 충격적이다. 문재인 정부의 평화 정책에 설복되었거나 야당 리더십뿐만 아니라 2017년 탄핵으로 분열되어 책임과 반성을  보이지 않는 것이 마땅치 않거나 여당의 국정 운영에 대한 비판과 최근 남북관계에 대한 국민설득이 여의치 않고, 특히  야당 동향에 대한 TV 등 언론의 소극적 보도 성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반대의 이념과 체제를 가진 나라간 연방제 모색은 말장난이고 물과 기름을 섞어 보겠다는 발상이다. 진정한 평화는 종전선언을 하거나 협정 체결로 되는 것이 아니다. 국민들이 북한 핵폐기의 진정성 확보와 상호 군사적 신뢰 구축이 없이 이뤄지는 일방적 선언은 말에 불과하며 국가안보에 위험을 초래하게 될 것임을 알도록 해야 한다.

대한민국 국민은 ‘자주’(주한미군철수), ‘민주’(공산당 활동 자유화를 위한 국가보안법 철폐)로 남한 내 공산주의 정부 수립 후 북한과 합쳐 통일하자는 북한식 연방제를 기조로 하는 북한의 대남 전략과 통일정책, 오늘날 자신이 사는 나라의 처지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동맹국 스스로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의해 주둔하고 있는 군대의 철수 가능성을 일방적으로 발표하고 국가보안법은 유명무실하게 되어 있다. 위기를 맞아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발전한 자유 민주, 시장경제 기조의 통일 실현을 위해 다시 일어서야 한다.

11년 만에 재개된 남북 정상 간 대화에 이어 미·북 정상회담 개최를 계기로 나라의 주인인 국민들은 국가안보와 자유 민주 통일을 위한 소망을 굳건히 하고 방황하거나 흔들리지 않고 눈 부릅뜨고 북한 핵폐기에 임하는 미국과 북한, 여야 지도자를 분별해 계속 지원과 질타를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들

탄핵을 이유로 분열되어 있는 보수·우파 야당들은 최근 전개되는 남북 정상회담과 미북 정상회담의 합의사항을 비난만 할 것이 아니라 탄핵과 그 후 정국에 책임이 없는 신진지도체제로 조속히 전열을 가다듬어 중도를 포함한 국민 전체의 마음을 살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그것은 바로 국가안보와 경제를 튼튼히 하는 일방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폐기 진정성을 촉구하면서 한반도에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군사적 긴장 완화를 할 수 있는 신뢰구축조치에 의한 평화정착과 함께 비정치 분야의 교류·협력 실현으로 민족공동체 의식을 회복시켜 민족공영과 자유 민주 통일로 나아가는 구체적 방안을 제안하는 것이다.

아울러 뜻있는 국민들은 미 국무장관 키신저와 월맹 외상 레득토 비밀회담(1972. 7)과 파리평화협상타결(1973. 1. 27) 후 1975년 4월 30일 베트남 공산화 통일 사례를 말로만 우려할 것이 아니라 평화정착, 민족공영과 자유 민주 통일을 위한 새 출발선에 서서 시민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지혜가 있는 사람은 지혜로, 재산이 있는 사람은 재산으로, 건강하고 시간이 있는 사람은 건강과 시간을 내서 자신과 가족을 지키고 평화정착, 민족공영, 자유 민주 통일을 지지하는 계층을 확대하기 위한 통일전선을 구축해 내실이 있는 운동으로 새 출발을 하자. 통일전선 구축이 여의치 않으면 가족, 친지 등 각자가 가능한 범위에서라도 그러한 활동을 전개하자.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