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진단] 남북 경협과 안보 교환 모델이 불안하다
[전문가진단] 남북 경협과 안보 교환 모델이 불안하다
  • 조영기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 승인 2018.06.21 11:29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8년 김정은 신년사는 ‘핵 있는 상태에서의 민족공조(대화와 협력)’가 골자다. 그의 신년사는 도발과 국제사회의 제재를 일순간 대화와 협상, 화해와 평화의 무드로 전환시켰다는 점에서 ‘신의 한수’인 것만은 분명하다. 이는 분명 2017년의 지정학적 상황과 매우 다른 표변(豹變)적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결국 신년사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거쳐 2차례의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켰고, 6월 12일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이 개최되는 상황으로 발전했다. 이런 북한의 표변이 몰고 온 상황에서 국민들은 남북 정상회담과 미북 정상회담에 기대한 것은 오직 ‘지난 25년 동안 한반도를 억눌러온 북핵 공포로부터 벗어나는 것’이었다.

즉 ‘핵 있는 북한’에서 ‘핵 없는 북한’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북핵 폐기(CVID: 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의 절차와 시한에 초점이 모아졌다. 특히 북핵 폐기와 관련해서 판문점 선언(4.27)에 명기된 ‘남과 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하였다’는 어정쩡한 표현이 이번 싱가포르 미북 회담에서 명확한 CVID가 규정되어 북한의 변화를 추동하는 회담이기를 기대했다. 북한의 CVID 이행이 왜 중요한가는 CVID가 북한 스스로 대외폭력성을 차단해 국제규범을 준수하는 상태로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트럼프·김정은의 싱가포르 합의문은 어이없고 황당함 그 자체였다. 2005년 6·19공동선언보다 구체성이 결여되었다는 점에서 북핵 폐기에 전혀 진전이 없었다고 판단된다.

판문점 선언에는 대북경제지원 및 투자와 관련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미북 정상회담 합의문에는 경제지원 및 투자와 관련된 내용이 포함되지 않은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물론 경제지원과 투자의 전제가 되는 대북제재 해제 여부도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미북이 합의한 완전한 비핵화, 한반도평화체제 보장, 미북관계 정상화 등에 포괄적인 합의를 한만큼 구체적 후속절차가 어떻게 이뤄지는가에 따라 경제적 지원의 폭도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경제지원 및 투자와 제재 해제는 ‘북핵 폐기’가 전제되어야 한다. 즉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를 한다면 한국과 같은 경제적 번영을 달성하도록 협력하겠다”는 방침을 누차 천명해 왔다. 경제적 번영의 전제는 비핵화라는 꼬리표가 달려 있다.

한반도 新경제공동체 추진의 과제

판문점 선언에는 ‘남북관계의 개선을 통해 공동번영과 자주통일의 미래’를 추구한다는 구절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싱가포르 합의문 전문(前文)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체제 안정을 제공하기로 약속했고...”로 되어 있다. 여기서 북한의 입장에서 ‘공동번영’과 ‘체제안정’은 빈사(瀕死)상태의 경제를 회생시켜야 한다는 동일한 의미로 해석된다. 즉 현재 김정은이 직면하고 있는 번영과 체제 안정도 빈사(瀕死)상태의 북한 경제를 회생시켜야만 가능한 조치들이다. 따라서 북한은 ‘우리 민족끼리’를 내세워 판문점 선언의 이행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판문점 선언에는 북한이 당면한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많은 내용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핵 폐기가 전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천문학적 액수의 경제지원 및 투자, 대북경제제재  해제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판문점 선언은 ‘남북한의 경제교류와 협력을 통해 상호신뢰를 높이고 이를 기반을 남북의 긴장완화하고 종국적으로는 통일을 지향하겠다’는 것이다. 즉 ‘경제를 기반으로 안보를 구축한다’는 ‘경제와 안보의 교환’ 모델이다. ‘경제와 안보 교환’ 모델의 논리적 근거는 ‘교역을 통한 평화이론’(peace through trade)이다. 문제는 남북한의 적대적 대치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평화이론’의 적용은 매우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평화이론은 동일한 이념 또는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경우에 제대로 작동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핵 문제가 해결되기 이전에 경제와 안보를 교환하는 모델은 안보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경제정책 기조는 ‘문재인의 한반도정책’의 ‘한반도 신경제공동체 추진’이다. ‘한반도 신경제공동체 추진’은 “남북이 공존·공영하는 하나의 시장을 형성,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고 더불어 잘 사는 남북 경제공동체 구현”과 “남북한과 동북아에 평화·번영의 새로운 경제질서 창출”로 요약되어 있다. 현 정부의 ‘한반도 신경제공동체 추진’ 구상은 ‘한반도 신경제지도’를 완성하는 것과 그 맥을 같이 한다. 또한 정부의 공식적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인 “화해·협력 → 남북연합 → 통일국가 완성”이라는 3단계 통일방안과도 일맥상통하고 있다. 그러나 평화이론에 기반을 둔 민족공동체통일방안도 동일한 이념 가치의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가 당면한 장애가 아닐 수 없다.

일반적으로 북핵 폐기의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인식하고 있다. 1993년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 Nuclear nonproliferation treaty) 탈퇴한 이후 국제사회는 1994년 제네바합의, 9·19공동선언 등 5차례의 합의를 도출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그리고 북한은 2018년 신년사에서 ‘국가 핵무력 완성’을 재천명하고 4월 2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핵무력 완성을 재확인했다. 그리고 5월 24일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직전 ‘핵군축을 위한 조치’라고 언급하면서 핵보유를 기정사실화 했다.

물론 북한은 ‘조선(한)반도 비핵화는 선대유훈(先代遺訓)’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하지만 ‘선대유훈’은 회담장에서 선물 보따리를 챙기기 위한 술책이었지 핵무력을 완성하기 위한 시간벌기에 불과했다는 점에서 핵폐기가 전혀 없다는 다른 표현이었다. 

이는 북핵 폐기가 불가능하다는 또 다른 반증이다. 그리고 우리도 최근 한 언론사가 ‘20·30세대 대북·통일 인식’ 공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92%, ‘핵을 포기할 것’이란 의견이 8%로 나타났다. 우리 국민 대다수는 그간 북한 당국이 보여준 행태로 미뤄 봤을 때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반도 신경제공동체를 위해 한반도 신경제지도’를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은 북한의 진정한 변화 - 개혁과 개방 - 지연시킬 수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평화교역’ 모델이 성공하려면

‘경제와 안보 교환’ 모델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교역을 통한 평화이론’이 북한에도 적용되어야 한다. 즉 평화이론이 북한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북한의 개혁과 개방이 필수적이다. 즉 개혁과 개방이 없는 상태에서 평화이론을 북한에 적용한다는 것은 사상누각(砂上樓閣)에 불과하다. 지난 시기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사업이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근원(根源)도 북한의 개혁과 개방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북한처럼 폐쇄된 전체주의독재국가에서 개혁과 개방은 체제의 위해 요인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즉 독재자는 개혁과 개방을 통해 국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노력하기 보다는 독재자 자신의 안위를 위해 개혁과 개방을 기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독재자가 개혁과 개방을 할 수 밖에 없는 체제로 시스템을 정상화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여기서 개혁이란 비정상적인 체제를 정상적 체제로 바꿔 체제의 효율성을 높이는 과정이며, 개방이란 해외자본 유치를 위해 투자국의 입장을 준수하는 것이다. 따라서 개혁과 개방은 국제규범을 준수하는 상태로의 전환이며, 이는 사상해방을 전제되어야만 가능하다는 점이다. 사상해방이 없었다면 중국의 개혁개방, 베트남의 도이모이 정책, 구소련과 동국권이 체제전환 등이 성공할 없었다는 점에서 북한정상화의 성공조건도 사상해방이 전제되어야만 가능하다.

정상화란 정상적 상태로 가는 과정이다. 즉 비정상적 상태를 정상적 상태로 변화시켜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과정이다. 우리가 북한의 정상화(normalization of North Korea)를 논의하는 것은 북한의 비정상성이 매우 심각하기 때문이며, 북한의 비정상성으로 인해 한국과 국제사회도 많은 피해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비정상성은 북한의 폐쇄적 전체주의독재국가의 속성 때문이다. 이런 북한의 속성으로 인해 북한의 생산가용자원은 주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활용하기 보다는 핵과 미사일 개발에 악용되었다. 이는 북한 전체주의체제의 대내 폭압성과 대외 폭력성의 단면을 보여준다. 특히 북한의 대외 폭력성의 정도가 얼마나 심각한지는 지난 2006년 10월 1차 핵실험 후 2017년 11월 29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 15호 발사까지 총 10차례의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가 채택된 사실에서 확인된다.

북한 정상화를 위한 과제

이런 북한의 비정상적 상황 - 대내 폭압성과 대외 폭력성, 국제규범의 일탈과 불법행위 - 이 지속되는 한 북한 주민의 삶은 피폐해지고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은 위협받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이런 북한의 비정상적 상황을 치유하는 길은 북한의 정상화이다. 결국 북한의 정상화는 핵과 미사일 개발에 자원을 낭비하는 ‘독재자 중심의 정치’가 아니라 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북한 주민 우선의 정치’로의 전환을 의미하며, 개혁과 개방을 통해 국제규범을 준수하는 ‘열린 정치’를 말한다.

따라서 북한의 정상화는 북한 주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도,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도 필연적인 과정이다. 특히 북한의 정상화는 북한이 국제사회로부터 신뢰를 얻고 국제사회와 호흡하면서 공동번영과 발전을 도모하는 길이라는 점에서 필연적 과정이다. 결국 북한의 정상화가 전제되어야만 ‘경제와 안보 교환’ 모델이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북한이 개혁과 개방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강제해 북한의 정상화가 이뤄져야 한반도신경제공동체의 추진이 가능하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북한 정상화는 북한의 대내 폭압성과 대외 폭력성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며, 시급한 과제임이 분명하다. 북한의 대내 폭압성은 빈곤과 반민주적 인권 탄압 때문에 생긴 문제이며, 대외 폭력성은 국제규범을 일탈한 것 때문에 생긴 문제이다.

결국 북한 정상화는 북한의 대내적 시급성인 가난과 폭압을 해결하는 것이며, 북한의 국제적 시급성인 국제규범의 일탈행위를 방지하는 것이다. 빈곤 문제는 산업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고 폭압의 문제는 민주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 그리고 국제규범의 일탈행위는 국가 간의 상호의존의 정도를 높이는 세계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

산업화의 가치는 인간에게 ‘결핍(기아)로부터의 자유’를 부여함으로써 삶의 질을 높여 준다는 점이다. 이는 북한도 예외가 아니다. 산업화란 생산활동의 분업화와 기계화로 2차·3차 산업의 비율이 높아지는 현상으로 정의되며, 생산성 향상과 과학기술의 진보, 노동윤리의 확립, 각 직업의 전문화, 소득과 소비수준의 향상 등과 같은 특징을 수반한다. 또한 개인에게 폭넓은 기회가 주어질 때 산업화가 가능하며, 산업화는 필연적으로 개인의 자유를 동반해 왔다는 점에서 산업화의 가치를 결코 폄하할 수 없다.

결국 산업화는 인간의 풍요를 가져왔을 뿐만 아니라 인간의 자유도 신장시켜 왔다는 점에서 북한의 산업화도 중요한 과정임이 분명하다. 이런 점에서 한반도신경제공동체 구상도 북한 산업화의 한 과정으로 규정될 수 있다.

따라서 북한산업화는 대동강의 기적을 만드는 과정이며 더 나아가서는 제2의 한반도 도약(2nd take-off step)을 위한 준비 과정이다. 물론 북한 산업화는 북핵 폐기 이후에 추진되어야 한다. 현실적으로 북핵 폐기가 이뤄지 않은 상태에서 유엔의 대북제재가 해제될 가능성은 없는 상태에서 산업화를 위한 해외투자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산업화 과정은 사전 정지작업이 마무리 되면 우선적으로 도로, 철도, 통신시설, 항만, 전력, 에너지 기반시설 등의 사회간접자본(SOC)을 확충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한반도종단철도(TSR, TKR)와 가스관 연결사업 등의 사업도 본격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물론 남북경협에 소요되는 비용(200조~2000조 원)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SOC가 확충되면 이를 기반으로 생산요소와 북한 지역에 필요한 생활필수품 중심의 생산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남북한 산업구조조정과 산업지역 재편, 북한의 경제특구 5곳과 경제개발구 22곳의 발전 방안, 동북아의 경제발전구상도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북한인권 개선 프로세스 절실

북한 산업화에 이어 북한 민주화를 위한 체계적인 노력이 절실하다. 민주화란 ‘억압으로부터의 자유’를 부여해 인간의 존엄성을 회복시켜 주는 인권 개선의 과정이라는 점에서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가치이다. 이는 북한에도 결코 예외일 수 없다. 그러나 북한 민주화는 1인 독재체제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한 과정임을 분명하지만 포기할 수도 없다.

우선 북한 민주화를 위해 북한 정보화에 더 많이 주력해야 한다. 북한 정보화는 북한 민주화의 단초를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주민들에게 전달되어야 할 정보는 북한 외부의 정보뿐만 아니라 북한 내부의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 주는 것도 중요하다. 또한 국제협력을 통해 북한의 개혁개방을 유도할 수 있는 국제협력의 관여정책이 요구된다.

‘헬싱키 프로세스’도 하나의 방안이다. 헬싱키 프로세스는 베를린 장벽의 붕괴와 동서독 통일, 구소련의 붕괴를 초래한 국제협력은 대표적 사례이다. 북한인권 개선을 강제할 ‘북한인권 개선 프로세스(안)’이 절실하다.

그리고 북한의 세계화도 추진되어야 한다. 세계화란 상품, 노동, 자본, 기술·정보가 국경의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국가 간의 상호 의존성과 관계성이 급속하게 증대되는 현상이다. 따라서 세계화는 필연적으로 국제규범의 준수를 수반하게 될 것이며, 국제규범에 적합한 개혁·개방으로 연결될 것이다. 결국 북한의 세계화는 개혁과 개방을 통해 북한의 대외 폭력성을 차단시킨다는 점에서 북한의 국제기구 가입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정부의 ‘한반도신경제공동체 추진’ 구상은 통일 과정의 일부라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정부의 ‘한반도신경제공동체 추진’의 전제조건이 북한 정상화라는 점이다. 따라서 선(先)북한정상화 후(後) 신경제공동체 추진의 과정을 반드시 밟아야 한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박혜연 2018-06-22 10:07:20
그렇게 불안하시면 일본으로 가서 사시든가요~!!!! 안말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