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감사국, 황헌 전 보도국장 제거용 ‘보도부문 블랙리스트’ 주장?
MBC감사국, 황헌 전 보도국장 제거용 ‘보도부문 블랙리스트’ 주장?
  •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8.06.23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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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임 공정노조위원장 “MBC, 이젠 인사계획을 블랙리스트로 주장” 황헌 전 보도국장 “헌법이 보장한 권리까지 도구로 이용…MBC는 더 이상 언론사 아니다”

MBC공정방송노동조합 이순임 위원장이 현 최승호 사장 체제에서 앞장서 보복성 징계의 칼을 휘두르는 박영춘 감사의 감사국이 특정 간부를 징계하기 위해 통상적인 인사계획을 블랙리스트로 조작했다는 의혹을 23일 제기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자 오늘의 이슈 보고를 통해 21일 열린 방문진 정기 이사회에서 특별감사 결과 및 내부감사 결과를 보고한 감사국이 지난 2012년 파업 당시 이른바 ‘보도부문 블랙리스트’가 작성 실행됐다며, 황헌 당시 보도국장의 메일은 부당노동행위라며 사측에 중징계를 품의했다고 밝힌 것에 대해 이렇게 주장했다.

이 위원장의 보고에 따르면, 그러나 황헌 당시 보도국장은 이는 사실과 팩트에 맞지 않는 사측의 견강부회라며 이를 전면 부인한 뒤, 사측의 태도에 대해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적 자유권, 양심의 자유가 떠올랐다. 저들은 필요하다면 개인의 모든 메일까지 사찰하여 그것을 자신들의 목표를 달성하는 도구로 삼는다는 것을 보며 분노를 넘어 두려움을 느꼈다”면서 “저는 감사국이 그 메일 내용을 들이대며 2012년 2월에 이미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게 아니냐고 윽박지르는 것을 보며 이건 더 이상 언론사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당시 느꼈던 공포감을 밝혔다.

황 전 보도국장은 “그래서 저는 단호히 그 메일 내용에 대해 열람 및 공개에 동의하지 않았다. 통신비밀보호법이 엄존하는 나라에서 회사가 개인의 메일을 마구잡이로 파헤쳐 필요한 먹잇감을 찾아내 개인을 압박하는 행위야말로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가장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라며 “재판에서도 독수독과의 법칙이 있다. 불법적인 방법으로 취득한 증거는 결국 재판에 이로움을 줄 수 없다. 개인의 메일을 사찰하고 그것으로 개인을 압박하는 행위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가장 기피되어야 할 중대한 범죄”라고 사측을 비판했다.

이 위원장은 이 같은 황 전 보도국장의 소감을 전한 뒤 “MBC가 더 이상 이성과 자유가 실종된 3류 언론사로 추락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기를 바란다”며 “이와 더불어 MBC는 직원들에 대한 징계의 칼춤을 당장 멈출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밝혔다.

- 전문 -

‘인사계획’을 블랙리스트로 조작하는 MBC(MBC 오늘의 이슈, 6.23.)

MBC에서 직원들에 대한 징계의 끝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번에는 MBC가 지난 2012년 파업 당시 보도국장의 인사계획안 파일을 찾아내어 <취재기자 블랙리스트가 나왔다>며 해당 인사를 금명간 중징계하기로 해 충격을 주고 있다.

MBC 감사국은 6월 21일 오후 열린 방송문화진흥회 정기 이사회에서 상반기 특별감사 결과 및 내부감사 결과를 보고했다. 이 자리에서 박영춘 MBC 감사는 2012년 파업 상황에서 이른바 ‘보도부문 블랙리스트’가 작성, 실행됐다면서, 황헌 당시 보도국장의 메일은 부당 노동행위에 해당되므로 회사 측에 중징계를 품의했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MBC 감사국이 ‘취재기자 블랙리스트’의 존재 근거로 내세운 것은 당시 황헌 보도국장이 권재홍 보도본부장에게 보낸 두 건의 메일 내용이다. 두 건의 메일은 각각 2012년 2월 25일과 2012년 7월 7일에 전송된 것으로, 전자는 파업에 참가 중인 보도부문 보직자들의 동향을 보고한 내용이고, 후자는 노조의 파업 종료를 앞두고 보도국장의 인사계획안을 작성해서 보고한 문서이다.

MBC 감사국이 개인의 회사 메일을 불법적으로 사찰해서 문서를 찾아낸 방법도 문제지만, 그보다 그 문서 내용을 크게 왜곡해서 감사보고서를 만들었다는 것이 더욱 심각한 문제이다. 당사자를 징계할 목적으로 ‘인사계획’을 ‘블랙리스트’로 조작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황헌 국장은 7월 7일 발송한 인사안 문서를 MBC 감사국이 ‘취재기자 블랙리스트’라고 규정한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주장이다.

당시 황헌 MBC 보도국장은, 노조의 파업이 끝나갈 무렵인 2012년 7월 7일 보도본부장의 지시로 정치부부터 편집부까지 보도국 모든 부서의 부장과 데스크, 일선 취재기자에 이르는 인사안을 짜서 보고했다고 한다. 당시 징계 대상자로 분류된 (1)보직자로서 파업에 가담한 사람, (2)노조와 기자회 집행부, (3)파업 기간 기징계자, (4)1차 대기발령자, (5)2차 대기발령자 등은 인사에서 제외했다는 것이다.

MBC 감사국이 작성한 감사보고서는 배제된 보도국 직원 66명 가운데 65%가 현업에서 빠졌다고 지적했지만 실제로는 절반도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인사안이 그들이 말하는 ‘블랙리스트’가 아님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한 황헌 국장은 파업이 끝나는 날인 7월 17일 보도국장에서 해임됐다고 한다. 따라서 감사국이 지적하는 ‘블랙리스트’와 무더기 징계 등 현업 배제의 모든 인사에 대해 황헌 국장이 어떤 관여도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MBC 감사국은 당사자의 의견은 무시한 채 마치 커다란 먹잇감을 사냥한 것처럼 <취재기자 블랙리스트의 존재> 보고서를 작성한 후, ‘황헌 국장의 인사안이 광범위하게 이뤄진 기자들의 징계와 현업 배제에 영향을 준 것으로 추정된다.’는 식으로 논리를 전개했다고 한다. 이로 인해 황헌 국장은 부당 노동행위를 한 것이고 감사국은 중징계를 건의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황헌 국장은 “세상에 어떤 언론사의 어떤 보도국장이 보도국 구성원 개개인의 성향과 능력에 맞춰 인사안을 구상하지 않는 경우가 있겠느냐?”며 MBC 감사국의 압박을 비판했다. 특히 팩트가 없는 내용으로 ‘추정’ 및 ‘분석’이라는 어휘를 써서 비논리적이고 왜곡, 과장된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하고, 그것을 토대로 34년간 회사를 위해 일한 최고참 사원을 중징계하려는 행위를 지켜보며 과연 이것이 공영방송에서 공공연하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인지 의심이 갈 정도라고 소회를 밝혔다.

황헌 국장은 두 가지 메일 가운데 2012년 2월 25일에 발송된 메일을 감사국이 불법 사찰한 것에 대해 아래와 같이 분노를 넘어 공포를 느꼈다고 밝혔다.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적 자유권, 양심의 자유가 떠올랐습니다. 저들은 필요하다면 개인의 모든 메일까지 사찰하여 그것을 자신들의 목표를 달성하는 도구로 삼는다는 것을 보며 분노를 넘어 두려움을 느꼈습니다. 저는 감사국이 그 메일 내용을 들이대며 2012년 2월에 이미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게 아니냐고 윽박지르는 것을 보며 이건 더 이상 언론사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단호히 그 메일 내용에 대해 열람 및 공개에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통신비밀보호법이 엄존하는 나라에서 회사가 개인의 메일을 마구잡이로 파헤쳐 필요한 먹잇감을 찾아내 개인을 압박하는 행위야말로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가장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재판에서도 독수독과의 법칙이 있습니다. 불법적인 방법으로 취득한 증거는 결국 재판에 이로움을 줄 수 없습니다. 개인의 메일을 사찰하고 그것으로 개인을 압박하는 행위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가장 기피되어야 할 중대한 범죄입니다.”

황헌 국장은 2월 25일자 메일 작성이 이뤄진 경위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제가 보도국장에 발령 난 게 파업 초기였던 2012년 2월 16일이었고 권재홍 보도본부장이 부임한 건 2월 23일이었습니다. 바로 권 본부장이 부임한 그날 보도국의 최일구, 김세용 두 부국장이 보직을 던지고 노조 파업에 합류했습니다. 회사는 당시 큰 충격을 받고 간부사원 파업 가담자에 대한 징계 방침을 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게 보도국에서 파업에 내려간 보직 간부들의 파업 가담 경위에 사규 위반은 없는지, 극렬한 방법으로 해사 행위를 하는 사람은 누구인지를 취합해서 보내달라고 업무지시를 했고 저는 그것을 수행했습니다. 바로 보도국장이 된지 9일이 지난 시점이었습니다.”

이 메일이 발송된 시점은 파업의 초반부였다고 한다. 그러나 MBC의 감사보고서는 황헌 국장의 2월 25일자 메일을 불법 사찰한 뒤, 이것을 지난 수년 동안 계속된 기자들의 징계에 영향을 준 ‘블랙리스트’라고 규정했다. 또한 MBC 감사국은 이 문서로 인해 기자들의 징계와 현업배제가 조직적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문서가 작성될 시기엔 그 누구도 파업 종료 이후 진행된 갖가지 징계나 현업 배제 인사의 방법과 규모 등에 대해 전혀 상상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마치 개인 간에 주고받은 메일 내용을 찾아낸 후 그것이 모든 인사에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팩트에도 맞지 않고 논리적으로도 견강부회라는 게 당사자인 황헌 국장의 입장이다.

MBC는 안타깝게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회사 전체가 크게 흔들리며 언론사로서의 지위와 신뢰를 점점 잃어가고 있다. MBC가 더 이상 이성과 자유가 실종된 3류 언론사로 추락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기를 바란다. 이와 더불어 MBC는 직원들에 대한 징계의 칼춤을 당장 멈출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다.

2018. 6. 23.

MBC 공정방송노동조합 위원장 이순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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