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단어로 읽는 5분 한국사.... ‘짜장면’ ‘막걸리’ ‘도깨비’ 등으로 새롭게 역사를 읽는다.
[신간] 단어로 읽는 5분 한국사.... ‘짜장면’ ‘막걸리’ ‘도깨비’ 등으로 새롭게 역사를 읽는다.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8.06.25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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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영훈은 연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인디애나대학교 인류학과에서 석사, 미국 남가주대학교(USC) 인류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7년 국립문화재연구소 예능민속연구실 전문위원을 거쳐 2001년부터 이화여자대학교 국제대학원 한국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이화여자대학교 한국문화연구원 원장을 역임하였고 현재 동대학교 국제대학원 원장이다. 

주요 저서로는 『From Dolmen Tombs to Heavenly Gate』(지문당, 2013), 『한국인의 작법』(일본 슈에이샤, 2011), 『문화와 영상』(일조각, 2002) 등이 있고 『Understanding Contemporary Korean Culture』(지문당, 2011), 『처음 만나는 문화인류학』(일조각, 2002)을 공동 집필했다. 주요 논문으로는 「2000년 이후 관광 홍보 동영상 속에 나타난 한국의 이미지 연구」(2011), 「한국의 미를 둘러싼 담론의 특성과 의미」(2007), 「1890년 이후 National Geographic에 나타난 한국 이미지의 변화와 그 의미」(2006), 「1970~80년대 관광 포스터에 나타난 한국성 연구」(2003) 등이 있다.

이 책은 『단어로 읽는 5분 세계사』의 한국사편으로, ‘후추’ ‘막걸리’ ‘건달’ 등 단어의 변천 과정과 거기에 녹아 있는 한국의 역사를 밝힌다. 세계사를 움직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후추’로 한국이 식민지가 될 뻔한 역사의 ‘만약’을 상상해 보고, 한국의 전통주 막걸리를 통해서는 그 오랜 역사와 함께 이상 기후와 함께 찾아온 조선의 대기근을 살펴본다. ‘건달’을 통해서는 인도의 선한 신이 왜 우리나라에서 부정적으로 불리게 되었는지 당대 음악가에 대한 인식과 함께 살펴보며 오늘날의 시대 인식과 비교해 본다. 

일상적인 단어뿐만 아니라 ‘씨가 먹히다’ ‘꼬드기다’같이 흔히 쓰이지는 않는 관용어구도 살펴본다. 요즘에는 입 밖으로 잘 꺼내지도 않는 이 말들을 다룬다는 사실에 의문을 가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단어들은 단순히 그 유래를 안다는 데 의의가 있지 않다. ‘씨가 먹히다’와 각종 지역명을 통해 어느 시대에서나 중요시 여긴 길쌈 문화와 발달한 직조 문화를 엿보고, ‘꼬드기다’를 통해서는 연이 놀이 도구가 아니라 군사적 도구로도 활용되었음을 살펴본다. 유물과 기록으로는 알 수 없는 고대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셈이다. 이처럼 이 책에는 교과서 혹은 여타의 교양서에서 만날 수 없는 역사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독자들도 이 책을 읽고 생활 속 무심코 사용하던 단어를 다시 살펴보길 바란다. 눈앞에 무수한 역사 이야기가 펼쳐질 것이고, 일상이 달리 보일 것이다. 

요즘에 흔히 쓰이는 단어로 ‘텅장’이 있다. 텅텅 빈 통장을 표현하는 신조어로, ‘속이 비어서 아무것도 없는 모양’을 뜻하는 부사인 ‘텅텅’과 ‘통장’을 결합시켜 ‘재산이나 밑천이 바닥나다.’라는 의미로 쓰이고 있다. 하지만 예전에는 같은 의미의 ‘거덜 나다.’라는 말을 흔하게 썼다. ‘거덜 나다.’는 조선 시대의 없어서는 안 되는 동물인 말과 관련된 관직 이름에서 유래한 단어다. 조선 시대에는 말을 관리하는 하급 관직을 거덜이라고 불렀는데, 이들은 왕이나 고관대작들이 행차할 때 앞서서 소리를 지르거나 허세를 부리며 길을 텄다. 이때 거덜이 앞뒤 좌우로 몸을 흔드느라 온몸에서 힘이 빠져 기반이 흔들리는 상태를 보고 ‘거덜 나다’라고 한 것이 오늘날과 같은 의미로 사용하게 되었다. 하지만 점차 한반도에서 말의 중요성이 줄어들자 자연스레 이 단어를 쓰는 사람들이 줄어들었다. 말과 관련된 용어들도 그 흔적이 사라지고 있다. 조선 시대에 종로 대로로 말을 타고 행차하는 관리들을 보고 싶지 않던 백성들이 숨어든 피맛골도 그 이름만 남아 있다. 

이처럼 언어란 시대와 문화를 연결하는 연결고리이자, 살아 있는 유기체다. 단어 중에는 오늘날까지 그 형태가 변함없이 쓰이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1000여 년에 걸쳐 그 형태가 끊임없이 변화하거나 짧은 생만 살다가 사라지는 경우가 있다. 즉 언어를 살펴본다는 것은 곧 당대의 시대상과 문화를 엿보는 일이다. 언어가 당대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가장 생생하게 알 수 있는 사료인 것이다. 이러한 언어의 삶을 꼼꼼하게 살펴보는 이 책이야말로 그 어떤 역사책이나 연표보다 훨씬 흥미롭고 유익한 역사 공부의 통로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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