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MBC, ‘의원실發 리포트’...보좌관 직업 가리고 인터뷰
[단독] MBC, ‘의원실發 리포트’...보좌관 직업 가리고 인터뷰
  •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8.06.25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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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마일리지 손해 봤다” 피해 사례자로 등장한 시민, 알고 보니 국회의원 보좌관…자사 인턴 직원 등 과거 보도 인터뷰이 논란에 사과한 MBC, 이번에도 조치 취할까?

MBC가 과거 보도에 대한 이른바 적폐청산을 진행하는 가운데, 4년 전 국회의원실의 제보를 바탕으로 보도된 한 방송 리포트에 해당 의원실 보좌관이 출연, 아무런 신분 소개도 없이 ‘피해자 인터뷰’를 했던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예상된다.

앞서 MBC는 MBC 소속 인턴기자를 정치 분야 인터뷰이로 내보낸 바 있고, MBC 보도국 소속 오디오맨을 경제 분야 인터뷰이로 내보내면서 논란이 된 바 있다.

MBC 뉴스는 지난 2014년 10월 19일 <열심히 쌓은 항공 마일리지 어디로?…'적립 꼼수' 있었다>란 제목의 기사에서 카드사들의 항공 마일리지 적립 방식에 대한 문제점을 집중 보도하며 ‘8개월 동안 1천7백 마일의 항공마일리지를 잃어버렸다’고 주장하는 이용수 씨의 사연을 소개했다.

당시 1,500원당 1.2마일이 쌓인다는 신용카드사의 광고를 보고 해외여행의 꿈을 키웠던 이씨는 적립 마일이 생각만큼 '쑥쑥' 늘어나지 않자 자신의 카드 결제 내역을 꼼꼼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 결과 4,400원을 결제했을 경우 1,500원으로 나눈 뒤, 3천원에 대해서만 적립이 되고, 나머지 1,400원은 적립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는 것.

당시 MBC는 “전혀 몰랐죠. 저는 당연히 처음 설명 들은 대로 1,500원당 얼마 하는 식으로 그렇게 계산되는 줄 알았지.”란 이 씨의 인터뷰를 내보냈다.

방송화면 캡처

피해자 사례로 등장한 이 씨의 인터뷰를 토대로 카드사들의 ‘적립 꼼수’를 지적한 MBC 뉴스는 온라인 결제액은 적립을 적게 해주거나, 연체액은 갚아도 적립해주지 않는 등 '사용한 만큼 항공마일리지를 적립해준다'는 카드사들의 선전 문구에 일정 부문 어폐가 있음을 강조했다.

뒤이어 MBC 뉴스는 당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이었던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박병석 의원이 “카드사들이 일부 항공 마일리지를 재량으로 없애는 것은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대단한 문제입니다.”란 발언을 소개하며 카드사들의 불공정한 영업 행태를 거듭 지적했다.

문제는 피해자 사례로 등장한 이 씨의 신분이다. MBC 뉴스는 보도에서 이 씨의 직업을 밝히지 않았던 것.

만일 해당 리포트로 인해 제보자가 조금이라도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었다면 MBC뉴스는 제보자의 이름과 얼굴을 공개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MBC는 시청률이 높은 자사의 프라임 타임 뉴스에 이 씨의 실명과 얼굴을 내보냈던 것. 이는 제보자의 동의와 수락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 경우 이름과 얼굴까지 드러낸 이 씨가 왜 자신의 직업만큼은 공개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의문점이 생긴다.

제보자의 주장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기사에서 인터뷰이로 등장하는 제보자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려면 어느 정도의 신원 공개는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MBC뉴스는 이 씨의 이름 외에는 다른 정보는 공개하지 않았던 것. 이는 MBC가 제보자의 직업만큼은 밝힐 수 없는 남모를 ‘속사정’을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다.

미래한국이 확인 결과, MBC 뉴스에 등장한 이 씨는 다름 아닌 박병석 의원의 보좌관이었다. 2014년 당시 박 의원의 보좌관이었던 이 씨는 현재도 같은 신분으로 박 의원의 정책보좌관으로 일하고 있다.

한편, MBC는 올해 첫날 메인 뉴스 리포트에서 개헌 관련 시민들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리포트를 하면서 인터뷰 당시 자사 소속 인턴기자였던 학생을 인터뷰하면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촛불 혁명을 지나면서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폐해를 인식했는데 그런 사건들이 헌법 정신에 담겼으면 좋겠다”는 부분을 뉴스에 삽입했다.

상당히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에 대해 자사 인턴직원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비난을 면하기 어려웠다.

MBC는 또한 최승호 사장이 취임한 지 이틀째인 2017년 12월 9일 뉴스데스크에서는 전자담배 세금인상과 관련한 시민 인터뷰에서 보도국 소속 오디오맨에게 “연초 담배보다 더 비싸진다고 하니까 기기까지 사서 피우는 메리트(장점)가 없는 것 같다”는 인터뷰를 뉴스에 삽입하기도 했다.

정치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뉴스에서 자사 직원들을 인터뷰이로 사용한 것이 드러나며 사과방송까지 했던 MBC가 이번에는 박병석 의원의 보좌관을 피해사례로 등장시킨 리포트가 확인된 만큼 어떠한 입장을 밝힐지 귀추가 주목된다.

아울러 해당 리포트를 한 기자는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원으로 알려진 만큼, 최근 10년 전 사건까지 끄집어내는 MBC 감사국과 정상화위원회가 어떤 조치를 취할 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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