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100가지 질문으로 본 북한....해외 북한 전문가가 내놓은 심층 보고서
[신간] 100가지 질문으로 본 북한....해외 북한 전문가가 내놓은 심층 보고서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8.06.26 06:10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언제라도 ‘(핵무기) 단추를 누를’ 것만 같은 위협적 존재 김정은 vs 신랄한 경고의 트윗을 날리며 평양의 핵개발을 끝장내겠다는 트럼프. 

두 정상의 끝없는 대립이 극적인 반전을 맞았다. 연이은 핵실험으로 신흥 핵보유국임을 증명한 북한과, 온갖 대북제재로 맞서며 군사적 해법을 언급하던 미국이 2018년 6월 현재, 바야흐로 평화의 무대에 함께 오르려 하고 있다. 비핵화와 (북의) 체제보장 빅딜이 성공하면, 분단 이후 70년간 꿈도 꾸지 못했던 종전 선언과 평화 협정이 현실화될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높아지는 때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말했듯이, 그야말로 ‘한반도의 세계사적 대전환’의 시기다. 

이 책『100가지 질문으로 본 북한』은 프랑스의 북한 전문가 두 명이 1990년대 북한의 대기근 시절부터 남북한은 물론 중국ㆍ동남아ㆍ러시아ㆍ일본 등에서 15년간 심층 인터뷰와 취재를 바탕으로 북한에 대해 제기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질문에 답한, 대중들을 위한 ‘북한 입문서’이다. 

‘낯설고 이상한 나라’ 북한에 대한 질문 100가지를 던지고, 그에 대한 짧지만 정확하고 상세한 답을 내놓는 구성이다. 역사ㆍ정치ㆍ지정학ㆍ현실ㆍ경제ㆍ사회와 문화ㆍ선전 등의 주제를 아우르며 청소년을 비롯해 대학생, 시민, 비즈니스맨 등 누구나 필요에 따라 가볍게 읽으면서 북한의 과거와 현재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거스를 수 없는 변화의 물결이 시작된 북한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동시에, 미국 등 서구 언론이 만들어낸 상투적 이미지를 벗어나 북한 사회를 객관적으로 이해하는 통찰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상투성과 편견을 벗어나 
있는 그대로의 북한을 바라보다 

한국어와 한국사를 배운 후 오랫동안 한반도의 문화ㆍ역사ㆍ지정학에 큰 관심을 표명해온 저자들이 이 책을 쓰며 일관되게 추구한 것은 상투성과 편견에서 벗어난 균형 잡힌 관점이었다. 
저자들은 1991년 소연방 붕괴 이후 미국ㆍ한국ㆍ일본의 정보기관들이 이 ‘깡패국가’를 제어할 수 없다는 무력감에 천편일률적이고 불안한 이미지를 재생산했다고 지적한다. ‘지구를 위협하는’ ‘북한의 핵위협’ ‘김정은의 머릿속엔 무엇이 들어 있을까?’ ‘미치광이 독재자의 초상’…. 국제 언론은 늘 이런 메시지를 ‘톱뉴스’로 뽑고 김정은의 머리에 핵구름 후광이나 미사일이 솟구친 모습으로 그를 악마화했지만, 그 나라의 현실을 진지하게 설명한 적은 결코 없었다는 것이다. 

『100가지 질문으로 본 북한』은 대중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북한의 권력 구조, 김일성ㆍ김정일ㆍ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 권력 세습의 과정, 권력자들의 통치 스타일 및 이미지 특성, 핵 개발의 역사와 진행 과정, 소비사회와 시장경제의 출현, 주민들의 일상 등 북한 사회를 제대로 알기 위한 핵심 내용을 고루 다루고 있다. 또한 북한을 이해하는 중요 키워드인 ‘주체’ ‘선군’ ‘병진’ 등의 개념을 설명할 때는 기원과 배경에 대한 해설도 잊지 않는다. 예를 들어 ‘선군’ 개념이 어떤 배경에서 나왔는지(군부와 김정일의 타협), 헌법이 이를 명시하면서(당 내 군의 우선권이 부여되면서) 북한 사회에 어떤 변화가 생겨났는지 등으로 맥락을 이어 파악한다. 

100가지 질문에 답하는 저자들의 설명은 명쾌하고, 간결하면서도 적절한 통찰이 담겨 있다. 더욱이 북한을 바라보는 객관적 시선 속에는 남과 북 두 개의 한국에 공통된 역사적ㆍ문화적 관점에서 북한 사회를 조명하려는 진지한 작가의식이 엿보인다. 수세기 동안 자기 운명의 주인인 적이 거의 없었던 한반도의 과거를 간과하지 않았다는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은 오늘을 밝히기 위해 과거를 소개하고, 현실을 드러내며 이면을 해석해 보이고 있다. 

소비사회ㆍ시장경제가 출현한 북한 
북한 사회의 놀라운 변화를 확인하다 

『100가지 질문으로 본 북한』은 1990년대 말, 북한에 닥친 최악의 기근으로 백만 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사회주의 경제 체제가 뒤흔들리던 시기로부터 비롯된 북한 사회의 변화를 상세히 담고 있다. 개방ㆍ통상ㆍ구매ㆍ투자ㆍ저축이 행해지고 있는 오늘날의 북한은 무릇 소비사회와 시장경제가 출현 중이다. 출신 성분에 따라 거주지ㆍ교육ㆍ직업ㆍ결혼까지 엄격히 관리하던 성분제도도 무너졌다. 최근 10년간의 경제적 변화는 북한의 상황을 뒤흔들었고, 이제 돈이 모든 사회관계를 지배하는 사회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를테면, 수년 전부터 북한에는 새로운 경제 엘리트 그룹인 ‘돈주(돈의 주인)’들이 부상했다. 대부분 ‘고난의 행군(대기근)’ 시기를 겪으면서 먹고살기 위해 상업에 뛰어들어 부를 축적한 사람들이다. 처음에는 씨앗과 기름 등 물물교환 형태로 시작했지만 곧이어 쌀, 비누, 항생제 등 생필품의 중국 국경 거래망을 조직했고, 점점 상점과 식당을 경영하며 소규모 경제구조를 주관하게 되었다. 이들 돈주들은 정권의 용인을 받고, 사업에 보다 많은 자율성을 부여하는 개혁 정책을 적극 활용하며 비약적으로 성장했으며 2012년 김정은의 권력 등극 이후 대부분 번창한 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오늘날 돈주의 신전이라 할 평양의 신구역은 고급 주택과 쇼핑몰이 늘어서 있고, 상해나 싱가포르의 대로변 같은 호사스러움을 자랑하고 있다. 유복한 젊은이들은 그곳에서 옷과 음악을 이야기하고 카푸치노를 마실지 에스프레소를 마실지 고민한다. 북한이 어떤 국가체제에 기반하는지 안다면 이러한 변화는 실로 경천동지할 일이다. 저자들은 이밖에도 북한의 주민들이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얼마나 이용하는지, 젊은이들은 어떻게 연애를 하는지, 교육과 의료 체계는 어떠한지, 오늘날 북한 사회의 다양한 모습과 주민들의 일상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덮어놓고 외면했던 북한의 논리가 보인다! 
북미회담과 평화협정은 불쑥 솟구친 것이 아니다 

그런데, 북한은 왜 그토록 (인민들은 먹을 것도 없이 굶주리는 혹독한 상황에서도) 핵개발에 집착한 것일까? 저자들은 북한의 핵개발 의도에 대해 서방을 비롯해 한국, 일본 등에서 대부분의 분석가들이 한결같은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저자들의 주장은 이렇다. ‘북한의 핵무기는 공격용이 아닌 억제용이며, 그 목적은 자국에 대한 모든 개입(특히 미국)을 피하기 위한 것이다. 이는 강대국들 자신이 옹호했던 핵 억제의 고전적 견해이기도 하다. 북한 정권은 자신이 선제공격할 경우 남한에 주둔한 미군에 의해 정권이 무너지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북한의 도발은 공격이 목적이 아닌, 워싱턴의 주의를 끌기 위한 것이며, 이는 더없이 합리적인 논리가 된다(본문 132쪽 인용).’ 

북미회담이 제기된 2018년 6월 현재에는 이런 말에 수긍할 사람들이 더러 있겠지만, 이 책이 나온 2016년만 해도 이 같은 주장이 제대로 평가받기는 어려웠다. 북한의 핵개발 확립이 알려진 이후 한국, 일본, 미국의 언론에 의해 꾸준히 단련된 메시지는 ‘비이성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북한의 지도자(김정일, 김정은)가 언제라도 도발이 가능하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저자는 ‘평양에 실질적으로 그럴 능력이 없다’고 잘라 말한다.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은 저자의 태도는 서구의 편향된 시선에서 벗어나 ‘우리가 원하는 북한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북한을 보자’는 것이다. 

프랑스에서의 출간 당시 저자들은 ‘통일은 가능할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평화협정이나 비핵화라는 통일의 관건은 유토피아보다 힘든 하나의 이상이다’라는 표현으로 마무리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난 후 세계를 놀라게 할 만한 선언이 나오거나,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개선되어 평화와 협력의 시대를 맞게 된다 하더라도 저자를 탓할 일이 아니다. 저자들은 시종일관 차분한 태도로 북한의 진정한 의도와 도발 속에 숨은 논리를 밝혀냈고, (북이) 체제보장을 위한 (미국과의) 협상 테이블을 바라고 있음을 명시했다. 책을 일독한다면 누구나 그 점을 인정할 것이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박혜연 2018-06-26 20:05:06
북한을 추종하는 좌파들이나 북한을 반대하는 우파들이 꼭봐야하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