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보수가 만나야 할 미래 (1)... 보수는 왜 참패했나?
대한민국 보수가 만나야 할 미래 (1)... 보수는 왜 참패했나?
  • 김형준 명지대 교양대학 교수
  • 승인 2018.06.28 15: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Ⅰ. 보수는 왜 참패했나?

6․13 지방선거에서 여당은 전례 없는 압승을 했다.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민주당은 17곳 중 14곳(82.4%),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도 12곳 중 11곳(91.7%)에서 승리했다. 기초단체장 226명 중 151명(66.8%), 광역의원 824명 중 648명(78.5%), 기초의원 2,926명중 중 1,638명(56.0%)을 차지했다. 지난 2014년 지방선거와 비교해 민주당은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5석,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71석, 광역의회 선거에서 303석, 기초의회 선거에서 481석 증가했다.

그동안 ‘지방선거=여당의 무덤’이라는 등식이 있었지만 집권 여당이 이렇게 압도적으로 승리를 한 것은 역사상 전례가 없다. 반면, 야당은 궤멸적 참패를 당했다. 자유한국당은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2곳(대구․경북)에서만 승리했고, 기초단체장은 53석(23.5%), 광역의원은 137명(16.7%), 기초의원 1,009명(34.5%) 얻는데 그쳤다. 지난 2014년과 지방선거와 비교해 한국당은 광역단체장 6명, 기초단체장 64명, 광역의원 279명, 기초의원 404명이 줄었다. 광역 의회 지역구 선거의 경우, 수도권에서 민주당 대 자유 한국당의 비율은 서울 97 대 3, 인천 32 대 1, 경기 128대 1이었다. 바른 미래당은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단 한 석도 얻지 못했고, 광역의원 5명, 기초의원 21명을 얻으면서 완패했다.

한마디로, 6․13 지방선거는 ‘보수의 슬픈 장례식’과도 같았다. 보수 참패에 대한 다양한 분석과 해석이 나오고 있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지난 19일 '대한민국의 보수: 어떤 내용으로 어떻게 살릴 것인가?'라는 세미나에서 보수 야당의 7가지 죄를 지적했다. “새로운 인물을 키우지 못한 죄, 권력의 사유화에 침묵한 죄, 계파이익 챙기느라 국민 전체 이익을 돌보지 않은 죄, 야당이 된 후에는 집권여당에 제대로 싸우지도 대응하지도 대안 제시도 못한 죄, 교만과 오만, 막말과 품격 없는 행동으로 국민을 짜증나게 한 죄, 반성하지 않고 누구도 책임지지 않은 죄, 희망과 비전 제시를 못한 죄” 등을 꼽았다. 그는 "자유한국당을 완전히 뜯어고쳐야 한다. 적폐청산이 아니라 스스로 청산해야 한다"라면서 "그렇지 않으면 자유한국당 들어갈 사람도 없다"라고 주장했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자유한국당은 문제 의식도 없고 방향 감각도 없고 어젠다도 못 내놓았기 때문에 정체성을 잃으면서 참패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6.13 지방선거 결과를 '보수의 몰락'이라고 주장하는 흐름에는 선을 그었다. 보수의 궤멸이 아니라 자유한국당의 궤멸이라는 주장이다.

성한용 한겨레 신문 기자는 보수가 무너진 세 가지 이유로 “비겁하고 교만하고 무지하다”고 분석했다. 왜 보수는 참패했을까? 보수는 시대정신에서 졌고, 전략에서 졌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졌다.

김형준 명지대 교양대학 교수
김형준 명지대 교양대학 교수

시대정신에 대한 몰이해

일반적으로 시대정신이란 “한 시대에 지배적인 지적·정치적·사회적 동향을 나타내는 정신적 경향이다”. 그런데 현실 정치에서는 우리 사회가 한번도 실현하지 못했지만 반드시 이뤄내야 할 미래 가치다. 현재가 우리 사회가 처한 상황을 진단하고 미래 방향을 전망하는 가치의 집약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한국 사회가 요구하는 시대정신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통일, 공정, 양성평등, 지방 분권 등이다. 민주당은 이런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정책과 메시지를 선점한 반면, 보수 야당은 효율, 성장, 경쟁, 안보 등과 같은 과거의 가치에만 몰입하면서 여권과의 담론 싸움에서 졌다.

국가미래연구원과 동아일보는 2015년 7월 경제 분야 전문가 300명과 정치·사회 분야 전문가 총 52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7월 28일-8월 9일) 결과를 토대로 보고서를 제출했다. 상투적인 대선 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벗어나 대선의 시대정신을 찾기 위한 시도였다. 조사결과, ‘일자리 창출’(41.8%)과 ‘공동체 회복’(18.4%)이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혔다. ‘민주적 국가구조 확립’(8.8%), ‘불평등 완화(8.6%), ’저출산 고령화 회복‘(8.2%), ’경제 민주화‘(7.5%)가 그 뒤를 이었다. 한편, 이들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핵심 가치로 공정(47.1%)을 가장 많이 지적했다.

그 다음은 혁신(15.7%), 정의(13.8%), 통합(15.5%) 순으로 나타났다. 이런 조사 결과가 주는 함의는 “공정한 경쟁 속에서 혁신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느냐, 정의를 바로 세워 국민을 통합시킴으로써 공동체를 회복할 수 있느냐”가 시대정신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현재 우리 사회가 공정하지 못하고 혁신의 발판을 만들지 못하기 때문에 일자리 창출 등 경제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이 보고서는 지난 2년 반 동안 정치, 사회, 경제 분야 187개 이슈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핵심 시대정인 공정을 구현하기 위한 4대 시대적 과제로 정치권력의 정당성 회복, 반칙과 특권 없는 사회, 사회 경제적 안전망 확충, 사회적 신뢰시스템 구축 등을 추출해 제시했다. 한국 보수는 이런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는 데 무능했다.

 전략 부재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전략에서 실패했다.

첫째, 이번 지방선거에서 합의 쟁점을 대립 쟁점화하는 치명적인 실수를 했다.

스토크스(Stokes)는 정책 쟁점의 유형으로 합의 쟁점(valence issue)과 대립 쟁점(position issue)을 제시했다. 합의 쟁점은 긍정적 또는 부정적인 어느 한편으로 평가되는 조건으로서 유권자의 거의 모두가 이 쟁점에 있어서 동일한 선호를 갖는다. 따라서 특정 정당 및 후보자의 능력이나 이미지와 밀접히 관련이 되는 논쟁의 대상이 된다. 지역주의 타파, 정치 개혁 등이 이에 해당된다. 대립 쟁점은 유권자의 선호가 찬성과 반대의 상반되는 입장으로 나누어져 분포하는 것이다. 복지 이슈가 전형적인 대립쟁점이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은 현 시점에서 합의 쟁점이다. 그런데 홍준표 대표는 남북 정상회담을 ‘위장 평화 쇼‘로 폄훼했다. 지난 7일 홍 대표는 외신기자클럽 간담회에서 “북한이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폐기)를 거부한다면 회담을 중단·파기하는 게 차라리 옳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미북 회담에서 종전선언이 이루어지는 것을 결단코 반대한다”며 “주한미군 감축이나 철수 문제 역시 결코 협상 테이블에 올려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홍 대표의 이런 소신 발언은 나라를 생각하는 정치인으로써 충분히 할 수는 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원하는 민심과는 거리가 멀다. 한국갤럽 조사(5월 1주 조사) 결과가 이를 입증한다. 국민이 88%가 남북정상회담이 잘됐다고 평가했다. 60대 이상 고연령층(86%), 보수층(77%), 대구․경북 거주자(76%) 등 핵심 보수 지지층에서 조차 긍정 평가가 70%이상이었다. 통상 합의 쟁점을 대립 쟁점화하면 득보다 실이 많은 법이다.

따라서 야권은 북핵 문제보다는 대립 쟁점의 성격이 강한 민생 경제 및 교육 문제에 집중했어야 했다. 한국갤럽이 문재인 정부 취임 1년을 맞아 정책 분야별로 평가를 했다. 경제와 복지 정책은 취임 6개월이후 취임 1년 까지 잘못했다는 부정 평가가 꾸준히 상승했다. 한편, 교육 정책은 ’잘했다‘는 긍정 평가가 30%대에 불과했다. 문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도가 취임 1년 때 83%였던 것과 비교해보면 교육 정책에 대해 국민들이 얼마나 불신하고 있는 지를 잘 보여준다. 보수 정당은 문재인 정부의 이런 아킬레스건을 공격했어야 했는데 실패했다.

셋째, 후보단일화 등 야권연대에 실패했다.

한국 보수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작년 대선을 거치면서 전통적 보수 가치를 지지하는 자유한국당과 보수의 개혁과 보수 가치의 변화를 요구하는 바른미래당으로 분열되었다. 이런 분열은 결국 진보로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만드는데 일조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선거 승리가 목적이 아니라 2위, 3위 싸움을 하는 데 집중하는 전략적 미숙함을 보였다. 서울시장에서 자유한국당 김문수 후보는 당대당 통합을 전제로 한 후보단일화를 주장했지만, 안철수 후보는 이를 거절했다.

문재인 대통령과의 대결에서 완패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는 지난 5월 31일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하면서 “이번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에게 견제할 힘을 주셔야만 이 정권의 망국적 폭주를 막아낼 수 있다.”고 했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탄핵 사태 이후 완전히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습니다.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정당으로 환골탈태하기 위해 당의 모든 것을 바꾸었습니다. 낡은 인물들을 청산했고, 낡은 제도와 조직을 개혁했고, 낡은 정책들도 모두 혁신했습니다.”라고 했다.

반면,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 대표는 지난 5월29일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바른미래당이 자유한국당을 대체할 수 있는 제대로 된 보수, 개혁 보수를 한다는 신뢰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자유한국당은 반공 보수로 회귀했고, 개혁 보수와 새 정치를 표방한 바른미래당은 공천 파동에서 보여주듯 바르지도 못했고 미래도 없었다.

이런 와중에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는 이례적인 70%대 고공행진을 했다. 여하튼 보수가 참패한 근본 이유 시대정신과 전략에서 졌을 뿐만 아니라 참회와 책임은 없고 극한 대여 투쟁만 했기 때문이다. 방송3사 심층 출구조사 결과, 이번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은 후보 선택 이유로 가장 많은 40.4%가 ‘소속 정당’을 지적했다. 그 다음으로 인물 28.9%, 공약․정책은 26.1%였다. 문재인 대통령 후광효과로 정당 지지도에서 민주당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 지속되고 있는데, 자유한국당이 ‘문재인-홍준표 대결구도’로 몰고 간 것은 큰 패착이었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