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보수가 만나야 할 미래 (4)... 한국 보수는 무엇을 해야 하나?
대한민국 보수가 만나야 할 미래 (4)... 한국 보수는 무엇을 해야 하나?
  • 김형준 명지대 교양대학 교수
  • 승인 2018.06.28 15: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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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보수의 철학화(philosophy): ‘진보 우파’의 새로운 담론 구축

한국 보수는 그동안 지역주의, 박정희 시대에 대한 향수, 진보세력에 대한 중도층의 실망으로 인한 반사이익에 의존해 왔었다. 그런데, 박근혜 실패이후 박정희 패러다임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이제 보수는 시대정신에 맞는 새로운 비전과 가치를 정립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과거 ‘보수 우파’에서 ‘진보 우파’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

1982년 토니 블레어가 이끈 영국 노동당은 대처 수상이 이끄는 영국 보수당의 장기 집권을 막기 위해 ‘신 노동당’(New Labour)을 기치로 ‘책임 좌파’의 길을 걸었다. 기드슨의 조언을 받아들여 중도를 강화하는 제3의 길을 택한 것이다.

2006년 스웨덴 중도당(Moderate party)은 사민당을 물리치고 정권 교체에 성공했다. 사민당이 구축한 복지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복지’를 내세우고 “진짜 노동자를 위한 정당은 중도당이라”는 캐치 프레이즈로 민심을 파고 들었다. 진보와 보수의 사고방식은 우열의 문제가 아니라 상호 보완적인 관계이다. 보수는 선이고 진보는 악이라는 배타적이고 이분법적 사고로는 갈등을 확대 재상산할 뿐이다.

향후 한국 보수는 진보가 지향하는 가치를 배격하고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보수의 시각에서 포용하고 배려하는 전략적 전환을 해야 한다.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가 내세운 경제 민주화와 맞춤형 복지도 같은 맥락이다. 향후 보수가 지향할 가치로는 ‘책임’, ‘포용적 성장’, ‘건강한 복지’, ‘똑똑한 평화’, ‘서민적 보수’를 내세워야 한다. 1995년도 당시 김대중 총재가 새정치국민회의를 만들면서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정당’을 표방을 하면서 서민의 가치는 마치 진보의 가치인 것처럼 여겨졌다.

(한국의 보수들은 ‘부자감세’라는 것 때문에 많이 비판을 받는데요. 왜 서민 감세정책을 못 내세우냐는 겁니다.) 영국의 보수는 서민감세 정책을 제시했다. 영국 보수당은 최근 ‘책임지는 기업'을 유독 강조한다. 보수도 이제 기업 규제 완화, 법인세 인하 등 '친 기업적인 정책‘만을 지지할 것이 아니라 투명, 책임과 같은 진보 가치를 결합해 변화된 모습을 보여야 국민의 신뢰를 받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2. 보수의 정치화(politicization): 3단계 통합 로드맵 제시

현재 보수가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통합이다. 빠른 시일내에 자유한국당 과 바른미래당은 통합의 길로 걸어가야 한다. 두 보수 정당의 정당 지지율이 민주당이 절반도 미치지 못하는데 보수 적통 논쟁은 무의미하다. 한가하게 진짜 보수다 가짜 보수다, 수구보수다 개혁 보수다라고 논쟁 할 때가 아니다. 지난 대선 결과를 분석해보면, 보수층에서 홍준표 후보(57.2%)가 유승민(35.1%)보다 선호도면에서 압도적으로 높다. 다만, 중도층에서는 유승민(30.9%)이 홍준표(12.7%)후보보다 선호도가 앞섰다.

지방선거 다음날 홍준표 대표는 "모든 책임은 자신에게 있으므로 오늘부터 당대표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도 "오늘부터 바른미래당 공동대표직에서 물러난다"며 "국민의 선택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한다"고 밝혔다. 유 대표는 "대한민국이 어떤 길로 나아가야 할지 새로운 비전과 정책을 고민하겠다"며 "그 속에서 철저하게 무너진 보수 정치를 어떻게 살려 낼지 보수의 가치와 보수 정치 혁신의 길을 찾겠다"고 덧붙였다.

야당 지도부가 모두 동반 퇴진하면서 정치지형 자체를 새롭게 짤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전개됐다. 보수 재편은 크게 3가지 방향으로 흐를 전망이다.

첫째, 각자도생 방식이다. 자유한국당과 미래한국당은 과거처럼 선거 패배 이후 ‘지도부 사퇴→ 비대위 구성→ 전당대회를 통한 새 지도부 구성’과 같은 기존의 방식을 채택하는 것이다. 당권경쟁을 통해 무너진 보수 정당을 재건하겠다는 복안이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은 “수구와 냉전 반공주의에 매몰됐던 당 이념까지 바꾸겠다며 ‘중앙당 해체’를 포함한 혁신안을 내 놓았다. 하지만 김성태 혁신안에 힘을 실어주자는 비박계와 일방통행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친박계가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한국당의 주도권 싸움이 격화될 전망이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21일 5시간 20분 동안 의총을 열어 당 수습방안을 논의했지만 친박․비빅계가 상호 비난만 하다가 끝났다. 결국 혁신비상대책위원회가 어떻게 구성되고, 어떤 권한이 부여 될지가 관건이다.

더불어 혁신위가 언제까지 활동할지도 큰 변수가 될 것이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이 계파갈등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조속히 비대위를 구성하고 차기 대표의 임기를 내년 상반까지로 해서 2020년 공천에 개입할 수 없게 하는 것이다.

바른미래당은 선거 참패 후 젊은 의원 중심으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조기 전당대회를 통해 위기를 수습하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비상대책위원과 당 소속 국회의원이 참여한 워크숍을 통해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의 균형감을 가진 민생정당으로 탈바꿈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념과 진영이 아닌 정책으로 말하고 실천하겠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하지만 바른 미래당의 미래는 정체성을 어떻게 정립할 것인가의 문제보다는 안철수 전 서울 시장 후보가 향후 어떤 정치적 행보를 취하느냐에 달려있다. 일부에서는 안 전 후보의 정계 은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소통합 방식이다. 옛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이 혁신과 통합을 명분으로 자유 한국당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바른미래당 일부 의원들이 자유한국당과의 소통합을 선택하면 박주선, 김동철, 주승용, 김관영, 권은희 의원 등 호남 지역구 출신들은 민평당으로 회군할 것이다. 이런 와중에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바른미래당 내 국민의당 출신 의원 6명에 대해 “통합하자는 공감대는 형성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여기에다 지금 당적은 바른미래에 두고 우리하고 실질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분들이 여섯일곱 분 되는 것 같다”며 “이분들과 하면 27~28석의 명실상부한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해서 제3당의 길을 갈수 있다”고 주장했다. 향후 한국당과 민평당이 바른 미래당 쪼개기에 적극 나설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셋째, 대통합 방식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옵션이 있다. 하나는 2020년 총선전까지 보수 정당들이 각자도생 → 소통합 → 대통합의 ‘3단계 통합’의 길을 걷은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을 해체한 후 보수 정치세력과 시민단체가 대거 참여하는 ‘빅 텐트 방식’의 대통합이다. 유승민 전대표와 안철수 후보는 “과거 YS가 호랑이를 잡기 위해 호랑이굴로 들어간다”며 3당합당에 참여했고 결국 대권을 차지했던 것을 복기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어떤 방식을 택하든 한국 보수는 죽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3. 보수의 재정화(political fund raising)

진보진영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담론 논쟁이라든지 진영진영과의 싸움에서 보수진영이 질 수 밖에 없다. 담론을 이끌어갈 보수 씽크 탱크들이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보스를 상징했던 ‘시대정신’은 폐간되고, 바른사회 시민회의도 곧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다. 그동안 진보진영에서 가장 잘했었던 것은 풀뿌리 운동이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자발적으로 소액의 비용을 지불하며서 조직을 끌고 간 것이다. 결과적으로 어느 정도 재정적으로 안정성을 유지할 수가 있었는데 지금 보수시민단체를 포함해서 싱크탱크는 외부로부터 돈을 받아서 운영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제는 그렇게 해서는 생존을 유지할 수 없다. 정말 자기가 돈을 내서 보수 가치를 지키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야 보수는 생명력을 이어 갈 수 있다.

4. 세대교체화 및 도덕화

2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의 노동당이 ‘복지 정책’과 ‘사회민주주의적 정책’으로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자 보수당은 궤멸 직전의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과잉 복지’로 인해 ‘영국병’에 빠지자 영국 국민은 보수당의 변화를 이끈 마거릿 대처를 선택했다.

1997년 토니 블레어에게 정권을 빼앗긴 보수당은 2005년 정권교체를 위해 38세의 데이비드 캐머런을 총재로 추대했다. 캐머런 취임 일성으로 ‘책임지는 기업(responsible business)’을 내세웠다. 보수라고 과거처럼 무조건 대기업을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질 때만 보호해준다고 선언했다.

한국 보수도 이제 4-50대 기수론을 기치로 세대교체를 해야 한다. 차세대 젊은 보수는 ‘도덕적 보수, 포용적 보수, 서민적 보수’를 기치로 ‘공정한 불평등’과 ‘빈부격차 축소’를 핵심 가치로 꼽을 필요가 있다. 국민들은 향후 보수의 변화에 대해 ‘부패하지 않는 깨끗한 보수’ <30.0%>, ‘서민과 중산층을 아우르는 포용적 보수’ <28.2%>가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KPSI 2011년 10월 “조사)

한국 보수가 부패와 냉전 반공 이미지를 고수하면 진보세력의 무능과 오만으로 일시적으로 반사 이익을 얻었지만 이제는 그 지지를 확보하기 어렵다. 한국 보수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남을 탓하기 보다는 부패, 인권탄압, 정경유착 등 과거 잘못에 대해 끊임없이 참회하고 반성해야 한다. 이런 참회를 통해 도덕적 고지를 확보할 수 있고, 비로소 보수의 상징인 자유주의를 논할 수 있는 자격이 부여될 것이다. 국민들로부터 보수가 부패한 적폐 청산의 대상이고 능력마저 없다고 인식되었기 때문에 어둠 속으로 치닫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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