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와 우상
국가와 우상
  • 김범수 미래한국 발행인
  • 승인 2018.07.04 11: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래길]

우상 숭배는 인류 역사와 함께 해왔다. ‘우상을 섬기지 말라’는 명령은 3,500여년전 모세가 시내산에서 받은 십계명의 두 번째 계명이었다.

우상은 신앙과 사회 근간이 흔들릴 때 어김없이 등장한다. 국가와 사회를 파괴하는 괴물이지만 광장과 전체 안에 숨은 얼굴 없는 집단들에겐 이성(理性)보다 쉽고 달콤한 치명적 유혹이 된다.

북한 전역에는 3만여 개에 달하는 김일성 동상이 있다. 김일성은 ‘영원불멸의 신’이 됐고 그의 일가는 무오한 ‘최고존엄’으로 받들어져 북한 사회를 수십년간 통치하고 있다.

한 사회에 법과 질서를 초월하는 개인숭배가 등장하면 그 사회 조직과 국가의 종말이 다가왔다는 징조가 된다. 김일성의 유령이 지배하는 북한 체제는 이미 오래 전 정상적으로는 유지될 수 없는 좀비 국가가 됐다.

우상 숭배 현상은 우리 주변에도 있다. 비판을 허용하지 않는 정치 팬덤, 소위 ‘빠’ 현상이 그러한 종말적 징조를 내비치고 있다.

文빠 朴빠 등의 ‘빠’들은 자신들만이 선(善)이라고 믿기에 자신들과 자신들이 받드는 지도자에 대한 비판을 일체 거부한다. 거부를 넘어 강렬한 증오를 보이고 상대를 척결 대상으로 설정하기도 한다.

맹신(盲信)은 분열과 파괴의 또 다른 이름이다. 그들의 리더에 털끝 하나라도 오류가 인정될 바에는 차라리 모두가 함께 망하는 것이 낫다고 믿거나, 혹은 그들을 통해 모두가 잘 될 것이라는 근거 없는 낙관론에 매몰된다. 

그들에겐 미북-남북 정상회담과 이로 인해 넘쳐나는 평화의 언어와 말뿐인 핵폐기 선언이 모두 낙관적인 분홍빛으로 다가온다.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지나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동맹 해체의 소문, 그리고 개헌과 남북연방제의 가능성도 모두 잘 될 것이라고 믿는다.

우리 사회 ‘빠’의 출현은 2002년 월드컵 광장에 모인 ‘붉은 악마’들이 판을 깔았고 곧이어 효순이 미선이 미군 장갑차사건의 선동과 결부되면서 촛불과 ‘노사모’로 가시화 됐다. 이후 ‘박사모’들도 일부는 광장에 있던 빨간 옷을 입은 군중들의 변형이었고 탄핵정국 애국의 태극기 물결도 그 일부가 박빠 부대로 전락하고 말았다.

작가 이문열은 이러한 현상을 현대사회 매스컴이 인터넷과 SNS 등을 통해 만들어낸 광장의 특징이라고 말한다. 고대부터 중세까지 마녀사냥을 하고 검투사가 모이는 곳, 그런 좋지 않은 의미의 광장이 현대사회에선 인터넷에서 발현되고 불확실성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히틀러의 뮌헨 광장을 떠올리기도 한다는 것이다. (26~31페이지)

맹신과 광신이 빚는 우상화 현상은 좌-우의 문제가 아니다. 이성이 잠들면 우상의 괴물은 어디든 출몰한다. 대한민국 곳곳에서 국가 공동체의 말기적 현상들이 감지되고 있다. 시간이 많지 않다. 우상의 미몽에서 깨어나야 할 때이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