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이사선임, 한국당이 기억해야 할 세 가지 원칙
공영방송 이사선임, 한국당이 기억해야 할 세 가지 원칙
  • 박한명 언론인·미디어비평가
  • 승인 2018.07.06 16: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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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주의와 보신주의자들 갈아치우고 언론개혁 투쟁을 위한 새판 짜야
박한명 언론인·미디어비평가
박한명 언론인·미디어비평가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2일 전체회의를 열고 KBS와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 선임계획안을 의결했다. 현재 이사들 임기가 8월에 만료되기 때문이다. 7월 2일부터 13일까지 공모를 하고 관련법과 절차에 따라 차기 이사들을 선임하게 된다. 당내 사정이 어지러운 탓인지 몰라도 들리는 소문에 야당은 이사 선임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아무리 문재인 정권의 방송장악이 끝났다고 해도 안 될 일이다. 지난 번 남북회담 보도지침 논란이나 드루킹 게이트와 관련한 TV조선 압수수색 시도와 같은 독재정권 뺨치는 문재인 정권의 언론장악 현실이 전혀 나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선두에 서서 정권 앞잡이가 돼 국민 세뇌기관 노릇을 하는 게 바로 대한민국 대표 공영방송사라는 KBS와 MBC 아닌가. 그 덕분에 현 정권이 세운 사장 아래에서 요즘 시청률이 역대급으로 폭락했다고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두 방송사의 영향력을 무시할 순 없다.

방송장악 현실은 한국당 인사 실패의 결과

방통위의 신임 이사 공모 즈음에서 필자는 몇 가지를 선임 원칙을 한국당에 분명히 일러두고 싶다. 첫째 감시견제의 연속성을 이어갈 것, 둘째 근본적인 변화를 기할 것, 셋째 낙하산 금지다. 감시와 견제의 연속성이란 KBS 이사회와 방문진 이사로서 상대적으로 역할을 충실히 해온 기존 이사들 중에서 최소 인원은 재선임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야 이사회 내부나 KBS, MBC 내부의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앞으로도 대처해나갈 수 있다. 말이 나왔으니 얘기지만 필자는 현재 야당 추천 이사들이 제대로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선 무척 회의적이다. 양승동, 최승호 사장 체제가 들어서기 이전 정부여당과 언론노조가 홍위병 역할을 하면서 이사진부터 강제 물갈이를 해나갈 때 현재 이사들은 그야말로 무능의 극치였다. 정권의 폭압적인 막무가내에 이들 이사들이 결과까지 어쩔 수야 있었겠냐만 그래도 최소한의 할 일을 했는지 의문이 든다. 이사들은 가장 기본적인 성명서조차 몇 번 내지 않았다.

국민은 야당 이사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투쟁하지 않으면 공영방송 내부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알기 어렵다. 이사회 내부에서, 때로는 국민을 향해 직접 현 정권의 언론장악 현실을 고발하고 투쟁했었어야 했다. 그럴 땐 점잖은 체면도 던져 버려야 한다. 직장과 집, 교회까지 찾아가 괴롭히는 언론노조가 아무리 무섭더라도, 언론노조와 연대하는 좌익매체들이 써댈 인신공격 기사들이 두렵더라도 할 일은 했었어야 했다. 그걸 두려워한다면 애초에 자격이 없는 것이다. 공영방송 이사의 위치가 매달 나오는 돈이나 챙기고 위세 떨고 똥 폼을 잡는 자리가 아니지 않나.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KBS 이사회, MBC 방문진 야당 추천 이사들의 그간 활동 내용들은 거의 대부분 낙제점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이들 중에 최소한의 이사들은 여당 이사들이 일방적으로 끌고 가는 이사회를 견제하는데 있어서 연속성을 위해 연임할 필요가 있다. 그나마 상대적으로 헌신하고 능력을 발휘한 이사를 골라야 한다.

전문성·투쟁력 갖춘 새 인물들로 새판 짜야

이사 선임 두 번째 원칙은 새 이사진을 구성할 때 근본적인 변화를 줘야 한다는 것이다. 필자가 말하는 근본적인 변화란, 인물 교체를 말한다. 해야 할 투쟁은 못하면서 정권 눈치, 언론노조 눈치, 이 눈치 저 눈치 살피면서 스스로 월급쟁이가 돼 현실에 안주하거나 공영방송 이사직을 아르바이트 정도로 여기는 인물들을 싹 갈아치워야 한다는 것이다. 필자는 엄밀히 얘기해 현재 야당 추천 이사 대부분이 여기에 해당된다고 판단한다. 문재인 정권 방송장악 현실에 적극적으로 투쟁할 새로운 인물들, 특히 언론개혁에 관심이 있고 조금이라도 현실을 바꾸겠다는 의지가 있는 인물, 전문가들을 야당은 선임해야 한다. 기회주의자는 절대 배제해야 한다. 이름을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어렵지만 방문진이나 KBS 이사회에 역할 좀 하라고 들여보냈더니 기가 막힌 자리보존 능력이나 발휘하던 인물이 어디 한 둘이었나. 차기 이사 선임을 앞둔 지금도 이런 류의 인간들이 호시탐탐 자리를 노린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그들 대부분은 언론현실에 대한 고민이나 투쟁의지 없이 자기 밥그릇 찾기에만 혈안인 사람들이다.

세 번째 원칙인 낙하산 금지는 굳이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차기 이사 선임에서는 야당 정치권력 줄을 타고 엉뚱한 자가 공영방송 이사 자리에 내려앉아 우익진영의 언론개혁, 투쟁의지를 꺾어놔서는 안 될 것이다. 문재인 정권 아래에서 펼쳐지고 있는 방송과 언론현실은 이전에 우리가 겪어 보지 못한, 어찌 보면 초현실적으로 느껴질 만큼 비정상적이다. 특히 공영방송이라는 KBS와 MBC는 한국판 ‘괴벨스의 입’이 되어 대한민국 국민을 상대로 열심히 대중조작을 시도하고 있다. 낯 뜨거운 문비어천가가 아니면, 지난 번 문 대통령의 ‘최저임금 인상 긍정효과 90%’ 발언에서 보듯 왜곡된 통계를 내놓아도 제대로 비판 못하는 문 대통령의 정치적, 정책적 동지인 언론노조의 천국이 돼버렸다. 현재 공영방송사 지배구조로는 야당 쪽 이사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의 한계는 분명히 있다. 조금 열심히 할라치면 언론노조와 좌익시민단체의 먹잇감이 되어 인격과 정신마저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상처를 입는다. 그렇기에 공영방송 이사직은 사명감과 책임의식이 없고선 버틸 수 없는 자리다. 한국당은 세 가지 원칙 아래 능력 있고 부지런한 인물들로 선임, 투쟁전선을 짜기 바란다.

박한명 언론인·미디어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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