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을 비극적 딜레마에 빠지게 하지 말라
군인을 비극적 딜레마에 빠지게 하지 말라
  • 김의식 용인대 군사학과 교수
  • 승인 2018.07.11 11:07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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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나 / 군인과 역사, 그리고 헌법

얼마 전 대학원 수업시간에 현역 군인들에게 “베트콩과 같은 반정부 무장세력을 소탕하기 위해 은거지로 알려진 마을로 접근하는데 마을의 누군가가 여러분을 향해 사격을 해서 부대원이 다쳤다. 여러분은 마을을 향해 즉각 응사할 것인가?”라고 물었더니, 상당수의 군인들이 “상부의 명령을 기다리겠다”라고 응답했다.

군인들이 자신들에게 총질하는 적대세력을 향해 즉각 응사하지 않고, 상부의 명령을 기다리겠다고 응답하게 된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현대사를 통해 배운 학습효과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상관의 명령에 따라 반정부 무장투쟁과 소요현상을 진압하는 임무를 수행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범죄자로 전락해서 처벌받고 무공훈장까지 박탈당하는 현실을 봤기 때문이다.

제주 4·3사건과 5·18광주민주화운동 현장에 투입되었던 군인들은 자신과 동료 전우들을 향해 가해지는 위협에 대해서 ‘훈련 받은 군인’으로서 대응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죽느냐 죽이느냐 혼란한 상황 속에서 어떤 것이 적법한지, 어떤 것이 역사적으로 정당한지 판단할 상황이 아니었을 것이다.

상급자의 명령에 따라 군인으로서 행동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대한민국 군대를 향해 공격하는 사람들은 ‘적’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월이 지나고 정권이 바뀌니까 목숨 걸고 수행했던 임무가 불법적인 범죄행위로 평가 받고, 목숨 걸고 받은 훈장이 박탈당하며, 희생된 군인들을 위한 추모식조차 제대로 거행하지 못하는 모습을 봤다.


군인들은 적을 살상하도록 훈련받는 집단이다. 적과 마주치면 조건반사적으로 반응해야 하는 군인들이 ‘나중에 적법성 여부를 따져 처벌 받지 않을까’라고 염려해서 즉각 응사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망설이게 된다면, 당장은 군인 자신의 목숨이 위태롭게 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군대가 패배하고 나라가 패망하여 모든 국민들이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따라서 전투 현장에서 있었던 군인들의 행위에 대해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

군인들의 행위와 책임관계는 ‘상황에 따른 책임론’으로 정리할 수 있다. 전시·사변·내란·소요사태와 같은 상황에서 상관의 명령에 따라 임무를 수행하던 중 발생한 행위에 대한 책임은 현장의 긴박성, 전달된 정보의 량과 정확성, 교전대상 식별여부, 정상적인 지휘체계의 유지 등 당시 상황을 고려해서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립되었거나 공격위협을 느끼거나 공격을 받는 상황 하에서 발생한 군인들의 행위에 대한 책임은 면제해야 한다. 적대세력인지 우호세력인지 식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발생한 교전 행위에 대한 책임도 면제해야 한다.

군인에게 역사적 책임을 묻는 행위는 신중해야

1977년 개정된 제네바협약에 따라 게릴라들은 평상시에는 특별한 표식을 하지 않더라도 ‘교전 및 교전준비시’에만 무기를 노출시키면 교전 자격을 얻을 수 있으므로 공격 직전까지는 순수 민간인인지 게릴라인지 구별하기 어렵게 되었다. 베트남공화국을 패망으로 이끈 베트콩은 군인인가 민간인인가. 긴박한 상황에서 합법적인 판단을 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제3자들의 무리한 요구이다. 정치인들에게 정무적인 판단을 인정해 주듯이, 지휘체계가 약화되고 마주치는 세력에 대한 정보가 제한되어 피아 식별이 어려운 상황 하에서 이뤄지는 군인들의 조건반사적인 행위는 상황에 기초해 이해할 수 있는 판단으로 인정하고 책임을 면제해야 한다.

‘지위에 따른 책임론’은 명령을 내리는 사람의 군대조직 내 지위에 따라 책임을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시·사변·내란·소요사태 상황 하에서 적대세력과 직접 교전하는 전술부대 군인들은 상관의 명령에 무조건 복종해야 하며 여기에 따른 책임은 면제 받아야 한다.

방어진지를 버리고 도망치는 부하는 즉결처분해서라도 방어선을 유지하라고 명령을 받았다면 상관의 명령을 그대로 이행하는 것이 정당한 것으로 평가 받아야 한다. 전략적으로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명령이라면 복종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군대조직 내에서 정책적 판단이 가능한 최상위 지위에 있는 군인들은 다를 수 있다. 이들은 적법성, 도덕성, 역사성 등에 대한 판단이 가능하며, 정확한 상황 판단에 필요한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있으므로 이들의 명령행위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책임을 평가해야 한다. 다만, 군통수권자의 명령이라고 하더라도, 헌법정신에 위배된다면 최고 상관의 명령을 거부하는 것도 정당한 행위로 평가해야 한다.

군인들로 하여금 ‘비극적 딜레마’에 빠지게 해서는 안 된다. 군인들은 순간의 판단에 이은 조건반사적인 반응에 따라 생사가 결정될 수 있다. 불확실한 혼란 속에서 상관의 명령에 따라, 혹은 법규에 보장된 자위권을 행사했음에도 불구하고, 나중에 정치적 시각으로 재평가한다면, 국가가 외부의 위협으로 인해 생존이 위태로울 때 누가 싸우려 하겠는가.

만일 패전한다면 큰 처벌을 받을 텐데 끝까지 저항하지 말고 적당히 싸우다가 항복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지 말란 보장이 있는가.

특히, 적과 아군이 명확하게 구분되는 정규전 상황이 아니라, 누가 적이고 누가 선량한 시민인지 피아 구별이 불분명한 내란이나 소요사태에 투입된 군인들의 행위에 대해 교과서적이고 법리적인 해석을 통해 책임을 추궁하는 것은 타당하지 못하다. 베트남 전쟁과 같이 전투 대상과 전투 지역이 구분되지 않고 불분명한 상황에서 발생한 민간인 피해를 양민 학살로 평가하여 책임을 추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전시, 사변, 내란, 소요사태와 같은 긴박한 상황에서 군인들이 명령을 하달하고 복종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행위에 대한 책임 여부는 그 행위가 발생했던 현장 상황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며, 행위자의 군대조직 내 지위에 따라 평가하는 것이 타당하다. 특히 과거의 행위에 대해 새로운 잣대를 들이대 군인들의 사기를 저하시키거나, 유사한 상황 하에서 상관의 명령을 복종하기에 주저하도록 만들어서는 절대로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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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연 2018-07-13 22:55:56
하기야 우리나라 엄마들 좌파나 우파나 애들에게 공부해라 숙제해라하고서는 자기네들은 불륜드라마나 불륜영화나 실컷감상해대니....!!!!

박혜연 2018-07-13 22:54:58
독일에서 같았으면 당신들은 전부 사형내지 무기징역감이여~!!!!! 그래 이제는 누구보고 종북세력이라고 까실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