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난민문제에 대한 올바른 대응
예멘 난민문제에 대한 올바른 대응
  • 제성호 미래한국 편집위원.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승인 2018.07.20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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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제주도에 상륙한 ‘예멘 난민’의 처리가 ‘뜨거운 감자’로 등장하고 있다. 이 문제는 몇 가지 점에서 특징적이다.

첫째, 단기간 내 560여 명이 물밀듯 들어왔다. 둘째, 예멘이란 특정 이슬람 국가 출신에 집중돼 있고, 같은 이슬람 국가인 말레이시아를 경유해 제주에 도착했다. 셋째, 제주도가 무비자 출입지역이라는 점을 이용했다. 넷째, 난민 브로커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조직적으로 개입 혹은 지원을 했다.

오늘날 난민문제(refugees issues)는 국제사회가 당면한 심각한 ‘인권 문제’이자 중대한 ‘인도적 사안’으로 간주된다. 2017년 6월 현재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전쟁이나 재난, 박해를 이유로 자의에 반해 이주민이 된 자가 6500만 명을 넘어섰고, 이 중 난민은 2250만 명에 이른다.

난민 보호에 관한 실정국제법규로는 난민협약(1951년)과 난민의정서(1967년), UNHCR사무소규정(1950년) 등이 있다. 난민협약상 난민은 인종·종교·국적·특정 사회집단에의 소속 또는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박해를 받을 만한 근거 있는 공포’로 인해 본국이나 상주국을 탈출해 타국에 비호(asylum)를 구하는 자를 말한다.

이를 학리적으로는 ‘정치난민’이라고 부른다. 전쟁이나 내전, 자연재해 등을 피하기 위해 탈출한 자는 원칙적으로 난민협약의 보호 범위 밖에 있다. 그럼에도 유엔난민기구는 이들을 ‘위임난민’으로 칭하며 인도적 차원의 구호를 제공해 왔다.

대한민국은 1992년 난민협약과 난민의정서의 비준서를 기탁함으로써 난민보호 의무를 지게 됐다. 2012년에는 ‘난민법’을 제정해 유권적인 난민인정절차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4년부터 2016년 말까지 총 2만 2792명의 신청자 중 674명(2.9%)만을 난민으로 판정했다. 적극적 난민유치국이라고 하기엔 미흡한 게 사실이다.

이제 예멘 출신 난민신청자들의 처리 방향을 제시해 보자.

첫째, 대한민국의 국격을 감안하면서 난민협약 등 국제법의 정신에 맞게 난민문제에 대처해야 한다. 난민신청자 중 난민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더라도 추방 및 송환 시 인도주의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경우 난민법 제39조에 의한 ‘인도적 체류자’ 지위(국내에서 취업활동 가능) 부여를 적극 고려해야 한다.

둘째, 차제에 무비자 입국을 악용한 탈법적 난민신청을 방지하기 위해 난민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예멘 국민을 ‘무비자 입국 인정 대상’에서 제외시킨 정부의 조치는 적절했다. 다만 난민 수용에 지나치게 소극적인 나라라는 인상을 주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셋째, 일단 난민신청을 한 자에 대해선 ‘남용적 난민신청’의 의심이 있을지라도 ‘잠정적 비호’를 부여하고, ‘자의적 구금’ 등 부당한 인권 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넷째, 난민인정 절차를 간소화함으로써 신속한 난민판정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이와 관련, 일단 난민신청만 하면 심사에서 탈락해도 이의신청과 재판 등을 통해 2∼3년씩 체류할 수 있는 난민법 악용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를 차단하는 방안도 아울러 강구해야 한다.

합법적 난민은 대우하되, 위장난민은 배제하는 것이 난민협약과 난민법의 정신이다. 다문화시대에 지나친 국수주의(난민 배타주의)나 ‘무조건적 포용’ 모두 올바른 대처법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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