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보다 많은 난민 신청자, 이들은 누구인가
탈북민 보다 많은 난민 신청자, 이들은 누구인가
  • 전경웅 객원기자
  • 승인 2018.07.20 10:57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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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들어 제주도로 입국해 난민 신청을 한 예멘인들 때문에 국민 감정이 들끓고 있다. 지난 6일 기준 청와대 국민 청원에 동참한 사람 수가 63만 명을 넘었다. 우리 국민들이 난민을 이처럼 박대하는 것은 왜일까. 인정머리가 없는 걸까. 사실은 정부와 언론, 정치권, 학계보다 보통 국민들이 한국에 온 ‘난민’의 실체를 더 잘 알기 때문이다.

제주 출입국·외국인청이 난민 문제가 불거지던 지난 6월 하순 공표한 데 따르면, 2018년 들어 제주도에 들어온 예멘 국적자는 561명으로 이중 549명이 난민 신청을 했다. 남성은 504명, 여성은 45명이었고, 7세 미만 9명, 7~17세 17명이었다. 나머지 523명은 모두 성인이었다.

법무부가 지난 6월 1일 예멘을 제주도 무비자 입국 금지국으로 지정하면서 예멘 난민 신청자들의 유입은 거의 없어졌지만 그 이전에 이미 제주도를 떠난 사람들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제주도에 남은 예멘 난민 신청자는 남성 462명, 여성 24명, 이 가운데 미성년자는 15명이다. 예멘 난민 신청자들의 성별과 연령대를 밝히는 이유는 이들이 한국 사회가 생각하는 난민이 아니기 때문이다.

제주도 들어온 예멘인들, 진짜 난민일까?

일반적으로 ‘난민’이라고 하면 생활고 등으로 북한을 탈출한 사람들, 전쟁이나 천재지변으로 인해 생존에 위협을 받아 떠나는 피난민 등을 생각한다. 그러나 유엔 등 국제사회는 인종적·사상적인 원인과 관련이 있는 정치적 이유로 자기 나라를 떠난 사람도 ‘난민’으로 인정한다. 이에 따른 대표적인 난민이라고 하면 탈북자와 중국의 파룬궁 수련자들, 북아프리카와 예멘, 시리아, 이라크 등에서 무장 세력에게 학살당하지 않기 위해 해외로 피난한 사람들을 의미한다. 모두 목숨이 위태롭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주도에 온 예멘 난민 신청자들은 80% 이상이 20~30대의 건장한 남성들이다. 유명 브랜드 옷을 입고 손에는 스마트폰을 들고 제주도에 와서 난민 신청을 한 사람들이다. 이는 2015년 초부터 유럽을 휩쓴 시리아·이라크 난민 수십만 명이 독일에 들어와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사진을 찍는 모습을 연상케 한다.

한국이나 미국, 중국, 러시아와 같이 국가안보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라들의 경우 자기 나라에서 반란군이 내전을 일으켰는데 어린이와 노약자, 부녀자들을 버리고 사지 멀쩡한, 건장한 젊은 남성만 해외로 도피한다면 욕을 먹기 십상이다. 그런데 예멘 난민 신청자들은 온전히 자기 몸만 챙겨 말레이시아를 거쳐 한국으로 온 것이다. ‘무비자 입국’이 가능하다는 말을 듣고서.

지난 6월 27일부터 언론에는 ‘난민 브로커’에 대한 보도가 나왔다. 외국인 계정의 한 페이스북에 “제주도를 통해 한국에 들어갈 수 있는데 공장에서 일할 수 있다”는 소개 글이 실렸다. 이 외국인은 “30세 이상 근로자들에게는 월급 7만 5000예멘 리알에 숙소와 식대도 제공한다”면서 “제주도에 입국해 보름에서 3주 가량 기다리면 ‘난민 카드’가 나오는데 그것을 받으면 서울에 가서 일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난민 카드를 받고 싶은 사람은 인적 사항과 신청서, 비행기 표값과 숙소 예약비, 난민 카드 발급비를 이메일로 보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내용이 알려진 뒤 정부와 난민 지원단체 등에서는 “그럴 일이 없다”는 반박이 나왔다. 그러나 지난 7월 5일 조선일보 보도를 보면 이런 주장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서울 출입국·외국인청 이민특수조사대가 7월 4일 난민 브로커 일당을 검거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한다. 또한 난민 브로커 조직과 연계된 것으로 추정되는 중국인 3명, 태국인 2명, 러시아인 1명, 파키스탄인 1명의 이름과 이들이 모집한 외국인 명단도 찾아냈다고 한다.

이민특수조사대에 따르면 한국인 변호사를 낀 난민 브로커 일당은 페이스북 등에 “한국에서 난민 신청을 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등의 홍보 글을 올리고, 한국에 오려는 외국인에게 1명당 200만~500만 원을 받고 ‘난민’으로 둔갑시켜줬다고 한다. 난민 브로커 일당은 중국인에게는 “파룬궁 또는 전능신교를 믿다가 박해받았다”고 말하라고 시키는 등 신청자들의 국적을 가리지 않고 난민으로 둔갑시켜 줬다고 한다. 이렇게 ‘난민’으로 둔갑해 한국에 온 사람이 최소 80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한다.

6월 30일 제주시청 앞에서 제주난민대책도민연대 등의 단체가 집회를 열어 난민수용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
6월 30일 제주시청 앞에서 제주난민대책도민연대 등의 단체가 집회를 열어 난민수용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

시리아, 예멘 이어 이집트인까지…‘난민’ 몰리는 이유

지난 7일 동아일보는 최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해 난민 신청을 하는 이집트인 남성이 대폭 늘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2018년 들어 거의 매일 이집트인이 인천공항에 입국한 직후 난민 신청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난민 신청자의 대부분은 20~30대 젊은 남성이라고. 이들은 입국 심사대 앞에서는 “관광하러 왔다”고 말하다가 불법체류 사실 등으로 입국 거부가 되면 “난민 신청을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동아일보는 법무부 통계를 인용 “올해 1~5월 전국 공항 또는 항만에서 난민 신청을 한 사람은 총 276명으로, 그 중에서 112명이 이집트인”이라며 “인천공항만 놓고 보면 같은 기간 187명이 난민 신청을 했는데 그 중에서 110명이 이집트인”이라고 지적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올해 1~5월 전국 출입국항(공항 혹은 항만)에서 난민 신청을 한 사람은 총 276명이며, 그중 112명(41%)이 이집트인이다(표 참조). 인천국제공항만 놓고 보면 같은 기간 187명이 인천국제공항에서 난민 신청을 했는데, 그중 60%에 가까운 110명이 이집트인이다.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국내에는 이미 시리아인 1200여 명이 생활하고 있다. 이 가운데 800여 명이 난민 신청자다. 여기에 제주로 들어온 예멘 난민 신청자 500여 명, 그리고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이집트인까지 포함하면 중동 출신 난민 신청자 수가 1만 명이 되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추정이 많다.

대체 왜 한국이 중동 난민의 집합지처럼 된 걸까. 이유는 난민 신청 제도의 허점이다. 우리나라의 난민 신청 허가 비율이 매우 낮은 것은 사실이다. 1994년 이후 2018년 5월 말까지 4만 470명이 난민 신청을 했다. 이 가운데 난민으로 인정받은 경우는 4%대에 불과하다. 이점만 보면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한 외국인들이 불만을 가지지 않을까 생각하겠지만 그렇지 않다.

현행법에 따르면, 외국인은 난민 신청을 하는 순간부터 비자가 없어도 체류 허가를 얻는다. 4대 보험 가입이 안 되고 가족들도 데려올 수 없지만 난민 신청 6개월만 지나면 취업도 가능하다. 매년 당국의 승인을 받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고 한다.

주류가 언급 않는 파키스탄·중국 난민

한국에 와서 ‘난민 신청’을 하는 것이 더 매력적인 점은 보통 3~4년 동안 별다른 조치 없이 한국에 머물 수 있다는 점이다. 난민 신청을 한 뒤 1차 심사를 받는 데까지 6~8개월가량 걸린다. 난민 신청자가 여기에 불복하면 2차, 3차 심사까지 받을 수 있다. 이 기간이 최단 2년, 최장 5년이나 된다고 한다.

이처럼 느슨한 한국 법률 때문에 2018년 5월 말까지 난민 신청을 했던 4만 470명 가운데 난민으로 인정을 못 받고 출국한 사람은 5440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가운데 3만 2651명이 국내에 ‘그냥’ 체류하고 있고, 난민 신청 직후 인도적 체류자 자격을 얻은 사람이 1540명이라고 한다. 4만 명이 넘는 사람 가운데 진짜 난민으로 인정받은 사람은 839명에 불과했다.

내전이 발생한 중동 국가에서 온 난민보다 더 황당한 난민들도 적지 않다. 바로 중국,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카자흐스탄, 나이지리아에서 온 사람들이다.

지난 5월 ‘한국교회 언론회’라는 단체는 성명서를 통해 현재 국내에 들어와 있는 ‘자칭 난민들’의 정체에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성명에 따르면 1994년부터 2017년 말까지 우리나라에 와서 난민 신청을 한 사람 3만 2733명 가운데 파키스탄인이 4268명, 중국인 3639명, 이집트인 3244명, 나이지리아인 1831명, 카자흐스탄인 1810명, 방글라데시인 1455명, 시리아인 1326명 순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기타 국적자’는 1만 5160명이라고 했다.

파키스탄은 아프가니스탄에서 넘어온 테러조직 탈레반과 알 카에다 잔당이 있다고는 하나 일반 국민들이 정부의 박해를 받거나 전시 상황인 나라는 아니다. 방글라데시는 오히려 파키스탄보다 더 안전한 나라다. 정치적 분쟁으로 소란스러울 때가 있지만 걸핏하면 수도 카불의 호텔, 정부 시설이 폭탄 테러를 받는 아프가니스탄과는 비교조차 안 되는 나라가 파키스탄과 방글라데시다.

3600명이 넘는 중국인 난민의 경우에도 의심스러운 대목이 적지 않다. 이들은 주로 ‘파룬궁’ 수련자 또는 ‘전능신교’ 신자라고 주장하는데 이 가운데 전능신교는 국내 종교계에서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 종교는 “말세의 시대가 끝나고 ‘등(燈)’ 씨 성의 재림 예수가 와서 국법 시대를 열 것”이라는 주장을 펴면서 “천국에서 좋은 자리를 얻기 위해 더 많은 신도를 데려오라”고 가르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능신교가 중국 사회에서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교회를 떠나려는 신도나 그 가족들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2010년 중국 허난성에서 전능신교를 떠나려는 신도의 초등학생 자녀가 폭행당해 숨진 사건까지 발생했다. 사이비 종교로 지목된 중국 신흥종교가 한국에 침투할 때 사용하는 방법이 난민이라는 것이다.

이집트, 카자흐스탄에 내전이라도 터졌나

이집트의 경우 2013년 7월 압둘 파타 알시시 장군이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은 뒤 오히려 안전해진 편이다. 알시시 장군은 당시 이슬람 수니파 근본주의 조직인 무슬림 형제단을 배경으로 삼아 개헌을 통해 종교적, 정치적 억압을 시도하던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을 몰아내면서 세속주의 무슬림들도 안전해졌다. 테러조직이 설쳐대는 시아니 반도 일대를 제외하고는 이집트가 오히려 인도보다 더 치안이 좋다는 평가도 있다. 그런 이집트에서 대체 무슨 박해를 받은 걸까. 혹시 IS와 알 카에다를 심정적으로 지지한다는 무슬림 형제단 단원인가.

나이지리아의 경우 니제르 삼각주 독립을 내걸고 석유화학단지에 테러를 가하던 니제르 델타 해방운동(MEND)은 최근 그 세력이 대폭 약화됐다. 대신 알 카에다와 IS를 지지하는 테러조직 보코하람이 설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주로 기독교도와 여성만을 테러 목표로 삼기 때문에 내전 국가처럼 위험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카자흐스탄은 ‘러시아 난민’과 함께 가장 이해가 안 되는 곳이다. 舊소련 해체 이후 나자르 바예프 대통령의 독재정권이 계속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정치 이외에 경제나 사회 분야에서는 큰 불안이 보이지 않는 나라다. 게다가 바예프 정권은 국가 수익의 대부분을 산업 발전에 쏟아 붓고 있어 카자흐스탄은 향후 경제 성장이 기대되는 나라 가운데 한 곳으로 꼽히고 있다. 이런 카자흐스탄에서 도망 온 난민은 무슨 억압을 받은 걸까.

이처럼 난민 신청을 한 사람들의 주요 국적을 살펴보면 대다수는 이해가 안 될 것이다. 그 대답은 최근 법조계 관계자들이 언론에 밝힌 말에서 찾을 수 있다. 현직 판사 등은 한국에 와서 난민 신청을 한 사람들을 가리켜 “난민이라고 증명할 수 있는 근거도 거의 없고, 공문서 위조 등이 분명한 서류를 증거로 들이밀면서 난민이라고 주장한다”고 평가했다. 일부 판사는 “어떤 면에서 봐도 난민이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 한국에 온 사람들이 많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처럼 한국에 온 난민의 실체가 서서히 드러나자 국내 언론들조차 “현재의 난민 심사 과정을 보다 짧게, 집중적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1차 심사(예비 심사)를 30일 내에 끝내는데 이때 논리적인 근거가 없으면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고 출국시킨다. 일본은 자기 나라에 난민을 받아들이지 않는 대신 국제난민기구 등에 매년 거액을 지원해 국제사회의 비난을 피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독자적인 난민 법률을 가진 나라다. 이는 황우여 새누리당 의원이 2009년 발의해 2013년부터 시행했다. 당시 태국 등 동남아시아를 거쳐 탈북한 사람들이 불법체류자로 붙잡혀 온 곳, 즉 중국으로 되돌려지고, 중국에 의해 강제 북송되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든 법이다.

하지만 현재 한국 난민 법률은 탈북자들에게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하고 있다. 한국에 있는 탈북자 3만 2000여 명 이외에도 최소한 10만 명 이상이 중국과 동남아 등 제3국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주장들이 계속 나옴에도 이들을 난민으로 데려오려는 노력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대신 난민이라고 보기 어려운 중동과 서남아시아, 중국 사람들만 계속 데려오고 있는 현실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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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빛 2018-09-01 11:50:28
기자님 고맙습니다 소신있는 기사 부탁드려요
가짜난민 추방하라

ㅇㅇ 2018-07-31 07:58:49
이 기사 너무 훌륭하다 주류 언론이 아니라고 메인에도 안 오르네 어디 쓰레기 같은 앵무새 기사만 포털 메인에 올라

쿠쿠 2018-07-30 14:24:24
훌륭한 기사입니다.. 난민문제 정말 심각합니다. 언론에서 외면하고 거짓이라 왜곡보도 하고 있지만 외국뉴스에 조금만 찾아보면 난민문제 알수 있습니다 https://cafe.naver.com/refugeeou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