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우파, 한국당을 버려야 산다”
“보수 우파, 한국당을 버려야 산다”
  • 허화평 전 국회의원
  • 승인 2018.07.20 14:1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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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6월 13일, 지방선거에서 보수 우파 정당(?)으로 자처하는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선거 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대참패를 하자 정치 평론가들은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보수, 죽어야 산다”는 비판적 논평을 쏟아내고 있고, 당사자인 자유한국당은 부끄러운 수준의 내홍을 치르면서 당을 구원해낼 수 있는 화타(華)를 찾아내려는 단막극을 펼치고 있다.

자유한국당을 조롱할 생각은 없다. 관심이 없으면 비판할 이유도 없는 것이 정상이다. 필자를 비롯한 자유대한민국 옹호자들이 자유한국당에 관심을 갖는 것은 자유주의 체제를 지켜내려는 제일 큰 우파 정당이라고 믿어왔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 당하고 좌파 정부가 출범하면서 적폐청산 몰이가 진행되는 가운데 자유대한민국 주류 역사가 부정되고, 건국과 산업화가 비판의 대상이 되고,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흔적이 깡그리 부정되고 제거되는 상황 속에서 치러진 6·13 지방선거 결과는 자유한국당의 미래를 다시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것은 단순히 자유한국당만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남한의 모든 자유주의 체제 옹호자들, 우파에 속하는 국민과 유권자들의 문제가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자유한국당에 미래가 있을까?” 하는 의문과 함께 떠오르는 가장 심각한 질문은 우리가 “자유한국당에 기대할 것이 있는가?” 하는 것이다. 단언컨대 지금과 같은 자유한국당이라면 기대할 것이 없다고 해야 진솔한 답이 된다. 자유한국당은 자신의 생명까지도 위협할 수 있는 자해 행위에 습관적으로 익숙한 정당이자 사이비 우파 정당이다. 자유한국당은 사상이나 정책 정당이라기보다 이익 중심 정당, 기회주의 정당으로 일관해온 과거를 부인할 수 없는 정당이다.

그들은 박근혜 대통령을 미워하는 것과 자유주의 체제를 지켜야 하는 정치적 책무를 구분하지 못할 만큼 개인적 이기심에 사로잡혀 당을 분열시키고 불법적 탄핵에 동참함으로써 우파 진영을 혼돈 속으로 몰아넣었다. 6·13 선거 참패라는 재앙을 초래하고 나서도 누구 한 사람 책임지는 당내 인사가 없을 뿐 아니라 당권을 노리는 추악한 작태를 보이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만의 문제가 아니다. 물론 자유한국당을 이해하려면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국 정당정치 전반을 전제로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자유한국당 20대 국회 후반기 국회부의장 후보 경선 중 심재철 의원(오른쪽)과 김성태 당대표 권한대행이 언쟁을 벌이고 있다. / 연합
자유한국당 20대 국회 후반기 국회부의장 후보 경선 중 심재철 의원(오른쪽)과 김성태 당대표 권한대행이 언쟁을 벌이고 있다. / 연합

자유한국당은 사이비 우파 정당

자유한국당에 대한 가장 신랄한 비판은 윤평중 한신대 철학과 윤평중 교수가 신동아 7월호에 실은 기고문에 잘 나타나 있다. 그가 ‘보수, 죽어야 산다’는 제목에서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을 보수로 지칭한 것은 정확한 표현이라고 할 수 없다. 우익사상(자유주의) 세력과 좌익사상(평등주의, 공산주의, 주체사회주의) 세력이 혼재하는 남한 사회에서는 정당 표현을 사상 용어인 우익 또는 우파 정당, 좌익 또는 좌파 정당이라고 표현해야만 구분이 분명해진다. 보수와 진보는 사상을 표현하는 용어가 아니라 정책 노선을 표현하는 것으로 고정된 보수주의나 진보주의는 존재하지 않는다. 자유한국당은 좋게 말해서 유사 우파 정당이고, 심하게 말하면 사이비 우파 정당이라고 해야 정확하며, 바른미래당은 결코 우파 정당 류에 속하지 않는 애매한 성격의 정당이다.

윤평중 교수가 자유한국당 참패의 근본 원인을 ‘한국 보수의 최대 그림자’인 재벌공화국, 재벌경제를 정당화하는 ‘천민자본주의’와 냉전시대 북한을 멸공통일의 표적으로 삼는 ‘냉전 반공주의’를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므로 현 정부가 추구하는 남북평화 정책과 평등적 사회경제 정책을 수용하고, 빨갱이 타령을 집어치우는 것이 보수가 죽어서 다시 살아나는 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의 논리 전개는 정직하지도, 정확하지도 않다.

오늘날 한국의 대기업 중심 경제체제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기 위해 국가가 선택한 최선의 길이었을 뿐 우파 정당, 그가 말하는 보수정당들만의 산물이 아닐 뿐 아니라 대기업 주체들의 윤리적 문제는 있으나 대기업 중심 경제체제 자체에 대한 가부의 판단은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학문적 과제이다. 오너 중심 경영이라는 한국적 모델로 승화시켜 갈 것인지 아니면 주주 중심 일반 모델로 전환시켜 갈 것인지는 해결해야 할 과제일 뿐 선과 악의 기준에 따라 단죄해야 하는 대상은 아니다.

오늘날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제반 모순이 마치 우파 정당들의 탓인 것처럼 매도하는 것도 학자로서 정직하지 못한 태도다. 대한민국 국민 중에 누가 평화를 반대한 적이 있었는가? 자유와 평화를 지키기 위해 싸웠고, 노력해왔을 뿐 한반도에서 전쟁을 일으키고 대남 적대 정책을 멈추지 않음으로써 긴장을 초래하고 있는 것은 남한이 아니라 북한이다. 동서 냉전은 끝났으나 한반도에서는 북의 주체사회주의 체제와 남의 자유주의 체제 간의 대결이 계속되고 있음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남한의 진정한 우파 정당이라면 참된 자유민주주의, 진정한 자유시장경제, 신뢰할 수 있는 법치주의 발전을 위해 헌신해야 할 책임이 있고, 북의 전체주의 위협을 막아내고 한반도 평화와 자유와 번영을 위해 앞장서야 하는 것이 명백함에도 윤 교수가 그것을 포기하라는 것은 우파, 즉 그가 말하는 보수가 영원히 죽으라는 것과 다르지 않으며 좌파들의 희망과도 다르지 않다. 그는 김씨 일가의 세습 신정체제에 눈을 감고 노동당 전체주의 체제를 비판하지 말라는 것이 빨갱이 타령을 그만두라는 것과 무엇이 다른지를 설명해야 하지 않을까?

‘사상적 색맹’이라는 고질적 질병

자유한국당이 참패한 근본적 원인은 자유주의 가치와 원칙을 소홀히 하고 이익에 집착하고 기회주의 편승에 익숙하면서 개인 이기주의를 벗어나지 못한 데 있다. 한국의 우파 정당들(신한국당, 한나라당, 새누리당, 자유한국당)은 한번도 자유주의 원칙과 가치를 존중하고 구현하려는 진정한 우파 정당인 적이 없었다. 그 이유는 정치지도자, 정치인 대다수가 사상에 무지하거나 사상적 색맹이었기 때문이다.

“가진 자가 고통을 느끼도록 해주겠다”고 호언했던 김영삼 대통령, 친시장 정책을 들고 나와 당선한 이명박 대통령이 광우병 촛불시위에 겁을 먹고 ‘중도실용주의’라는 정체불명의 정책 노선을 들고 나온 것이나, 당선을 위해 ‘경제민주화’라는 좌파 노선을 대선 공약 사항으로 제시했던 박근혜 대통령은 물론, 2014년 새누리당 원내대표였던 유승민 의원이 대표로 발의한 사회적 경제 법안에 참여한 60명 이상의 의원 명단에는 김무성, 이재오 의원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 법안 내용은 사회주의 경제, 공동체주의 경제와 다를 바 없었다. 탄핵 직후 자유한국당 혁신위가 내놓은 선언문에는 ‘자유시장 경제’를 위한 정당이 아니라 ‘서민을 위한 정당’이 되겠다고 했을 뿐 그들의 입으로부터 자유시장 경제라는 말은 더 이상 들을 수 없게 된 것이 현실이다.

뿐만 아니라 시대를 역행하는 좌파 정당의 주장과 논리를 설득력 있게 반박하고 대중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오히려 좌파에 추파를 보내는 듯한 몸짓마저 서슴지 않고 있다. 교과서에서 말하는 정당이란 가치(values)와 원칙(principles)을 공유하는 자발적인 정치 집합체(association)이고, 참여 구성원은 소속 정당에 대해 무한한 헌신과 책임을 다하는 것을 기본 원리로 하고, 신성불가침한 정의가 살아 숨 쉬는 의회 활동을 통해 국가와 국민에게 봉사하는 것이라고 설명되어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참된 우파 정당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자유민주주의를 향유하고 있다고 착각하지만 현실은 비자유 민주주의(illiberal democracy, 권력정치, 권력이 법 위에 군림) 체제이고, 자유시장경제(free-market economy)를 만능에 가깝도록 하고 있다고 떠들고 있지만 현실은 악성 관치시장 경제(controlled-market economy)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국가에서 자유시장경제를 포기하고 평등주의 사회로의 유혹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을 우파 정당이라고 할 수 없다.

2020년 총선에서 선거 혁명 이뤄내야

자유한국당 참패의 두 번째 원인은 그 동안 지지를 해왔던 우파 유권자들의 다수가 그들을 버렸기 때문이다. 이것은 우파로 하여금 앞날에 많은 것을 생각게 하는 부분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이 아니라 다수의 자유주의 옹호자들이 자유한국당을 버린 결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 긴 안목에서 보면 위험 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나 희망의 요소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어쩔 수 없이 우파 정당이라고 믿고 지지했던 유권자들이 더 이상 미련을 갖지 않음으로써 새로운 우파 정당 등장의 가능성과 기회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평론가들이 쏟아내는 “보수, 죽어야 산다”는 처방이 실현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이는 시점에서 자유주의 체제를 지켜내려는 국민이라면 그들이 죽기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그들을 버리는 것이 확실하고 빠른 길이다. 이 길만이 가짜가 죽고 진짜가 탄생하는 시작일 수 있다. 썩은 고목에는 아무리 기다려봐야 잎이 돋아나고 꽃이 피고 열매가 맺지 않는다. 구체적 방법이 있는 것일까? 가장 합리적인 길은 다음 총선에서 새로워지거나 거듭 태어나지 못한 우파 정당의 후보자를 거부하고, 자유주의 가치와 원칙으로 무장한 무소속 후보를 선택함으로써 그들로 하여금 국회에 진출해 시대 요구에 부합하고 국민이 바라마지 않는 새로운 정당을 만들 기회를 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것은 일종의 선거 혁명이 될 수 있고 가장 민주적인 방법이자 주권자가 매서운 회초리를 가하는 방법이다. 시대는 바야흐로 三金 정치, 투사 정치 시대의 종언을 고하고 있다. 정치적 의미에서의 三金의 자식들,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와 문재인의 자식들은 무대에서 내려올 때가 되었고, 미래지향적이며 통일지향적이고 글로벌 시대 선진국 시대를 열어갈 새로운 세대를 등장시킬 때가 되었다. 30, 40, 50 세대가 이들이다.

나라와 국민을 사랑하고 자유와 평화와 번영을 갈구하는 주권자들이라면 21대 총선에서 이들을 정치무대 주역으로 올려 세워야 한다. 새로운 무대를 만들어낼 상상력도, 의지도 없는 국민 만큼 못난 국민이 또 있을까? 이익에 몰두하고 기회주의에 편승해 안주하는 우파 정당은 집권은 가능할지 몰라도 정치발전, 국가발전, 국민행복 증진을 이뤄낼 수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장애 요소로 작용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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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연 2018-07-21 21:56:35
그래봤자 자유경북당 2020년이후로는 자유대구당이여~!!!! 개소리 하지마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