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비분담금으로 한미동맹 ‘삐거덕’
방위비분담금으로 한미동맹 ‘삐거덕’
  • 고성혁 역사안보포럼 대표
  • 승인 2018.07.23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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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동맹의 균열이 예사롭지 않다. 한미 연합훈련이 잠정 중단된 데 이어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정도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 달 28일 제10차 한미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SMA) 4차 회의에서 한·미는 서로 평행선을 달렸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이유는 미국의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 비용 문제다. 미국은 한국 방위에 관련한 것이기에 한국 측에서 그 비용을 부담하라는 주장이고 한국은 방위비 분담은 주한미군 주둔에 대한 비용에 한정된 것이기 때문에 전략자산의 한국 전개 비용과는 무관하다고 맞섰다.

결국 결론을 내지 못하고 한·미 양국은 7월 중 미국에서 차기 회의를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구체적인 일정은 추후 외교 채널을 통해 결정될 예정이다. 언론을 통해 흘러나오는 정부 당국자의 이야기 역시 “서너 차례 회의해서 합의될 사안은 아니다”라는 점을 감안하면 한미 양국의 입장 차는 여전히 크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미연합사 관련 일을 하고 있는 예비역 장성은 “지난 번 성주에 사드 배치 과정에서 반미시위자들이 미군들에게 물병을 던지는 모습이 미국에 그대로 방영되었다”면서 “한국을 보는 워싱턴의 시각이 예전 같지 않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그 연장선상에서 미국의 방위비 협상은 보다 공세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 서초구 국립외교원 앞에서 평통사(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회원들이 방위비분담금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
서울 서초구 국립외교원 앞에서 평통사(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회원들이 방위비분담금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 협상

물론 이 문제가 주요인은 아니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운동 과정에서 한국, 일본, 독일을 겨냥한 발언을 수차례 했다. 이들 세 나라는 잘사는 나라이고 미국에 막대한 무역흑자를 보고 있음에도 미국은 그들 나라에 군대를 주둔시키면서 예산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대통령으로 당선된 트럼프는 나토회원국에 대해서 더 이상의 안보 무임승차는 안 된다면서 방위비 증액을 요구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나토 회원국들에 대해 GDP 대비 최소 2%까지 국방예산 증액을 요구했다. 그러나 독일은 현재 GDP대비 1.2%의 국방비를 지출에 머물러 있다. 트럼프는 메르켈 독일 총리에게 강한 불만이 담긴 서한을 보냈다고 뉴욕타임스가 2일 보도했다.

사실 유럽 NATO 회원국에 대한 미국의 압박에 비하면 한국이나 일본에 대한 압박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한국에 대해서는 그동안 미국이 최대한 양보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최근 한국 정치권의 변화와 ‘한국은 이제 잘사는 나라’라는 트럼프의 인식은 과거와 같은 미국의 양보를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사실 미국이 주장하는 전략자산 전개 비용은 그리 큰 액수가 아니다. 미국 CBS 보도에 따르면 독수리훈련, 을지포커스 가디언 등 한미 연합훈련에 소요되는 미 전략자산(B52, B1, B2 폭격기)의 경비를 약 1000억 원이라고 보도했다. 달러로 환산하면 약 1억 달러다. 미국의 6900억 달러라는 국방예산에 견줘 본다면 그야말로 새 발의 피다. 이러한 금액이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에 걸림돌이 된다는 것은 한·미간 눈에 보이지 않는 앙금이 있다는 반증이다.

한·미가 방위비 협상 문제로 진통을 겪는 것에 대해 신원식 전 합참 차장(예비역 중장)은 본지 <미래한국>과의 인터뷰에서 “한미동맹을 돈으로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사실 말이 되지 않는다”라면서 “전략자산 전개를 돈으로 평가하는 것은 돈 몇 푼에 한미동맹이라는 어마어마한 가치를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행위다”라고 말했다. 유용원 조선일보 군사전문기자 역시 자신의 칼럼을 통해 “북한의 집요한 한미동맹 무력화 전략과 ‘골수 사업가’ 미국 대통령의 이해가 맞아떨어져 한미 안보동맹이 연합훈련이라는 기초부터 허물어지고 있는 형국이다”라고 평가했다.

흔히 방위비분담금이라고 하는 것은 주한미군의 한국 주둔비용 일부 또는 전부를 한국 정부가 분담하도록 규정한 한미 양국 간 협정으로 공식명칭은 ‘한미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Special Measures Agreement)이다. 1991년 제1차 협정을 시작으로 2014년까지 총 9차례의 협정을 맺어 왔다. 현재 제 10차 SMA(방위비 분담금 협정)이 진행 중이다.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은 1991년 처음으로 1억 5000만 달러가 책정되었다. 1991년 미국 국방비가 대폭 삭감되면서 주한미군내 한국 근로자들의 일자리가 위태롭게 되었다. 이를 보전하기 위해 한국 정부가 주한미군 주둔비 일부를 부담하면서 방위비 분담이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2005년 6차 협정 때부터는 미국 달러 베이스에서 한국 원화 베이스로 변경되었다. 1998년 IMF 사태 때는 한국의 급박한 경제 사정을 감안해 일시적으로 동결되었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5~06년 역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이 동결되었는데 이때는 주한미군이 이라크와 아프간전에 차출되면서 감축되었기 때문이다. 2014년부터는 유효기간 5년의 제9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 합의 사항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골자는 전전(前前) 연도 소비자물가 지수 인상률을 적용해 인상률은 4% 이하로 합의했다. 이후부터는 예산 편성 및 결산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국회 보고도 의무화했다.

악수를 하고 있는 장원삼 외교부 한미 방위비분담협상 대표와 미국 티모시
악수를 하고 있는 장원삼 외교부 한미 방위비분담협상 대표와 미국 티모시

반미단체의 투쟁거리 ‘방위비분담금 협상’

한미간 방위비분담금 협상은 반미단체의 단골 메뉴가 되었다. 그들은 한국 방위에 사용되는 ‘방위비분담금’을 마치 미국이 한국에서 뜯어가는 것인 양 왜곡 선전 선동한다. 방위비분담금 재협상 때마다 반미단체의 선전선동은 활발해진다. 한국 정부가 부담하는 방위비분담금은 결국 한국에 재투자된다. 방위비분담금은 주한미군내 한국 근로자의 인건비(비중 약 40%), 군사건설 및 연합방위 증강사업(40%), 군수지원비(20%) 등의 명목으로 사용된다.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 방위비분담금이 삭감된 적이 있었다. 당시 이라크 전투병 파병을 두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은 사이가 좋지 않았다. 그 연장선상에서 주한미군의 아파치 부대는 철수했고 주한미군내 한국인 근로자 고용은 대폭 줄어들었다.

방위비분담금 vs 주한미군의 전투자산 가치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방위비분담금 증액에 적극적으로 반대한 바 있다. 그는 2016년 국정감사 보도 자료를 내면서 “방위비분담금 군사건설비 중 매년 수백억 원이 이월되고 있으며 그 주된 이월 이유는 ‘미국 측 설계변경·지연’이다”라고 하면서 “이월액 규모만큼 지급액 규모도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김종대 의원이 말하는 이월되는 군사건설비는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한강 이북의 주한미군기지의 평택이전 사업이다. 주한미군의 평택이전 사업에 결정적 기여를 한 인물은 바로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버웰 벨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미 의회에서 이 사실을 밝힌 바 있다. 벨 사령관은 미 하원 군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용산 미군기지 이전과 관련해 “그들(한국)이 우리에게 이전을 요구했고 그들이 이전비용 대부분(the vast majority of that move)을 지불하겠다고 말했으며 지금도 그렇다”고 말했다. 이것은 ‘원인제공자 비용부담 원칙’에 따라 한국이 이전 요청한 기지 이전비용은 한국이 부담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최근 용산 미8군은 평택으로 이전 완료했고 평택시대를 열었다. 어찌되었건 반미단체의 주장과는 다르게 방위비분담금 대부분은 근로자 임금이나, 건설, 건축비 명목으로 한국에 재투자 되고 있는 셈이다.

미국의 영구주둔을 위해 20억 달러를 내놓겠다는 폴란드 관련 기사 / Army Times 캡쳐
미국의 영구주둔을 위해 20억 달러를 내놓겠다는 폴란드 관련 기사 / Army Times 캡쳐

한국 방위를 위해 주한미군 주둔 비용의 극히 일부분을 방위비분담금 명목으로 협상을 하고 있다. 소비자 물가 상승률을 감안해 볼 때 약 11억~12억 달러 규모다. 한국의 경제 규모를 감안한다면 우리가 충분히 부담할 수 있는 액수다. 만약 이 금액이 대북지원 물자라고 한다면 좌파단체는 오히려 적다고 할지 모를 일이다. 또한 한국이 부담하는 방위비분담금은 전액 현금도 아니다.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 분담만 현금 지원이며, 군수비용 분담은 현물 지원이다. 인건비는 주한미군에 근무 중인 한국인 근로자 임금을 지원하는 것으로 총인건비의 75% 이내에서 제공된다. 군사 건설비는 막사·환경 시설 등 주한미군 시설 건축을 지원하는 것이다. 군수 지원비는 탄약 저장, 항공기 정비, 철도·차량 수송 등 용역 및 물자 지원을 하는 것이다. 이 중 군사건설비가 45%(2014년)로 가장 비중이 높다.

한국이 방위비분담금을 일부 부담하는 것은 우리가 그만큼 잘 살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부담하기 시작한 것도 1991년부터다. 그렇다면 그 이전에는 어땠을까? 1950년대는 국가 재정의 80%가 미국의 무상원조로 운영되던 시기였다. 국방예산은 말할 것도 없다. 1967년의 경우 국방예산의 52.1%가 미국의 무상군사원조 금액으로 구성되었다. 우리 돈으로 처음 미국의 전투기를 완제품으로 구매할 수 있었던 것은 1986년에 이르러 F16C 도입이 처음이다.

그렇다면 주한미군의 전투자산의 가치는 어느 정도일까? 돈으로 평가할 수 없는 부분은 제외하고 대략적으로라도 살펴보자. 오산과 군산에 배치되어 있는 F16전투기는 총 72대, 탱크 킬러 A-10 선더볼트II 24대, 평택기지의 AH64D 롱보우 아파치 공격헬기 48대, 각 공군기지에 배치된 패트리어트 미사일 약 60여기, 북한 장사정포에 대비하는 M270A1 MLRS 다연장 로켓 40대, U-2 고공정찰기 최소 3대 이상 등등 열거하기조차 힘들다. 이러한 무기를 우리가 구매하려면 그야말로 천문학적 금액이 필요하다. 달리 생각해본다면 한해 10여억 달러정도로 미국의 전략자산을 이용한다고 생각하면 사실 엄청나게 수지맞는 장사인 셈이다. 사실 한미동맹을 돈으로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어찌 보면 ‘모욕’이다. 그런데 현 정부와 트럼프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돈으로 셈을 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은 비극이다.

한국의 방위비분담금이 독일이나 일본보다 높다?

반미단체들은 한국의 방위비분담금 비율이 일본이나 독일보다 높다고 주장한다. 국내 한 언론은 ‘국내총생산(GDP)을 기준으로 방위비 분담률을 계산할 경우 한국의 분담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라는 분석도 있다. 2013년 국회 예산정책처 연구용역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은 8361억 원(7억 8200만 달러)로 GDP 대비 0.068%였다. 반면 같은 해 일본의 방위비 분담금은 38억 1700만 달러로 GDP대비 0.064%였다. 분담금 규모는 일본이 한국에 비해 크지만 경제력에 비춰보면 한국이 일본보다 무거운 부담을 지고 있는 셈이다’라고 보도했다. 이 내용을 반미단체는 자주 인용했다. 나토 회원국인 독일의 방위비분담금까지 끌어들인다. 2016년 독일은 약 5억 3000만 달러를 방위비 분담액으로 사용했다. GDP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한국은 0.068%, 일본 0.064%, 독일 0.016% 수준으로 한국이 가장 높은 분담률이라고 말한다.

여기서 일부 언론과 반미단체들이 왜곡 또는 간과하는 것이 있다. 바로 안보 수요적 측면이다. 한국과 일본 그리고 독일의 안보 수요는 비교 자체가 불가하다. 특히 독일과의 단순비교는 완전한 왜곡이다. 왜냐하면 독일은 NATO라는 집단안보체제 속에 있다. 따라서 독일만 따로 떼어내 한국과 비교하는 것은 한마디로 숫자놀음에 불과하다.

미국의 주요 동맹국들이 트럼프 행정부와 방위비 분담률로 갈등을 겪고 있는 사이 정반대 행보를 보이는 나라가 있다. 바로 폴란드다. 폴란드는 지난 달 미군의 영구 주둔을 위해 20억 달러를 기꺼이 내놓겠다고 트럼프에게 타진했다. 폴란드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과 스탈린의 소련 사이에서 가장 많은 피해를 입었던 나라다. 폴란드에 미국과의 동맹은 바로 생존이라는 것을 폴란드는 알기에 거액을 지불하고서라도 미국의 영구 주둔을 바라고 있다. 반면 한국은 어떤가? 미국과 애써 헤어지려는 한국을 폴란드는 어떻게 생각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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