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에 대한 ‘발칙한’ 시선
대한항공에 대한 ‘발칙한’ 시선
  •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18.07.24 13:21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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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오너 총수 일가의 이른바 ‘갑질’이 미디어를 장식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 재벌 총수들의 일탈과 부덕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대한항공 총수 일가에 대한 비난은 유난히 그 강도가 드세다. 소위 ‘땅콩 회항’이라는 이름으로 곤욕을 치렀던 조현아 씨는 조양호 회장의 장녀고, 하청기업 직원 물컵 투척 사건으로 갑질 비난을 산 조현민 씨는 조 회장의 차녀다. 그리고 운행기사 폭언과 욕설로 사회에 물의를 일으킨 이명희 씨는 조 회장의 부인이다. 언론에 난 보도만 보자면 대한항공 총수 일가는 마치 ‘악의 화신’들이나 다름없어 보인다.

하지만 궁금한 것은 그런 악의 화신들의 부덕함이 왜 지금 그렇게 집중적으로 매스컴을 장식하느냐는 의문이다. 한 예로 2009년 대표적인 진보매체 한겨레는 ‘대한항공 조현아 상무 “한우 기내식, 제 아이디어죠”’라는 제목으로 조현아 상무의 마케팅 실적을 호의적으로 보도했다.

2009년 9월 18일자 경향신문은 ‘재계 엿보기: 재벌가 딸들의 질주’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건희 삼성 회장의 장녀 이부진 씨에 대해 ‘호텔신라 전무가 삼성에버랜드 경영전략담당 전무를 겸직하게 되면서 재벌 가(家) 여성들의 막강 파워가 주목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바로 이어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의 장녀 조현아 상무에 대해서는 “조 상무는 대한항공 기내식사업을 도맡으며 다양한 아이디어로 사업 능력을 보여주었다. 기내식에 처음으로 비빔국수를 선보여 호평 받았고, 최근에는 제주 ‘제동한우’를 추가했다. 2007년에는 기내 엔터테인먼트 종합지 ‘비욘드’(월간)를 창간했다”고 보도했다. 모두 호의적인 보도였다.

조현아 대한항공 상무에 대한 호의적인 보도는 모든 언론에서 2013년 4월까지 지속됐다. 아시아경제는 그해 3월 ‘부드러운 실력경영 딸·손녀 대약진’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조현아 상무의 마케팅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그해 5월에 접어들면 조현아 상무에 대한 언론들의 논조가 180도 변화한다. 경쟁적으로 조현아 상무에 대해 비판적인 보도를 하기 시작했던 것. 당시 포스코 임원의 대한항공 승무원에 대한 ‘라면 갑질’이 있었고, 조현아 상무가 이에 대해 ‘승객의 신상정보가 외부로 유출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는 것이 시비의 발단이었다. 한겨레가 최초로 문제를 제기했던 날은 5월 1일 노동절이었다.

한겨레는 조현아 상무가 ‘피해 당사자인 승무원의 노동 환경에 대한 개선책은 없다’고 비판했다. 이후 몇몇 진보 매체들이 같은 문제를 제기했지만 이슈가 되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조현아 상무의 미국 원정 출산 의혹 문제가 모든 언론의 도마에 올랐다. 불과 한 달 사이에 ‘재벌 총수 딸들의 약진’이라는 찬양 보도들이 조현아에 대해 일제히 물어뜯기로 변했던 것이다. 그 배경은 무엇이었던가.

대한항공 경영승계와 하이에나떼

2013년 5월 10일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은 조현아 상무를 비롯해 세 자녀에게 주식 211만주를 증여했다. 대한항공의 경영 승계가 가까워지고 있다는 신호탄이었고, 유력한 승계자로는 역시 맏딸인 조현아 상무가 유력하게 지목됐다. 그러한 조현아 상무가 대한항공의 승계자가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2017년 기준, 대한항공은 기술직원 5102명 일반직원 4454명, 운항승무원 2325명, 해외현지직원 2033명, 기타직원 377명, 객실승무원 6702명을 고용하고 있는 회사다.

여객 수송 실적은 국내선 796만 명, 국제선 1880만 명에 달한다. 매출은 노선수익 9조 8924억 원, 부대수익 1조 841억 원, 기타사업 8264억 원의 규모다. 만일 대한항공 외에  계열사까지 합친다면 어마어마한 규모가 아닐 수 없다. 국내 14위 재벌 대기업의 경영 승계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우리 사회는 가업 승계 경영을 부도덕한 것으로 보는 잘못된 시각이 강하다. 이러한 국민 여론을 자극하면 반사 이익을 볼 수 있는 집단도 있다.

일단 언론은 재벌 총수에 대한 신상 비판을 가하면 광고가 떨어진다. 노조는 총수일가에 대한 사회적 비난이 고조되면 노사 협상력이 높아진다. 영악한 시민단체들은 후원, 협찬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정치인들은 규제 협박으로 로비를 받을 수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이 있었다.

대한항공에서 30년 가까이 기획과 홍보 업무를 하고 퇴임한 한 중역은 “대한항공이 관이나 언론, 시민단체들에 대한 ‘우리 편 만들기’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섭외, 로비를 끊었다는 이야기다. 그 이유는 조양호 회장에게 있었다. 조 회장은 1974년 대한항공에 입사해 정비, 자재, 기획, 정보기술(IT), 영업 등 항공사 경영에 필수적인 분야를 거치며 실무를 익혔다. 누구보다 항공산업의 특성을 잘 알고 있고 대한항공의 글로벌 경영에 본격 시동을 걸면서 오로지 고객에 대한 서비스와 선택으로 기업의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것. 당연히 단물을 빨던 언론들과 기업을 때려 뭔가를 얻어가던 좌파 시민단체들은 허전할 수 밖에 없다. 언론계에서 ‘재벌은 총수와 일가를 조져야 광고와 협찬이 나온다’는 말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언론들이 너나 할 것 없이 2013년 5월 조현아 상무를 비롯해 조양호 회장 일가를 동네 북 때리듯이 두드려 팬 이유는 다름에 있지 않다. 여기에 대한항공 노조는 어떤 입장이었을까.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는 민주노총 산하에 있다.

2017년 5월 조현아 전 대한항공 상무는 유력한 경영 후계자로 떠올랐다. 언론들의 조현아 상무에 대한 공격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2017년 5월 조현아 전 대한항공 상무는 유력한 경영 후계자로 떠올랐다. 언론들의 조현아 상무에 대한 공격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다시 조양호 회장 일가의 문제로 돌아가 보자.

조 회장 일가의 문제들이 과연 대한항공에서만 일어나는 것일까. 다른 재벌가나 중소기업 오너의 일가에서는 없는 일이고 자영업 사장 집안에서는 없는 일일까. 조현아, 조현민 문제가 비난을 받으려면 그들이 소비자에게 돈 값을 못하는 경우여야 한다. 그들의 기업 안에서 벌어지는 해프닝과 스캔들은 그들 기업 안에서 해결할 문제다. 더구나 조양호 회장의 부인은 재판 과정에서 치료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왜 우리는 환자에게 돌을 던지는가. 그런 부인을 버리지 않는 조양호 회장은 오히려 칭찬받아 마땅하다.

대한항공 총수 일가의 부덕이 세간에 화제를 모으는 점에 비해 북한의 기쁨조를 방불케 하는 아시아나항공 회장의 ‘여승무원 갑질’과 ‘기내식 대란’에는 그다지 비난이 없다. 일각에서는 아시아나가 김대중 정권이 키운 호남기업이기 때문에 좌파 매체들이 눈감거나 민주당 지지자들이 국적기의 보수성을 띤 대한항공을 매도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그 차이는 글로벌 경영을 위해 오로지 고객만을 보고 간다는 대한항공 경영진의 ‘괘씸한 부덕(?)’과 아직은 그런 수준에 이르지 못한 아시아나 경영진의 ‘너그러운 미덕(?)’의 차이가 아닐까 싶다.

대한항공은 해방 후 창업주 조중훈 회장이 ‘운송보국’이라는 일념으로 세운 한진상사가 당시 국영기업인 대한항공 공사를 인수한 기업이다.

그는 철저한 기업가 정신으로 경쟁이 치열했던 50-60년대에 인천 부둣가에서 물류 하역업의 ‘한진상사’를 경영했다. 그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자본주의 시장원리에 철저한 미군의 운수, 물류 용역 외주를 신뢰로 지켜냈기 때문이다. 그 시절에 한탕주의는 기본이었다. 그런 신뢰자본으로 부를 축적해서 대한항공을 인수했다. 하지만 항공업은 수지맞는 사업이 아니었다.

조중훈 회장은 해운업으로 돈을 벌어 국적기 대한항공을 키우려 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2세 조양호 회장은 대한항공을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시킨 주역이다. 그는 항공업의 핵심을 뼛속까지 터득한 터여서 직원들의 자그마한 비리마저도 쉽게 넘어가지 못하는 불같은 성격의 소유자인 것으로 알려진다.

이 성격을 딸들이 물려받았다지만 우리가 평가해야 할 것은 그들의 기업 내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아니라, 소비자에 대한 로열티와 서비스가 돈 값을 하느냐여야 한다. 기업 안에서 일어나는 스캔들은 기업이 알아서 해결하도록 내버려 둬야 한다. 소비자는 서비스와 자기 가정과 자기 직장의 문제에 충실하면 될 일이다. 항공업은 승객들의 생명을 다루는 업이다. 직원들에게 자애롭고 덕망 있는 총수와 경영진을 바라다가 비행기 안에서 굶거나 황천길을 가고 싶은 승객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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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연 2018-07-26 07:03:37
그렇게 대한항공 직원들을 박대하는 추태 어데서 배웠냥? 한심한 미래행국이~!!!!

박혜연 2018-07-26 07:04:29
엘지그룹 좀 닮아봐라~!!!! 엉? 거기는 고 구본무회장 덕택에 이미지 좋다고 칭찬할판에....!!!!

박혜연 2018-07-26 07:05:11
한진그룹아~!!!!! 걍 해산하고 조씨일가족들은 미국으로 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