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기업 규제로는 미래가 없다
[진단] 기업 규제로는 미래가 없다
  • 양준모 연세대 교수
  • 승인 2018.07.24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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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는 2018년 제헌절을 맞이해 ‘제헌, 국회 개원 70주년’이라고 적힌 깃발이 날리고 있다. 건국을 위해 우리나라의 정치와 경제 체제를 규율하는 헌법을 제정한지 70년이 지났다. 대한민국 헌법 제1호(大韓民國憲法第一號)인 제헌 헌법은 재산권을 보호하고 경제상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재산권이 공공복리를 위해 제한될 수는 있으나 재산권이 제한될 때에는 보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1954년 헌법 (제3호)에서 자유경제체제가 더 강화됐다. 정치적 환경 변화와 개헌에도 불구하고 자유경제체제에 관한 조항은 변함이 없었다. 1987년 이후 자유경제체제의 원칙은 변화하지 않았지만 국가 개입은 증가하고 개인의 창의는 억압되고 있다.

양준모 연세대 교수
양준모 연세대 교수

흔들리는 자유경제체제

1987년은 정치적 격변기였다. 법 조항이 어떤 경제적 영향을 줄 것인가에 대한 검토가 없었다. 직선제 개헌이 전부인 것처럼 보였다. 1987년 헌법(제10호)은 국가가 경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최저임금제도도 이때 헌법에 명시됐다. 근로 의무의 내용과 조건을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법률로 정할 수 있도록 했다. 민주주의 원칙이 어떻게 해석돼야 하는지는 모호하다. 더 애매한 것은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는 조항이다. 이 조항에 따르면 경제의 민주화가 목표이다. 목표인 경제의 민주화가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다.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에서 경제의 민주화를 추진하는 방법도 규정했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해석하기 나름이다.

자유경제체제가 흔들리면서 경제 상황은 점점 악화되고 있다.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1990년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정부의 개입과 자유경제체제에 대한 제약의 폐해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포퓰리즘으로 정치가 흔들리면서 멀쩡한 젊은이들이 앉아서 수당 받는 세상이 됐다.

애매하고 선언적인 성격에 불과한 조항들이 자의적으로 해석돼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부가 최저임금을 정해서 근로자의 삶을 개선시킬 수 있는가? 문재인 정부의 무모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자영업자들은 사업을 잃었다. 국가의 개입으로 어려운 사람들이 고통 받고 있다.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소득분배가 공평해지는가? 그렇지 않다. 실업자만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소득분배도 악화된다.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최저임금보다 높은 임금을 받고 있는 근로자들의 기득권이 강화된다. 낮은 임금을 받더라도 일을 하려는 사람들의 기회가 박탈된다. 새로운 기회를 갖고자 하는 청년들이 자신의 능력을 증명할 수 있는 기회도 사라진다. 근로시간은 줄어들고 소득격차는 더 심해진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최저임금제의 부작용을 파악하게 됐다. 최저임금제도는 하나의 예에 불과하다.

문재인 정부는 국가의 개입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각 분야에서 보여주고 있다.

정치적 이해가 국가의 합리성을 억압하고 분노가 이성을 억누를 때, 국가 개입의 피해는 더 커진다. 탈원전 정책은 이성적으로 재해석할 여지가 많은 정책이다. 정책에 대한 선호가 있다고 하더라도 구체적인 결정은 합리적이지 않다.

최근 한국수력원자력 이사 11명이 배임으로 고발당했다. 월성 1호기를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7000억 원의 자금을 들여 수명을 2022년까지 연장했다. 이미 고정비용을 지불했다. 운전을 계속하면 운영비용뿐만 아니라 고정비용도 회수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운영을 중지하는 것은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아니다. 잘못된 의사결정으로 국민들은 더 높은 전력요금을 지불할 수밖에 없다.

신고리 5·6호기의 공론화 과정에서 1000억 원의 손실이 발생했다는 주장도 있다.

공사를 재개했지만 향후 원자력 발전소를 추가적으로 건설할 생각은 없어 보인다. 대학에서도 학생들이 원자력 관련 전공을 선택하지 않는다는 뉴스도 들린다.

환경비용 등 각종 비용을 모두 검토해 전원별 균등화된 원가를 계산했다. 이렇게 계산된 균등화된 원가로는 향후 60년간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원전을 배제하는 것은 합리적인 선택이 아니라는 연구도 있다. 어떤 에너지를 사용할 것인가는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합리적인 토론도 없이 일방적인 정책이 공익이라는 이름으로 추진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국가 개입의 위험성을 현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나를 잡아가라’문재인정부의 최저임금 정책에 반기를 들고 나선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회원들/ 연합
‘나를 잡아가라’문재인정부의 최저임금 정책에 반기를 들고 나선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회원들/ 연합

왜 경제 자유화인가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의 두 기둥이 떠받치고 있다. 1987년 헌법체제에 들어온 선언적 조항들과 정치권에 떠돌고 있는 사회주의적 망령들이 이 두 기둥을 무너뜨리고 있다. 아직까지 자유경제체제는 당연한 헌법 정신이다. 문재인 정부의 출범 이후 당연한 것들이 지켜지고 있는지에 대한 우려가 생겨나고 있다.

경제 자유화는 도덕적 요구이다. 사회주의체제는 도덕적으로 용납될 수 없다. 남의 재산을 탐하지 말아야 한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을 수단으로 삼아서도 안 된다.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분배 받는 사회’는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들의 이기심에 호소하는 정치적 선동이다.

경제 자유화는 개인의 선택을 존중한다. 경험적으로 더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준다.

자유로운 시장경제체제는 사회주의체제와 같이 남의 것을 빼앗아 운영되는 사회가 아니다. 각자가 노력한 대가를 받아 운영되는 사회이다. 노력한 만큼 대우 받는 공정한 사회이다.

국가가 우리 자신을 대변할 수 없다. 위원회가 국민들의 의사결정을 대신해 줄 수도 없다. 다수가 항상 옳은 것도 아니다. 미국의 경제학자 애로우(K. Arrow)는 위원회의 의사결정이 소수에 의해 주도될 수 있음을 주장한 바가 있다. 인민위원회나 공론화위원회 등의 결정은 국민의 의사와 괴리가 생길 수밖에 없다. 국가가 내 삶을 책임진다는 것은 국가가 국민을 통제해 노예로 만들겠다는 것과 다름이 없다. 개인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삶을 선택할 수 있도록 자유를 존중하는 사회가 민주사회이고 자유경제체제이다.

시장경제에서 이기심은 경쟁에 의해서 통제된다. 판매자들은 더 높은 값에 물건을 팔려고 한다. 구매자들은 더 낮은 가격에 물건을 사려고 한다. 이러한 이기심은 판매자와 판매자, 구매자와 구매자들의 경쟁을 통해서 조정된다. 각자가 최선을 다해 일하고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는 사회가 모두에게 최선의 결과를 가져다준다.

이기심이 공권력을 이용하게 되면 그 명분이 무엇이든 간에 누군가는 불공정한 대우를 받게 된다. 정부의 개입은 공권력을 이용하기 위한 경쟁을 유발하고 갈등으로 사회를 분열시킨다.

경제 자유화는 국부의 축적과 개인의 행복을 가져다준다. 진정한 진보는 경제 자유화에서 나온다. 시장경제가 ‘부익부 빈익빈’의 사회라는 주장도 관념적 오류에 불과하다. 미국의 미시간대학은 1975년에서 1991년간 사람들의 소득 변화를 추적했다.

1975년 하위 20%의 소득계층에 속한 사람들의 소득은 상위 20%의 소득계층에 속한 사람들의 소득보다 더 빠르게 증가했음을 밝혔다. 1975년에 소득 최하위 계층에 속했던 사람들의 95%가 1991년에는 소득 상위 계층에 속했다. 더욱이 20%는 소득 최상위 계층에 진입했다는 것도 알아냈다. 최상위 계층의 평균 소득 증가율은 다른 소득계층의 평균 소득증가율의 반보다도 낮았다.

경제성장에서 포용적 성장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조선시대와 같이 신분에 의해 소득이 결정되는 사회는 포용적 성장을 할 수 없다. 조선시대에서 과거시험이 유일한 출세길이었다. 시장이 통제되고 자유로운 상거래는 허락되지 않았다. 아무도 열심히 일하지 않았다. 사회주의 북한도 포용적 성장과는 거리가 멀다. 경제 자유화는 포용적 성장을 가능하게 한다. 고도 성장기에서 대한민국은 포용적 성장을 했다. 부자만이 잘 살았다면 누가 그렇게 열심히 일했겠는가. 고도 성장기에 열심히 일하면 보상받았다. 국가가 책임지겠다며 분노하라고 하지 않았다. 저축을 독려하고 미래를 준비했다. 모두가 그 풍요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시대적 소명, 경제 자유화

1987년 헌법 체제를 극복하고 대한민국을 새롭게 재탄생시키기 위한 길은 무엇인가. 긴급하고 필수적인 시대적 소명은 경제 자유화이다. 대한민국의 건국이념을 다시 새기는 일이다.

자유경제체제로 대한민국은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 국민들이 경제 하려는 마음으로 열심히 일했고 세계에 유래가 없는 경제성장을 이뤘다. 자유경제체제가 위협받으면서 경제성장률은 해마다 떨어지고 있다. 경기가 악화되면 고통 받는 사람은 서민이다.

인구구조의 변화는 또 다른 도전이다. 인구가 줄어드는 사회에서 사회주의적 정책은 재앙을 초래한다. 현재와 같은 사회주의적 복지제도와 정부 개입은 문제를 미래로 전가하고 있다. 미래세대의 사회적 부담능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문제는 더 악화되고 있을 뿐이다.

인구성장률이 떨어지면 개인의 소득은 오히려 증가한다. 개인이 자신의 미래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경제 자유화 기조에 따른 복지제도가 저성장과 고령화, 그리고 저출산 문제를 해결한다. 경제개혁뿐만 아니라 연금개혁, 의료개혁, 복지개혁 그리고 교육개혁 등도 개인의 자유의 확장을 기조로 추진돼야 한다.

공동체와 정치도 경제 자유화를 기반으로 재정립돼야 한다. 진영 논리로 국민을 분열시키고 공공이익이라는 미명으로 소수에게 혜택을 주는 정치는 이제 더 이상 안 된다. 부자를 악마로 만들고 분노를 만들어내는 정치는 정의롭지 못하다. 국민들의 자유를 지키고 인권을 신장시키고 안보를 굳건하게 지키는 정치가 국민들을 통합시키고 대한민국을 발전시킨다.

평화도 경제 자유화에 기반한다. 북한에서 자유경제체제가 정착되면 한반도 평화는 자연스럽게 성취된다. 인권 말살을 용인하는 통합 논의보다 북한의 경제 자유화와 인권 논의가 선행돼야 민족 통일이 더 빨리 온다. 경제 자유화는 대한민국의 번영, 민족 통일과 세계 평화의 기초이다. 경제 자유화를 새로운 질서로 정착시켜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어 나가자.

※ 이 글은 <한반도 선진화재단> 7월호 뉴스레터에 실린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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