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심훈 교수의 일본견문록 '역지사지 일본'
[신간] 심훈 교수의 일본견문록 '역지사지 일본'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8.08.05 09: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자  심훈은 언론사에서 자칭 ‘5천만’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글쓰기를 업으로 삼다, 공부에 뜻을 두고 도미(渡美)했다. 이후, 소수의 독자들을 대상으로 한 학술용 논문에 매달리게 되면서 극(極)과 극(極)을 오가는 글쓰기를 경험했다. 대학에 돌아와 학생들의 글쓰기 교육을 담당하게 되면서, 언론사의 ‘쉬운 글’에 학자들의 ‘조리 있는 문장’을 접목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연세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나와 세계일보에서 근무하다 텍사스 주립대학교Univ. of Texas at Austin에서 언론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림대학교 미디어 커뮤니케이션학부에 재직 중이며 2009년과 2016년에 일본 도쿄 게이오(慶應)대학교와 일본 도쿄의 릿쿄(立?) 대학교에서 1년씩 객원 교수로 지냈다. 저서로는 『한국인의 글쓰기』, 『A+ 글쓰기』, 『글쓰기 콘서트 』, 『일본을 보면 한국이 보인다: 심훈 교수의 신일본견문록』, 『인터뷰 글쓰기의 정석』이 있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만일’이라는 질문은 언제나 역사학자와 역사학도들을 흥분시킨다. 그렇다면 여기서 드는 궁금증 하나. ‘만일’ 약 2,000년 전에 우리 민족이 일본에 정착하고 일본인들은 한국에 거주하기 시작했다면? 다시 말해, 지금의 땅덩어리를 바꿔서 두 민족이 2,000년 동안 서로의 터전에서 살아왔다면 어떤 결과가 나타났을까? 지금의 한국인들은 일본 열도에서 벽돌집을 짓고 살며 명절 때는 한복을 입고 조상들에게 차례를 지내고 있을까? 또 일본인들은 한반도에서 나무 집을 올리고 기모노를 입은 채 신사에 들러 가족의 안녕을 기원하고 있을까? 

모름지기 한 민족의 문화란 필연적으로 해당 지역의 지질과 기후, 지형과 토양으로부터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게 마련이다. 그리하여 자연 환경이라는 바탕지 위에서 의식주와 관련된 모든 문화들은 유기적인 붓질처럼 어우러져 비로소 하나의 완성된 그림을 우리 앞에 내놓는다. 바탕지가 화선지면 동양화, 캔버스면 유화가 최상의 선택으로 완성되듯 해당 재료에 맞춰 완성된 최적 형태가 오늘날 각국이 지니게 된 문화의 결과물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인류 문화는 환경이 바탕을 제공하고 인간이 손질을 가하는 산물의 복합체이자 결정체이다. 

지난 2014년에 발간된 『일본을 보면 한국이 보인다: 심훈 교수의 新일본견문록』의 후속 편에 해당하는 이 책에서는 일본의 하늘과, 땅, 그리고 사람을 둘러싸고 1권에서 미처 소개하지 못했던 내용들을 뒤이어 담아냈다. 덧붙이자면, 이 책은 하늘과 땅, 그리고 사람의 기운이 어우러져 만물을 주관한다는 우리 조상들의 삼재(三才) 사상에 기반해 일본의 범상치 않은 하늘과 범상치 않은 땅, 그리고 범상치 않은 사람을 소개함으로써 역으로 우리 자신의 고유성을 돌아볼 수 있도록 돕는다. 이에 따라 1권 『일본을 보면 한국이 보인다』에서 하늘을 통해 태양과 바람, 비와 눈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면, 이번의 『역지사지 일본』에서는 벼락과 돌풍, 신화와 일기 예보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땅에 있어서는 1권에서 지진과 온천, 그리고 벚꽃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2권에서는 삼나무와 꽃꽂이, 그리고 해안선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1권이 사람 편에서 과거, 현재, 미래를 거쳐 힘겨운 삶을 살 수밖에 없었던 열도인들의 슬픈 역사를 중점적으로 언급했다면, 이번에는 일본인들에게도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적 사실들을 중심으로 오늘날, 일본의 번영이 어떤 희생과 노력 위에 세워졌는지를 거론하고 있다. 그리하여 사람 이야기를 둘러싼 1권의 중심점이 사무라이가 놓여 있었다면 2권에서는 천재(天災)나 다름없는 인재(人災)로서의 화재(火災)에 방점이 놓여 있다 하겠다. 

1권과 2권을 통틀어 ‘신일본견문록’에서 일관되게 전달하고 있는 메시지는 ‘생존 투쟁’이다. 하늘에서 몰아치고 땅에서 토해내는 온갖 자연 재해를 수천 년 동안 온몸으로 받아가며 오랜 세월을 화산대의 험지에서 살아올 수밖에 없었던 이들이 일본인들인 까닭에서다. 그런 연유로 강한 대상에 대해서는 항상 순응하고 복종해왔으며 자신이 강자로 올라서는 경우, 자연스럽게 주변을 복속시키고자 했던 것이 일본인들의 생존 논리이자 생존 법칙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태풍과 홍수로부터 목숨을 건지기 위해, 지진과 쓰나미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사무라이들의 칼과 군부 정권의 폭정으로부터 생존하기 위해 ‘부끄러움’과 ‘죄책감’ 속에 질긴 삶을 끈끈하게 영위할 수밖에 없었던 일본인들의 슬픈 역사를 담고 있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