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정부 100주년 남북공동기념 논란 “임시정부 띄우는 文정부, 북한 속도 모르고…”
임시정부 100주년 남북공동기념 논란 “임시정부 띄우는 文정부, 북한 속도 모르고…”
  • 복거일 소설가
  • 승인 2018.08.07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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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7월 3일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 출범식에서 남북 공동 기념사업을 제안했다. 북한은 이 제안에 어떻게 대응할까. 최근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영부인 프란체스카의 이야기를 희극 형식으로 펴낸 소설가 복거일로부터 관련 이야기를 들었다.


3·1운동은 운동력이 큰 독립운동이었기 때문에 그냥 사그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차제에 임시정부를 세우자 이렇게 된 것이지요. 임시정부가 여러 지역에 생겼다가 상해에 생긴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정통성을 인정받고 공식적으로 출발했습니다.

그때 초대 대통령으로 거의 만장일치로 뽑힌 사람이 우남이에요. 그런데 우남은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었고 임시정부는 중국에 있으니 미국에서 활동 중인 우남은 외교에 전념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중국에서 총리가 관장하면서 독립운동을 해나갔습니다.

복거일 소설가
복거일 소설가

그러다가 이승만은 좌파들 탓에 탄핵을 받고 대통령직에서 물러났어요. 그래도 그를 지지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김구였지요. 백범이 거의 다 망해가던 임시정부 살려서 운영했는데, 그 와중에 좌파들은 임시정부 없애려고 노력했고요.

그 중 대표적 인물이 김원봉 선생입니다. 김구와 김원봉이 중국에서 양대 세력이었고, 미국에서는 이승만과 반대파 안창호 직계 사람들, 즉 서북파로 그 대표가 한길수라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니까 김구와 이승만이 연합하고 중국에서 활동하는 좌파 김원봉과 미국에서 활동하던 좌파 공산주의자인 한길수가 연합한 겁니다. 다시 말하면 김구와 이승만이 연합해 임시정부를 지킨 거예요. 그러니 두 분을 대립시킨다는 건 우습지요.

그리고 현재 문재인 정부가 남북이 독립운동의 역사를 공유하고 사업도 같이 할 수 있는 구상을 하자, 즉 건국을 1919년 상해 임시정부 수립 시점으로 끌어올리겠다고 하는 모양인데, 그거 안 돼요. 북한이 응하지 않을 겁니다. 왜냐하면 1919년 세운 임시정부는 원래 주로 우파가 장악한 임시정부라서, 현실적으로 김일성 세력이 참여하지 않았거든요. 김일성은 당시 어렸고, 1930년대부터 중국 공산당에 속해 활동했기 때문에 북한으로서는 임시정부를 인정하면 자기들 정통성이 흔들리게 되지요. 그건 안 되는 겁니다.

그래서 나는 문재인 대통령이 왜 그런 주장을 하는지 이해가 안 가요. 그런 주장을 하면 북한 사람들한테 핀잔 정도가 아니라 격렬한 욕을 먹을 거예요. 문재인 정권에 있는 사람들이 뭘 몰라요. 경제만 모르는 게 아니라 역사도 몰라요. 북한의 입장은 1930년대 빨치산 활동으로 김일성 독립운동이 시작되었고, 그게 가장 중요하다는 게 공식 이념이에요. 그런데 그거보다 십 몇 년 앞서서 상해에서 민족주의자들이 설쳤다? 임시정부를 만들었다? 그 사람들이 그걸 인정할 것 같아요? 안 되는 거예요.

내가 경악한 건 청와대에 있는 사람들이 경제만 모르는 게 아니라 이렇게 역사도 모른다는 겁니다. 그리고 김구는 철저한 민족주의자였기 때문에 한 번도 공산주의자와 타협을 안 한 분이에요. 그래서 임시정부를 지킨 것이지요.

그런데 그걸 모르고 문재인 정부가 1919년 임시정부가 선 것을 높인다면, 논리적으로 첫째 초대 대통령이었던 이승만을 높이게 되는 겁니다. 그리고 정통성이 있는 김구를 높여야 해요. 그럼 김일성이 들어올 자리가 없어지는 것이지요.

북한에서 이 모습을 어떻게 여기겠어요. 북한도 입장이 난처해지는 것이지요. 문재인 정부 꼴을 그냥 놔두자니 자기들이 곤란해지고, 반박하자니 자기들에 호의적인 정권을 곤란하게 만드는 것이니까요. 문재인 정부 주장은 남북이 다 같이 곤란한 걸 제시한 게 아닌가 싶어요. 역사가 있는 걸 왜곡하고 가리려면 앞뒤가 안 맞게 되니까 모순이 발생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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