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정당 재건 가능할까?
보수 정당 재건 가능할까?
  • 미래한국
  • 승인 2018.08.09 10: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한민국 보수 정치세력에게 사망선고가 내려졌다는 진단이 정계를 뒤덮고 있다. 보수 정당을 대표하는 자유한국당이 김병준 비대위를 통해 위기를 넘어서려 애쓰고 있지만 본질적인 문제 해결은 요원하다는 주장은 수그러들지 않는다. 도대체 무엇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지난 7월15일 한반도선진화재단과 자유한국당 정우택 의원실이 공동주최한 세미나 가운데 토론자들의 주장을 지면으로 소개한다. (편집자注)

토론1  박근혜 정권과 단절 실천해야

황영식 단국대 초빙교수·전 한국일보 주필

한국의 지역주의를 영·호남 대결 구도로 살피면 당연히 그런 결론에 이르겠지만, 역대 보수 정권의 오랜 호남 차별의 결과일 ‘호남 정서’와 그 짝인 ‘반호남 정서’ 관점에서 보면 지역주의 약화보다는 노무현· 문재인 정부를 거치며 부산·경남을 중심으로 반 호남정서가 크게 약화한 결과 호남 지역주의가 외연 확장에 성공했다고 보는 게 타당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내부의 ‘역차별’ 현상이나 문재인 정부의 ‘캠코더’ 인사, 20대 총선과 지방선거에서의 국민의당의 부침 등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가장 눈길이 가는 관점은 대북인식의 변화다. 이는 자유한국당이 현재의 북미·남북 대화대응에 결정적 오류를 범했다는 점에서, 또 대북인식의 변화를 곧바로 보수층의 몰락이나 분화로 볼 수 없다는 점에서 특별히 뜯어볼 현상이다.

한국의 보수-진보 성향은 묘하게도 전통적 잣대인 사회·경제 인식보다는 대북 인식을 중심으로 갈렸다. 그런데 북한 핵·미사일 개발이 고도화, 미국의 선제타격 가능성과 그에 따른 한반도 전쟁 위기감이 고조된 상황에서라면 보수층 본연의 현상 유지 욕구가 발동될 만하다. 여기서 진보의 ‘우리끼리’와 보수의 ‘이대로’가 결합할 수 있었다고 본다. 그런데도 한 줌도 되지 않는 골통 보수의 대변자를 자임하고 나선 자유한국당 지도부의 시대착오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보수정치는 몰락했지만, 보수층은 건재하다. 20대 총선 직전까지만 해도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기울어진 운동장’ 인식이 팽배했다. 당시 민주당은 김종인 비대위원장을 영입해 대대적 ‘우클릭’ 캠페인을 벌인 것과는 대조적으로 20대 총선 패배 이후 쇄신과 개혁에 실패했고, 특히 박근혜 탄핵 이후에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게 자유한국당이다. 단적으로 대대적 인적 쇄신을 통해 ‘좌클릭’ 시늉이라도 했으면 이 지경에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현재 자유한국당의 내부 구조로 비춰 그런 쇄신과 개혁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어쩌면 21대 총선에서 ‘불임정당’의 실상이 더 분명해지고 나서야 진정한 움직임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치는 생물이고, 절체절명의 위기는 새로운 도약의 기회일 수 있다.

국민의 정치인식은 빠르게 변할 수 있어, 정당의 하기 나름이다. 2020년 총선까지는 아직 1년 반 이상이 남아 있다. 총선 3개월 전까지 구체적 변화를 보일 수 있으면 보수정치는 부활할 수 있다. 물론 몇 가지 충족해야 할 필요조건이 있다.

‘골통 보수’의 이미지부터 벗어던져야 한다. 진보·보수를 막론한 야당 특유의 ‘무조건 반대’에서 벗어나 안건에 따라 대여 협조가 가능해야 하며, 이를 위한 기존 정책의 대대적 재검토가 있어야 한다. 그런 정책과 노선 변화는 최소한 정책·노선에서는 적절한 지향점을 찾은 바른미래당과의 통합에도 도움이 된다. 눈앞의 과제인 박근혜와의 단절은 선언에 그칠 게 아니다. 당장 21대 총선 공천에서 이른바 친박·진박을 배제하는, ‘혁명적 상황’을 연출할 수 있어야 한다.

토론2 ‘태극기 국민’도 만족 시키지 못하는 정당

김은구 서울대 트루스포럼 대표

1789년 프랑스혁명은 인간 이성이 완전하다는 신념 아래 진행된 급진적인 혁명입니다.

유럽의 많은 지성인이 프랑스혁명에 기대했지만 혁명이 파괴적이고 비이성적인 방향으로 흘러가는 모습을 보면서 이에 대한 반성적인 고찰이 제기되었고 에드먼드 버크는 보수주의의 사상적 기반을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프랑스혁명이 오히려 프랑스인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비판했는데 실제로 프랑스혁명은 공포정치와 폭동, 처형과 보복, 혁명, 반혁명 등으로 점철되었습니다.

2016년 탄핵사태를 촛불혁명이라고 언급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탄핵에 대한 평가는 아직도 분분하며, 무엇이 진실인가에 대해서도 여전히 논란이 존재합니다. 탄핵사태를 주도한 측에서는 이를 촛불혁명으로 찬양하지만 여전히 많은 국민이 이에 수긍하지 못합니다. 언론노조에 장악된 언론은 탄핵사태의 주역이었고 지금도 현 정권의 충직한 대변인 역할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탄핵사태를 지나온 일련의 시간들은 혁명이라는 이름의 선동에 대한 반성적 고찰을 통해 일상에 묻혀 살던 평범한 국민들이 대한민국의 정치 현실을 자각하고 자생적인 보수주의의 기반을 닦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현재의 정국과 선거결과는 자유한국당이 자초한 것입니다. 소위 태극기 국민은 자유한국당의 핵심 지지세력입니다. 핵심 고객마저 만족시키지 못하는 기업은 존립이 불가능합니다.

헌정사상 최초로 이뤄진 대통령 탄핵사태에 대해 많은 국민이 여전히 큰 충격과 의구심을 가지고 있지만 자유한국당은 탄핵사태에 대한 국민들의 답답한 마음을 대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이를 서둘러 봉합하고 애써 무시하려는 듯합니다. 자유한국당이 국민의 지지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친박비박을 떠나 지금의 정국을 야기한 자한당 내부 탄핵 주도 세력의 철저한 반성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공천권과 계파 이익에 눈이 멀어 민주당과 손잡고 나라 전체를 위기에 빠뜨린 과오에 대한 철저한 자기 반성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중도표를 얻는다는 명분으로 어설프게 좌회전을 한다면 그나마 마지못해 자유한국당을 지지하는 핵심 지지층마저 환멸을 느끼고 이탈하는 상황을 초래하게 될 것입니다. 자유한국당에 지금도 무시당하고 있는 태극기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습니다.

보수주의의 정립

보수진영의 가치, 정체성 정립이 필요합니다. 지금의 자유한국당은 보수주의의 가치를 대변하지 못합니다. 심지어 기독교의 옷을 입은 공산주의라고 평가되는 해방신학을 따르는 분이 비대위원장을 맡기까지 했습니다. 자유한국당이 기회주의 정치인 집단이 아닌,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통해 모든 사람이 자유롭고 존엄하며 행복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철학을 공유하는 집단이라면, 이제 그 가치에 더 충실해야 합니다. 민주화 운동이 완장이 될 수는 없습니다. 대한민국을 부정하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부정하는 세력이 민주화 운동을 이용해 온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다면 민주화는 허상이며 자유통일을 염원하는 국민들의 미래는 암울할 수 밖에 없습니다.

자유주의 시장경제가 기득권을 위한 제도라는 잘못된 관념을 해소해야 합니다. 자본주의가 개인의 이기심과 물질적 타락을 정당화하는 제도로 오용되고 오인되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인간의 존엄성과 개인의 자유를 전제하는 자본주의는 수요와 공급에 따라 시장에서 형성되는 가격을 통해 재화를 분배하는 것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재화의 분배를 최적화하고 또 그렇게 하는 것이 바람직할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을 행복하게 할 수 있다는 철학을 기반으로 한 것입니다.

시장기능에 한계가 있음을 인식하고 필요한 경우 국가의 개입을 인정하지만 기본적으로 국가개입을 통한 복지보다는 민간의 자발적인 자선을 독려하는 따뜻한 공동체로서 모든 인간의 존엄과 행복을 구현하기 위한 제도임을 교육하고 실현해 나가야 합니다. 현 정권의 반기업, 반시장정책의 폐단으로 가장 큰 고통을 받는 집단은 결국 사회적 약자입니다.

자유한국당의 기존 이념을 수구보수로 규정하는 것은 자살행위입니다. 반공에만 집중해서도 안 되겠지만 반공이라는 국가 정체성을 망각하는 것도 위험합니다.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건국과 산업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가치를 따라 판단할 것이지 전교조 교육에 영향을 받은 잠정적인 인기도에 좌우될 것은 아닙니다. 남북회담, 미북회담으로 북한의 변화가 이미 완성된 것처럼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북한의 변화는 미완의 과제이고 북한은 여전히 유엔이 인정한 반인도범죄국가입니다. 그리고 미북회담 이후에도 별다른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일방적인 언론플레이와 사회적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의 위험한 정치 현실을 자각하고 깨어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자유한국당은 이에 대비해야 할 것입니다.

​​​​​​​토론3 다원적 사고의 스마트한 정당으로 거듭나야

이병욱 세종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

2018년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보궐선거는 우리나라 정치에 커다란 전환점으로 기억될 것 같다. 지역주의와 반공주의, 그리고 박정희 신화에 뿌리를 두고 있는 산업화 등에 기대서 특권층으로 행세해 오던 파행적 보수 정치를 마감하고 새로운 정치 지평을 열어가라는 엄중한 국민 심판의 장이었다. 이는 스마트폰 시대로 상징되는 새로운 사회적 변화를 제대로 읽어내지 못한 보수 정치인들에게 내리는 사망선고에 다름 아닐 것이다.

하지만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은 보수적 성향의 국민이 몰락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지지에 기대서 기생해 오던 정치 세력의 몰락이라는 사실이다. 즉 반공주의에 입각한 안보,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등 보수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는 국민들의 수가 절대적으로 줄어든 것이 아니라 보수 정치권이 이러한 가치를 제대로 지키지 못했고 그 정치적 메시지를 제대로 만들어 전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보수의 몰락이 아니라 소위 보수를 대변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자유한국당이 몰락의 길목에 들어섰다는 얘기다.

‘친박연대’를 탄생시킨 2008년 총선과 친박 세력의 몰락을 자초한 2016년 총선에서 보여준 공천 행태는 보수 정치세력끼리 총을 난사하는 내란 수준의 ‘10년 전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2008년 절대 다수를 차지하며 국회에 입성한 보수 여당 국회의원들의 당당함에 환호하며 박수를 쳤던 지지 세력들이 그들의 고루한 생각과 닫힌 마음, 그리고 세련되지 못한 언행에 실망해 하나 둘씩 등을 돌리기 시작한 지가 어언 10년에 이르고 있는데 또다시 그 길을 답습하려고 할 참인가? 아직도 그런 정치세력에게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꺼져가는 희망의 불씨를 살려보고자 애쓰고 있는 수많은 보수 성향 국민들의 애국심이 애처롭지 않은가?

어떻게 할 것인가

흔히 거론되고 있는 대안 가운데 하나가 참신한 정치세력으로 깔끔하게 바꾸는 것이다.

시대 변화를 잘 이해하는 젊고 멋진 인물들이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많은 도움이 될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새로운 정치인도 장삼이사(張三李四)와 크게 다르지 않은 고만고만한 수준의 사람일진대 이 또한 모든 문제를 해결할 것 같지는 않다.

보수정당 혁신, 개헌 및 정치 개혁, 북핵문제와 외교안보, 미래 먹거리와 일자리, 인구변화와 사회시스템, 환경과 에너지 등 최근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현안에 대해 심도 있게 고민하고 그 입장을 정리해 제시했으면 한다. 이런 것이 당의 쇄신과 더불어 민생도 챙기는 책임 있는 정당의 모습이 아닐까?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