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교양인을 위한 화학사 강의... 연금술부터 독가스, DNA 복제까지 세상을 바꾼 화학의 역사
[신간] 교양인을 위한 화학사 강의... 연금술부터 독가스, DNA 복제까지 세상을 바꾼 화학의 역사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8.08.10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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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옌스 죈트겐는 유머와 재치 넘치는 표현으로 일반인이 이해하기 쉬운 과학과 철학책을 집필하는 작가이며, 독일의 유력 일간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의 인기 칼럼니스트다. 1967년 독일 쾰른 동부 벤스베르크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했다. 이후 철학분야로 관심을 넓혀 ‘눈에 띄지 않는 물질의 현상학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브라질에서 객원교수로 지내다가 2002년부터는 아우구스부르크대학 환경과학센터에서 수석과학관으로 일했으며 2016년부터 캐나다 세인트존스에 있는 뉴펀들랜드메모리얼대학교 철학 교수로 있다.

《생각발전소Selbstdenken!》를 2004년에 출간했고 《별빛부터 이슬까지Von den Sternen bis zum Tau》는 독일 청소년 문학상 후보에 올랐으며 《교양인을 위한 화학사 강의Wie man mit dem Feuer philosophiert》로 2016년 올해의 지식도서상을 받았다. 일상적 호기심을 사유의 근원으로 삼아, 현실 감각을 잃지 않으면서도 친절한 길잡이가 되어준다.

과학과 철학을 넘나드는 베스트셀러 작가, 옌스 죈트겐의 화학 탐험 

《교양인을 위한 화학사 강의》는 유머와 재치 넘치는 표현으로 일반인이 이해하기 쉬운 과학과 철학책을 집필하는 작가, 옌스 죈트겐의 신간이다. 죈트겐이 2004년에 출간한 《생각 발전소》는 국내에 번역된 당시 아리스토텔레스가 쓴 《수사학》의 21세기 버전으로 알려지며 베스트셀러로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았다. 이후 독일 청소년 문학상 후보에 올랐던 《별빛부터 이슬까지》, 《먼지 보고서》가 꾸준히 국내 독자에게 읽혔고 2016년 올해의 지식도서상을 받은 《교양인을 위한 화학사 강의》가 출간되었다. 일상적 호기심을 사유의 근원으로 삼아, 현실 감각을 잃지 않으면서도 친절한 길잡이가 되어주는 죈트겐은 《교양인을 위한 화학사 강의》에서도 우리가 그동안 별 관심을 두지 않던 것들에서 화학의 발자취를 발견하고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본 화학을 흥미롭게 펼쳐낸다. 

화학, 끝나지 않은 연금술의 꿈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금을 만들겠다며 인생을 허비한 연금술사의 꿈이 자칫 허황하다고 생각될지도 모른다. 금을 만들겠다니, 더구나 소변 따위로……. 당연히 어느 누구도 진짜 ‘금’을 만들지는 못했다. 현대 화학 역시 금을 만들지는 못한다. 하지만 화학자들은 ‘금’을 만들어내지는 못했지만 보다 더 중요한 화학 과정의 기반을 마련했고, 그것으로 금을 사고 부를 축적했다. ‘금’을 만들려는 이유가 ‘부의 축적’에 있었다면, 연금술사들은 성공한 것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 

연금술사의 모든 행위는 불을 통한다. 불이 없는 연금술은 상상할 수조차 없다. “연금술은 불을 이용해 자연물질에 놀라운 변화를 일으켜 사람들에게 가장 유익한 것을 만들어내는 기술이다.” 위대한 의사이자 연금술사 파라켈수스Paracelsus의 말이다. 연금술이야말로 자연의 내적 본질을 파헤쳐 비밀을 밝혀내는 것이었다. 이처럼 화학은 인류가 불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시작된 아주 오래된 기술이다. 대학교와 화학 산업의 실험실뿐만 아니라 하늘 아래 야외, 숲 속, 부엌, 대장간에서도 물질은 변형되었고, 지금도 변형된다. 그렇다, 파라켈수스의 말처럼 자연이 바로 연금술사다. 자연도 물질을 변화시킨다. 그래서 연금술사와 화학자들은 자연에서 특별한 열쇠를 찾으려고 꾸준히 노력했다. 

어찌 보면 현대 화학은 아직 연금술을 포기하지 않았다. 다만 연금술을 일반화시켰을 뿐이다. 즉 금을 만드는 대신, 상대적으로 가치가 적은 물질로 가치가 큰 물질을 만들어 그 가치를 변화시킨다. 오히려 연금술의 시대보다 이런 가치의 변화는 현대 사회가, 현대 화학이 더 다양하게 해내고 있다. 공기로 인공비료를 만들고, 석탄으로 다이아몬드를 만들고, 타르로 값비싼 염료와 약을 만들고, 모래로 인공보석을 만드는 것, 그 전에 화학이 이룩한 강한 산, 염산, 황산 또는 질산의 발명, 이 모든 것이 연금술이다. 

화학은 인류가 살아온 궤적이다 

화학은 역사의 흐름에 늘 개입했다. 유럽 도자기의 발명으로 독일 작센 지방 사람들은 부유해졌고, 중국 도자기를 수입해 돈을 벌었던 네덜란드와 영국 무역 상인들은 가난해졌다. 연금술이 꽃을 피운 17세기의 일이었다. 19세기 독일에서는 값싼 물질을 화학적으로 변화시켜 인디고를 제조하는 방법을 고안해 인도의 거대한 인디고 재배 농장을 무용지물로 만들고, 영국인들이 이끌던 인디고 무역을 파산시켰다. 염소가스를 개발해 전쟁터에 독가스를 살포하고, 결국 유대인 학살이 가능하게 했던 하버는, 전쟁이 끝난 뒤 지탄을 받았지만 동시에 하버-보슈 합성으로 인류의 굶주림을 없앤 공로로 노벨상을 받는 아이러니한 일도 일어났다. 

화학은 인류를 죽게도 하지만 살게도 했다. X-선의 발견, 항생제의 발견 등은 인류를 질병에서 건져내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인간의 DNA 분석을 이뤄냈으며, 세상을 구성하는 이론과 원소들을 발견해내는 것 역시 화학이고, 바로 화학자들이다. 역사가 휘몰아치는 선택의 순간에 화학자가 어떤 길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인류사는 요동을 치기도 했다. 이처럼 화학은 경제와 정치의 변혁을 이끌었다. 그러니 화학이 권력과 손잡는 순간,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화학도 그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 

연금술사와 화학자들은 바보에게 권력을 쥐여 줄 수 있고, 권력자의 힘을 빼앗을 수도 있었다. 이런 예는 역사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과거 연금술사들은 그들의 행위로 비롯되는 일에 윤리적 책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현대 화학은 연금술사들의 윤리를 망각해버렸다. 그 때문에 우리는 화학의 성공 역사만 다루어서는 안 되고 화학자들이 잘못하거나 더 나아가 눈이 멀어 악에 가담한 역사도 다루어야 한다. 

화학을 이해함으로써 우리 자신을 이해한다 

이 책은 연금술과 화학을 다뤘다. 특히 물질, 연금술사, 화학자들의 역사를 간략하게 살펴봤으며, 진정한 화학의 역사를 찾으려 애썼다. 이 책의 줄거리는 이 화덕에서 저 화덕으로 이어지는 화학 과정으로 이루어졌다. 또한 이와 관련된 역사, 물질의 변화와 인간의 변화를 담았다. 

사람이 물질을 변화시키지만 물질도 사람을 변화시킨다. 인간은 끊임없이 물질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고 그 답을 화학자들은 실험으로 찾아왔다. 어떤 화학자는 평생토록 하나의 수수께끼에 몰두해 나머지는 모두 포기하고 잊어버리기도 했다. 새로운 물질을 찾아내고 증명하는 일은 결코 쉬운 아니다. 물질이 만들어진 곳이 우리가 흔히 아는 서양세계의 깨끗한 실험실만은 아니다. 아마존의 화덕, 중국 남부의 산맥, 인도의 힌두교 사원에서도 물질은 발견되었음을 책을 말하고 있다. 

즉 서양세계의 실험실 화학만이 전부가 아님을 이 책은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책에서 주목해야 할 또 하나가 바로 2부 실험편이다. 실험은 수수께끼, 원소 그리고 숲에서 산 사람들과 연금술사들과 화학자들이 행한 실험 과정을 보여준다. 화학제품을 재료로 하는 것이 아니라 숲이든 쓰레기통이든 어디서나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한 실험들은 우리에게 자연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다. 

이 책은 화학을 이해함으로써 우리 자신을 이해하게 하는 하나의 연결고리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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