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화가는 무엇으로 그리는가... 미술의 역사를 바꾼 위대한 도구들
[신간] 화가는 무엇으로 그리는가... 미술의 역사를 바꾼 위대한 도구들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8.08.12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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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소영은 대학원에서 현대 미술사를 전공하고 IT기업에서 일하며 과학 칼럼을 써왔다. 미술사와 과학이라는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두 장르를 아우른 『실험실의 명화』를 썼다. 명화 속에 숨겨진 신기한 과학 이야기들을 다룬 책이다. 2013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로 선정됐다.

생태도시 프라이부르크를 가족과 함께 여행한 후 2017년에는 『엄마도 행복한 놀이터』를 썼다. 부모의 관점에서 환경과 도시, 놀이터와 육아 문제를 살핀 책으로 세종도서(교양부문)에 선정됐다. 책방 ‘마그앤그래’를 운영하면서 예술과 과학이 던지는 질문들을 글로 옮기고 있다.

고루한 미술사가 새롭게 다가온다 

구석기 화가들이 동굴 벽에 그린 거대한 소의 형태와 스타일을 말하기보다 그들이 전복껍데기를 팔레트 삼아 황토와 숯, 태운 뼈로 만들어낸 색채의 다양성에 주목하고, 달걀과 식초를 섞어 만든 템페라의 놀라운 색감과 보존 능력에 찬사를 보낸다. 얀 반에이크의 붉은색에서 빨강을 얻기 위한 치열한 투쟁을 읽어내고, 강렬한 노랑의 대명사가 된 고흐의 [해바라기]에서 크로뮴옐로의 갈변 현상을 직시한다.

캔버스는 단지 유화를 그리기 좋은 바탕천이 아니라 화가에게 배의 돛처럼 둘둘 말 수 있는 자유를 선사한 기특한 재료이며, 종이의 비약적인 발전은 터너의 혁신적인 수채화를 읽는 열쇠다. 유화 물감을 단숨에 제치고 현대미술의 제왕으로 등극한 아크릴 물감은 플라스틱의 발명 없이 탄생할 수 없었고, 현대미술의 악동들이 엔지니어를 파트너로 삼지 않았다면 현대미술은 지금과는 달랐을 것이다. 

이 책을 쓴 저자 이소영은 책을 쓰는 내내 사금을 캐겠다며 강바닥을 뒤지고 다니는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미술사에서 도구와 재료, 기술로 그림을 읽으려는 시도를 좀처럼 찾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수년 동안 “이 그림은 무엇으로 그렸을까”라는 천진한 질문을 화두로 삼아 헤맨 끝에 그녀는 비로소 “고루하던 미술사가 다시 흥미진진해졌다”고 고백한다. 저자의 끈질긴 호기심과 진지한 물음 끝에 탄생한 이 책은 어쩌면 그림을 읽는 새로운 도구, 미술사에 한 걸음 더 들어갈 수 있는 최신의 도구라고 할 법하다. 

이 책을 도구로 삼아 그림을 보라. 마트에 쌓인 달걀을 보며 피에로 델라프란체스카를, 부엌 찬장의 밀가루 봉지를 보며 렘브란트를, 모니터의 그림판 팔레트 아이콘을 보며 르브룅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책의 첫머리에는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화가들의 도구와 재료의 ‘연표’가 있으며, 각 장 서두에는 당시 ‘화가들의 작업실 상황’을 실감나게 재현해 독자들이 쉽게 내용을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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