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공기업 경영평가, 이대로 좋은가?
[진단] 공기업 경영평가, 이대로 좋은가?
  • 박성현 미래한국 편집위원· 사회적책임경영품질원 회장
  • 승인 2018.08.14 1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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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공사, 한국석유공사, 한국공항공사와 같은 공기업은 기업 경영에서 ‘경제적 가치’ 추구보다는 ‘사회적 가치’ 추구를 우선시해야 하는가? 여기서 경제적 가치란 기업이 투입요소(자본, 원자재, 노동력, 기술 등)로부터 산출요소(제품, 서비스 등)를 효율적으로 생산해 매출을 늘리고 이익을 내며, 재투자를 통해 일자리를 만들고 국가경제와 사회발전에 기여하는 가치를 말한다. 이와 반면에 사회적 가치란 인권, 안전, 환경, 사회적 약자 배려, 일자리 창출, 상생 협력 등 공공의 이익과 공동체 발전을 우선시하는 가치를 말한다.

사회적 가치 중시 변경된 공기업 경영평가

올 봄 공공기관(35개 공기업과 48개 준정부기관)은 정부(기획재정부)가 작년 12월 28일 ‘공공기관 경영평가 제도 개편 방안’에서 발표한 새로운 경영평가 기준에 따라 2017년 경영에 대한 평가를 받았다. 정부는 새경영평가기준을 발표하면서 “공공기관이 효율성을 추구하는 것을 넘어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가는 기관으로 변해야 한다”라고 언급하면서, 공공기관 평가는 경제적 가치보다는 사회적 가치를 우선시하는 경영평가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현이 현 정부의 주요 정책 기조가 되고 있다. 현 정부의 100대 국정 과제 중 12번째로 ‘사회적 가치 실현을 선도하는 공공기관’이 포함되어 있는 것을 보면 그 의지를 가늠할 수 있다.

작년까지의 공공기관 평가는 효율성, 채무관리, 품질경영, 사회적 책임, 안전·환경 등을 고르게 평가하고 있으나, 개편된 평가는 다섯 가지 기준(일자리 창출, 균등한 기회와 사회통합, 안전·환경, 상생협력 및 지역발전, 윤리경영)의 사회적 가치를 주로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작년 10월 문재인 대통령이 일자리위원회를 통해 내놓은 ‘사회적 경제 활성화 방안’에서 정부는 국가계약 낙찰 기준에 사회적 기업 가점을 기존 1점에서 2점으로 높이기로 하는 등 파격적인 지원책을 내놓았다. ‘사회적 경제’란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기존 시장경제와 달리 사람과 분배, 환경 보호 등의 가치를 중심에 두는 경제를 말한다. ‘사회적 기업’이란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면서 생산이나 판매, 서비스 등 영리활동을 하는 기업이나 조직을 의미한다.

또한 행정안전부는 올해 1월 2일 ‘지방계약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지방자치단체가 발주하는 사업을 사회적 경제 기업이 수주할 때 수의계약 가능액이 현행 2000만 원에서 5000만 원으로 대폭 상향했다.

이는 사회적 경제 활성화를 위해 임금 등 현금성 직접 지원 외에 판로도 확대해 주겠다는 취지다. 사회적 경제 기업이란 큰 틀에서 취약계층에 일자리 제공 등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며 영업활동을 하는 모든 기업을 통칭한다. 올해 초 우리나라에는 사회적 경제 기업에 속한 기업이 5000여 개 정도 있으며, 주무부처도 네 곳으로 나뉘어 있다. 이 중에서 사회적 기업 인가를 받은 기업수가 1877개로 고용노동부가, 사회적 협동조합은 844개로 기획재정부가, 자활기업은 1300개로 보건복지부가, 마을기업은 1446개로 행정안전부가 관장하고 있다. 이 개정안은 특혜성 판로 확대를 동원해서라도 사회적 기업을 활성화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문 대통령의 사회적 경제 활성화 방안의 후속조치라고 볼 수 있다.

공공기관을 평가할 때 사회적 가치를 주로 보는 것이나, 지방자치단체가 사회적 경제 기업을 주로 지원하는 것은, 정부가 경제적 가치보다는 사회적 가치를 우선시하는 철학에 바탕을 두고 있다. 현 정부의 기조정책이 ‘일자리 중심, 혁신성장, 공정경제’라고 볼 때,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정책은 공정경제 정책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경영에 대한 논의는 2014년 6월 문재인 당시 국회의원이 발의한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현에 관한 기본법(사회적 가치 기본법)’에 이어, 2017년 8월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과 박광온 의원이 재발의한 법안에 기초하고 있다. 그러면 공공기관이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해 준비하고 실행해야 할 기관 경영으로 무엇이 있는가? 그 답은 이 법안 3조 1항에서 사회적 가치 실현 방법으로 제시되어 있으며, 모두 13개 항목으로 다음과 같다.

1)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는 기본권리로서 인권의 보호

2) 재난과 사고로부터 안전한 근로 생활환경의 유지

3) 건강한 생활이 가능한 보건복지의 제공

4) 노동권의 보장과 근로조건의 향상

5) 사회적 약자에 대한 기회제공과 사회통합

6) 대기업, 중소기업 간의 상생과 협력

7) 품위 있는 삶을 누릴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

8) 지역사회 활성화와 공동체 복원

9) 경제활동을 통한 이익이 지역에 순화되는 지역경제 공헌

10) 윤리적 생산과 유통을 포함한 기업의 자발적인 사회적 책임 이행

11) 환경의 지속가능성 보전

12) 시민적 권리로서 민주적 의사결정과 참여의 실현

13) 그 밖에 공동체의 이익실현과 공공성 강화

공기업 경영평가기준과 평가 결과

공공기관에서 사회적 가치 경영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정부에 의한 공공기관의 평가가 가장 빠른 길일 것이다. 사실 올 봄 우리나라의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은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받느라 홍역을 치렀다. 특히 올해는 공공기관 평가지표가 대폭 바뀌어 준비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한다. 작년까지의 주요 평가지표는 <표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경제성과 효율성 중심으로 평가하는 지표들이었으나, 이들이 사회적 가치 실현과 공공성 중심으로 개편되었기 때문이다.

2017년까지의 공공기관 경영평가체계는 경영관리(50%)와 주요사업(50%)의 두 개의 지표로 구성되어 있고, 전체적으로 경영효율성과 경제성 중심의 지표로 구성되어 있다. 사회적 가치와 관련한 지표들은 사회적 책임(5%) 등 일부만 포함되어 있고, 다양한 부문에 분산되어 있어 사회적 가치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2018년 공공기관 경영평가체계를 보면 공기업의 경우에 구체적으로 사회적 가치 구현(22%)이란 항목이 있고 여기에 일자리 창출, 균등한 기회와 사회통합, 안전 및 환경, 상생 협력 및 지역발전, 윤리경영이 있어 사회적 가치 기본법에 나열된 13개 항목을 실천하는 구현 방법을 평가하게 되어 있다. 또한 추가로 삶의 질 제고(1%), 노사관계(2%), 국민참여(1%), 열린혁신(1%), 국민소통(3%), 사회적 가치 실현 사업 (10∼15%) 등이 있어 이들을 모두 합치면 사회적 가치 배점 합계가 40∼45%에 달한다. <표 1>에서 오른 편에 별표(★)한 항목들이 모두 사회적 가치 실현과 관련이 있는 것들이다. 준정부기관인 경우에는 이런 배점이 더 높아져 사회적 가치 배점 합계가 58∼63%에 달한다.

올해 봄 2018년 공공기관 평가 지표에 따라서 실시한 2017년 공기업 경영 평가는 모두 35개 기관이 평가를 받았고, 지난 6월 19일 정부는 ‘2017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는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으로 나뉘고, 각각 상대평가와 절대평가가 있다. <표 2>에 공기업의 상대평가만 적어보면, 5개 등급으로 나뉘며, A(5개), B(13개), C(11개), D(4개), E(2개)로, A 등급을 받은 기관은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도로공사, 한국동서발전(주), 한국수자원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이다. 가장 나쁜 등급을 받은 기관은 E 등급을 받은 그랜드코리아레저(주)와 대한석탄공사이다.

사회적 가치 중시 경영평가의 위험성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공기업 경영평가 정책은 다음과 같은 위험성을 지니고 있어 조심스럽게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 간에 균형을 맞추면서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옳다. 첫 번째로, 공기업의 사회적 가치 실현은 공기업이 지속가능하게 발전할 수 있도록 경제적 가치를 실현하는 토대 위에서 추구되어야 할 경영전략이다.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 하에서 오늘날의 경제 구조를 이뤘다. 그러나 공기업 평가에서 경영의 효율성이나 재정 건전성을 보기 보다는 사회적 가치만을 추구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옳은 방향이 아니다. 공기업도 기업이므로 기업운영의 효율성, 생산성, 수익성, 품질 등을 강조하는 경제적 가치를 중요시 해야 한다. 공기업에서 사회적 가치만을 추구하고 경제적 가치를 등한히 하면, 자칫 기업운영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경영이 방만하게 되어 국민에게 부담을 주는 기업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공기업의 고객은 국민이며, 경제적 가치를 높이면서 고객만족경영을 중시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기본적인 공기업의 자세이다. 공기업의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균형 있게 평가하는 방안이 반드시 정립되어야 한다.

두 번째로, 공기업은 국가가 주인인 기업이므로 공기업은 반드시 지속가능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을 이뤄야 한다. 기업의 지속가능 발전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social responsibility)을 다하면 지속가능하게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핵심은 무엇인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그림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기업이 우선 경제적 성과를 창출해 주주가치를 높여 경제적 가치를 제고하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 사회적 가치 제고를 통해 사회적 성과를 올리고, 또한 환경적 성과도 이뤄야 한다. 그 결과로는 혁신·창조적 성과가 나오면서 기업이 지속가능하게 발전하는 것이다. 공기업 평가도 이런 선상에서 이뤄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크게 염려되는 것은 사회적 가치와 사회적 경제 활성화를 전면에 내세우다 보면, 지난 70년간 다져온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체제가 위축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공기업의 사회적 가치 경영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측면에서는 바람직하나, 공기업도 경제적 가치 추구를 우선시하면서 경제적 성과를 내 지속가능하게 발전해야 하고, 동시에 사회적 가치 추구와 환경적 가치 추구를 게을리하지 않도록 독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내년에 이뤄질 공기업 경영평가에서는 위에 지적한 점을 보완해 새로운 틀에서 경영평가 기준을 보완하고, 평가가 이뤄지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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