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경매로 부동산 빼앗긴 어느 중소기업인의 절규 “신협의 갑질, 더 이상 물러 설 곳이 없습니다”
부당경매로 부동산 빼앗긴 어느 중소기업인의 절규 “신협의 갑질, 더 이상 물러 설 곳이 없습니다”
  •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18.08.14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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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누군가 시세로 130억 원이 나가는 부동산을 금융기관에 담보로 해서 50억 원을 빌려 사업을 했고 3년간 꼬박꼬박 이자를 내왔다가 경영 부진으로 이자가 연체되어 경매에 넘어가게 되었다고 하자.

그런데 금융기관이 그 경매권을 채무자를 배제하고 제3자에게 58억 원에 땡처리로 넘겼고, 경매물건이 92억 원에 낙찰되어서 금융기관이 땡처리 해 준 제3자가 34억 원의 이익을 얻었다면 이는 정의로운가? 그것도 같은 금융기관이 채무자를 배제하고 땡처리 제3자에게 대출까지 해줬다면 말이다.

황당한 이 경우는 실제로 일어난 케이스다. <미래한국>이 제보를 받은 것은 지난 1월이었다. 자신을 금융기관 갑질의 피해자라고 소개한 J씨는 두툼한 서류 뭉치를 기자 앞에 풀어 놓았다. 대출 서류들과 법원 판결문, 그리고 부동산 등기부들이었다. J씨는 대뜸 “신협과 같은 제2금융권의 갑질이 소상공인들을 죽이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러면서 “금융기관의 갑질을 이대로 방치하면 나와 같은 피해자들이 계속 늘어날 것”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잘못된 법과 규제를 악용해서 우량한 담보물건을 금융기관 내부자들과 외부자들 간에 통정거래, 이른바 작전으로 경매 땡처리 해서 그 이익을 나눠 먹는 경매 비리는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나름 탄탄한 유통, 물류 사업을 해왔던 J사장이 겪은 이 경우는 우리 금융제도에 심각한 모순과 함께 구조적 비리가 있음을 보여준다. J씨는 이렇게 말한다.

“한마디로 이것은 규제를 이용한 신협의 갑질이었습니다. BIS 8%를 맞추어야 한다는 제도를 이용해서 공매로 얼마든지 변제하고도 남을 우량담보물건을 경매 땡처리로 넘기는 것이죠. 신협이야 대출금 원리금을 다 챙겼으니 손해 볼 일이 없다지만 저 같은 경우는 신협이 저를 배제하고 제3자에게 경매권을 땡처리로 넘겼기에 담보율 140%짜리 우량 부동산을 한 푼도 챙기지 못하고 그냥 날려 버리게 된 것입니다.”

신협에 의해 시세 130억 부동산이 58억에 땡처리 된 사연

J씨의 억울한 사연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성남에 소재한 중소기업의 대표 J씨는 D신협과 M신협 두 군데로부터 공단 요지에 위치한 회사의 토지와 이 토지를 10년간 임차해 사옥을 지은 N사의 건물을 제3자 담보로 해서 50억 원을 대출받았다. 담보 평가액은 대출금의 약 140% 수준인 130억 원이었다.

당시 D신협과 M신협은 차주 J씨가 원리금을 갚을 능력이 있다고 판단했는데, J씨는 건물을 제3자 담보로 제공한 N사로부터 10년간 임대료를 받는 계약을 체결한 상태였고, N사는 일본으로부터 합작투자를 받았던 우량한 중소벤처기업이었다. 문제는 3년 후인 2013년에 일어났다.

N사가 일본 투자금의 회수로 경영난에 빠져들어 J씨에게 임대료를 지불하지 못했고, J씨 역시 연쇄적으로 신협의 이자를 연체하게 되는 상황이 일어났던 것. 하지만 J씨는 N사와 ‘임대료가 연체될 경우, 건물을 명도한다’는 계약을 체결해 뒀기에 큰 문제가 없었다. N사가 J씨의 토지를 10년간 빌리는 조건으로 지상에 사옥을 지었기 때문이다.

해외에 유통사업을 하던 J씨의 기업은 2대째 이어온 탄탄한 기업이었으나, 임대료 수입원이었던 N사의 경영난으로 신협에 이자 지급이 일시적인 어려움에 빠졌다. “신협과 이야기를 했습니다. 담보가치가 충분하고 건물을 명도받기로 했으니 새로운 임대자를 찾거나, 아니면 매각으로 차금을 변제하겠다고요.” 이를 위해 J씨는 추가로 모친의 땅을 담보로 밀린 대출 이자를 냈다.

신협들끼리 작전 공모?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신협의 태도가 180도로 바뀌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신협도 저의 제안을 수용했습니다. 밀린 이자는 다른 부동산 담보로 해서 변제했고, 저는 이제 N사로부터 계약대로 건물을 명도 받으면 되는 문제였어요. 그러면 제가 그 건물을 팔아서 원리금을 갚든지, 아니면 다른 세입자를 구해서 이자를 내면 되는 문제였습니다.” 그렇다면 신협의 태도가 바뀐 이유는 무엇일까.

공동담보 제공자인 N사가 J씨와 계약을 위반해 기업회생절차를 신청, 가결이 어려워지자 신협의 태도가 갑자기 180도로 돌변했다는 것이 J씨의 주장이다.

“당시 신협이 내세운 것은 금융당국의 BIS 규제였습니다. 신협측은 누가 보더라도 담보가치가 충분하고 이자 수취에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는 임대 수익형 부동산 담보 채권에 BIS규정을 내세워 ‘부실채권’으로 결정한 것이죠. 그리고 차주인 저에게 경매절차를 통보했습니다. 원래 계약대로 한다면 N사는 저의 동의 없이 기업회생을 신청할 수 없게 되어 있는데, 신협 쪽에서 이를 무시한 것이죠.”

J씨가 금융당국과 청와대 등에 신협의 과도한 채권확보 갑질 행태를 호소하자, 신협은 경매를 진행하는 가운데 130억 원 평가 담보물건을 부실채권 인수회사(NPL)에 원리금 58억 원에 넘겼고, 인수받은 회사는 또 다른 J신협과 H신협으로부터 대출 받은 이들에게 그날로 땡처리에 넘겨졌던 것. 이 과정에서 건물의 사용가치를 알아 본 A사가 이 담보물건을 J은행으로부터 80억 원을 대출 받아 92억에 낙찰 받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차주 J씨는 의혹을 제기했다. “아무리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도 말이 되지 않습니다. 아무리 감정가 130억 원이 같다고 해도 환금성이 없는 산야의 부동산과 제 담보처럼 시내 중심 대로변에 위치한 부동산이 같겠습니까. 어떻게 그걸 저와 아무런 상의도 없이…” J씨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이렇게도 말했다. “저의 우량 담보 부동산이 땡처리 되는 과정에서 4개의 신협들이 모의를 한 정황이 너무나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한쪽에서는 저의 채무 변제권을 제약하고 다른쪽 신협들은 제 담보 부동산을 싸게 살 수 있도록 제3자들에게 대출을 해 준 것이죠. 아마 저와 같이 피눈물을 흘리는 사업자들이 대한민국에 너무나 많을 것이라 생각하니 몸서리가 쳐집니다.” J씨는 현재 관련된 신협들을 상대로 수 년 간 소송을 진행해 오고 있다. 단지 자신의 억울함을 풀겠다는 것이 아니다.

“제가 소송을 하면서 알아보니 저와 같은 케이스의 사업하시는 분들이 많다는 걸 알고 놀랐습니다. 금융기관들은 법대로 했다고 나오지만, 도대체 그 법이 정의를 구현하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저는 이 부당한 신협들의 금융 갑질에 대해 끝까지 가려고 합니다. 재판 과정에서 문제점을 인식한 판사님들의 모습도 보았습니다. 헌법소원을 해서라도 반드시 바로 잡으려 합니다. 더 이상 저 같은 피해자들이 나와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J씨의 상황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안타깝게 만든다.

금융기관 갑질 비리, 제도개혁과 처벌로 뿌리 뽑아야

1금융권이 아닌 2금융권, 즉 신협이나 새마을금고를 찾는 기업인들은 까다로운 대출 규제 때문에 찾게 된다. 그런 신협과 같은 금융기관 종사자들이 기업인들의 어려운 처지를 오히려 기회로 봐 부당하게 이익을 보려 하거나 제3자들과 짜고 이익을 본다면 이는 명백한 범죄행위에 해당한다. 하지만 우리 금융권의 규제와 감독은 이런 사각지대에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J씨와 같이 우량한 부동산 담보 물건이 금융권 BIS 8%라는 획일적 규제에 따라 땡처리 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담보비율이 충분한 담보 부동산에 대해서는 채무자가 채권자인 금융기관에 경매가 아닌 신탁 공매로 채무 변제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나 제도가 필요하다.

‘빚진 죄인’이라는 말이 있다지만, 빚진 자가 빚을 제대로 갚을 수 있도록, 좋은 기회가 많이 존재하는 사회가 좋은 사회다. 특히 금융기관 종사자들이 정부의 규제를 역으로 악용해서 사리를 취하거나 서민과 기업인들을 울리는 갑질의 비리가 있다면 사법기관들은 여기에 침묵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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