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파국의 시나리오, 무엇을 위한 종전선언인가
[심층분석] 파국의 시나리오, 무엇을 위한 종전선언인가
  •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18.08.30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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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미래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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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종전선언이라는 메가톤급 태풍의 영향권에 들어섰다. 이 태풍은 ‘민족공조’, ‘자주통일’이라는 비합리적인 정념으로부터 막대한 에너지를 공급받으면서 미북간에 진행되는 비핵화 협상의 길을 따라 한반도에 상륙 중이다. 

아직은 북한 비핵화라는 먼 바다로부터 산들바람과 가벼운 빗방울 정도를 뿌리고 있는 모습이지만 종전선언의 태풍은 빠른 시일 내에 그 사나운 위세를 발휘하며 무서운 파괴력으로 대한민국 전체를 날려버릴 것이라는 경계경보가 등장한 상황이다.

“종전선언 문제는 법적 효력이 아니라, 정치적 효과에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의 대남전략, 혁명전략 차원에서 대한민국 수호 차원에서 봐야 합니다.

한반도 문제는 국제적 측면과 민족문제 측면이 있어 이걸 잘 분별하고 식별해서 원칙에 입각해 대처해야 하는데 종전선언은 전부 민족문제 내부의 문제가 돼 버립니다. 그럼 자유민주통일이 아니라 연방제통일, 사회주의 통일로 가게 됩니다. 현재 우리 상황은 한국의 존폐와 직결돼 있는 상황인 것이죠.” (제성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종전선언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판문점 선언에 의하면 북한이 느끼는 군사적 긴장, 충돌로 갈 수 있는 모든 행위가 적대행위에 해당됩니다. 그러니까 북한은 대한민국의 정당한 모든 활동에 대해 적대행위로 간주할 수 있는 ‘만능보검’을 쥐어준 거예요.

종전선언이 바로 그 역할을 하는 겁니다. 종전선언으로 유엔사와 한미연합사는 해체되고 주한미군 철수 요구가 나오겠죠. 한미동맹이 본격적인 와해단계로 가게 됩니다.” (신원식 前 합참 차장)

대한민국 내부로부터의 와해

“비핵화가 전제되지 않는 종전선언이라면 핵 없는 대한민국은 핵을 가진 북한에 인질이 되고 맙니다. 북한이 핵으로 우리를 위협하면서 감놔라 배놔라 하면 어떻게 거부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게 되는 것이 바로 인질이나 노예가 되는 것이지요.”(송대성 전 세종연구소 소장)

문재인 정부는 9월 평양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갖는다고 발표했다. 이 정상회담을 마치고, 9월 말 유엔 총회에서 남북을 비롯해 미국, 중국 정상 등과 함께 종전을 선언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관측되고 있다.

종전선언이 몰고올 정치적 파괴력은 대한민국의 안보가 남남갈등으로 붕괴될 것이라는 점에서 심각하다. 무엇보다 종전선언이 몰고 올 가장 큰 후폭풍은 평화를 내세운 주한미군 철수와 국가보안법 철폐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꼽는다.

국가보안법은 북한의 입장에서 볼 때 남한 내 친북 혹은 종북적인 정치세력과 남파 간첩활동, 선전선동 혁명공작 등을 하는 데 결정적인 걸림돌이 된다. 당연히 북한의 입장에서 대한민국의 국가보안법은 눈엣가시 같은 존재일 수 밖에 없고, 국가보안법 폐지를 남한내 친종북 세력들을 사주해 통일전선 차원으로 전개할 것이라는 예상은 합리적이다.

이 점에 대해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 원장은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북한의 대남전술은 시기에 따라 강경도발과 평화공세를 반복합니다. 북한은 조선노동당규약에 대남적화의 목표를 포기한 바가 없습니다. 따라서 북한의 강경도발과 평화공세의 목적은 모두 이 대남적화를 이루기 위한 것으로 보는 것이 정확합니다.

지금은 북한이 과거 강경도발 국면에서 평화공세 국면으로 전환한 것이지, 근본적인 변화를 꾀하는 것이 아닙니다. 북한의 종전선언 요구는 그런 틀에서 봐야 합니다. 정말로 북한이 개방과 평화를 위한다면 내부 변화부터 시작했겠죠.”
 

진정한 위협은 북핵이 아니라 재래전

유동열 원장의 이러한 분석은 북에서 대남전략을 지휘했던 고 황장엽 선생의 주장에 의해 설득력을 얻는다. 2006년 황장엽 선생은 한나라당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사람들은 북한이 핵실험으로 한국의 보수세력을 도와주고 있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하지만 핵실험을 통해 전쟁공포증을 확대하고, 남한 평화주의자들에게 힘을 실어 친북반미 세력을 장성하게 하는 것이 북한의 노림수입니다...

우선 미군 철수와 국가보안법 철폐가 이뤄지고 그래서 친북반미 세력들이 자신의 정권을 공고히 만들었을 때 북한은 하룻밤에 100만 특수부대를 내려 보낼 겁니다. 지금 가장 중요한 북한의 전략무기는 바로 이 특수부대인 것입니다.”(2006.11.6 한나라당 영민포럼 강연 中)

황장엽 선생의 주장은 북한의 대남적화 노림수는 핵공격 그 자체가 아니라, 핵을 만들어 이를 주한미군 철수와 교환하고 남한과는 민족공조, 평화공존을 내세워 군축과 국가보안법을 폐지한 후, 약 100만의 특수부대를 이용해 전격적으로 서울을 함락시킨 다음 항복선언을 받아낸다는 것이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 원장의 이야기를 더 들어보자.

“1973년 1월 27일 파리에서 미국, 자유 베트남과 공산 베트남이 전쟁종식을 선언하고 이른바 평화협정을 체결했습니다. 동년 3월 27일 미국은 자유 베트남에서 미군을 완전히 철수했지요. 그 결과, 과연 베트남에는 평화가 조성되었습니까?

아닙니다. 미군 철수 후 공산 베트남은 총공세를 펼쳐 55일 만인 1975년 4월 30일 자유 베트남의 수도인 사이공을 함락시켰고, 결국 베트남은 적화(赤化)되었습니다. 파리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은 전쟁협정으로 전락한 역사적 사례입니다. 특히 수령 절대주의 폭압체제인 북한과 종전선언을 한다면 이는 항상 휴지조각 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합니다.”

신원식 전 합참 차장 역시 종전선언이 오히려 북한의 남침 야욕을 북돋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북한이 대남적화의 통일노선을 포기하지 않은 상태에서 만일 종전선언과 이후 평화협정으로 유엔사 해체, 주한미군 철수가 이뤄지고 나면 북한의 재래전 기습공격이 발생할 경우, 유엔군은 현재처럼 자동개입할 수가 없게 된다.

만일 유엔 안보리가 한반도에 유엔군을 다시 파견하려면 안보리 이사회의 결의를 거쳐야 하는데 6·25 때와는 달리, 현재 중국과 러시아가 안보리 상임위에 존재하는 한, 유엔군의 참전 결의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된다는 것.

그렇다면 미군은 즉각 참전할 수 있을까. 문제는 남한 정부가 남북연방을 통해 북한과 손잡고 자주통일을 하겠다는데 미국이 군사적으로 한반도에 개입할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종전선언은 이 모든 정치적 프로세스를 향한 정치적 파급력을 갖게 된다.

종전선언으로 당장 NLL도 문제가 된다. 서해 해상 분계선인 NLL은 육상의 DMZ와 같은 역할을 한다. 하지만 북한은 NLL 문제에 대해 끊임없이 무효를 주장해 왔다. NLL에 대해서 북한은 자신들이 체결하지 않은 해상 군사 분계선이라는 이유다. 하지만 NLL은 6·25 전쟁 직후인 1953년 유엔군이 장악한 북한의 서해 일대의 섬들을 북한에 돌려주면서 설정한 바다의 휴전선이다.

이는 남한이 양보한 것이나 다름없었고, 김일성은 유엔군의 NLL 설정에 침묵으로 동의했다. 이후 NLL은 1992년 남북이 체결한 남북기본합의서 11조에 의해 남과 북의 경계선은 휴전협정에 규정된 군사분계선과 지금까지 양측이 관할해온 구역으로 한다고 명시함으로써 북한도 동의한 사항이다.

하지만 북한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NLL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도발을 감행했다. 그러다가 노무현 정부 때 소위 서해평화수역이라고 내놓은 북의 NLL 협상안은 북한의 경제적배타수역을 표시한 것으로 백령도와 격렬비열도까지 북한의 군함이 내려올 수 있는 그림이었다. 신원식 전 합참 차장(고려대 교수)은 ‘종전선언으로 NLL은 다시 무효논쟁에 빠질 것’이라며 이렇게 말한다.

“결국 북한은 NLL을 자신의 경제해상수역이라고 주장하면서 대한민국 어선들을 감시하고 통제하게 될 겁니다. 그렇게 되면 서해 어민들은 이제까지 아무 제약 없이 고기를 잡던 곳에서 북한의 허락을 받아야 하고 심지어 북한 어선이나 중국 어선들과 갈등이 생기면 북한 경비정에 의해 나포되어 조사를 받아야 할 수도 있습니다.”(2018.8 미래한국 좌담회 中)

종전선언은 남북연방으로 가는 길목

종전선언이 결국 문재인 정부가 통일의 로드맵으로 구상하고 있는 ‘남북연합’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자신의 통일 방안으로 북한의 ‘낮은단계연방제’를 지지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 후보 시절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찾아가 ‘북한의 낮은단계연방제와 김대중 대통령의 남북연합간에는 차이가 없다’면서 ‘김대중 대통령의 평화통일을 반드시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같은 취지로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도 입장을 고수했다.

이러한 문재인 정부의 ‘남북연방’의 그림은 대한민국 레짐 체인지를 통해 좌파 진보세력의 장기집권 구상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낮은단계연방제의 골자이자 핵심은 서로의 체제를 유지하면서 주요 국익 사항을 남북한 동수의 의원으로 구성된 최고회의에서 결정하자는 주장이다.

이때 남북은 서로의 상대체제에 대해 간섭하지 못하지만, 주요 국가의 정책은 “남과 북의 인구비례가 아닌 남북한이 서로 같은 수의 대표를 선발”해서 회의체를 만들어 결정하게 된다는 점이다.
 

이때 가령 남북이 각각 50명씩 대표를 내서 최고회의를 만들면 남쪽 50명 대표 중 북쪽 편을 들어 정책을 결정할 사람들로 인해 북한 주장만 관철되는 점이 문제가 된다. 예를 들면 통진당 이석기와 같은 인물들이다. 북한의 대의원 가운데 남한 편을 들 대의원들은 없다.

이러한 낮은단계연방제는 바로 높은단계연방제로 이어지고, 높은단계연방제는 북한과 좌익세력의 일관된 주장들인 ①국보법 철폐 ②주한미군 철수를 전제로 하기에, 곧 고려연방제로 귀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결국 북의 ‘적화통일’ 완수로 끝나고 만다는 점이다.

이러한 남북연방을 문재인 정부가 평화통일의 궁극적 모델로 하고 있다고 믿는 국민들은 많지 않다. 대한민국 헌법상 불가능하다고 보는 보수의 안보전문가들도 많다. 하지만 법적 효력이 없는 종전선언이 국제법인 정전협정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정치적 파급력’ 때문이다. 정치를 두고 ‘가능성의 예술’이라고 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평화는 전쟁을 결심할 수 있을 때 찾아온다는 말이 있다. 전쟁을 하고 싶어 하는 국민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평화는 역설적으로 힘의 균형에서 찾아진다. 흔히 ‘공포의 균형’으로 일컬어지는 평화의 원리는 국가라는 존재 때문에 그렇게 된다.

국가는 예외 없이 ‘외부의 적’으로부터 개인들이 집단적으로 안전을 추구하기 위해 등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적이 사라진 국가는 내부로부터 붕괴된다’는 국제정치의 원리는 준비 안 된 종전선언의 효과가 무엇인지 백 마디 말보다 더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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