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 70주년 기획] 광복 70년, 북한의 자본주의화는 가능한가
[건국 70주년 기획] 광복 70년, 북한의 자본주의화는 가능한가
  • 김운회 미래한국 편집위원·동양대 교수
  • 승인 2018.09.01 10:28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건국 70주년 기획, 대한민국을 말한다

북한은 사회주의 국가가 아니다. 사회주의 체제는 소비재와 자본재의 생산과 공급을 국가가 통제·관리하는 계획경제로 배급제도에 의해 분배를 결정하는 체제다. 따라서 개인 매매는 철저히 금지되는 경제구조를 가진다. 이와 같이 사회주의 국가라면 생산수단을 국가가 소유하고 전체 인민을 대상으로 배급체제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하는데, 북한의 경우에는 고난의 행군 이후 이 기능은 사라진 지 오래다. 인민들은 이른바 장마당(암시장)을 통해 각자도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평양과 핵심계층 등을 중심으로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형태인 북한은 사회주의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엄밀한 의미에서 북한의 적화통일이라는 말은 잘못된 말이다. 정상적인 공산주의 국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무력통일이 적합하다.

평양의 김일성 김정일 동상.북한은 국가주의적 봉건왕조 국가라는 것이 가장 정확한 말일 것이 다(본문 중)
평양의 김일성 김정일 동상.북한은 국가주의적 봉건왕조 국가라는 것이 가장 정확한 말일 것이다 (본문 중)

북한은 사회주의 국가인가

그렇다면 북한은 자본주의 국가인가? 그것도 아니다. 자본주의 국가라면 민간이 생산수단을 소유하고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사회주의가 붕괴된 이후 1990년대 중반부터 국가 공급이 전면 중단되면서 북한체제는 이른바 ‘장마당’에 의존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체제 위기에 직면했다. 장마당은 계획경제의 붕괴로 국영기업의 생산 및 공급 체계의 파탄으로부터 급증한 것이고 생존의 위기에 직면한 인민들은 서로간의 수평적 거래를 통해 활로를 모색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장마당이 북한 경제에서 차지하는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북한 GDP의 20~30% 규모로 추정되고 있다.

2002년 북한은 ‘7·1경제관리 개선조치’를 단행해 공식적으로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요소를 부분적이지만 수용했다. 2003년 김정일의 승인 아래 ‘종합시장’이 들어서면서 북한은 이른바 ‘혼합경제체제’가 형성되었다. 그 결과 ‘밀수’와 ‘장마당’을 통해 부를 축적하는 ‘신흥부유층’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2014년 북한은 ‘기업소법’을 개정해 신흥 부유층인 이른바 ‘돈주(북한식 자본가)’ 등 개인의 기업 투자를 합법화했으며 신의주와 남포시 등 큰 도시에서는 주택을 사실상의 사유재산으로 인정해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017년 북한의 장마당은 468개로 대부분의 소비재와 국방·교육·의료 등의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서비스가 거래되고 있다. 장마당이 활성화되면서 돈주가 사금융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정부와 협력 체제를 구축해 투자에 나섬으로써 민간부문의 노동 수요가 증가해 자본주의적 고용 형태가 도처에 나타나고 있다. 돈주들은 사업체를 외부적으로 국영기업이나 국가기관에 소속된 형태로 하되, 실제로는 자본주의 방식으로 경영하고 그 이윤의 일부를 정부에 바치는 형태로 운영하고 있음이 많은 언론 매체들에 의해 보도되고 있다.

그러면 북한의 실체는 무엇인가

그러면 북한의 실체는 무엇인가? 사회주의가 자본주의적 이행기를 거치고 있는 것일까? 좀 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북한 정권은 오히려 체제 위기를 돌파하는 수단으로 장마당을 활용하고 있다는 편이 정확할 것이다. 즉 이행기의 자본주의라고 부르기에는 아직은 이르다는 말이다. 왜냐하면 현재까지 북한 정권은 장마당(시장경제)을 통해 부족한 재원을 보충하고 정부의 공공 투자가 어려운 부문에 민간자금을 유치하는 식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 정권은 적극적으로 장마당을 활용하면서도 그 흐름을 철저히 감시하고 있다. 돈주들이 금융업에 나서고 민간 노동에 대한 수요를 확대하고 있는 것을 매우 위험하게 보고 있다. 민간 부문이 확대되면, 정부 부문은 크게 약화되어 체제를 유지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금융업의 발달은 자본주의 발전의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므로 이에 대한 정부의 통제와 흐름을 파악하게 되면 북한 경제의 장래도 어느 정도는 예측할 수 있다. 만약 북한 정권이 주도적으로 금융개혁에 나서거나 아니면 사금융 시장이 활성화되는 것을 그대로 방치한다면 북한 사회는 급격히 자본주의화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북한 정권은 금융개혁에 대한 의지도 없고 국영기업의 사유화를 거부하고 있으며 새로운 형태의 소유제가 공식적으로 나타나고 있지도 않다. 결국 북한의 장마당의 발전이 자본주의 경제 체제로의 전환 과정으로 보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는 말이다.

현재 북한 정권은 마치 긴 시간에 걸쳐 대동법이나 균역법 등을 시행하는 조선 왕조와 같은 행태를 보인다. 실제로 3대 세습을 구축한 북한은 봉건왕조에 가까운 구조로 국가를 운영하고 있다. 정치는 신라의 골품제도와 유사하게 평양과 핵심계층을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고 경제는 조선의 시전상인(중앙)과 장시(지방)와 유사하게 사회주의적 중앙경제(평양 중심)와 장마당으로 대변되는 지방경제의 형태를 띠고 있다. 이것은 봉건국가들의 전형적인 형태와 거의 유사하다. 따라서 현재의 북한은 국가주의적 봉건왕조 국가라는 것이 가장 정확한 말일 것이다.

개혁개방을 이룬 중국이나 러시아와는 달리 북 한만 고립된 사회주의경제 체제를 고집하고 있다.
개혁개방을 이룬 중국이나 러시아와는 달리 북 한만 고립된 사회주의경제 체제를 고집하고 있다.

비주사파 좌파가 보는 북한 경제 - 북한은 어디로 가야 하나

마르크스의 <자본(자본론)>에 오랫동안 천착해온 비주사파 고급 좌파들의 입장은 이미 오래 전에 붕괴된 국가주의적 생산양식인 북한 경제의 유일한 선택지는 자본주의뿐이라고 인식하고 조속한 시일 내로 북한 경제의 자본주의화를 이행·촉진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종북 또는 주사파의 입장은 비마르크스적이고 주로 정치지향적인 반면, 비주사파 좌파들의 입장은 보다 마르크스적이며 경제적 토대를 중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궁극적으로 이들은 결정적인 시기에는 종북 세력들과 불가피한 연대를 선택하겠지만, 외형적으로 이들의 생각은 세계사적인 흐름과 대세를 따르고 있기는 하다.

마르크스주의 입장에서 보면, 서로 정치경제체제가 다른 두 개의 국가가 그 토대인 사회경제구조를 일치시키지 않은 상태에서 경제협력이나 통일은 존재할 수 없다. 오히려 국가적 대립과 갈등만 촉진할 뿐이다. 이 점에 있어서 마르크스적 좌파나 우파의 생각은 일치한다.

이와 관련하여, “1917년 소비에트 유형의 사회주의 사회가 성립된 이후의 역사가 웅변적으로 입증하고 있듯이, ‘자본과 임금노동의 관계에 기초한 남한의 자본주의 경제체제’와 ‘국가와 노동의 관계에 기초한 북한의 국가주의 경제체제’는 도무지 서로 화해할 수 없는 이질적인 형태의 적대적 경제유기체들로 최소한 ‘차가운 전쟁’ 정도는 일상적으로 유발할 수밖에 없는 물질적 바탕이다. 따라서 흡수통일이 아닌 한, 남북관계의 항구적 평화 더 나아가 통일까지 고려한다면 사회경제체제의 동질화가 반드시 있어야만 한다”라는 송태경(경제민주화를 위한 민생연대 사무처장)의 지적은 타당하다.

송태경은 “북한의 국가주의적 생산양식은 오래 전에 이미 한계에 봉착한 파탄상태로, 현재 시점에서 체제 이행의 유일한 선택지는 자본주의뿐이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사회경제체제의 동질화는 북한의 국가주의적 생산양식을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으로 이행시킨다는 의미다. 자본주의에 대한 분노와 함께 끝장난 농간으로 밝혀진 국유화론을 여전히 숭상하는 구좌파들 입장에서는 결코 동의할 수 없는 얘기일지도 모르나, 너무나 냉정한 현실은 다른 선택지를 허용하지 않는다”(송태경 블로그, <삶과 사회적 사랑> 2018.4.28)고 한 것은 현실을 정확히 본 것이다.

필자가 다른 칼럼들에서 여러 번 지적했듯이 볼셰비키 혁명 이후 자본주의적 고도화를 거치지 않은 후진국들은 사회주의화되면서 오히려 더 많은 문제를 양산하고 결국 자본주의의 길을 가면서 “경제는 혁명이 없다”는 명제를 입증하고 말았다. 그러다 보니 슬로베니아 출신의 문화비평가인 슬라보예 지젝의 예언(“공산주의는 자본주의와 결혼한다.”)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자본주의 타도를 외치면서 등장한 마르크스의 공산주의가 결국 자본주의에 굴복 또는 연합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물론 자본주의는 마르크스 때의 그 자본주의가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북한은 자본주의로 어떻게 이행할까

송태경은 같은 글에서 “기존의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사업 방식은 북한 경제의 체제 이행 문제에 대해 어떤 계기도 제공하지 못했다. 핵심적인 이유는 임금지급방식에 있었다. 비록 남한의 자본가들이 북한의 노동자들을 고용하긴 했으나, 고용된 그들은 ‘자유로운’ 임금노동자가 아니었다. 그들의 임금부분은 국가로 우선 귀속됐고, 개성공단에 고용됐던 노동자들은 그렇게 국가에 귀속된 임금의 일부를 국가로부터 재분배 받았을 뿐이다. 따라서 당과 국가의 통제로부터 벗어난 자유로운 임금노동자들은 개성공단에 없었고, 그들은 여전히 당과 국가의 부속물에 불과했다. 정치경제학적 측면에서 보면, 개성공단에 고용되었던 북한의 노동자들은 한국의 자본가와 북한의 당과 국가에 의해 착취되는 이중노예였던 셈이다”라고 지적했는데 이것은 북한의 경제 체제를 매우 정확하게 지적한 것이다.

문제는 북한의 자본주의화를 어떻게 달성해야 하는가 하는 점이다. 필자는 오래 전부터 여러 칼럼을 통해 후진국이 선진국으로 가는 가장 일반적인 모델로 박정희식 모델을 제시해왔다(졸저 <왜 자본주의는 고쳐 쓸 수 없는가(2013)> 참고). 박정희식 모델은 비교우위론에 입각하되, 중상주의적, 국가주의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북한의 자본주의화 모델은 중국 또는 베트남 모델이 거론되고 있지만 중국모델이 박정희식 개발모델을 철저히 이식했다는 점에서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덩샤오핑은 박정희의 ‘새마을 운동’에 대해서조차도 철저히 연구했던 개혁가였다.

만에 하나라도 한반도에 전쟁 제로(0)의 영구적 평화체제가 정착될 수만 있고 북한이 자본주의화에 박차를 가한다면, 북한은 한국, 미국, 중국 등을 연계로 하여 글로벌 경제구조와 직·간접적 연계를 가지게 된다. 그런데 이것이 과연 가능한가?

무엇보다 북한의 비핵화라든지 평화협정의 준수라는 것을 북한이 지속적으로 지킬 리도 만무하지만, 일단 다른 조건들을 북한이 철저히 준수한다하더라도 북한 체제가 시장 체제로 전환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정이다. 중국이 상당히 성공한 케이스이지만 중국의 시장 체제 전환은 30여년 이상에 걸친 점진적 과정이었다. 북한이 이 과정을 견뎌내기가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자본주의화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일단 북한은 시장사회주의적 입장에서 시장가격 결정해야 한다. 시장사회주의란 중앙 계획 당국이 생산수단의 국가적 소유 한도 내에서 한계효용이론(자본주의 경제이론)에 기초해 가격을 결정하는 방식을 말한다. 북한의 경우 장마당을 통해 자본주의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정부고시 가격과 장마당의 시장가격 사이에서는 많은 괴리가 있다. 시장가격을 중심으로 가격이 형성되지 않으면 경제 왜곡이 극심해진다. 북한의 경우에는 수십 배의 차이가 나고 있다. 북한 전문가 월리암 브라운 교수(조지타운대)의 지적처럼 정부 가격을 없애고 주민들이 실질적으로 사용하는 장마당 가격으로 물가를 통일해야 한다.(<VOA> 2018.7.11) 가격이 안정되어야 거래도 안정되기 때문이다.

이와 동시에 생산성이 바닥인 협동 농장를 해체하여 이를 개인에게 사적으로 분양해 세금을 받는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 이것은 북한 체제에 큰 무리를 주지 않는다. 해방 후 북한이 사회주의화를 할 때도 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계획경제를 추진했고 농촌 지역은 협동화 방식으로 계획화를 추진했다. 마르크스가 지적한 대로 농민은 이른바 ‘쁘띠 부르주아적’ 속성을 가지고 있고 사적 소유에 익숙한 집단이다. 이 때문에 농민들에게 분배되는 것 가운데 일부를 매매하는 것에 대해서도 북한 당국이 비교적 관대하기도 했다. 후일 이것이 장마당의 시초가 된 것이다.

박정희식 개발 모델로

이후에는 중국식 점진적 경제개발 모형을 참고해 궁극적으로 박정희식 개발 모델로 가야 한다. 왜냐하면 일반적으로 말하는 식으로 북한이 급격한 자본주의화의 길을 가게 되면 경제 전반이 주저앉게 되기 때문이다. 세계시장에서 북한이 팔 수 있는 것은 ‘값싼 노동력’밖에 없는 현실에서 자본주의화를 지나치게 앞당기게 되면, 현존하는 북한의 공업시설들은 생산성이 너무 낮아 용도 폐기될 수밖에 없다. 거대한 함흥제철소나 황해제철소는 그저 고철덩어리로 전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급격한 자본주의화는 북한 체제를 붕괴시킬 수 있다. 만약 북한이 급속히 붕괴된다면, 대량난민 사태가 발생하는데 한국 경제가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사회주의권에서 비교적 생산성이 높았던 동독 경제의 붕괴가 대표적 사례다. 중국을 비롯한 동유럽 국가들은 점진적 경제개혁을 추진한 반면 러시아를 비롯해 폴란드,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급진적 경제개혁에 의한 전면적 개방을 추진했는데, 이 같은 급격한 개혁은 높은 인플레이션율과 실업률 등으로 심각한 경제 침체의 늪에 빠지게 했다.

따라서 북한은 기존 체제를 유지하며 점진적 개방으로 가면서 단계적 개혁에 의한 부분적 개혁과 개방으로 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여기에는 보다 기술적인 문제가 있다. 즉 북한 경제는 농업, 광업, 수산업 등 1차 산업과 소비재 생산에 의존하고 있어서 한국 및 세계 경제와의 협력과 궁극적 자립을 위한 자본주의 체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항만과 도로 등 사회적 인프라의 구축과 산업 설비나 숙련 노동자를 양산하기까지 너무 많은 시간이 요구되기 때문에 일정한 시간을 확보하지 않으면 체제가 공중 분해될 수도 있다.

초기 단계지만 거시경제의 일반원칙을 준수해야 한다. 즉 과거 박정희의 한국처럼 시장경제를 바탕으로 하여 내부적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국내 저축(S)을 기반으로 하는 투자(I)를 강화해야 한다. 현재 논의되는 것처럼 전적으로 해외투자에 의존하면 그 자본들이 언제라도 이탈할 수 있기 때문에 경제는 쉽게 붕괴될 수 있다. 따라서 1차적으로는 국내 저축에 의존하는 투자를 하되 이를 보완하는 해외투자를 유치해야 한다. 생산에 있어서도 값싼 노동력을 무기로 수출을 확대하여 세계 제조업 공장으로 변모시키면서 동시에 수입품들을 관세장벽으로 철저히 막고 국산품을 애용하도록 하여 국내 산업을 보호해야 한다. 브라운 교수는 “탄탄한 은행권, 안정적인 화폐, 강력한 재산권 보호 등이 국내 저축을 늘려 이를 수출기업 부양과 국내 투자에 활용하게 했고 이는 결국 눈부신 경제 성장으로 이어졌다. 북한이 필요로 하는 것은 바로 이런 중국과 남한의 성공 사례다(이데일리 2018.7.9)”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를 위해 북한은 대내적 인민은 물론 외국에 대해서도 국제적 신뢰를 쌓아가야 한다.

주사파 그룹은 한국 전복을 위한 모든 행위들을 대외적으로 민족주의와 자유주의로 위장하면서 민족 분단의 원인은 미국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 연합
주사파 그룹은 한국 전복을 위한 모든 행위들을 대외적으로 민족주의와 자유주의로 위장하면서 민족 분단의 원인은 미국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 연합

무엇보다 신뢰를 쌓아, ‘양아치(조폭) 경제’ 탈피해야

북한의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는 국제적 신뢰(Trust)가 ‘바닥’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국제경영의 시각에서 보면, 투자의 안정성이 극히 낮다. 이전의 수많은 사례들이 북한 투자에 대해 부정적일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북한은 1990년대 대우가 투자했던 남포공단의 시설 전체를 몰수했고, 2010년 금강산지구 내 현대아산 등 남측이 투자한 자산(3673억 원)도 동결·몰수했다. 중국 마그네사이트 가공 회사 시양(西洋)그룹도 옹진 철광에 2억 4000만 위안을 들여 철광석 공장을 건설했다가 2012년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당하고 투자금을 한 푼도 못 건지고 철수했다. 이집트의 통신회사인 오라스콤을 상대로 외화 반출 막고 경쟁업체 등장시켜 고사시켰다. 2008년 말 북한에 고려링크란 회사를 세워 이동통신 사업을 펼쳐온 오라스콤은 6억 달러 수익금 한 푼도 못 챙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조선일보 2016.1.4) 마치 마피아나 조직폭력배(조폭)의 행태와 다를 바 없다. 따라서 설령 북한에 대한 유엔과 미국의 경제 제재가 해제되어도 해외 민간자본 투자는 기대할 바 못된다. 이런 행태부터 탈피해야 한다.

일단 북한은 이전과 같이 접경지역에 개방경제특구를 지정해 운영하려 할 것이다. 중국과 접경지역(신의주와 온성군지역), 러시아와 접경지역(나진·선봉지역), 한국과의 접경지역(개성과 고성지역) 등을 중심으로 보다 독립적인 형태의 경제특구를 조성함으로써 해외 자본의 유치에 박차를 가하여 개혁 개방의 교두보를 마련하려고 할 것이다. 문제는 이 특구들이 제 구실을 하기 위해서는 행정·경찰·경제가 완전 독자적으로 운영되어야 하는데 이것이 타 지역의 북한 인민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북한 정권에는 부담스러운 일이다.

북한의 당면한 과제인 사유 재산권 확립, 협동농장의 개별 분양과 사유화, 시장가격 결정의 안정화, 국내 저축 증대, 자유 임금 노동자 확대, 금융부문의 개혁과 발전 등은 하나같이 만만한 것이 없다. 우리가 가진 의구심은 과연 이 과정들을 북한이 해낼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필자가 보기엔 북한이 이 같은 대대적 개혁을 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만약 종전과 평화 등으로 전쟁 가능성이 제로(0)가 확실히 된다면, 북한이 이 과정을 제대로 추진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지만 북한은 30년도 더 걸릴 이 과정을 견디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 북한 체제가 가진 근본적 딜레마이다.

태영호 전 공사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2018.5.18)에서 “지금 북한은 빠르게 변하고, 내부 모순도 극단적 상황으로 가고 있다. 부익부 빈익빈이 심각하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로 가고 있다. 주민들을 감시 통제하려면 공개 처형, 숙청밖에 없다. 공포심으로 인간의 저항심을 누르는 것이다. 이 둘 간의 싸움에서 주민이 이기리라 확신한다”고 했다. 그만큼 권력과 인민들 사이의 갈등이 심각한 국면으로 접어든 상태라는 것이다.

북한이 30년을 인내할 수 있을까

만약 한국이 없다면 이 같은 개혁들이 불가능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바로 코앞에 같은 민족의 선진자본주의 한국을 두고서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것은 북한이 끊임없이 무력통일을 꿈꿀 수밖에 없는 이유다. 뿐만 아니라 일부 좌파들은 북한의 자본주의화 자체가 파괴적이고 폭력적이라고 지적한다. 이것은 마르크스 지향적이라면 그 어떤 좌파도 동조하는 이데올로기이기도 하다. 장성익(환경운동가)은 “자본주의란 것 자체가 본질적으로 탐욕과 이기심의 시스템이다. 남북 경협 활성화가 북한을 남한 자본주의의 내부 식민지로 전락시키는 과정이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북한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 헤매는 남한 자본주의의 새로운 ‘사냥터’이자 ‘먹잇감’ 인가? 만약에 ‘한반도 신경제 지도’의 실제 양상이 북한의 값싼 노동력과 풍부한 자원을 손쉽게 착취하고 새로운 소비 시장을 창출하며 남한의 천박한 개발 바람이 북한의 산하를 마구 망가뜨리는 식으로 그려진다면, 그것을 북한 인민들이 반길까?”라고 지적한다.(<참여사회> 2018년 6월호) 이것은 골수 좌파의 일반적 인식이기도 하다.

설령 북한이 자본주의에로의 발전으로 방향을 잡아도 대내외적 상황이 녹록지 않아서 끊임없이 무력통일의 유혹을 받게 될 것이다. 바로 이 점에서 한미동맹이 굳건히 유지되어야 하며 어떤 경우라도 미군 철수를 막아야 하는 이유다.

북한은 긴 세월의 경제적 인고(忍苦)보다는 정치적 문제 해결 방식으로 대외적으로는 민족과 자주, 통일 등의 선전전을 강화해 한국을 사분오열 시킨 후 정치적 통합 방식을 선택할 가능성이 더 높다.

주사파와의 연계에 매달릴 수밖에

친·종북 또는 주사파 그룹은 한국 전복을 위한 모든 행위들이 대외적으로 민족주의와 자유주의로 위장하면서 민족 분단의 원인은 미국 때문이며 한민족의 통합에 최대 걸림돌도 미국이며, 한국 경제는 오로지 미국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는 것으로 선동한다. 이들은 민족 감정에 호소하여 “통일만이 우리 민족을 살리는 길”이라는 식의 ‘통일 지상주의’로 반미, 반일을 선동하면서 북한 정권의 반인륜성, 반인권성, 봉건성 등을 덮으려 한다. 통일을 위하는 것이라면 그 어떤 한시적인 희생도 감수할 수 있다는 식이다. 따라서 통일이 전제된다면 김씨 왕조의 휘하에 들어가도 된다는 식의 논리로 무장한다.

그 바탕이 되는 논리는 신식민지 국가독점자본주의의 논리가 된다. 즉 친일 문제를 청산하고 미국 자본주의로부터 해방된 자립경제를 구축하면서 자본의 억압으로부터 노동을 보호하여 참된 의미의 해방을 구가한다는 식이다. 이것이 민족해방과 자유를 위한 투쟁으로 위장한다. 신식민지 국가독점자본주의의 설계자인 윤소영 교수(한신대)조차도 “중국도 러시아도 영구집권을 획책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판·소련판 10월 유신’이다. 김정은의 3대 세습으로 백두혈통이 마르크스주의를 계승한다는 것도 처참한 얘기다. 군주정이 부활한 것이다.(중앙일보 2018.5.11)”라고 개탄하고 있는데도 한국 내의 종북 세력들은 전혀 다른 꿈을 꾸고 있다. 이것이 한국 정치의 가장 큰 비극이다.

결국 북한과 한국내의 좌파 연계로 나타나는 정책들이 한국으로서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하면서 북한에 의한 흡수통일로 갈 가능성이 커진다. 한국이 북한 경제를 일방적으로 지원하면서 오히려 북한에 의한 흡수통일을 방조하는 형태를 띠게 되는 것이다.

김운회 미래한국 편집위원·동양대 교수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박혜연 2018-09-01 14:35:07
해방이라는말은 빨갱이라고 치부하는 미래행국이의 행태 어찌하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