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주도 성장론은 왜곡된 주장 토대로 한 부실공사
소득주도 성장론은 왜곡된 주장 토대로 한 부실공사
  • 김창배 여의도연구원 연구위원
  • 승인 2018.09.04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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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론이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소득분배는 개선되기는 커녕 오히려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가구소득 최하위 20%인 1분위의 월평균 소득은 1년 전보다 8% 감소했던 반면, 최상위 20%의 월평균 소득은 9.3% 증가했다. 가계소득 격차를 보여주는 ‘소득 5분위 배율’도 5.95배로 1년 전 5.35보다 오히려 높아졌다.

취업자 증가폭도 전년에 비해 거의 반토막이다. 지난 해 약 32만 명이었던 취업자 증가폭은 올 상반기 14만 2000명으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실업 상황이 개선되고 있는 미국, 일본, 유럽 등과는 달리 우리만 역주행하고 있는 셈이다.

투자 등 내수지표는 물론이고 최후의 보루였던 수출마저 빠른 둔화 추세를 보인다. 설비투자는 지난 해 14.1% 증가에서 올 1/4분기 9.4%로 둔화되더니 2/4분기에는 5.7% 감소로 전환했다. 건설투자도 2/4분기 -0.3%를 기록했다. 수출은 지난해 1~7월중 16.3% 증가했으나 올 1~7월중 6.4% 증가에 그쳐, 증가율이 10%p 이상 급감했다.

소득주도 성장론의 작동원리도 문제지만 저성장의 원인을 소득불평등이라고 진단한 출발점에 오류가 없는지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문재인 정부와 여당은 낙수효과가 사라진 기존의 수출 대기업 위주 성장정책은 기업이익만 증가시킬 뿐, 노동소득을 약화시켰다고 비판한다. 즉 노동소득의 상대적 하락으로 가계소득이 부진해지면서 저조한 민간소비와 경제성장으로 이어졌다는 것. 지난 수년간 이러한 비판이 각인되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었다. 따라서 본고는 소득주도 성장론의 근거가 되어온 다음의 주장들이 타당한지 검토해 보고자 한다. 다시 말해 한국의 소득분배는 악화되고 있고 국제적으로도 심각한 것인지, 그리고 우리의 최저임금수준이 너무 낮기 때문에 최소한 근로자 평균임금의 50% 수준으로 올려야 하는 것인지, 기업소득과 가계소득의 격차가 확대되고 있으며 이는 기업이 정당한 몫 이상을 가져가기 때문인지를 제대로 따져 보자는 것이다.

소득분배의 불평등은 2008년 이후 개선되어 왔다

우선 소득분배 불평등도는 하락하고 있다. 국제비교도 양호한 수준이다. 보통 소득 불평등도는 지니(Gini)계수로 측정한다. 지니계수는 계층간 소득의 불균형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로, 0부터 1까지의 수치로 표현되는데, 값이 0에 가까울수록 평등하고 1에 근접할수록 불평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지니계수는 2008년 0.314를 기록한 후, 2015년 0.295 → 2016년 0.304의 완만한 하락 추세를 보이며 소득분배가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아울러 한국의 지니계수는 OECD 36국중 16위로 낮은 수준에 속한다. 2015년 한국의 지니계수는 0.295로 OECD 평균 지니계수 0.317보다 양호했다. 이는 독일(0.293), 일본 (0.330), 영국 (0.351), 미국(0.391)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낮은 수준이었다.

우리나라의 소득불평등은 대·중소기업간 임금 격차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특히 대기업의 고임금이 소득격차를 벌리고 있는 주된 요인이라 할 수 있는데 기업규모별 임금 격차 문제는 중소기업 임금이 적어서라기보다 대기업 임금이 과도하게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 제조업 대기업 임금(PPP기준)은 8만 6165달러로 벨기에(9만 2431달러)에 이어 2위에 달한다. 독일(8만 3996달러)보다 높고 미국(7만 1913달러), 일본(6만 821달러) 보다는 훨씬 높은 수준이다.

중소(10~49인)기업의 임금도 OECD 평균을 상회해서 20~49인의 기업의 경우, 한국은 3만 9964달러인 반면, OECD 평균임금은 3만 7611달러이다. 50~249인 규모의 기업의 경우 OECD 평균에 근접한다.

이러한 한국의 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은 2016년에 이미 OECD 평균보다 높았다.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률은 2017년 16.4%, 2018년 10.9%에 달해 이를 반영하면 최저임금은 OECD국가 중 최상위가 될 것으로 예상될 정도로 높은 수준이다.

따라서 문 정부의 노동자 평균임금의 50% 이상이 되도록 최저임금을 올리겠다는 목표는 사실상 실현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최저임금 상승으로 전체 평균임금이 상승하기 때문이며 오로지 최저임금 이외의 부분에서 임금 하락이 있어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질임금 증가율은 생산성보다 높았다

결국 합리적인 목표는 중위임금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OECD도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을 통계로 제시하고 있다. 한국의 최저임금은 2016년에 이미 중위임금의 50% 이상으로 높아졌으며 미국(34.9%),일본(39.7%)보다 높다. 지난 10년간(2006~2016년) 이 비율은 11.5%p 상승, 폴란드(12.0%p)에 이어 2위의 속도를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해 소득 불평등으로 지목되는 자본의 몫과 노동의 몫 문제를 생각해 보자.

우리 노동소득분배율은 2010년 이후 상승해서 주요국 대비 약 5%p 정도 높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한국의 노동소득분배율은 2010년 59.4%에서 2017년에는 63.0%로 상승했다. 자영업 소득을 노동소득으로 조정한 조정노동소득분배율도 2010년 이후 상승했다. 90년대 이후 중장기적으로 노동소득분배율이 하락하는 추세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이에 IMF는 노동소득분배율의 하락 요인으로 급격한 기술진보와 세계화를 주요 요인으로 분석한다. 문제가 되는 것은 생산성 증가를 상회하는 실질임금 상승률이다.
 

생산성이 늘어난 만큼 실질임금이 증가하지 못해 소득주도성장이 필요하다는 논리와는 전혀 상반된 현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2009~17년 제조업 노동생산성은 1.5% 증가했다. 그러나 이 기간 실질임금은 생산성을 넘어 연평균 2.1%로 증가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간인 2011~2017년을 기준으로 보면 노동생산성은 0.1% 증가한 반면 실질임금은 1.9% 증가한 것이다.

한편 여권의 주장과는 달리, 2010년 이후 가계소득은 기업소득보다 높게 증가했다. 따라서 적어도 2011~2017년 중에는 기업이 정당한 몫 이상을 가져갔다는 논리는 타당하지 않다. 동 기간중 총부가가치는 매년 4.6% 증가하는 가운데 기업소득은 3.1% 증가에 그친 반면 가계소득은 5.3%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물론 외환위기 이후 2012년까지 가계소득 비중의 하락이 관찰되었으나 이는 가계부채의 증가, 자영업 부진이라는 구조적 요인에 크게 기인했으며 기업부문이 정당한 몫 이상을 가져가서가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

이상의 내용을 종합해 볼 때 소득주도 성장론의 필요성으로 제기된 근거들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 한국의 소득분배는 2008년 이후 개선되고 있었으며 OECD 국가들에 비해 양호한 수준이다.

따라서 우리의 최저임금수준이 평균임금이나 중위임금 대비 매우 높은 수준으로 추가적 최저임금을 인상한다면 한국 경제의 경쟁력을 저하시킬 우려가 있다.

보수 집권기인 2011~2017년중 가계소득 증가율은 기업소득 증가율보다 높게 나타났으며 이는 기업부문이 가계부문의 몫을 앗아 가고 있다는 주장이 잘못임을 보여준다. 따라서 소득·계층·부문간 왜곡된 격차를 토대로 한 소득주도 성장론은 부실공사임을 보여준다. 부실공사로 인한 막대한 피해를 막는 길은 공사를 중단하고 원상복구를 하는 방법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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